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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부산지법 1997. 9. 10. 선고 96고단5495 판결 : 항소

[업무상실화 ][상호신용금고, 646]

판시사항

선박화재원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를 그대로 믿지 아니하고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선박화재원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 결과를 그대로 믿지 아니하고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정병석외 2인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공소외 주식회사 부산지사의 대리로 근무하는 자인바, 위 회사 소속 807t급 참치잡이선 코스타 데 마필호의 수리를 위하여 선박수리업체인 부산 영도구 봉래동 4가 209 소재 (주)대선조선소에 수리 의뢰하여, 1996. 4. 13.부터 수리작업을 함에 있어서 피고인은 선주측의 공무감독으로 지정받아 근무하던 중, 본선으로부터 위 조선소 드라이 도크장에 상가하여 수리중인 위 선박 내 형광등의 교환을 의뢰받았으면 즉시 현장을 확인하여 이를 수리케 함으로써 형광등의 노후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막아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태만히 한 채 형광등의 교체를 지연한 과실로 1996. 4. 26. 17:40경 위 선박의 기관실 하단부 선수쪽 좌현 천정부위에 있는 형광등의 안정기 과열로 인하여 안정기 입력선 연결부위의 절연 피복이 열화되고 절연이 파괴되면서 전선간 단락현상으로 발열, 자체 가연물질에 인화 연소가 확대되어 위 선박 기관실에 있는 주배전반 등 그 수리비 약 2,510,422,000원 상당을 요하는 기관실 내부의 기자재 등을 소훼케 한 것이다.

2. 이 법원의 판단

살피건대, 사법경찰리 작성의 김의태, 정근, 장병윤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및 선박화재사건발생보고서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주식회사 부산지사의 대리로서 1996. 4. 13.부터 위 회사 소속 807t급 참치잡이선 코스타 데 마필호를 (주)대선조선소의 드라이 도크장에 상가하여 수리작업을 함에 있어서 선주측의 공무감독으로 지정받아 근무한 사실, 그런데 1996. 4. 26. 위 선박 내에서 선원들과, 동명철공, 동진전기, 금호냉동 등 선주 및 조선소측 수리하청업체의 공원 등 약 80여 명이 작업을 하던 중 그 날 17:40경 위 선박 내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위 선박 기관실에 있는 주배전반 등 그 수리비 약 2,510,422,000원 상당을 요하는 기관실 내부의 기자재 등이 소훼된 사실은 이를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위 화재가 과연 공소장 기재와 같이 노후된 형광등 교체 지연에 따른 안정기 과열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이를 부인하고 있고, 사법경찰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아니하여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으며, 사법경찰리 작성의 이원규, 황태원, 민윤기, 이정간, 박종성, 박죽송, 성병성, 강창원, 김의태, 강동택, 계삼성, 김민호, 오원관, 전배수, 김순도, 이동기, 추근선, 옥영원, 이태협, 김문수, 노영배, 이유득, 최충열, 박해술, 주인중, 정근, 최충남, 이영규, 박순길, 최승조, 정태석, 정용범에 대한 각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및 김민호, 계삼성, 송기봉, 한길수, 장주호, 김의태, 강동택, 백장철, 이석태, 황정필, 정승수 작성의 각 진술서의 각 기재는, 모두 위 화재 당시 이 사건 선박에서 수리작업을 하던 수리하청업체의 공원들, 위 선박의 선원들, 또는 위 조선소의 경비원 등이 위 화재 직후 이 사건 선박 내에서 연기가 나는 등의 단편적인 상황을 목격하고 진술한 것으로서, 최초 화재가 발생한 정확한 지점을 목격한 내용이 없는 데다가 화재원인을 감별할만한 전문적, 기술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개인의 주관적인 추측도 개재되어 있어, 이 사건 화재의 원인에 대한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

결국 위 공소사실에 그대로 부합하는 증거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작성의 감정결과회보서의 기재와 그 감정서를 작성한 증인 김윤회, 박남규의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 박남규 작성의 질의회보서의 기재(이하 편의상 '국과수의 감정결과'라 한다)를 들 수 있는데, 그 요지는, 제어실의 배전설비 및 그 주변에서 단락흔 등 특이점이 식별되지 않는 반면, 그 배전설비로부터 배선된 선저기관실 천정의 전선 수곳에서 단락흔이 식별되는 점, 심하게 연소된 조정실 부분에서는 그 곳에서 발화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국부적 연소흔적이 보이지 않고 발화요인이 될만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으며, 오히려 조정실 바닥의 바로 밑면인 선저 기관실 천정이 심하게 수열된 흔적이 있는 점, 선저기관실 좌현상단의 배선다발과 이로부터 분지되어 형광등 안정기로 연결된 전원코드에서 단락흔이 식별되고, 그 안정기 전원선의 단락흔은 외부화염의 연소에 의해 생기기 어려운 부분이며 그 안정기 코일의 철심이 과열로 인해 변색된 점 등을 종합할 때, 이 사건 화재는 위 선박의 기관실 하단부 선수쪽 좌현 천정부위에 설치된 형광등의 안정기 과열로 인하여 안정기 입력전원선 연결부분의 절연피복이 열화되고 절연이 파괴되면서 전선간 단락현상으로 발열, 자체 가연물질에 인화 연소가 확대되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대하여, 먼저, 최태원 작성의 화재감정서 및 배규환 작성의 화재감식의견서의 각 기재, 증인 배규환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위 국과수의 감정에 앞서 1996. 4. 29. 경찰의 의뢰에 의해 이 사건 화재 현장을 최초로 조사한 동의공업전문대학 전기과 최태원 교수는, 화염의 열을 가장 많이 받아서 천장의 철재 빔이 휘어져 있는 복도부분이 발화부분인 것으로 추정되고, 이 부분의 전기설비는 전기적인 이상현상이 없어서 정확한 발화원인을 식별할 수 없다고 감정하였고, 같은 해 5. 2. 역시 경찰의 의뢰에 의해 2차로 화재감정을 한 부경대학교(전 부산공업대학교) 전기공학과 배규환 교수도, 천정과 벽면 철판이 열을 많이 받아 산화피막과 도장된 페인트 껍질이 벗겨지고 색깔도 적갈색으로 변색된 배전반과 전소된 제어실의 소훼상태가 극심한 점에 비추어 기관실 좌현쪽에 설치된 배전반과 제어실 및 복도 부근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나, 그 부위가 광범하여 정확한 발화점을 찾을 수 없고, 전소된 제어실에 어떤 전기적인 화인을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며, 배전반에서 나오는 천정배선에도 결함부위나 누전 및 합선점 등을 찾아볼 수 없어 전기적인 화인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감정하여, 같은 해 5. 8. 마지막으로 현장조사를 한 위 국과수의 감정 결과와는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시험연구원장 작성의 화재원인감정서의 기재에 의하면, 국과수가 이 사건 화재 현장에서 수거하여 감정한 바 있는 형광등 안정기 및 전선토막등(증 제1, 2호)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형광등 안정기 연결배선의 용융점 온도는 170∼180℃이어서 정상상태에서 안정기 온도에 의하여 피복이 벗겨질 가능성은 없다고 하는 한편, 안정기 코일의 외형에서는 단락으로 용융된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전선은 여러 부분에서 용융된 흔적이 나타나는데 단락된 부분의 표면이 거칠고 둥글면서 원형 또는 경사지거나 불규칙한 등 여러 형태를 나타내고, 전선의 금속조직에 여러 형태의 많은 구멍과 주상(주상)조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전선에 전류가 흐르는 상태에서 외부의 화염에 의하여 전선의 피복이 녹은 뒤 전선이 서로 단락되어 용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감정함으로써 역시 위 국과수의 감정결과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위 선박에 사용된 형광등, 안정기, 전선 등의 제작공급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증인 박성규, 배호철, 이창훈, 이종태는, 이 법정에서, 위 선박에 설치된 형광등은 그 내부에 안정기와 전선이 들어 있는 부분과 전등 부분이 철판으로 구분되어 있는데다가 폴리카보나이트 커버로 밀폐되어 있고, 안정기는 철심 외부에 활석분으로 된 합성수지가, 그 외부에 다시 철재가 둘러싸여져 있어 내열성과 내연성을 갖추고 있으며, 안정기 연결전선과 외부 입력선은 모두 불연성의 피복과 절연체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 화인이 제거되면 즉시 불이 꺼질 정도로 난염성(난염성)이 뛰어나다고 진술함으로써, 위 선박의 형광등 안정기 과열에 의한 전선 단락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동진전기의 직원으로서 위 선박의 전기부분 수리하청작업을 한 바 있는 증인 이태협은, 이 법정에서,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기 전인 같은 해 4. 19. 기관실 하단부 계단 좌우에 설치된 형광등 2개를 포함하여 위 선박 내 형광등 16개를 모두 새것으로 교체하였다고 진술함으로써, 노후된 형광등이 교체되지 않았다는 공소장 기재 사실과는 다른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이상과 같이 위 국과수의 감정 결과와 어긋나는 증거 및 그에 의해 제기되는 여러 의문점들에 비추어 위 국과수의 감정 결과만을 선뜻 믿어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을 노후된 형광등의 안정기 과열에 따른 연결부위 전선의 단락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우성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