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금반환등
2015다19575 부당이득금 반환 등
주식회사 A
주식회사 경남은행
서울고등법원 2015. 2. 5. 선고 2014나11866 판결
2016. 5. 12.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은행은 환 헤지 목적을 가진 기업과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해당 기업의 예상 외화유입액, 자산 및 매출 규모를 포함한 재산상태, 환 헤지의 필요 여부, 거래 목적, 거래 경험, 당해 계약에 대한 지식 또는 이해의 정도, 다른 환 헤지 계약 체결 여부 등 경영상황을 미리 파악한 다음, 그에 비추어 해당 기업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종류의 상품 또는 그러한 특성이 있는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을 권유해서는 아니 된다. 은행이 그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해당 기업의 경영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초래하는 통화옵션 계약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이를 체결하게 한 때에는, 이러한 권유행위는 이른바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여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위법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은 금융상품의 특성 및 위험의 수준, 고객의 거래 목적, 투자경험 및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고객이 그 거래상의 주요 정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하여야 하고, 특히 당해 금융상품이 고도의 금융공학적 지식에 의하여 개발된 것으로서 환율 등 장래 예측이 어려운 변동요인에 따라 손익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고위험 구조이고, 더구나 개별 거래의 당사자인 고객의 예상 외화유입액 등에 비추어 객관적 상황이 환 헤지 목적보다는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추구하는 정도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면, 금융기관으로서는 그 장외파생상품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고객이 한층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다114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전자부품 등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회사로서 매출액은 2006년 약 309억 원, 2007년 약 961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2006년 약 32억 원, 2007년 약 34억 원인 사실, 원고의 수출액은 2006년 약 716만 달러, 2007년 약 8,270만 달러, 2008년 약 9,026만 달러에 이르렀는데, 2007. 3.경부터 원고의 자회사인 주식회사 E이 원고를 통하여 휴대전화 부품을 판매하면서 수출액이 증가한 사실, 피고는 원고의 주거래은행으로서 수출로 유입되는 달러화에 대한 환전업무를 수행하였고, 2007. 7.경에는 대출심사를 하여 원고의 재무상황 등을 파악한 사실, 피고의 창원시 F 지점 여신담당 직원 D과 G지점의 외환시장팀 직원 H는 2007. 11. 6. 원고를 방문하여 원고의 부사장 I과 과장 C에게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의 내용을 설명하며 수출대금의 환 헤지를 위하여 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유한 사실, 원고는 2007. 11. 15. 피고와 계약기간은 2007. 11. 15.부터 2008. 11. 17.이고, 계약금액은 원고 풋옵션 월 500만 달러(행사환율 915원), 피고 풋옵션 월500만 달러(행사환율 885원), 피고 콜옵션 월 1,000만 달러(행사환율 915원)이며, 피고의 콜옵션에는 녹인 조건(녹인 환율 935원)이 부가된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을 체결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 체결 전까지 선물환 등 환 헤지 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없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원고의 경영상황에 비추어 2007.경부터는 수출로 유입되는 달러화에 대한 환 헤지 필요는 있었지만, 기록상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 체결 무렵 원고의 수출액이 2008년에도 2007년보다 현저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의 계약기간 동안 환 헤지가 필요한 금액은 2007년 수출액인 약 8,270만 달러와 비슷하거나 이를 약간 상회하는 금액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콜옵션 계약금액 합계액이 1억 2,000만 달러인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을 권유함으로써 이른바 '오버헤지' 상태에 이르도록 하였고, 그 결과 원고는 원/달러 시장환율이 녹인 환율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 추가지출을 통하여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에 따른 달러화 매도의무를 부담하게 되어 현실적인 손실 위험을 부담하게 되었다. 피고는 원고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의 콜옵션 계약금액이 원고에게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출대금을 초과하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의 체결 경위, 원고의 재무상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는 원고에게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을 적극적으로 권유하여 적합성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한편 원고는 환 헤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의 내용과 위험성에 관한 설명을 들었더라도 달러화 현물을 고려한 위험성까지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는 콜옵션 계약금액이 환 헤지 필요 금액을 초과하여 실제로는 투기적 성격을 가진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을 헤지거래라고 설명함으로써 원고로 하여금 이를 오인하고 계약을 체결하게 하였다. 이 점에서 피고는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의 체결과 관련하여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다.
라. 이 부분 원심판결의 이유 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점은 있으나, 피고가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므로 원심판결에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상고 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 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 사건에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83189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의 최초 결제일인 2007, 12. 20.부터 최종결제일인 2008. 11. 19.에 이르기까지 전 구간에서 시장환율과 행사환율 차액 상당의 손실을 보았고 그 금액도 원고의 재무상황 등에 비추어 과중하다고 보이는 합계 177억 6,500만 원에 달하는 사실, 원고의 직원으로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의 체결에 관여하였던 C는 2008. 초경 계약 체결 당시의 예상과 달리 손실이 계속되자 피고에게 이에 관하여 항의한 사실, 주식회사 모나미 등이 주식회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을 상대로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과 유사한 계약에 관하여 신청한 통화옵션계약효력정지가처분 사건에서 2008. 12. 30. 일부 인용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이 언론매체를 통하여 보도된 사실을 알 수 있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에서 예상을 훨씬 넘는 손실이 발생하여 그 위험성이 현실화됨에 따라 계약이 원고에게 적합하지 아니하고, 또한 피고가 그러한 위험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아니하였음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늦어도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인 2008. 12. 말경에는 이 사건 통화옵션계약과 관련한 피고의 불법행위를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는 그 때부터 진행하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위 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이인복
대법관김용덕
주심대법관김소영
대법관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