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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법 2003. 6. 26. 선고 2002누1333 판결 : 상고기각(심리불속행)

[산재요양불승인처분취소][하집2003-1,388]

판시사항

환경미화원에게 발병한 백반증을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의 업무상 재해로 본 사례

판결요지

쓰레기청소를 위하여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된 것이 환경미화원의 내재적 원인과 함께 작용하여 환경미화원에게 백반증을 발병시키거나 적어도 발병한 백반증을 악화시키는 한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하여 환경미화원에게 발병한 백반증을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9. 12. 31. 법률 제61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호 의 업무상 재해로 본 사례.

원고,항소인

한태수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학식 외 1인)

피고,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01. 5. 30.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 제1, 2항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원고는 1983. 10. 25. 보령시청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이래 1995. 1. 20. 보령시 대천 1동사무소 소속으로 옮겨 근무하다가 2001. 8. 31. 퇴직하였다.

나.원고는 1991. 8.경 얼굴과 팔, 목 등에 녹두알 크기의 하얀 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그 후 점차 전신으로 번지는 증상이 발생하였다. 원고는 처음에는 민간요법으로 치료를 받다가 2000. 3. 15.부터는 백반증이라는 진단하에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원고는 2001. 5. 1. 위 질환이 백반증이며 원고가 행한 쓰레기 수거업무에 기인하여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요양신청을 하였다.

다.피고는 2001. 5. 30. 백반증의 일반적인 발병원인을 알 수 없고 원고의 위 질환이 업무상 질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요양신청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의 1, 2, 3,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2. 판 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약 18년간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면서 생활쓰레기 이외에 산업폐기물을 맨손으로 수거하는 일을 해 왔고 오후 근무시간에는 장시간 햇볕에 노출된 상태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고의 백반증은 위와 같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장시간의 자외선 노출로 인하여 발병한 업무상 질병이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 사실

(1) 원고는 1983. 10. 25.부터 보령시청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면서 청소차량을 타고 보령시내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하다가 1995. 1. 20.부터는 보령시 대천 1동사무소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면서 통상 새벽 01:00∼05:00까지의 오전 근무시간에는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시장 내 상가의 쓰레기를 수거하였고, 13:00∼16:00까지의 오후 근무시간에는 주로 청소차량 등을 이용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하였다.

원고와 같은 환경미화원들은 복장을 제대로 갖추어 입고 근무하면 불편하다는 이유로 햇볕이 강하게 내려 쬐는 경우에도 통상 상의는 러닝셔츠만 입고 일함으로써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고, 청소차량을 이용하여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차에 던져 올려진 쓰레기를 발로 밟아 압축하는 경우에도 장화를 신고 작업하지 아니하여 쓰레기가 직접 신체에 닿는 경우가 많았다.

(2)원고와 같은 직종인 보령시청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재직한 박석규(재직기간 1979. 5. 3.∼2001. 7. 20.)도 신체의 여러 부위에 하얀 점이 나타나는 백반증에 걸렸으며, 조계행(1992년부터 현재까지 재직)도 다리 전체에 하얀 점들이 나타나는 백반증에 걸렸다.

(3) 백반증의 발병원인 등에 대한 의학적 소견은 아래와 같다.

(가)피고 자문의:백반증은 후천적으로 멜라닌 색소가 소실되어 피부에 백색 반점이 발생하는 원인불명의 질환으로 통상 작업과의 연관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티놀, 페놀화합물에 접촉하는 사람들 중 일부에게 화합물이 접촉된 부위에 백반증과 유사한 백색 반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환경미화원 등에서의 발병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원고의 관련 서류를 검토한바, 업무내용상 백반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직업적으로 취급할 기회가 없었으며, 작업환경상 일광에 강하게 노출될 시간에는 통상적으로 작업을 하지 않는 형태이므로 원고에게 발병한 백반증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산재단 보령병원장:백반증의 발병원인은 아직 미상이다. 다만, 스트레스 등의 정신적 내지는 신체적 장애나 일광화상 등이 백반증 발병의 보존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설명되는 병인으로는 자가면역설(멜라닌계 항원에 대한 자가항체의 발생으로 인하여 멜라닌 세포의 파괴나 기능 이상을 초래함), 신경체액설(신경손상이나 정신적 긴장 후에 발병), 멜라닌 세포 자가파괴설(멜라닌 세포 형성과정에서 생긴 중간물질이나 대사물질에 대한 방어기전의 파괴로 멜라닌 세포가 파괴됨)의 3가지가 유력하다.

(다)서울대학교병원장:백반증의 발병원인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으며, 자가면역기전, 자가파괴기전, 신경체액설 등이 알려져 있다. 햇볕에서의 장시간 노출과 백반증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쉽지 않으나 강한 햇볕 노출 후 백반증이 발병하였다는 예가 상당히 있음을 볼 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원고의 경우 백반증의 발병원인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아 절대적인 판단은 불가능하나 장기간 과도한 자외선에 노출되었다면 내재적 원인과 함께 자외선에 의한 노출이 복합적으로 백반증을 발병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라)대한의사협회장:백반증의 발병원인은 아직 미상이고 유전적 소인과의 관련성이 추정되고 있다. 과도한 햇볕이 백반증을 발병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백반증이 발병한 피부는 햇볕에 의한 일광화상을 입기 쉬우므로 햇볕에 노출된 상태로 야외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그러한 작업이 기왕에 발생한 백반증의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백반증의 치료는 아직 완전하지 않고, 백반증이 발병한 피부의 햇볕에 의한 손상을 막아야 하며, 광화학적 요법, 스테로이드제 치료 및 외과적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거]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3, 4호증의 각 1, 2, 3, 갑 제5, 6호증, 을 제3, 4, 5호증, 을 제6, 7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 당심 증인 조계행, 박석규의 각 증언, 제1심법원의 서울대학교병원장, 아산재단 보령병원장에 대한, 당심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 단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9. 12. 31. 법률 제61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업무와 관련한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또한 그처럼 의학적으로 발병원인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도 질환이 근로자의 작업환경이나 작업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이고 따라서 그 업무환경이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 질병을 유발시켰거나 악화시켰던 것으로 보일 경우에는(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키는 경우를 포함한다.)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백반증의 발병원인이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아니하나, 원고는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면서 햇볕에 많이 노출된 상태에서 작업한 경우가 흔했으며 그처럼 강한 햇볕에 노출된 후 백반증에 걸리는 사례가 상당히 있고, 또한 이미 백반증에 걸린 사람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강한 햇볕에의 노출로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점, 원고뿐만 아니라 조계행, 박석규 등의 동료 환경미화원들에게서도 백반증이 발병한 사례가 있는 점 등을 알 수 있고 그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쓰레기청소를 위하여 장시간 자외선에 노출된 것이 원고의 내재적 원인과 함께 작용하여 원고에게 백반증을 발병시키거나 적어도 발병한 백반증을 악화시키는 한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요양신청을 불승인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위법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헌(재판장) 금덕희 최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