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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5. 13. 선고 2002후2006 판결

[등록무효(상)][미간행]

판시사항

등록상표 "큰글성경"이 성경과 관련 있는 지정상품에 대하여는 품질이나 용도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하고, 성경과 관련 없는 지정상품에 대하여는 품질을 오인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정형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명인 담당변호사 윤종현 외 5인)

피고,피상고인

재단법인 대한기독교서회 (소송대리인 변리사 고금영)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등록상표 " " {등록번호 : 제312202호, 지정상품 : 서적, 잡지, 그림엽서, 캘린더, 팸플릿, 악보, 녹음된 테이프(음악이 아닌 것), 회화, 일기장, 사진}의 '큰글'이라는 표장은 비록 문법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하더라도 직감적으로 '크게 쓰인 글씨'를 떠오르게 하므로 지정상품 중 문자와 관련이 있는 것에 관하여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기술적(기술적) 상표로서 구 상표법(1993. 12. 10. 법률 제45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조 제1항 제3호 에 해당하고, 한편, '성경'이 '기독교 경전'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①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이 성경의 내용 그 자체를 수록하고 있거나 성경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 사건 등록상표 중 '성경'이라는 부분에 의하여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할 염려가 생기고, ② 지정상품 중 내용상 성경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글자와 관련이 없는 것(예컨대, 녹음된 테이프, 그림엽서, 악보, 회화, 사진 등)이라면 이 사건 등록상표 중 '큰글'이라는 부분에 의하여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할 염려가 생긴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큰글'은 국어사전에 풀이가 나와있지 아니한 조어(조어)이지만, '크다'는 낱말은 '어떤 표준에 비하여 길이나 부피가 많은 공간을 차지하다. 중대하다. 위대하다.'로 풀이되어 있고, '글'이라는 낱말은 '여러 말이 모여 하나의 완전한 감상·경험 및 여러 현상을 나타낸 것의 총칭. 문장. 말을 글자로 나타낸 적발(적어 놓은 글)'로 풀이하면서 사용례로 '글 잘 쓰는 사람은 필묵을 탓 안 한다.'를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이 '크다'와 '글'이 지닌 관념을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들의 내용 및 거래실정 등과 함께 고려하여 보면,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은 '큰글'을 '외형적 크기(길이, 넓이, 높이)가 큰 글자' 또는 '훌륭한 글'이라는 뜻으로 인식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의 의미를 '큰 글씨로 쓴 성경' 또는 '훌륭한 글인 성경' 등으로 직감할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등록상표는 '서적, 잡지, 팸플릿' 등과 같은 지정상품에 사용될 경우 알아보기 쉽도록 큰 글씨로 쓰인 성경에 관한 서적 등으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그 나머지 지정상품에 사용될 경우에도 '(훌륭한 글인) 성경'에 관한 내용을 다룬 것으로 인식됨으로써 결국 이 사건 등록상표는 그 지정상품 전부에 관하여 품질이나 용도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구성된 상표에 해당한다.

그리고 만일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들이 성경과 무관한 내용의 것인 경우에는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로 하여금 성경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그 지정상품들의 품질을 오인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그 이유가 다소 미흡하기는 하지만 이 사건 등록상표에 구 상표법 제6조 제1항 제3호 또는 제7조 제1항 제11호 의 등록무효 사유가 있어 그 등록을 무효로 하여야 한다고 본 결론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 규정들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그리고 원고가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들은 그 사안을 달리 하는 것이어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