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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3다30807 판결

[채무부존재확인][공2004.12.15.(216),1999]

판시사항

[1] 일반거래약관의 구속력의 근거

[2] 선박의 양도를 선박보험계약 종료사유로 한 상법 제703조의2 제1호 의 규정 취지 및 조업허가를 목적으로 허위의 선박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사정이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보통보험약관을 포함한 이른바 일반거래약관이 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계약당사자에게 구속력을 갖게 되는 근거는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갖기 때문은 아니며 계약당사자가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를 하였기 때문이다.

[2] 상법 제703조의2는 제1호 에서 "선박을 양도할 때"를 자동종료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처럼 선박의 양도를 보험계약의 자동종료사유의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선박소유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은 인수 여부의 결정 및 보험료율의 산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따라서 소유자의 변경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대한 위험의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업허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보험계약상 중대한 위험의 변경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 비추어 그와 같은 경우를 상법 제703조의2 제1호 의 "선박을 양도할 때"에 해당한다고 새길 수는 없다.

원고,피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동국제 담당변호사 서동희 외 3인)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삼풍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구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는 화재보험, 해상보험 등의 보험 및 재보험 업무를 주된 영업으로 하는 보험회사이고, 피고는 "시옥스(Sea Ox)호(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의 사실상의 선주로서, 모닝유통이라는 상호로 도소매·운수업 등을 영위하는 자이다.

(2) 피고는 2001. 3. 중순경 일본의 선주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매입하였으나, 선박운영의 편의상 그 소유 명의는 캄보디아 회사인 소외 로사 캄보디아 피슁 코 엘티디(Rosa Cambodia Fishing Co., Ltd.)로 한 후, 위 회사와 사이에 피고가 경영하는 모닝유통을 이 사건 선박의 관리인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3) 원고는 2001. 3. 22.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보험기간을 2001. 3. 22. 12:00부터 2002. 3. 22. 12:00까지로 정하되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Institute Time Clauses - Hulls)을 적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전손담보조건부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 제4조 제2항은 "자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피보험선박의 소유권 또는 국적의 변경, 새로운 선박관리인으로의 이전, 나용선, 또는 피보험선박의 소유권 또는 사용권의 수용(any change, voluntary or otherwise, in the ownership or flag, transfer to new management, or charter on a bareboat basis, or requisition for title or use of the Vessel)이 있는 경우"를 보험자가 서면에 의하여 별도로 동의하지 않는 한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종료하는 사유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4) 이 사건 선박은 위 보험기간 중인 2001. 4. 4. 부산항을 출발하여 같은 달 12. 필리핀 바탕가(Batangas)에 도착하여 정박하던 중 같은 달 15. 기관실을 포함한 거주구역 전체가 불에 타는 화재사고(이하 '이 사건 화재사고'라고 한다)가 발생하였다.

나. 원심은 이 사건 사고가 고의에 의하여 발생한 사고이어서 면책된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는 고의 사고라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체결된 이후인 2001. 4. 2. 피고가 필리핀 회사인 소외 그레이트 마리타임 쉽 매니지먼트 인크(Great Maritime Ship Management Inc., 이하 '그레이트 마리타임'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의 관리권을 이전하는 소유권취득부 나용선계약과 합작어업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 제4조 제2항 소정의 새로운 선박관리인으로의 이전(transfer to new management)에 해당하여 보험계약이 자동종료되었다는 주장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내용의 소유권취득부 나용선계약서와 합작어업계약서가 작성된 사실은 인정되나, 다른 한편으로 위 두 계약서는 이 사건 선박이 필리핀에서 조업하기 위한 어업허가를 얻기 위하여 작성된 사실 및 피고는 위 두 계약을 체결한 날인 2001. 4. 2. 그레이트 마리타임과 사이에 ① 위 두 계약은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도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서 무효로 하며, ②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도는 선박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서, 모닝유통은 그레이트 마리타임을 필리핀의 선박대리점으로 선임하고, ③ 모닝유통은 2001. 4. 2.부터 2002. 3. 2.까지 그레이트 마리타임에게 선박대리점 수수료로 월 미화 1,000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관리권은 피고로부터 그레이트 마리타임에게 이전되었다고 할 수 없어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 제4조 제2항에 규정된 '새로운 선박관리인으로의 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척하면서도, 피고가 위 선박나용선계약 및 합작어업계약이 체결된 날과 같은 날인 2001. 4. 2. 이 사건 선박을 그레이트 마리타임에게 미화 10만 달러에 매도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이 사건 선박을 위 매도가격인 10만 달러(한화 약 1억 2천만 원)를 초과하는 일화 23,700,000엔(한화 약 2억 3천만 원)에 매수하여 일화 14,273,800엔(한화 약 1,400만 원)을 들여 수리하였으며, 2001. 4. 15. 이 사건 화재사고가 발생하자 필리핀 회사인 소외 시 파인 쉬핑 코프(Sea Pine Shipping Corp.)를 피고의 대리점으로 새로 지정하여 이 사건 선박의 사고 처리를 위임하였고 그로 인한 비용을 부담하였으며, 2001. 4. 16.에는 매수인에 해당하는 그레이트 마리타임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에 대한 경비의 지급을 요구받기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가 실제 이 사건 선박을 매도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으나,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에서 자동종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선박의 소유권에 자의에 의하든 아니든 간에 어떠한 변경'이 있는 경우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와 비교하여 소유권에 다른 상태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유효한 소유권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위 규정에 따른 소유권의 변경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어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외부로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을 피고로부터 그레이트 마리타임으로 이전하는 계약이 체결되었다면, 내부로는 피고와 그레이트 마리타임 사이에 피고에게 여전히 소유권을 유보하도록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 조항 소정의 보험계약의 자동종료사유인 '소유권에 어떠한 변경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위 매매계약 또한 단지 필리핀에서의 어로작업이나 항해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체결된 것으로서 실제 선박이 매도된 것은 아니므로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고 따라서 이 사건 선박의 소유권에 어떠한 변동도 없다는 취지의 피고의 항변을 배척하고,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사고에 대한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그러나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전손담보조건부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1983)이 적용됨을 전제로 하여 '소유권의 변동(change ... in the ownership)'이라는 사유가 발생하여 그 약관 제4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나. 보통보험약관을 포함한 이른바 일반거래약관이 계약의 내용으로 되어 계약당사자에게 구속력을 갖게 되는 근거는 그 자체가 법규범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갖기 때문은 아니며 계약당사자가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것인바 ( 대법원 1986. 10. 14. 선고 84다카122 판결 등 참조),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당사자들 사이에서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원고의 주장에 의하자면 전손담보조건부약관으로서 1983. 10. 1. 개정된 것)을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하기로 명시적으로 합의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약관을 계약내용에 편입시킨다는 취지가 담긴 보험계약서 내지 청약서가 작성되었다는 사정이나 기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그 점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추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위 협회기간보험약관(1983)을 적용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2001. 4. 2.자 매매계약의 체결사실과 관련하여 살펴보더라도,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스스로 의문점으로 지적한 사정들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위 매매계약의 작성일자 역시 2001. 4. 2.로서 위 소유권취득부 나용선계약 및 합작어업계약의 체결일자와 동일한데, 원심이 후자의 두 계약과 관련하여서는 그 당시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도가 당사자들 사이에 "선박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위 두 계약은 조업허가를 얻기 위하여 편의상 작성한 것이라는 취지가 명시된 같은 날짜의 이면약정이 있음을 들어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면서, 유독 선박대리점 계약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후자의 두 계약과 마찬가지인 매매계약만은 유효하다고 본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오히려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양 당사자의 진정한 의도는 "선박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려는 것 뿐이었고 따라서 위 매매계약 역시 진정한 의사에 기한 것이 아닐 개연성이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이 대목에 있어서도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한편, 이 사건 보험계약에 대하여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1983)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경우 해상보험에 관한 상법 제693조 이하의 조항들이 보충적으로 적용되게 될 것이고, 그 중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1983) 제4조 제2항에 상응하는 상법 제703조의2는 제1호 에서 "선박을 양도할 때"를 자동종료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처럼 선박의 양도를 보험계약의 자동종료사유의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선박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선박소유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은 인수 여부의 결정 및 보험료율의 산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따라서 소유자의 변경은 보험계약에 있어서 중대한 위험의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업허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점만으로는 보험계약상 중대한 위험의 변경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 비추어 그와 같은 경우를 상법 제703조의2 제1호 의 "선박을 양도할 때"에 해당한다고 새길 수는 없을 것이다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1983)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바, 영국의 법과 관행에 따를 때 위와 같이 허위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경우가 그 약관 제4조 제2항의 소유권의 변경(change ... in the ownership)에 해당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도 찾기 어렵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보험계약에 협회선박기간보험약관(1983)이 적용됨을 전제로 하여 '소유권의 변동(change ... in the ownership)'이라는 사유가 발생하여 그 약관 제4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보험계약이 종료되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나머지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를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윤재식 이용우(주심) 이규홍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3.5.30.선고 2002나73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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