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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도8610 판결

[변호사법위반][미간행]

판시사항

제1심이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후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경우, 항소심의 심리 결과 일부 반대되는 사실에 관한 개연성 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제1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진욱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 서면들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등 참조). 또한 형사항소심은 속심이면서도 사후심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과 아울러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 등에 비추어 볼 때에, 제1심이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절차를 거친 후에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경우에, 항소심의 심리 결과 일부 반대되는 사실에 관한 개연성 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제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에까지 이르지 아니한다면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범죄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제1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 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도11428 판결 참조).

2.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 1과 공모하여 2011. 11. 17. 파주시 (주소 1 생략) 임야(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등기부에 기재된 면적을 임야대장의 면적으로 경정하는 경정등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등기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공소외 2로부터 1억 원을 교부받았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2011. 11. 17. 공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의 상속등기 및 경정등기 비용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아, 이를 공소외 4를 통하여 공소외 1에게 전달하였을 뿐, 공소외 2로부터 ‘등기공무원에 대한 토지 면적 경정등기의 청탁’ 비용 등으로 교부받은 것이 아니라고 다투고 있다.

다. 제1심은, 공소외 2가 피고인과 공모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수대금 및 상속등기비용 등에 사용하기 위한 차용금 명목으로 공소외 3으로부터 8억 5,000만 원을 교부받아 편취한 범죄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피고인이 교부받았다고 기재된 1억 원은 2011. 11. 17. 공소외 3으로부터 편취한 돈 중 일부인 사실 등에 기초하여, 제1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한편 원심은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2011. 11. 17. 공소외 3으로부터 교부받은 4억 원의 귀속 주체는 공소외 2로서 그가 피고인에게 그중 1억 원을 ‘등기공무원에 대한 토지 면적 경정등기의 청탁’ 명목으로 교부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인정하였다.

3. 제1심 및 원심의 판결이유와 아울러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 및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1954. 3. 16. 공소외 5(주소 2 생략) 앞으로 1947. 2. 10. 매매를 원인으로 한 회복에 의한 이전등기가 되어 있는데, 등기부에 기재된 면적은 3단 2무보로서 임야대장의 면적인 50,480㎡보다 훨씬 작다.

나. 공소외 2는 2011. 11. 16. 공소외 5의 상속인 공소외 6을 대리한 공소외 7(공소외 6의 아들이다)과 사이에, 이 사건 토지를 매매대금 5억 원에 매수하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등기부에 기재된 면적을 임야대장의 면적으로 경정할 경우에는 추가로 공소외 6에게 매매대금 6억 원을 더 지급하며 상속등기 및 경정등기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매수인인 공소외 2가 부담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였다.

다. 공소외 2는 공소외 3을 속여 돈을 빌리기로 피고인과 공모하여, 2011. 11. 17. 서울북부지방법원 근처에 있는 상호불상의 다방에서 공소외 3에게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대금이 22억 5,000만 원으로 기재된 허위의 매매계약서를 보여주고, 공소외 3으로부터 매매계약금 명목으로 3억 원, 상속등기비용 등 명목으로 1억 원 합계 4억 원을 차용하면서, 즉석에서 공소외 3으로 하여금 피고인에게 상속등기비용 등 명목으로 1억 원을 지급하게 하고 공소외 7에게 매매계약금 명목으로 3억 원을 지급하게 하여, 이를 편취하였다.

그 후 공소외 2는 피고인과 공모하여, ① 2011. 11. 22. 공소외 3으로부터 매매대금 명목으로 2억 원을 추가로 차용하면서 공소외 3으로 하여금 매도인 공소외 6의 계좌에 매매대금 2억 원을 입금하게 하여 이를 편취하였고, ② 또한 이 사건 토지의 경정등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무원에게 청탁할 돈을 빌려달라고 공소외 3을 기망하여 2011. 11. 18. 8,000만 원, 2011. 11. 19. 4,000만 원, 2011. 11. 22. 3,000만 원, 2011. 12. 30. 8,000만 원, 2012. 1. 13. 1,000만 원, 2012. 1. 20. 1,000만 원 합계 2억 5,000만 원을 차용하여 이를 편취하였다.

라. 그리하여 피고인은 2014. 12. 4. 서울고등법원 2014노1672호 형사 사건(이하 ‘관련 사건’이라 한다)에서, 피고인과 공소외 2가 공모하여 사실은 공소외 3으로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이 사건 토지의 상속등기비용 등으로 사용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려 주면 경정등기와 상속등기를 마치고 공소외 2 명의로 이전등기를 한 후 돈을 갚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위와 같이 공소외 3으로부터 합계 8억 5,000만 원(매매대금 5억 원 + 등기비용 1억 원 + 공무원 로비자금 2억 5,000만 원)을 편취하였다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범죄사실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고, 2015. 4. 23. 피고인의 상고가 기각되어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

4.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본 제1심의 판결이유와 달리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은 2011. 11. 17.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등기부에 기재된 면적을 임야대장의 면적으로 경정하는 경정등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등기공무원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공소외 2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것으로서, 이는 공소외 2가 피고인을 통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경정등기를 추진함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관련 사건의 범죄사실은 ‘공소외 3으로부터 빌린 돈을 이 사건 토지의 상속등기비용 등으로 사용할 의사가 없었으면서도 경정등기와 상속등기를 하여 공소외 2 명의로 이전등기를 하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공소외 3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것으로서, 공소외 2와 피고인이 위와 같은 경정등기를 할 의사가 없었으며 또한 2011. 11. 17. 피고인에게 돈을 교부한 주체가 공소외 3이라는 취지이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과 실질적으로 배치된다.

나. 그리고 2011. 11. 17. 피고인이 받은 돈의 목적이 ‘등기공무원에 대한 토지 면적 경정등기의 청탁’이라는 취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증거로는 공소외 2와 공소외 4의 각 일부 진술이 사실상 유일하므로, 그 진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 진술에 증거능력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1) 그러나 공소외 2는 (가) 관련 사건의 검찰에서 ①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이 사건 토지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매매대금 5억 원, 등기비용 1억 원, 공무원 로비자금 2억 원 합계 8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하였고, ② 공소외 2가 2011. 11. 17. 공소외 3으로부터 4억 원을 차용하면서 즉석에서 공소외 3으로 하여금 공소외 7에게 매매계약금 3억 원을, 피고인에게 등기비용 1억 원을 각 지급하게 하였는데, 위 등기비용 1억 원은 상속등기비용 7,600만 원, 경정등기비용 1,000만 원, 법무사비용 등을 합한 금액이며, ③ 공소외 2가 2011. 11. 18. 이후에 공소외 3으로부터 받은 돈은 공무원 로비자금 명목으로 차용한 돈인데, 공소외 2는 피고인을 믿을 수 없어서 피고인에게 공무원 로비자금을 주지 않고 자신이 직접 공무원에게 돈을 주기 위하여 가지고 있다가 대부분 개인적으로 사용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나) 관련 사건의 제1심 법정에서도 2011. 11. 17. 공소외 3으로부터 차용한 4억 원 중 3억 원을 공소외 7에게 매매대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1억 원을 피고인에게 등기비용으로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비교적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그런데 공소외 2는 이 사건 제1심 법정에서는 검사의 신문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등기비용으로 지급한 위 1억 원이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비용이라고 진술하였다가, 재판장의 신문에 대하여는 위 1억 원이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비용이 아니라 순수한 의미의 등기비용이라고 진술을 번복하였고, 한편 이 사건 원심 법정에서는 위 1억 원이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비용이라고 다시 진술을 번복하였다.

(2) 그리고 공소외 4도 (가) 관련 사건의 검찰에서는 피고인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아 이를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토지의 상속등기 및 경정등기 비용으로 전달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나) 이 사건 원심 법정에서는 피고인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아 이를 공소외 1에게 공무원 로비자금으로 전달하였다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3) 오히려 피고인이 이 사건과 달리 관련 사건에서는 공소외 3에 대한 위 사기 범죄사실을 부인하면서 2011. 11. 17. 1억 원을 공소외 2로부터 교부받았고 이를 이 사건 토지의 경정등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무원에게 청탁하기 위하여 공소외 4를 통하여 공소외 1에게 지급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관련 사건의 제1심 및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직접 공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상속등기비용 등의 명목으로 1억 원을 지급받았고, 피고인 및 공소외 4의 각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1억 원을 공소외 1에게 전달하였다고 믿기 어려우며, 피고인과 공소외 2가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5억 원과 등기비용 1억 원 외에도 공소외 3으로부터 공무원 로비자금 명목으로 2억 5,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받아 개인적으로 모두 사용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위 범죄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의 상속등기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공소외 3을 속여 1억 원을 편취하였다고 판단하였다.

(4) 위와 같이 공소외 2 및 공소외 4의 각 진술 중 피고인이 받은 1억 원이 ‘등기공무원에 대한 토지 면적 경정등기의 청탁’ 명목의 돈이라는 취지의 이 사건 공소사실에 직접 부합하는 부분(이하 ‘공소외 2 및 공소외 4의 각 부합진술’이라 한다)은 관련 사건에서 공소외 2 및 공소외 4가 한 진술들 및 공소외 2가 이 사건 제1심 법정에서 재판장의 신문에 대하여 한 진술과 배치될 뿐 아니라, 그와 같은 취지의 피고인의 진술 내지 주장이 관련 사건에서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여 보면, 공소외 2 및 공소외 4의 각 부합진술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 없이 피고인이 2011. 11. 17. 공소외 2로부터 ‘등기공무원에 대한 토지 면적 경정등기의 청탁’ 명목으로 1억 원을 교부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만큼의 신빙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제1심판결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반영하여 공소외 2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믿기 어려우며 그 밖에 공소외 4의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원심이 위와 같은 제1심의 판단에 대하여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인정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제1심의 증거조사 결과와 원심의 추가 증거조사 결과에 의하여 제1심이 일으킨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정도의 증명이 있음을 밝혀야 한다. 그러나 원심이 이유로 들고 있는 판시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은 공소외 2 및 공소외 4의 각 부합진술에 대하여 제1심이 제기한 위와 같은 합리적인 의심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정도의 증명이 충분한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였다고 할 수 없고,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한 판시와 같은 사정들만을 이유로 들어 제1심의 판단을 뒤집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단정하고 말았다.

5.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유죄의 인정에 필요한 증명의 정도, 사후심으로서의 항소심 심리·재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이인복 김용덕(주심)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