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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울산지방법원 2009. 3. 20. 선고 2008노420 판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 외 4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장영일

변 호 인

변호사 정기호 외 2인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들은, 공소외 1 주식회사 측의 출입통제 철회 및 고용보장이라는 공동목적을 가지고 공소외 1 주식회사 정문과 남문에서 일자별로 교대하여 피고인들 중 1인이 위와 같은 내용이 쓰여진 피켓을 들고 나머지 피고인들을 포함한 수인이 그 주위에 서서 대오를 이루어 서있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하여 출근하는 공소외 1 주식회사 및 협력업체의 임직원들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었으므로 이는 집회및시위등에관한법률 상의 시위에 해당하며, 피고인들은 매번 피켓을 드는 사람과 주변에 서있는 사람의 구성을 달리하여 번갈아 시위를 하는 등으로 각자 각 시위의 주최자가 되어 행위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관할경찰서장에게 사전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옥외시위를 개최한 피고인들에게는 유죄를 선고하여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무죄를 선고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 피고인 1, 2, 3, 4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협력업체인 공소외 2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였고, 피고인 5는 또 다른 협력업체인 공소외 3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였다.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디지털화,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년간 적자가 발생한 브라운관 등 사업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하고, 해당공정 협력업체인 위 각 회사와 2007. 2. 15.자로 도급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통지를 2007. 1. 15. 발송하였다.

그러자 위 각 회사 소속 근로자 12명은 2007. 1. 23.부터 4일간 공소외 1 주식회사 사내에서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였고, 공소외 1 주식회사 측은 위 각 회사의 대표이사들의 요청에 의해 2007. 1. 29.자로 위 12명의 근로자들에 대해 사내출입을 통제하였다.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하고자 하는 자는 그 목적, 일시, 장소, 주최자·연락책임자·질서유지인의 주소·성명·직업·연락처, 참가예정단체 및 참가예정인원과 시위방법을 기재한 신고서를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경찰서장에 제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을 이유로 소위 ‘출근투쟁’을 한다는 명목으로 1인 시위를 가장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 정문 및 남문 앞에서 미신고 옥외시위를 개최하기로 결의하였다.

피고인들은 관할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2007. 1. 31. 16:50경부터 18:23경까지 울산 울주군 삼남면 (이하 생략)에 있는 공소외 1 주식회사 남문 앞에서 피고인 1은 미리 준비한 “명분없는 출입통제 즉각 철회하라! 고용보장을 원하는 파트너사 사원들...”이라는 내용의 피켓 1개를 들고 서고, 피고인 4는 피고인 4, 공소외 4, 5와 그 옆에서 대오를 이루며 위력을 과시한 것을 비롯하여 그 일시경부터 같은 해 2. 7.경까지 총 17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시위를 개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관할경찰서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하고 옥외시위를 공동주최하였다」라는 것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에 대하여,『 가. 이 사건 피고인들의 행위가 시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집시법 제2조 제2호 는 “시위”라 함은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도로·광장·공원 등 공중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진행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2) 위 규정에 의하면 ‘시위’라고 하는 것은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 ‘공공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는 개념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3) 살피건대, 이 사건 피고인들의 경우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서 고용보장 등을 주장하면서 피고인들 중 1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정문 또는 남문 앞에서 위 주장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는바, 실질에 있어 피고인들은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고용보장이라고 하는 일정한 목적달성을 위하여 집시법상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 소위 ‘1인 시위’를 하였던 것이고, 이는 집시법에서 신고대상으로 규정하는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들 중 1인이 피켓을 들고 있을 때 다른 피고인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피고인의 주변으로 모여든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대외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별도로 구호를 외친다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등 일체의 의사표시를 하였음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1인 시위로서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03. 5. 21. 선고 2002나60701 판결 참조).

(4) 또한 집시법상 신고대상인 시위는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이어야 하는바,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의 1인 시위의 장소가 공소외 1 주식회사의 정문과 남문 앞에 국한된 점, 피고인들이 순차적으로 들고 있던 피켓의 내용이 공소외 1 주식회사를 상대로 하여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인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인들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는 상대방은 불특정 다수인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고용보장을 결정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경영진에 제한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점에 있어서도 집시법상의 시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나.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또는 공동하여 시위를 주최한 것인지의 여부

(1) 집시법은 제14조 에서 주최자의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제16조 에서 참가자의 준수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집회 또는 시위의 경우 개념적으로 주최자와 참가자가 구분됨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미신고집회, 시위 등의 경우 주최자에 한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집시법 제19조 제2항 ).

(2)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의 행위가 집시법상의 시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또는 공동하여 이 사건 미신고시위를 주최한 것인가에 관하여 본다.

(3) 소위 공모공동정범에 있어서의 공모는 두 사람 이상이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가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각자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나, 그 공모의 판시는 모의의 구체적인 일시, 장소, 내용 등을 상세하게 판시하여야만 할 필요는 없고 의사합치가 성립된 것이 밝혀지면 된다(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도3631 판결 등).

그러나 집회 또는 시위의 경우 그 개념상 당연히 2인 이상 다수인의 결합을 전제로 하는 것인바, 소위 위와 같은 공모공동정범이론을 그대로 적용하여 미신고 옥외집회나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를 정범 즉, 집회나 시위의 주최자로 보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무리한 해석이라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촛불집회의 경우처럼 다수인이 공동의 목적을 추구한다는 내적인 유대관계를 전제로 모여 있다고 하더라도, 주최자가 없이 자발적으로 모이거나 주최자의 주도가 아니라 참가자들간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집회의 방법(구호제창, 행진여부)이나 시기 및 종기, 태양 등을 결정하고 집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형태의 집회를 충분히 상정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모든 참가자를 주최자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4) 이 사건 경우 검사는 피고인들이 총 17회의 미신고시위를 주최하였다고 기소하였으나, 피고인들의 위 각 행위가 시위에 해당한다고 본다면, 이는 각 일시, 장소, 현장참가자 등을 달리하는 경우로서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으로 보아야 할 것인바, 피고인들의 경우 단순히 공동의 목적을 같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에 있지도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연락의 여부, 가담 및 인식의 정도, 구체적인 행위의 태양 등을 불문하고 주최자로서 다른 피고인들의 시위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질 수는 없다.

(5) 따라서 이 사건 피고인들의 각 행위가 집시법상의 시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각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에게 공소사실 기재 총 17회의 시위에 대해 공동으로 주최하였다는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라고 하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을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 주장과 같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국(재판장) 나청 이효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