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인정된죄명:상해치사)등피고사건][하집1987(2),487]
주된 공소사실을 배척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을 받아들여 유죄선고한 것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상고하여 파기환송된 경우, 환송받은 법원의 심판범위
검사가 살인죄로 기소하였으나 1심이 공소장변경없이 상해치사죄로 인정하자 검사 및 피고인쌍방이 항소하여 검사가 주위적 청구는 살인죄로 유지하고,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로 공소장을 변경함에 따라 항소심이 살인죄는 무죄, 상해치사죄는 유죄로 판단한 것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상고하여 파기환송된 경우 환송받은 법원은 주된 공소사실인 살인죄에 대하여는 다룰 수 없다.
피고인
검사 및 피고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원심판결선고 전 구금일수 중 50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되는 날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한 상해치사의 점은 무죄
1. 당심의 심판범위
살인(상해치사)부분에 관한 당심의 심판범위부터 살펴본다.
검사가 애초 살인죄로 기소한 이 사건에 대하여, 원심은 공소장 변경절차없이 상해치사죄로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했고, 이에 대해 검사 및 피고인은 각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했는 바, 환송전 당심에 이르러서 검사가 예비적으로 상해치사죄로 공소장을 변경함에 따라 환송전 당심은 주된 공소사실인 살인부분은 이유에서 무죄라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상해치사부분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했던 바, 이에 대해서는 피고인만 같은 이유로 상고하여, 대법원에서 피고인의 상고를 받아 들여 위 항소심 판결을 파기함으로서 이 사건이 당심에 환송된 사실은 기록상 명백하다.
그렇다면 검사가 살인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적어도 피고인에 대해 주된 공소사실이었던 살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해서는 이제는 더이상 다툴 수 없게 되었다고 봐야 함이 상당하므로, 당심은 오직 예비적 공소사실은 상해치사의 유무죄만을 심판범위로 하여 이를 판단키로 한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 및 그 변호인의 각 항소이유 요지 중 첫째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상해조차 가한 일이 없는데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상해치사죄를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흠이 있다는 것이고, 둘째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자라온 환경 및 현재 처해 있는 가족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것이며,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는 피고인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상해치사로만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흠이 있다는 것인 바, 검사의 항소이유에 관해서는 이미 당심의 심판범위와 관련하여 밝힌 바와 같고, 피고인의 항소이유 중 먼저 사실오인의 주장에 관하여 보거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해치사죄에 관하여는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의 선고를 하여야 할 것인데도, 원심이 이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므로, 이 점 항소논지는 이유있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나머지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그와 상습도박죄가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관계에 있어서 하나의 형이 선고된 만큼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기로 한다.
피고인은 상습으로,
1984.10.중순 일자불상 22:00경부터 다음날 01:00경까지 사이에 대구 (상세지번 생략). (술집명 1 생략) 싸롱의 방안에서 카드 52장을 사용하여 1회에 판돈 100만원 내지 100,000원씩 걸고 40내지 50회에 걸쳐 속칭 포카란 도박을 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기재와 같이 전후 11회에 걸쳐 각 도박을 하였다.
판시사실 중 상습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 사실은,
1. 원심의 공판조서(제1회)중 피고인 및 공소외 1의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검사 작성의 피고인 및 공소외 1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와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2, 3, 4, 5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각 진술기재
1. 공소외 1, 2, 3, 4, 5 작성의 각 자술서 중 이에 부합하는 각 기재
1.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6에 대한 진술조서 중 이에 부합하는 진술기재 등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으며,
판시 상습의 점은, 피고인이 판시와 같이 단기간내에 여러번에 걸쳐 도박을 한 점, 범행의 동기, 판돈의 규모, 도박장소, 피고인의 직업, 수입, 기타 여러 사정에 의하여 그 습벽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판시 각 사실은 모두 그 증명이 있다.
피고인의 판시 상습도박의 각 점은 포괄하여 형법 제246조 제2항 , 제1항 에 각 해당하는 바, 소정형 중 징역형을 선택하여, 그 형기범위내에서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하고, 형법 제57조 에 의하여 원심판결선고전 구금일수 중 50일을 위 형에 산입하되, 피고인은 동종의 전과가 없고, 이건 범행을 뉘우치고 있을 뿐아니라 공범 공소외 1 역시 당원에서 용서를 받고 석방된 점 등 그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형법 제62조 제1항 에 의하여 이 판결이 확정되는 날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3. 무죄부분
이 사건 공소사실(예비적)의 요지는, 피고인은 1985.10.24. 11:10경 대구 (상세지번 생략) 소재 건물 4층 피고인의 집에서 딸 아름이(6세), 같은 집에 함께 살고 있던 처제 공소외 7과 공소외 8, 공소외 8과 동거하는 미국인 공소외 9 등이 출타하고 난 후 처인 피해자 공소외 10(28세)과 단둘이 주방식탁에 앉아 있던 중 피해자가 동년 10.27. 공소외 7, 8, 9와 같이 내장산 단풍놀이를 가는 데 필요한 경비를 달라고 하자 저녁에 돌아와 돈을 주겠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말을 듣지 않고 피고인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면서 당장 그 경비를 내놓으라고 한다는 이유로 격분하여 피해자의 어깨를 잡아 확 뿌리쳐 주방벽에 부딪치면서 주방의자 모서리 부분에 머리를 부딪치고 바닥에 넘어지게 하고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다가 머리를 감싸쥐고 뒤따라 나온 피해자가 왜 때리느냐고 하여 다시 오랫동안 옥신각신한 후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옷을 갈아 입으려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피해자가 다시 돈을 주지 않고 어디를 가느냐고 하면서 피고인의 옷자락을 잡고 매달리자 격분하여 피해자의 가슴부분을 잡고 뒤로 떠밀어 소파의 나무팔걸이에 머리를 부딪치게 하고 다시 달려드는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아 머리를 거실 마루바닥에 쳐박고 계속 달려드는 피해자의 머리를 소파의 나무팔걸이에 쳐박에 피해자에게 두피하출혈상 등을 가하고 이에 피해자가 신음소리를 내며 맥없이 축 늘어지며 의식을 잃어버리자 순간적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오인하고 피고인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외부침입강도의 소행으로 위장할 것을 결심하고 거실의 구석창고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진공청소기에 연결된 전선줄에 이어져 있던 길이 2.8미터 가량의 전선(증 제1호)을 잡아 떼어 나와 피해자의 목을 1회 감은 다음 몸뒤에서 힘껏 두 번 잡아 당긴 후 각 방을 돌아다니면서 옷장과 서랍장의 미닫이를 모두 약간 열어 젖히고 실신한 피해자를 욕실로 끌고가 물이 반정도 채워져 있던 욕조안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밀쳐 넣어 같은 날 11:40경 피해자를 교사케 하였다라고 함에 있고, 이에 대해 피고인은 검찰이래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를 때려 상해를 입힌 일은 커녕 공소범죄일시에 범죄장소에 있지도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으므로, 아래에서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각 증거를 항목별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1)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은 경찰에서 당초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하였다가 그 다음부터는 공소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바 있으나, 피고인은 경찰에서의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고 있어서 이를 유죄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 없다.
(2) (가) 증인 공소외 11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사법경찰리 작성의 공소외 12, 13에 대한 각 진술조서와 압수조서 및 압수된 증 제1호의 현존
(나) 증인 공소외 14의 원심에서의 증인 및 동인작성의 소견서
위 (가)의 각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1985.10.31. 13:00경 경찰관에게 자기가 이 사건 범행에 사용한 전선을 사건당일 대구 북구 침산동 소재 한국유리공업사 대구하차장 앞 하수도에 버렸으니 같이 가면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여 경찰관이 피고인을 대동하고 그곳으로 가서 피고인이 지적하는 장소에서 증 1호를 찾아내어 압수한 사실이 인정되고, 한편 위 (나)의 증거에 의하면, 공소외 14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의뢰서 피해자의 경부조직에 나타난 색구의 폭은 약 0.8센티미터이고 색구의 양종단면에 평행선으로 표피박탈이 나타나 있는 점과 증 제1호의 폭은 약 0.7센티미터이고 전선의 중앙부분이 약간 함몰된 점을 대비하면 피해자의 경부에 나타난 색구는 증 제1호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술하고 있으니 이들 증거들은 일응 공소사실에 부합되듯이 보인다.
그러나 위 (나)의 증거에 의하더라도 사체의 목에 나타난 색구는 위 증 제1호 전선에 의하여 야기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데 지나지 않는 것이므로, 위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해자의 목에 나타난 색구가 위 증 제1호 전선에 의하여 생길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하고 위 전선이 바로 피해자의 사체에 나타난 색구를 형성한 전선이라고 단정할 자료는 되지 아니한다.
오히려 (가) 의사 공소외 15가 작성한 감정서에 의하면 피해자의 경부에 나타난 색구는 폭 0.2센티미터 내지 0.3센티미터의 2선으로 수평인 것으로 되어 있고, 전선의 중앙부분이 약간 함몰된 증 제1호로는 그와 같은 색구가 생길 수가 없어 증 제1호는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이고, (나) 피고인이 만약 이 공소사실과 같은 경위로 범행을 하였다면, 이 사건 당일 증 제1호를 버릴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었고, 실제로 피고인은 이를 버린 날짜는 같은 달 29.이라고 진술하고 있으며,
(다) 또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증 제1호를 버리게 된 동기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직후부터 피고인에게 혐의를 두고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데 사용한 전선인 두 가닥이 붙어 있는 라디오선이 피고인방 서랍속에서 이미 발견되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식까지 끝나 있다며 자백을 종용하기에 가만히 앉아서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쓸 수는 없고 무언가 대응책을 내어 끝까지 혼자서 싸울 생각으로 수사에 혼선을 빚게 하기 위하여 굵은 단선을 숨겨 놓았다가 나중에 경찰관으로 하여금 찾아내게 하려는 것이었고, 피고인이 그날 대구중부경찰서 수사과장실에서 동 수사과장으로부터 "너가 범인이 아니라면 얘기를 해라" "다른 누군지 범인을 알고 있는게 아니냐" "뒤집어 쓸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등 인간적인 권유를 받고도 굳이 경찰에게 헛걸음하는 셈치고 3,40분만 시간을 내어 달라고 사정을 하여 증 제1호를 찾아 낸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는 것이니 결국 위 각 증거들로서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
(3) 검사 작성의 공소외 1, 16에 대한 각 진술조서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진술조서에 의하면, 피해자의 장례일인 같은 달 26. 대구시립병원 영안실 마당에서 피고인과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어디 알아보고 부모형제없는 불쌍한 사람을 구하여 그 사람으로 하여금 피해자를 죽였다고 자수하도록 하여달라, 피해자를 죽였다고 나서는 사람에게는 후한 사례를 하도록 해 주겠다는 내용의 부탁을 하였다는 것이고, 공소외 16에 대한 진술조서에 의하면, 같은 달 29.24:00경 피고인이 공소외 16에게 불쌍한 사람 하나를 구해서 자기가 피고인의 처를 죽였다고 말해주면 돈 5,000만원을 주겠다는 말을 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나, 그 진술내용으로 보아 이 증거들이 이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증거가 될 수 없음은 명백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경찰이 범인을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피고인에게만 혐의를 두고 있어 그 당시 가장 친한 친구인 원심 상피고인 공소외 1에게, 누가 범인이라고 나타나면 원망은 커녕 큰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전재산이라도 주겠다고 넋두리를 하여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 뿐이고, 피고인이 같은 달 29. 공소외 1의 처를 만나 이야기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다투고 있는 터이니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들 증거로도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할 수는 없다할 것이다.
(4) 증인 공소외 17의 원심법정에서의 각 진술과 압수된 메모지 2매(증 제7호)의 현존
위의 각 증거에 의하면, 공소외 17이 피고인이 경찰서에 구속되어 있을 당시 피고인의 모친의 부탁에 따라 피고인을 면회하러 갔더니 피고인이 내주는 내의속에서, 공소외 17에게 익명으로 자기가 범인이며 범행에 사용한 야전삽과 줄넘기, 장물인 카메라렌즈 등을 송림사 부근 저수지에 빠뜨렸으니 건져가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경찰당국 기타 언론기관에 보내고 피고인이 버린 물건 가운데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 필름을 찾아서 없애버려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적힌 메모지(증 제7호)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고, 피고인 역시 공소외 17에게 위와 같은 메모를 비밀리에 전하고 송림사 부근 저수지에 가서 카메라, 렌즈, 필름 등을 버린 사실은 시인하고 있으나 이들 증거 역시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것은 피고인이 경찰에서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받아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이 조사한 도난품목에 카메라, 필름, 렌즈 등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피고인이 경찰에서 이 사건 범인으로 자백했다가 나중에 재판과정에서 제3의 인물을 이 사건 범인으로 등장시킨 후 그 증거물로 사용하여 피고인의 혐의를 벗기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1985.10.29.경 피고인이 사용하던 카메라 렌즈와 필름, 줄넘기 등을 경북 칠곡군 동명면 소재 송림사 부근 저수지에 빠뜨렸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는 것이고, 또 사실 범인이 아닌자도 정황에 의하여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증거조작을 시도하는 경우가 왕왕 있으므로 이 역시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단정할 증거는 되지 못한다 할 것이다.
(5) 증인 공소외 7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피해자의 여동생인 증인 공소외 7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그녀가 피해자가 사망한 날 최초로 사건현장을 목격하고 그녀의 방에 들어가보니 옷장문 및 서랍장 등이 모두 열려 있었고, 현금 1,000원짜리 30,000원과 카메라, 렌즈는 없어졌으나, 옷장 서랍 안에 있던 미화 1,100달러와 현금 200,000원은 그대로 있었고, 서랍을 열어 놓았으나 대강대강 뒤진 흔적만이 보였다는 것이나 이 역시 평소 피해자와 면식이 있는 누군가가 그녀를 교사케 하고 강도를 당한 것으로 위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할 뿐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단정할 증거가 될 수 없다.
위에서 공소사실에 일응 부합되는 듯한 증거들을 살펴보았는 바, 이들 증거외에는 달리 공소사실에 부합되는 증거가 보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원심과 당심이 조사한 여러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을 이 사건 범인으로 단정하기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범행시간, 피해자의 사망시간, 범행동기 등에 관하여 여러가지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즉 (1) 범행시간에 관하여, 공소외 18과 공소외 19의 경찰 및 검찰에서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사건당일 11:35경에는 피해자인 피고인의 처와 함께 그의 집에 있었다고 인정되고, 또 피고인이 (술집명 2 생략)클럽에 도착한 시각은 11:55경이라고 인정되므로 결국 피고인이 11:35에서 11:55사이에 이 사건 상해치사범행을 저지르고 피고인의 집에서 (술집명 2 생략)클럽까지 갈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원심의 검증조서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거주하던 4층 건물의 1층 앞에서 (술집명 2 생략)클럽까지 승용차를 운전하여 10분이상이 소요됨을 인정할 수 있고(원심증인 공소외 15의 진술에 의하면, 사람이 목을 졸려 질식사하는데는 5분이상 소요된다고 한다), 피고인이 나머지 시간 동안에 피해자가 단풍놀이 경비를 내놓으라는 이유로 시비하여 피해자를 구타하고 피해자가 실신하자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 데 사용한 전선을 찾아내어 떼어오고 외부침입강도로 위장하기 위하여 방 3개의 서랍을 모두 뒤지고 사체를 목욕탕까지 끌고 갔으며 거주하던 4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시간상 무리라고 아니할 수 없다.
(2) 피해자의 사망시각에 관하여,
감정인 공소외 20의 감정서기재에 의하면, 피해자의 사망시각은 사체로부터 추출한 위 내용물의 소화정도에 비추어 식후 1 내지 2시간 경과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고, 피고인은 11:00경 피해자와 아침식사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 바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추정시각이 감정되기도 전에 의도적으로 피해자와의 식사시각을 꾸며서 진술하였다고 볼 증거도 없는 터에 피해자의 사망시각을 11:40경이라고 보는 것은 위 감정서의 기재와 배치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범행의 동기 및 경위에 관하여,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에 피해자가 동생들과 단풍놀이 가는 데 필요한 경비를 달라고 하자 저녁에 주겠다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당장 내놓으라고 한다는 이유로 격분하여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고 피해자가 실신하자 사망한 것으로 오인하고 외부침입강도로 위장하기 위하여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록에 편철된 여행알선계약서의 기재(수사기록 52면)와 공소외 8의 검찰에서의 진술(수사기록 757면)에 의하면, 피해자가 그의 동생 공소외 7, 8 및 공소외 8의 동거인과 함께 1985.10.27. 내장산단풍놀이 당일관광을 각자 비용을 내어 함께 가기로 하고 관광버스요금도 각자 추렴하여 10.23. 완불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바, 당일관광의 가장 큰 경비인 관광버스요금을 완납한 상황에서 아직 여행일자가 3일이나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액수도 아닌 비용을 남편에게 미리 달라고 요구하고 당장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업원의 전화를 받고 출근하려는 남편을 못나가게 행패를 부렸다는 것은 일상경험에 비추어 납득할 수 없고, 공소사실기재와 같은 발단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구타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구타로 처인 피해자가 의식을 잃어 버렸다면 경험칙상 처를 소생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통례이지 금방 자신의 처벌이 두려워 강도살인을 당한 것처럼 위장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와 같이 위장하려는 마음이 들었다 하더라도 강도의 소행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하여 서랍 등을 흐트려 놓음으로써 족한 것이지 구태여 전선줄을 찾아내어 목을 조르고 사체를 들어 목욕탕에 옮긴 후 상체를 물에 잠기게까지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살펴 본 증거들만으로는 위에는 본 여러 가지 의심을 풀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교사케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그 밖에 원심검증조서, 사법경찰리작성의 공소외 8, 12, 13, 19, 21, 22에 대한 각 진술조서나 피해자의 사망원인 및 일시에 관한 공소외 15 작성의 감정서 및 사체검안서 등의 각 증거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해하고 교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증거로는 되지 않으며, 달리 피고인을 상해치사의 유죄로 단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의 선고를 하는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