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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2018.5.17. 선고 2017나51559 판결

채권조사확정재판에대한이의의소

사건

2017나51559 채권조사확정 재판에 대한 이의의 소

원고항소인

크리스탈 핸디 씨 에스 에이(Crystal Handy C S.A.)

피고피항소인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오리엔트조선의 공동관리인 A, C

변론종결

2018. 3. 8.

판결선고

2018. 5. 17.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부산지방법원 2014. 12. 16.자 2012회확59 회생채권조사확정 재판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원고의 회생채무자 주식회사 오리엔트조선에 대한 회생채권은 미화 7,237,752달러임을 확정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기초 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원고는 파나마 공화국 법률에 따라 설립된 선박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창명해운 주식회사(이하 '창명해운'이라 한다)는 원고의 모회사로서 해상화물운송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2) 주식회사 오리엔트조선(이하 '오리엔트조선'이라 한다)은 선박수리업 등을 영위하다가 2007년경부터 선박건조사업을 시작한 회사로 2012. 3. 22. 부산지방법원 2012회합3호 1) 로 회생개시결정을 받았으며 2012. 7. 25.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았다. A, B이 오리엔트조선의 공동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가, 2017. 3. 13. B이 해임되고, 2017. 4. 17. C이 새로운 공동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이하 공동관리인 변경 전후를 통틀어 오리엔트조선의 공동관리인을 모두 '피고'라 한다).

나.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의 체결 등

창명해운은 2007. 7. 11. 오리엔트조선과 선체 번호 OSN-1013호 선박(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건조계약을 건조대금 미화 33,800,000달러로 정하여 체결하였다(을 1호증, 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Article I 2). 서술 및 선급

3. 등급, 규정 및 규칙

(a) 이 사건 선박은 한국선급의 현재 규정 및 규칙에 합당하게 건조되어야 한다.

(b) 한국선급의 규정, 규칙 및 요건은 이 사건 계약 체결일 현재 공표되고 효력을 가지는 것을 포함하여야 한다.

Article III. 선박건조대금의 조정

1. 선박 인도의 지연

(c) 그러나, 만약 선박의 인도가 이 사건 계약에서 건조자(오리엔트조선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선박 인도기한으로 정하고 있는 인도 기일을 180일 이상 경과하여 지연되는 경우, 위 180일이 경과한 시점에 매수인(창명해운을 말한다. 이하 같다)은 그 선택에 따라 건조자에게 전문을 송부하거나 팩스로 통지함으로써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해제는 위 해제통지서가 건조자에게 도달한 날로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Article IV. 조사 및 승인

1. 선주감독관의 임명

매수인은 적정한 시기에 자신의 비용과 위험부담으로 한 명 혹은 그 이상의 선주감독관을 파견, 유지할 수 있고, 이 선주감독관이 이 사건 선박, 장비, 기타 의장품을 적절하게 건조하고 있는지를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음을 매수인이 서면으로 확인해 주어야 한다.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어떠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건조자는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경우라면 언제든지 그에 관한 모든 설계도면(plans and drawings)에 대해 사전에 선주감독관에게 보여주고 제공하며, 선주감독관 권한의 범위 내에서 선주감독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2. 선주감독관의 권한

선주감독관은 이 사건 선박을 인도할 때까지 이 사건 선박의 건조작업 기간에 언제나 이 사건 선박, 의장품 기타 액세서리들, 진행중인 작업 혹은 선박건조에 투입되는 자재들을 그 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 및 자재들이 보관된 장소를 불문하고 이 사건 선박, 의장품 기타 액세서리들이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 및 사양, 계획도에 부합하여 건조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 결정하기 위하여 검사할 권리를 보유한다.

Article VII. 인도

1. 시기 및 장소

건조자는 2010. 1.말까지(이하에서 ‘인도기한'이라 한다) 조선소에서 선박이 적절하게 부양된 상태로 여러 검사의 통과 및 매수인의 승낙 하에 본 계약 제6조에 따라 선박을 매수인에게 인도한다. 다만, 건조자의 선박 인도의 지연이 본 계약이 허용하고 있는 인도 지연사유에 해당한다면 인도기한은 그에 따라 연장된다.

Article X. 지급

2. 지급조건

선박건조대금은 계약의 효력이 유지되는 한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지급한다.

(a) 1차 선수금

매수인은 선박건조대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인 미화 6,760,000달러를 건조자로부터 본조 제8항이 규정하고 있는 선수금환급보증서를 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지급한다.

(b) 2차 선수금

매수인은 선박건조대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인 미화 6,760,000달러를 건조자로부터 강재절단(steel cutting)이 수행되었다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지급한다.

(c) 3차 선수금

매수인은 선박건조대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인 미화 6,760,000달러를 건조자로부터 용골거치(keel laying)가 수행되었다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지급한다.

(d) 4차 선수금

매수인은 선박건조대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인 미화 6,760,000달러를 건조자로부터 진수(launching)가 수행되었다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지급한다.

(e) 5차 선수금

매수인은 선박건조대금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인 미화 6,760,000달러에서 이 사건 계약서 제3조 및 제5조에 따라 선박의 인도 이전에 발생한 계약의 변경 또는 수정으로 인해 증감된 금액을 선박 인도(delivery)와 동시에 건조자에게 지급한다.

(중략)

건조자와 매수인은 자신들의 어떠한 분쟁이나 불일치를 이유로 하여 이 조항에 따른 모든 지급을 지체하거나 유보할 수 없음에 합의한다. 어떠한 분쟁이 있으면 이는 이하 제13조 3) 의 중재조항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

5. 건조자의 선수금환급의무

매수인이 선박의 인도에 앞서 건조자에게 지급한 금원은 건조자에게 지급한 선수금으로 본다. 이 사건 계약상 조건에 의거하여 매수인이 선박의 인수를 거절하거나, 제11조에 따라 건조자가 이 사건 계약을 해제 또는 취소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만일 매수인이 이 사건 계약을 종료, 취소 또는 해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이 사건 계약상 어느 조항에 따라 매수인이 해제, 취소, 종료하면, 건조자는 즉시 미화로 매수인이 인도 전에 지급한 금원 전액 및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한다. (중략) 환급시 이자율은 각 선수금을 지급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계좌이체 등을 통한 환급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연 7%의 비율로 한다.

8. 선수금환급보증

선수금의 환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건조자는 매수인에게, 매수인을 수익자로 하여 매수인이 인도 전에 지급한 금원 및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대한민국 은행이 발행한 선수금환급보증서를 제공하여야 한다. 선수금환급보증서는 첨부한 양식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식 및 내용이어야 한다.

(이하 생략)

Article XI. 매수인의 채무불이행

1. 채무불이행의 정의

채무자는 다음의 각 경우에 이 사건 계약의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a) 1, 2, 3차 및 4차 선수금 중 어떤 것이라도 해당 선수금의 각 지급기일 내에 건조자에게 지급되지 아니할 경우.

2. 선박 인도전 매수인의 채무불이행 효과

만약 매수인이 이 사건 계약상 의무 위반으로 상기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경우,

(a) 그러한 채무불이행이 계속되는 실제 기간 동안 선박의 인도일이 자동으로 연장된다.

(d) 건조자가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통지한 날로부터 7일이 경과할 동안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이 계속될 경우 건조자는 그 선택에 따라 서면으로 건조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e) 상기와 같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에 따라 건조자가 건조계약을 해제하였을 경우, 건조자는 매수인으로부터 지급받은 선수금을 보유하며, 매수인의 채무불이행 및 그에 따른 건조계약의 해제로 인하여 건조자가 입은 손실 및 손해의 전보에 충당할 수 있고, 동시에 선박을 공매 또는 사적 매매의 방법으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Article XIV. 중재

1. 중재인의 선임

아래에 규정된 내용, 작업 또는 건조 또는 이 건조계약과 관련된 문제와 관련하여 당사자 간에 분쟁이나 이견이 발생한 경우 및 이 건조계약에 따른 각 당사자의 의무와 책임의 모든 면에 있어서 분쟁이 있는 경우 그러한 분쟁 및 이견은 런던의 1인 중재인에게 회부된다.

2. 적용되는 법

모든 중재에서는 영국의 1996년 중재법 또는 이에 대하여 당시에 효력을 가지는 수정조항 및 변경조항에 따라 해석되고 적용된다. 중재판정은 양당사자에 대하여 최종적이고 구속력을 가진다.

Article XVIII. 해석과 준거법

이 사건 계약은 영문으로 작성되었고, 2통으로 만들어서 서명되었으며, 일방 당사자는 각각 추가적인 사본들의 작성을 요청할 수 있다. 건조자와 매수자는 계약의 유효성과 해석의 준거법으로 영국법이 적용됨을 합의한다.

다. 1차 선수금의 지급 등

1) 원고는 2007. 9. 10. 창명해운, 오리엔트조선과 이 사건 계약상 창명해운의 지위를 원고로 변경하는 경개계약(Novation Agreement)을 체결하였다.

2) 원고는 우리은행이 발행한 선수금환급보증서(을 16호증, Letter of Guarantee 또는 Refund Guarantee)를 받고, 2007. 10. 18. 오리엔트조선에 1차 선수금 미화 6,760,000달러를 지급하였다.

라. 이 사건 계약해제 통보 및 회생채권의 신고 등

1) 오리엔트조선은 2009. 4. 22.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steel cutting)을 수행하였다고 통보하면서 2차 선수금 미화 6,760,000달러를 청구하였다. 원고가 이를 지급하지 않자 오리엔트조선은 2009. 11. 5. 2차 선수금의 미지급에 따른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였다.

2) 원고는 2010. 10. 7. 오리엔트조선에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이 수행되지 않았으므로 오리엔트조선의 위 계약해제는 효력이 없고, 오리엔트조선의 이행거절 등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였고, 위 통지는 그 무렵 오리엔트조선에 도달하였다.

3) 원고는 이 사건 계약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오리엔트조선에 대하여 1차 선수금 및 그 이자 합계 미화 7,237,752달러의 선수금반환채권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오리엔트조선의 회생절차에서 2012. 4. 23. 위 선수금반환채권을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였다(을 32호증의 1~2), 피고는 원고가 신고한 채권을 모두 부인하였다(을 32호증의 3).

4)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12회확59호로 회생채권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14. 12. 16. 원고의 오리엔트조선에 대한 회생채권은 존재하지 않음을 확정한다는 내용의 회생채권조사확정결정(갑 1호증)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48호증, 을 1, 3, 5, 16, 32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오리엔트조선이 2차 선수금을 청구하려면 이 사건 선박의 강재를 구매하여 설계도면에 따라 이를 절단하는 공정을 수행하여야 하고, 그 수행일로부터 14일 전에 원고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그런데 오리엔트조선은 이 사건 선박의 건조에 사용할 강재를 구매하지 않고 설계용역계약조차 체결하지 않은 채 2009. 4. 22. 다른 선박의 강재 하나를 절단하는 행사를 형식적으로 진행한 후 원고에게 2차 선수금을 청구하였다. 또한 오리엔트조선은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을 주식회사 덕광중공업에서 시행한다고 원고에게 통보하였으나, 다른 곳에서 이를 시행하였으므로 사전통지 의무를 위반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오리엔트조선의 2차 선수금 청구에 응할 의무가 없으므로, 오리엔트 조선의 이 사건 계약해제 통보는 효력이 없다.

2) 이 사건 계약이 유효함에도 오리엔트조선은 그 이행을 거절하면서 이 사건 선박인도 기일인 2010. 1.말로부터 180일 이상이 경과하기까지 이를 인도하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10. 10. 7.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였으므로, 오리엔트조선에 대하여 1차 선수금 미화 6,760,000달러 및 이에 대한 이자 합계 미화 7,237,752달러의 반환채권이 있다.

나. 피고 주장의 요지

오리엔트조선은 2009. 4. 22.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을 수행하고 이를 통지하였으므로 2009. 4. 27. 원고의 2차 선수금 지급기일이 도래하였다. 그런데도 원고가 2차 선수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2009. 11. 5.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해제 통보를 한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은 해제되었고 오리엔트조선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원고로부터 받은 1차 선수금을 보유할 권리가 있다.

3. 준거법

이 사건은 파나마공화국의 법에 따라 설립되어 파나마공화국에 본점을 둔 원고가 대한민국의 법에 따라 설립되어 대한민국에 본점을 둔 오리엔트조선의 공동관리인인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계약에 기한 회생채권의 확정을 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는 외국적 요소가 있어 국제사법에 의해 준거법을 정하여야 한다.

이 사건 계약에서 영국법을 그 해석 및 적용에 관한 준거법으로 정한 사실, 원고가 창명해운의 지위를 승계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원고의 2차 선수금 지급의무의 발생 여부, 오리엔트조선과 원고의 각 계약해제 통보의 효력, 원고의 오리엔트조선에 대한 선수금반환채권의 존재 및 범위 등에 관하여는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당사자가 선택한 법인 영국법이 준거법이 된다.

4. 쟁점별 판단

가. 오리엔트조선의 계약해제 통보의 효력

1) 인정 사실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41호증의 1~2, 44호증, 45호증, 49호증, 50호증의 6~7, 54호증의 1~2, 58~60호증, 67호증의 10~13, 25, 28, 32, 42, 68호증, 을 3호증의 1~8, 20호증의 1의 각 기재 또는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선박건조의 공정 등

(1) 선박건조의 주요 공정은 '① 강재절단(steel cutting), ② 용골 거치(keel laying), ③ 진수(launching), ④ 시운전, 6) 완공, ⑥ 인도'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2) 건조자는 최초 공정인 강재절단 이전에 미리 강재를 구입하고 다른 자재를 준비해야 하므로 초기 투입비용이 전체 선박건조비용의 30% 이상에 해당한다. 또한 공정진행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비용이 투입되므로, 선박건조계약은 일반적으로 각 공정마다 선박건조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는 방법으로 체결된다. 이 사건 계약 역시 선박건 조대금을 분할하여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고, 강재절단 이전에 1차 선수금으로 이 사건 선박건조대금의 20%에 해당하는 미화 6,760,000달러가 오리엔트조선에 지급되었다.

(3) 강재절단은 선박의 건조에 사용될 강재를 설계도면에 따라 절단하는 작업이므로, 이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설계도면 및 계약에서 정한 선박의 사양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선급의 승인4)을 받은 강재가 확보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선박의 선급과 선주감독관의 권한 등

(1) 이 사건 계약에는, 이 사건 선박이 한국선급의 현재 규정 및 규칙에 합당하게 건조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제1조 제3항), 한국선급의 2008년 및 2009년 선급 및 강선 규칙에 의하면(갑 54호증의 1, 2), 강재 등 철강 재료는 한국선급의 승인을 받은 제조공장에서 한국선급이 별도로 정한 기준에 따라 승인을 받은 방법으로 제조된 것이어야 한다.

(2) 이 사건 계약에 의하면, 원고가 파견한 선주감독관은 선박 건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언제든지 그 작업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불문하고 선박건조에 투입되는 자재들을 검사할 권리가 있다(제4조 제1, 2항).

(3) 오리엔트조선과 창명해운은 이 사건 계약과 같은 시기에 같은 내용으로 OSN-1011호선 및 OSN-1012호선에 관한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였다. 한국선급은 위 1011호선(2008. 8. 13. 시행) 및 1012호선(2008. 10. 10. 시행)의 강재절단이 시행되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공정단계확인서를 발급하였고(갑 50호증의 6, 7), 창명해운은 위 선박들에 대한 2차 선수금을 오리엔트조선에 지급한 바 있다.

다) 오리엔트조선의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 통보 및 2차 선수금 지급 요구 등

(1) 오리엔트조선은 2008. 12. 22. 창명해운(2007. 9. 10. 경개계약을 통해 이 사건 선박 매수인의 지위가 원고로 변경되었으므로 이하 '원고'라 한다)에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 행사를 2009. 1. 2. 실시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원고는 2008. 12. 23. 오리엔트 조선에 '이미 강제절단을 수행하였던 OSN-1011호선 및 OSN-1012호선의 공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볼 때 이 사건 선박의 강제절단 행사 일정이 연기되어야 한다'고 요구하였다.

(2) 오리엔트조선은 2008. 12. 24. 원고에게 '통상적으로 국내외 조선업계에서 통용되는 일반적 관행은 조선소가 선박건조계약 후 1차 선수금으로 강재 등을 구매한 후 설계도면에 따라 최초의 강재를 절단하여 실제로 선박건조공정을 착수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선박의 강재 절단 행사를 2009. 1. 8. 실시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원고는 2009. 1. 7. 오리엔트조선에 선행 호선의 공정 지연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통보하였다.

(3) 오리엔트조선은 2009. 2. 23. 원고에게 '2009. 2. 20. 기준으로 이 사건 선박의 E/R(기관실) 및 선수·미 제작용 강재 1,850t이 입고 완료되었다'고 통보하였다(갑 67호증의 25),

(4) 오리엔트조선은 2009. 4. 3. 원고, 원고가 파견한 감독관 D(이하 '선주감독관'이라 한다) 및 한국선급의 검사관 E(이하 '한국선급의 검사관'이라 한다)에게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을 2009. 4. 22. 수행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원고는 2009. 4. 15. 오리엔트 조선에 이미 강재절단을 수행한 선행 호선들의 공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 시행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통보하였다.

(5) 오리엔트조선은 2009. 4. 22, 원고, 선주감독관 및 한국선급의 검사관이 모두 불참한 상태에서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 행사를 진행하였고 같은 날 원고에게 절단한 강재에 대한 검사증명서(Mill Test Certificate), 강재절단도면(Steel Plate NC Cutting Drawing) 및 행사 사진 등을 첨부한 공문을 통해 2009. 4. 27.까지 2차 선수금 지급을 요구하였다(을 3호증의 1~8), 원고는 2009. 4. 27. '오리엔트조선이 단독으로 진행한 강재절단을 수용할 수 없고 2차 선수금도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하였다(갑 67호증의 42).

2) 판단

가) 위 인정 사실, 앞서 든 증기, 갑 6호증, 15호증의 1~2, 33호증의 2, 61호증의 1~2, 을 25호증, 을 26호증의 1~2의 각 기재 및 제1심법원의 주식회사 한국해사기술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원고의 2차 선수금 지급의무가 발생 또는 도래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이 사건 계약 제10조 제2항 (b)호는, '원고가 오리엔트조선으로부터 강재절단이 수행5)되었다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2차 선수금을 지급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2차 선수금 지급의무는 오리엔트조선이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을 수행하였음을 전제로 생긴다.

② 오리엔트조선이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의 강재절단을 수행하였다고 통보하면서, 첨부한 검사증명서(을 3호증의 3)는 중국어로 작성되었는데, 거기에 기재된 강재가 강재절단도면(을 3호증의 4)에 기재된 강재와 일치하는지 알 수 없고, 피고는 그 일치 여부에 대하여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피고가 제출한 강재 입·출고 관리대장에 이 사건 선박의 강재로 제일 먼저 출고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강재(을 25호증 중 419면의 19번째 강재)와 강재절단도면(을 3호증의 4)에 기재된 강재의 번호와 규격 등이 다르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오리엔트조선이 당시 이 사건 선박건조에 사용될 강재를 절단하였는지 알 수 없고 당시 절단한 강재가 한국선급의 승인을 받은 강재인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

③ 오리엔트조선은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을 26호증의 1~2의 각 기재 및 제1심법원의 주식회사 한국해사기술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오리엔트조선은 원고에게 2009. 2. 20. 기준으로 이 사건 선박의 E/R(기관실) 및 선수·미 제작용 강재 1,850t이 입고되었다고 통보하였으나,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이에 부합하는 강재구매계약서 등 관련 거래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강재의 내역 6) 조차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오리엔트조선은 2009. 4. 22.경 강재절단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이 사건 선박의 설계도면 및 강재 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오리엔트조선은 2008년 이후 광양조선소의 신설 등 시설투자에 따른 자금 부족,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조선 경기의 불황 및 선주의 파산, 환율상승으로 인한 환헤지 비용의 증가 등으로 유동성 부족 현상을 겪고 있었고, 그로 인하여 2007년 활황기에 수주한 다수의 선박에 대한 건조작업이 지연 내지 중단되고 있었다. 즉, 오리엔트조선은 이 사건 계약 체결 직후인 2007. 8. 9. 조강해운과 사이에 OSN-1006호를 미화 3,420만 달러에 건조하기로 하는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하고, 2008. 7. 30.경까지 1, 2차 선수금 합계 1,368만 달러를 지급받았음에도, 2009. 6. 경까지 선박건조에 필요한 총 111개의 블록 중 2개의 블록만을 완성한 상태에서 형식적인 용골거치행사를 진행할 정도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결국 2010. 7. 5. 1차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게 되었다.

⑤ 앞서 본 바와 같이 ㉠ 오리엔트조선이 원고로부터 1차 선수금으로 이 사건 선박건조대금의 20%에 해당하는 미화 6,760,000달러를 받았음에도 설계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이 사건 선박건조에 사용할 강재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원고에게 2차 선수금의 지급을 청구하면서 첨부한 강재증명서의 강재와 강재절단도면상의 강재가 일치하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 점, ㉢ 오리엔트조선의 당시 운영 및 재정 상황과 자금난 등을 고려할 때, 오리엔트조선은 이 사건 선박의 강재 절단의 공정에 착수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2차 선수금 청구를 위하여 2009. 4. 22. 형식적인 강재절단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는 이 사건 계약 제10조 제2항 (b)호에서 정한 '강재절단(steel cutting)'으로 볼 수 없다.

⑥ 이 사건 계약 제10조 제2항에서 선수금의 지급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의 어떠한 분쟁이나 불일치를 이유로도 지체되거나 유보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2차 선수금 청구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이다.

⑦ 이 사건 계약 제10조 제2항에 의하면, 선수금에 관하여 어떠한 분쟁이 있으면 중재조항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되어 있는바, 이는 선수금과 관련된 법률관계에 관한 모든 분쟁을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기로 한 중재합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선수금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에 관한 분쟁 발생 시 위 계약조항을 근거로 중재신청 및 중재판정을 거치지 아니하고는 선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만일 위와 같이 해석한다면, 이 사건 계약 당사자는 중재신청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일체 주장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 선박 건조자가 선수금 발생 요건인 강재절단(steel cutting), 용골거치(keel laying), 진수(launching) 등을 정상적으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2차, 3차, 4차 선수금을 순차 청구하는 경우, 매수인으로서는 장기간의 소요가 예상되는 중재판정이 나올 때까지 위 각 선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하는 결과가 되어 현저히 부당하기 때문이다. 즉, 매수인으로서는 선수금 지급의무에 관한 분쟁 및 관련 분쟁을 사후에 중재에 의하여 해결하기로 한 것과는 별개로, 선수금 발생 요건의 충족 여부를 공격방어방법으로 다툴 수 있고, 나아가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계약 제3조 제1항 (c)호에 따라 계약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따라서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원고의 2차 선수금 지급의무가 발생 또는 도래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2차 선수금의 미지급을 이유로 한 오리엔트조선의 계약해제 통보는 효력이 없고, 이로 인하여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볼 수 없다.

나. 원고의 이 사건 계약해제의 효력

1) 위와 같이 오리엔트조선의 계약해제 통보는 효력이 없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유효하다. 그런데 오리엔트조선이 이 사건 선박건조의 이행을 거절하여 결국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선박 인도기한인 2010. 1.말을 경과하여 180일이 지날 때까지 이 사건 선박이 건조되어 원고에게 인도되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분명하다.

2)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계약 제3조 제1항 (c)호에 의해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있고 그에 따라 2010. 10. 7. 피고에게 계약해제를 통보하였으므로 이 사건 계약은 원고의 위 통보가 피고에게 도달한 날 해제되었다.

다. 원고의 선수금반환채권 존재 및 그 범위

1) 오리엔트조선의 귀책 사유로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었으므로, 오리엔트조선은 이 사건 계약 제10조 제5항에 따라 원고에게 1차 선수금 미화 6,760,000달러 및 이를 지급받은 날의 다음 날인 2007. 10. 19.부터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 전날인 2012. 3. 21.까지 연 7%의 비율로 계산한 약정 이자 미화 2,093,199달러[= 6,760,000달러 X 7% x (4 + 155/365)]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따라서 원고의 오리엔트조선에 대한 회생채권은 미화 8,853,199달러(= 미화 6,760,000달러 + 미화 2,093,199달러)의 범위에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미화 7,237,752달러이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오리엔트 조선에 대한 회생채권은 미화 7,237,752달러임을 확정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 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윤강열

판사 유정우

판사 이성

주석

1) 오리엔트조선은 이에 앞서 2010. 8. 9. 부산지방법원 2010회합11호로 회생개시결정을 받았으나, 2012. 1. 27. 회생절차가 폐지되었다가 위와 같이 다시 회생개시결정을 받았다.

2) 이하 'Article I. 3. (a)’의 경우 “제1조 제3항 (a)호'로 번역한다.

3) ‘제14조' 를 잘못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4) 갑 45호증

5) "the steel cutting has been carried out'

6) 오리엔트조선은 조강해운 주식회사(이하 '조강해운' 이라 한다)와 체결한 선박(선체 번호: 1009호)건조계약을 체결하고 2009. 7. 30. 1009호 선박의 강재절단을 수행하였음을 이유로 조강해운에 2차 선수금의 지급을 요청하면서 조강해운의 요구에 따라 1009호 선박의 강재 현황 리스트(갑 15호증의 1~2)를 제시하였다. 이후 관련 소송에서 위 리스트에 기재된 강재들이 대부분 1009호 선박과는 무관한 것이고 그 강재절단 행사에 사용된 강재가 1009호 선박이 아닌 1011호 선박의 건조를 위해 발주한 강재였음이 밝혀졌다(갑 20호증의 1, 갑 33호증의 2, 61호증의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