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무효확인][미간행]
[1]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ㆍ제출하게 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해고처분에 대한 명시적 이의 유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후 해고처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 경우
[1]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 제31조 [2] 민법 제2조 , 근로기준법 제30조 제1항 , 제31조
이윤필 외 16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산 담당변호사 이원영)
에스케이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조용환 외 2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심리미진 및 채증법칙 위배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그 채용한 증거에 의하여 판시사실을 인정하였는바, 관련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심리미진이나 채증법칙을 어겨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사직서 제출의 효과에 관한 법리 오해의 점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 대법원 2002. 5. 14. 선고 2000두467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원고 이윤필, 이택완, 최정수, 윤혜선, 이문섭, 강기영, 김동환, 박봉익, 주이차, 이상국의 사직서 제출에 관하여는,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에 비추어 위 원고들은 사직서의 수리 여부, 수리 기준 등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한 채 단순히 회사의 경영악화에 책임을 지겠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형식적 제출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회사 상부의 결정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직의 의사가 없음에도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다 할 것인데, 합병 전 국민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국민생명'이라 한다)가 이러한 상황하에서 제출된 사직서를 수리하여 원고들을 퇴직처리한 것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원고 김영범, 이관섭, 김성수, 박경환, 이재학, 최윤규, 이창희의 사직서 제출에 관하여는,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나아가 위 원고들이 소속되었던 직판팀의 근로조건은 다른 근무부서와 비교할 때 정상적인 근로를 제공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것이었다 할 것이고, 원고들이 그와 같은 근로조건하에서 회사측의 사직서 제출 종용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할 것이며, 따라서 원고들이 직판팀에 전보발령을 받아 결국 사직서 제출에 이르게 된 과정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보면, 위 직판팀은 그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해고에 따른 잡음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설치된 부서에 불과하고, 위 원고들의 퇴직이 형식적으로는 의원퇴직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사직원의 제출이 특정 사원에 대한 위법한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회사의 적극적인 강요에 의한 것이었고 사실상 퇴직할 대상 사원이 회사에 의하여 확정되어 있었으며 이들에게는 퇴직 이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원고들의 퇴직은 실질적으로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를 사용자가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종료시킨 것으로서 사실상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판단은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수긍이 가고, 거기에 사직서 제출의 효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무효행위의 추인 내지 신의칙에 관한 법리 오해의 점에 대하여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으나, 다만 이와 같은 경우라도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해고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된다 ( 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51847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원고들은 사직서제출 종용에 대하여 회사측에 줄곧 항의하였고, 원고들을 비롯한 사원들이 사직서를 제출하자 회사측이 사직처리와 동시에 사원들이 회사로부터 대출받은 대출금의 이율을 연 4%에서 연 22%로 올리겠다고 하므로 이에 이자부담을 두려워한 일부 사원들은 퇴직금으로 대출금을 상계하고 나머지 퇴직금을 수령하였으며, 퇴직금을 수령하지 않은 사원들에 대하여는 회사측이 일방적으로 대출금과 퇴직금을 상계처리한 후 나머지 퇴직금을 사원들의 은행계좌로 송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들은 자신들에게 미칠 불이익을 두려워하여 일단 퇴직금을 수령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해고된 직원들이 여러 차례 모여서 위와 같은 일방적인 사직서 수리조치가 부당하다며 항의하는 등 국민생명측에 이의를 제기한 사정 등 원고들의 해고 전후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일부 원고들이 퇴직 후 일시적으로 다른 직장에 근무하였다거나 원고들이 해고된 후 약 9개월 내지 1년 8개월 남짓 지나 이 사건 해고무효의 소를 제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해고를 추인하였거나 그 소제기 행위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판단은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수긍이 가고, 거기에 무효행위의 추인 및 신의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점 상고이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