[집행판결] 항소[각공2009상,473]
[1] 외국 법원에 의하여 선고된 판결이 확정되었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 에 규정된 ‘상호보증’ 유무의 판단 기준
[3] 섭외사건에 대한 외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 유무의 판단 기준 및 피고가 외국 법원에서 관할 위반의 항변을 하지 않고 본안에 관하여 변론을 한 경우 그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4] 외국 판결에 대한 실질적 재심사를 금지하는 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 이 당해 판결이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하는지를 조사하는 것까지 금지하는지 여부(소극)
[5] 손해배상에 관한 외국 판결의 승인 여부의 판단 기준 및 방법
[6] 미국 판결에서 인정한 손해액 중 과도하게 산정된 비경제적 손해액을 제외하고 경제적 손해액 부분만을 승인한 사례
[1] 외국 법원에 의하여 선고된 판결이 우리나라에서 승인되기 위하여는 먼저 그 판결이 확정되어 있어야 하는바, 판결의 확정이라 함은 그 판결을 한 외국의 절차에 있어 통상의 불복방법으로는 더 이상 불복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무엇이 통상의 불복방법에 해당하는가는 당해 판결국법에 의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2] 우리나라와 외국 사이에 동종 판결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외국에서 정한 요건이 우리나라에서 정한 그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 에서 정하는 상호보증의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이와 같은 상호의 보증은 외국의 법령, 판례 및 관례 등에 의하여 승인요건을 비교하여 인정되면 충분하고 반드시 당사국과의 조약이 체결되어 있을 필요는 없으며, 당해 외국에서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동종 판결을 승인한 사례가 없더라도 실제로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상태이면 충분하다.
[3] 섭외사건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아니하고 이에 관한 우리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섭외사건에 관한 외국 법원의 재판관할권 유무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을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결정함이 상당하다. 이 경우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의 변론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피고가 외국 법원에서 해당 재판이 관할 위반이라고 항변하지 아니하고 본안에 관하여 변론을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외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4] 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 은 ‘집행판결은 재판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아니하고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외국 판결에 대한 실질적 재심사를 금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외국 판결에 대하여 실질적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해 판결의 법적 당부를 심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 우리나라의 공서에 반하는지를 조사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5] 외국 판결의 승인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실질 사법적 정의의 보호측면에서, 집행될 내용 및 당해 사안과 우리나라와의 관련성 등에 비추어 보아 당해 외국 판결의 집행을 용인하는 것이 손해의 전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손해배상법의 기본원칙 내지 사회 일반의 법 감정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지 여부 등 제반 요소를 참작하고, 이와 아울러 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 이 규정하는 실질적 재심사 금지의 원칙을 관철하여 국가간 파행적 법률관계의 발생을 억제하고 법적 안정성을 기함으로써 외국 판결의 존중이라는 승인제도의 본래의 취지를 살린다는 측면을 상호 비교·형량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여야 한다.
[6] 미국 판결에서 인정한 경제적 및 비경제적 손해액을 전부 승인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손해배상법의 기본원칙 내지 사회 일반의 법 감정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대한민국에서 인정될 만한 상당한 금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는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아 승인을 제한하여, 위 손해액 중 합리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산정된 비경제적 손해액을 제외하고 경제적 손해액 부분만을 승인한 사례.
[1] 민사집행법 제27조 제2항 제1호 [2]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 , 민사집행법 제27조 제2항 제2호 [3] 민사소송법 제30조 , 제217조 제1호 , 민사집행법 제27조 제2항 제2호 [4] 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 ,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3호 [5] 국제사법 제32조 제4항 ,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3호 , 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 , 제2항 제2호 [6] 국제사법 제32조 제4항 , 민사소송법 제217조 , 민사집행법 제27조
[2]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74213 판결 (공2004하, 1937)
원고 1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길 담당변호사 안원모)
피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정진수외 1인)
2008. 12. 18.
1.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애고 카운티 슈피리어 법원 북부지원 N78688 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2002. 1. 23. 선고한 판결에 의한 강제집행은 미화 827,379.18달러와 이에 대한 2002. 1. 2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의 지급을 명하는 범위 내에서만 이를 허가한다.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 부분의 소를 각하한다.
3. 소송비용 중 1/5은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주문 제1항 기재 판결에 기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강제집행을 허가한다.
1. 기초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 내지 34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98. 1. 8.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비스타 소재 이코노 플라스틱사의 공장에서 피고 회사가 제작한 프로맥스 호라이즌탈 인젝션 몰딩 머신 4000씨 시리즈(Promax Horizontal Injection Molding Machine, 4000C Series, 이하 ‘이 사건 사출성형기’라 한다)에 몰드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다가 실린더와 벽 사이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여 사망하였고, 원고들은 그 처와 자녀들이다.
나. 피고 회사는 사출 성형기 등 기계류를 제조·판매하는 대한민국 회사로서 미합중국 법인인 프로맥스 플라스틱 머쉬너리 잉크(Promax Plastic Machinery Inc., 이하 ‘프로맥스사’라 한다)에 이 사건 사출성형기를 수출하였고, 프로맥스사는 위 사출성형기를 이코노 플라스틱사에 판매하였으나,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사고 당시 미국 현지에 지사나 영업소를 두고 있지는 아니하였다.
다. 원고들은 1998. 7. 22. 이 사건 사출성형기를 판매한 프로맥스사는 물론 위 사출성형기를 제조한 피고 회사 등을 상대로 미합중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애고 카운티 슈피어리어 법원 북부지원(이하 ‘이 사건 미국법원’이라 한다)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이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고, 피고 회사는 1999. 6. 3. 위 소송에 관한 소장, 변경된 소장, 소환장 등을 송달받은 다음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시 소재 로펌인 Seltzer Caplan Wilkins & McMahon을 선임하여 위 소송에 응소하였다(그 후 위 로펌이 2000. 8. 31. 피고 회사의 수임료 미지급 등의 사유로 변호인 사임계를 제출하자, 피고 회사는 다시 Nam & Cha 로펌을 선임하여 위 소송에 응소하였다).
라.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소송은 2001. 11. 30. 이 사건 미국법원의 사브로(Dana M. Sabraw) 판사가 담당하게 되었고(사건번호 N78688), 사브로 판사는 12명의 배심원을 선임하여 이 사건 사고에 대해 엄격제조책임(strict product liability)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심리를 하게 하였는데, 배심원단은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사출성형기의 설계상 하자 및 그 하자에 대한 미경고로 인하여 발생하였고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총 손해액을 미화 5,058,294달러(경제적 손해 : 미화 808,294달러, 비경제적 손해 : 미화 4,250,000달러)라고 평결(verdict)하였다.
마. 그 후 사브로 판사는 2002. 1. 23. 위와 같은 배심원단의 평결을 승인하면서 프로맥스와 피고 회사가 연대하여(jointly and severally) 원고들에게 위 총 손해액 미화 5,058,294달러와 소송비용 상환액 미화 19,085.18달러를 합하여 미화 5,077,379.18달러와 이에 대하여 2002. 1. 2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0%의 이자를 지급을 명하는 배심재판 후 판결(judgement after jury trial, 이하 ‘이 사건 미국 판결’이라 한다)을 선고하였고, 그 무렵 이 사건 미국 판결은 법원 서기에 의해 판결책(judgement book)에 등록(entered)되었다.
바. 이 사건 미국 판결이 위와 같이 등록된 이후 프로맥스사는 위 배심원의 평결에 관하여 평결파기신청(motion for Judgement Notwithstanding Verdict)을 하였으나 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피고 회사는 이 사건 미국 판결에 대하여 상소를 제기하지 않았다.
2. 집행판결의 요건에 대한 판단
외국 법원에 의하여 선고된 판결이 우리나라에서 승인되기 위하여는 먼저 위 판결이 확정되어 있어야 하는 이외에 민사소송법 제217조 각 호 의 요건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바, 이하에서는 이 사건 미국 판결이 위와 같은 요건을 구비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가. 이 사건 미국 판결의 확정 여부( 민사집행법 제27조 제2항 제1호 )
판결의 확정이라 함은 그 판결을 한 외국의 절차에 있어 통상의 불복방법으로는 더 이상 불복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무엇이 통상의 불복방법에 해당하는가는 당해 판결국법에 의하여 결정할 문제라고 할 것인바, 갑 제2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Code of Civil Procedure, 이하 ‘이 사건 미국법’이라 한다)과 같은 주의 법원 규칙(California Rules of Court, 이하 ‘이 사건 미국 법원규칙’이라 한다)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판결은 선고 즉시 법원서기에 의하여 판결문서철(judgement book)에 등록(entered)되어야 하고, 그 판결에 대한 항소기간(time to appeal)은 판결 등록 후 180일 또는 법원서기가 판결이 등록되었음을 당사자에게 고지하는 서면을 우편으로 발송한 후 60일로 정하여진 사실(이 사건 미국법 제668조, 제668.5조, 이 사건 미국 법원규칙 제2조)을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미국 판결이 그 선고일인 2002. 1. 23. 무렵 등록되었는데 피고 회사가 이에 대하여 위 항소기간 내에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미국 판결은 이 사건 미국법 및 법원규칙이 규정하는 상소기간이 경과함으로써 더 이상 통상의 불복방법으로써는 다툴 수 없게 되어 확정되었다고 할 것이다.
나. 상호보증 여부( 민사집행법 제27조 제2항 제2호 ,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 )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 는 우리나라만이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방지하고 국제관계에서 형평을 도모하기 위하여 외국 판결의 승인요건으로서 상호보증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판결국에 있어서 외국 판결의 승인요건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모든 항목에 걸쳐 완전히 동일하거나 오히려 관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외국 판결의 승인 범위를 협소하게 하는 결과가 되어 국제적인 교류가 빈번한 오늘날의 현실에 맞지 아니하고 오히려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판결에 대한 승인을 거부하게 만드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와 외국 사이에 동종 판결의 승인요건이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외국에서 정한 요건이 우리나라에서 정한 그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 에서 정하는 상호보증의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이와 같은 상호의 보증은 외국의 법령, 판례 및 관례 등에 의하여 승인요건을 비교하여 인정되면 충분하고 반드시 당사국과의 조약이 체결되어 있을 필요는 없으며, 당해 외국에서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동종 판결을 승인한 사례가 없더라도 실제로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 상태이면 충분하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74213 판결 등 참조).
갑23, 2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채택하고 있는 통일외국금전판결승인법(Uniform Foreign Country Money - Judgements Recognition Act, 이하 ‘승인법’이라 한다)은 외국 판결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요건으로 적법절차 조항에 어긋나지 않는 공평한 재판을 거칠 것, 재판관할권의 존재, 적법한 송달, 사위의 방법에 의하여 취득한 판결이 아닐 것, 공서에 반하지 않을 것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승인법이 정한 동종 판결의 승인요건은 현저히 균형을 상실하지 아니하고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이 정한 그것보다 전체로서 과중하지 아니하며 중요한 점에서 실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정도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미국 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4호 에서 정하는 상호보증의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재판관할권의 구비 여부 ( 민사집행법 제27조 제2항 제2호 ,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호 )
섭외사건의 국제재판관할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상의 원칙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아니하고, 이에 관한 우리나라의 성문법규도 없는 이상 섭외사건에 관한 외국 법원의 재판관할권 유무는 당사자 간의 공평, 재판의 적정, 신속을 기한다는 기본이념에 따라 조리에 의하여 이를 결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이 경우 우리나라의 민사소송법의 변론관할에 관한 규정 또한 위 기본이념에 따라 제정된 것이므로 피고가 외국 법원에서 해당 재판이 관할 위반이라고 항변하지 아니하고 본안에 대하여 변론을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외국 법원에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1999. 6. 3. 이 사건 미국 법원에 제기된 피고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에 관한 소장 등의 서류를 송달받고 그 무렵 미국 로펌을 선임하여 위 소송에 응소하였고, 위 로펌이 위 손해배상소송 진행 과정에서 피고 회사를 위해 다수의 답변서, 준비서면 등을 제출한 점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 회사는 이 사건 미국 법원에 계속중이던 위 손해배상소송에서 본안에 관한 변론을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달리 위 소송과정에서 관할 위반의 항변이 있었음을 인정할 자료도 발견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미국 법원은 위 손해배상소송에 관하여 재판관할권이 있다고 할 것이다.
라. 적법한 송달 등 구비 여부 ( 민사집행법 제27조 제2항 제2호 ,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2호 )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2호 는 외국 판결 승인요건의 하나로서 패소한 피고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에 공시송달에 의하지 아니하고 소송의 개시에 필요한 소환 또는 명령의 송달을 받거나 또는 받지 아니하고 응소했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피고 회사가 1999. 6. 3. 위 소송에 관한 소장, 변경된 소장, 소환장 등을 송달받은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미국 판결은 위 요건을 구비하고 있다.
마. 공서양속 위반 여부( 민사집행법 제27조 제2항 제2호 ,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3호 )
(1) 피고 회사의 주장
① 이 사건 미국 판결에서 원고들의 비경제적 손해액으로 미화 425만 달러를 인정한 것은 사실상 영미법에서 인정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해당하고 그와 같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 판결을 승인하는 것은 대한민국 손해배상제도의 기본이념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고, 설령 위와 같은 비경제적 손해액이 징벌적 손해배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손해배상제도의 법리에 비추어 그 손해액이 지나치게 많고 그 근거도 박약하므로 위와 같은 비경제적 손해 부분을 승인하여서는 안 되며, ② 이 사건 미국 판결에서 인정한 경제적 손해액 역시 그 금액이 지나치게 많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사고는 망인 또는 제3자의 부주의한 기기 조작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위 경제적 손해액 중 대한민국 공서양속에 반하는 부분은 승인될 수 없다.
(2) 판 단
(가) 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 은 ‘집행판결은 재판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지 아니하고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외국 판결에 대한 실질적 재심사를 금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외국 판결에 대하여 실질적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당해 판결의 법적 당부를 심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뿐 우리나라의 공서에 반하는지를 조사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고, 대한민국 국제사법 제32조 제4항 은 “ 제1항 내지 제3항 의 규정에 의하여 외국법이 적용되는 경우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성질이 명백히 피해자의 적절한 배상을 위한 것이 아니거나 또는 그 범위가 본질적으로 피해자의 적절한 배상을 위하여 필요한 정도를 넘는 때에는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다”는 저촉규정을 둠으로써 우리나라에서 재판이 이루어지는 섭외적 법률관계에 있어 외국법의 적용을 일정한 한도로 제한하는 등 우리나라 손해배상법의 지침적 기능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저촉규정의 적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외국 판결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와 우리나라와의 연결, 즉 사건의 내국관련성의 정도가 그 중요한 고려요소가 된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 피고 회사는 사출성형기를 대한민국에서 생산하여 미국에 수출하는 대한민국 법인이므로 이 사건 손해배상소송에 관하여 대한민국에도 재판관할권이 있는 점, 이 사건 사출성형기를 수입한 미국의 프로맥스사는 미국 법인으로서 피고 회사의 지사나 영업소 혹은 판매 대리점이라고 볼 수 없고, 독자적인 계산과 책임 아래 피고 회사로부터 수입한 사출성형기를 미국 내에서 판매하여 온 점, 이 사건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될 당시 피고 회사는 미국 내에 별도로 현지 법인 등을 두고 있지 않아[디마 잉크(DIMA INC.)사는 이 사건 미국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 설립되었다] 피고 회사가 위 소송에 응소하기는 하였으나, 그 변론 및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미국 판결에서 인정된 손해배상액이 현저히 고액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동피고들이 위 판결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어(이 사건 손해배상소송의 대표 피고였던 프로맥스사는 이 사건 미국 판결 직후 파산하였다) 위 손해배상액 전부에 대한 집행을 승인할 경우 피고 회사의 한국에서의 사업기반이 파탄에 이를 우려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건의 내국관련성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어서 위 규정의 지침적 기능을 참작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는 헌법상의 법치국가원리로부터 파생되는 원칙으로서 민사법질서에 있어서도 그대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는 이른바 비례의 원칙을 적용하여 우리나라 손해배상법에서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비정상적으로 고액이라고 보이는 부분 전부를 승인하지 아니하고, 우리나라에서 인정될 만한 상당한 금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아 승인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출발하여 결론적으로 외국 판결의 승인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실질 사법적 정의의 보호측면에서, 집행될 내용 및 당해 사안과 우리나라와의 관련성 등에 비추어 보아 당해 외국 판결의 집행을 용인하는 것이 손해의 전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손해배상법의 기본원칙 내지 사회 일반의 법 감정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지 여부 등 제반 요소를 참작하고 이와 아울러 민사집행법 제27조 제1항 이 규정하는 실질재심사 금지의 원칙을 관철하여 국가간 파행적 법률관계의 발생을 억제하고 법적 안정성을 기함으로써 외국 판결의 존중이라는 승인제도의 본래의 취지를 살린다는 측면을 상호 비교·형량하여 구체적, 개별적으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함이 상당하다.
(나) 갑1, 3, 20, 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은 이 사건 손해배상소송의 제2차 청구원인 변경서(second amended complaint)에서 손해배상책임의 근거로 부주의로 인한 과실(negligence) 및 과실추정칙(res ipsa loquitar) 책임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청구원인을 적시하였는데, 그 중 5번째 청구원인으로 피고 회사를 포함한 모든 피고들에 대해 엄격 책임(strict liability)에 따른 징계적 또는 징벌적 손해배상(exemplary or punitive damages)을 구하였던 사실, 이 사건 미국 판결에는 과실 및 과실추정칙에 근거한 청구가 기각되었음을 밝히면서 배심원들이 남은 단 하나의 청구원인(the single remaining cause)인 엄격제조책임(strict product liability)에 대한 것만 청취하고 평결을 하기로 선서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원고들의 대리인이었던 허드슨(Richard B. Hudson) 변호사의 진술서에서도 엄격 책임에 근거한 청구는 피고들에 대한 잠재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청구를 수반한다고 진술하고 있는 사실, 이 사건 미국법원의 승인된 배심안내책자(BAJI, Book of Approved Jury Instruction)에 의하면 경제적 손해(economic damages)란 치료비나 수입의 상실 등과 같이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금전적 손실을 의미하고, 비경제적 손해(non-economic damages)란 정신적 고통, 모욕감과 같은 주관적인 비금전적 손실을 의미한다고 기술되어 있는 사실, 이 사건 소송에 소환된 전문가 증인인 베르그마크(Bergmark)는 망인과 그 아내인 원고 1의 연간 수입과 가동연한(worklife expectancy), 생계비(personal consumption) 등을 토대로 원고들의 전체 경제적 손해액을 미화 740,958달러(= Total Past 미화 150,305달러 + Total Future 미화 590,653달러)로 초안(Draft)하였다가 그 후 미화 67,336달러가 증액된 미화 808,294달러를 경제적 손해액이라고 증언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미국 판결에서 명시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원고들은 당초 엄격제조책임을 근거로 하여 그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를 하였고(그 후 위와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가 철회되었는지 여부는 기록상 불분명하다), 이 사건 미국 판결에서는 그와 같은 엄격제조책임에 관한 변론만을 청취한 배심원들이 손해배상액을 결정하였으므로 손해액 결정과정에서 징벌적 손해에 대한 고려를 포함시켰을 여지가 많은 점, 이 사건 미국 판결이 원고들의 손해액을 경제적 손해와 비경제적 손해로 나누어 그 손해액을 산정하면서 원고들에게 비경제적 손해액으로 미화 425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될 만한 아무런 이유도 제시하고 있지 아니하고 원고들이 제출한 자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미국 판결에서 원고들의 경제적 손해액을 산출해내는 방식은 일응 합리적인 기준과 방법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원고들의 비경제적 손해액을 그와 같이 거액의 금액으로 인정한 것은 단지 판결의 편의나 피해자의 이익만을 지나치게 고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이고, 그 중 어느 정도의 금액을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으로 볼 것인지 특정할 수도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미국 판결에서 인정된 경제적 및 비경제적 손해액을 전부 승인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손해배상법의 기본원칙 내지 사회 일반의 법 감정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대한민국에서 인정될 만한 상당한 금액을 현저히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는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아 승인을 제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미국 판결에서 인정한 손해액 중 합리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산정된 비경제적 손해액을 제외하고 경제적 손해액 부분만을 승인함이 타당하므로 결국, 이 사건 미국 판결은 경제적 손해배상액 미화 808,294달러에 이 사건 손해배상소송의 소송비용 미화 19,085.18달러를 합한 미화 827,379.18달러(= 미화 808,294달러 + 미화 19,085.18달러)와 이에 대한 이 사건 미국 판결의 선고일인 2002. 1. 23.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0%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의 범위 내에서만 원고들의 피고 회사에 대한 우리나라에서의 집행을 허가해야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집행판결의 요건을 흠결하여 부적법하다 할 것이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