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기관업무정지처분취소
2015두2765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취소
A
보건복지부장관
서울고등법원 2015. 6. 10. 선고 2014누2784 판결
2017. 9. 12.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사소송법 규정이 준용되는 행정소송에서의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민사소송 일반원칙에 따라 당사자 간에 분배되고, 항고소송의 경우에는 그 특성에 따라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그 적법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 피고가 처분의 적법성을 뒷받침하는 처분사유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일응의 증명을 하는 경우에 이와 상반되는 예외적인 사정에 대한 주장과 증명은 그 상대방인 원고에게 그 책임이 돌아간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63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두42817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 등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구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2007. 1. 23. 보건복지가 족부 고시 제2007-3호로 개정된 후 2011. 11, 25.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1-14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중 '인조테이프를 이용한 요실금 수술 인정기준'(이하 '이 사건 급여 인정기준'이라고 한다)에 따르면 요실금 수술에 대해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요류역학검사에서 요누출압이 120cmH2O 미만으로 측정되어야 한다.
② 요류역학검사는 방광, 요로기능과 하부기능에 대한 생리학적, 병리학적 기능을 밝히는 검사로서 보통 환자의 방광에 인위적으로 생리식염수를 주입한 다음 환자에게 기침을 하게 하거나 배에 힘을 주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소변이 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순간의 복압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 검사의 진행 특성상 검사결과에서 나타난 그래프 파형과 검사 수치는 같은 환자라도 검사마다 다르게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③ 주식회사 D 서비스는 해외에서 수입한 요류역학검사기계와 요실금 수술재료,를 지역의 산부인과 의원에 판매하는 업체이다. E은 위 회사 직원으로서 위 회사로부터 요류역학검사기계를 구입한 산부인과 의원들에 기계를 설치하고 기계의 사용방법을 설명하여 주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는 기계의 사용방법을 설명하는 기회에 이 사건 급여인정기준에 부합하도록 검사결과를 조작하는 방법까지 설명하여 주었다.
④ 요류역학검사기계를 구입한 산부인과 의원들은, 요실금 수술대상 환자에 대하여 요류역학검사를 시행한 결과가 이 사건 급여 인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E으로부터 배운 방법으로 직접 검사결과를 조작하기도 하였으나, 검사기계 사용이 서투른 경우에는 E에게 검사결과의 조작을 요청하였다.
5) E이 사용한 검사결과 조작방법은 대략 3가지였는데, 첫째는 이 사건 급여인 정기준을 충족한 다른 환자의 기존 검사결사를 불러와 환자의 이름과 검사일자를 수술 대상 환자의 것으로 변경입력하거나 기존 검사결과를 복사하여 수술대상 환자의 것에 덮어쓰는 방법(이하 '첫째 방법'이라고 한다)이고, 둘째는 리무브(remove) 기능을 이용하여 그래프의 바(bar)를 임의로 조작하는 방법(이하 '둘째 방법'이라고 한다)이며, 셋째는 방광내압과 복압이 음압으로 측정되는 경우에 셋(set) 버튼을 계속 눌러 음압이 0(春)으로 보정되도록 조작하는 방법이다. E은 수술대상 환자의 그래프 파형 자체가 불량인 경우에는 첫째 방법을 사용하였고, 그래프 파형 자체는 양호하지만 검사수치가 120cmH2O 이상인 경우에는 둘째 방법으로 측정수치만 일부 변조하였으며, 이들 방법을 혼용하기도 하였다. 6 첫째 방법으로 조작한 수술대상 환자의 검사결과는 다른 환자의 기존 검사결과를 복사하여 붙인 것이어서 그래프 파형 및 검사 수치가 같게 되며, 첫째 방법에 둘째 방법을 혼용한 경우 그래프 파형과 검사 수치에 일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 방법을 사용하여 검사결과를 조작하려면 이 사건 급여인정기준을 충족한 다른 환자의 기존 검사결과(속칭 '샘플'이라고 한다)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E은 의사, 간호사들에게 검사기계 조작방법을 설명하여 주기 위한 검사결과와 검사기계 제조업체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검사결과 등을 USB메모리에 저장하여 가지고 다니면서 검사결과 조작에 사용하였다.
⑦ 각 산부인과 의원에서 요류역학검사를 시행하는 경우에 그 검사결과는 해당검사기계에 자동으로 저장되지만, E이 검사결과를 조작한 경우에는 조작된 검사결과만 덮어쓰기 방식으로 저장되고 종전의 진실한 검사결과는 자동으로 삭제되었다. E은 2008년 초까지는 기존 검사결과를 검사결과 조작에 사용하도록 각 산부인과 의원에서 구입한 검사기계에 저장하여 주기도 하였고, 각 산부인과 의원의 요청을 받아 검사결과를 조작할 때 평소 USB메모리에 저장하여 가지고 다니던 검사결과를 불러와 사용한 적도 있으며, 해당 산부인과의 검사기계에 저장되어 있던 다른 검사결과를 불러와 사용하기도 하였다.
③ 원고가 운영하는 'C 산부인과 의원'에서 2007. 2. 1.부터 2009. 11. 30.까지 34개월 동안 실시한 요실금 수술 사례 중 총 32건에 관한 요류역학검사결과는 다른 환자의 검사결과와 그래프 파형 및 검사 수치가 같거나 상당 부분 일치한다.
피고는, 원고가 위 32건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 급여비용의 지급 대상이 되는 것처럼 조작한 검사결과를 토대로 요실금 수술을 시행하고 그에 관한 요양급여비용 29,102,700원을 부당 청구한 것을 비롯하여 위 기간 동안 총 32,720,250원의 요양급여비용을 부당 청구하여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2011. 4. 8. 원고에 대하여 40일의 업무정지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요실금 수술 급여비용청구와 관련된 피고의 처분사유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일응의 증명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상반되는 주장과 증명은 그 상대방인 원고에게 그 책임이 돌아간다고 볼 수 있다.
① 요류역학검사결과들 사이에 그래프 파형 및 검사 수치가 동일하거나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경우 그 중 검사일자가 앞선 것은 조작되지 않은 원본이고, 검사일자가 늦은 것은 원본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조작한 것일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려면 제3의 원본(기존 샘플)이 이들 검사결과의 조작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야 한다는 점이 담보되어야 한다.
② 그런데 E은 각 산부인과 의원의 요청을 받아 검사결과를 조작할 때 평소 USB메모리에 저장하여 가지고 다니던 검사결과를 불러와 사용하였다. 그리고 2008년 초까지는 각 산부인과의 검사기계에 기본 샘플을 저장하여 주었다.
③ 원심이 진실한 검사결과일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한 13건은 대부분 다른 병원에서 검사·수술을 받은 환자와 그래프 파형 및 검사 수치가 같다.
40 따라서 요류역학검사결과들 사이에 그래프 파형 및 검사 수치가 동일하거나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경우에 검사일자가 앞선 것이 진실한 원본일 가능성보다는, 그 검사결과가 모두 제3의 원본(기존 샘플)의 사용으로 조작된 것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⑤ 원고와 E은 수시로 검사결과를 조작하여 부당 청구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진정한 검사결과는 조작과 동시에 삭제되거나 폐기하여 보관하고 있지 않으며, 이 사건 처분 당시를 기준으로 어떤 요류역학 검사결과가 조작된 것인지를 자신들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피고는 앞서 본 첫째 방법 이외의 방법으로 검사결과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오로지 요류역학검사결과들 사이에 그 래프 파형 및 검사 수치가 동일하거나 상당 부분 일치하여 첫째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만을 이 사건 처분 대상으로 삼았을 뿐이다.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요류역학검사결과들 사이에 그래프 파형 및 검사 수치가 동일하거나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경우에 그 검사일자가 같거나 앞선 것은 검사 결과가 조작되지 않은 원본일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 중 그러한 13건에 관한 부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처분사유의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김재형
대법관박보영
주심대법관김창석
대법관이기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