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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두25661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 질병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악화되거나 증상이 비로소 발현한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그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및 증명의 정도

[2] 갑이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선반받침대를 제작하다가 작업현장 바닥에 있는 줄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로 병원에서 ‘좌측 견관절 회전근개 부분 파열’ 등의 진단을 받고 요양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위 상병은 업무상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요양을 불승인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갑이 기왕에 가지고 있던 상병이 사고의 충격으로 자연적인 진행경과를 넘어서 바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기준)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규율대상인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 악화된 부분이 악화 전의 상태로 회복하기까지 또는 악화 전의 상태로 되지 않고 증상이 고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상이 고정되기까지를 업무상 재해로서 취급함이 상당하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나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 증명의 정도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라면 그 입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아울러, 위 법률에 규정된 요양급여는 업무상 재해로 상실된 노동능력을 일정 수준까지 보장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장해급여 등과 달리 업무상 재해에 의한 상병을 치유하여 상실된 노동능력을 원상회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요양급여는 재해 전후의 장해 상태에 관한 단순한 비교보다는 재해로 말미암아 비로소 발현된 증상이 있고 그 증상에 대하여 상당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양이 필요한지에 따라 그 지급 여부나 범위가 결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두6186 판결 참조).

2.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치료를 받은 경위, 원고가 그 상병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관한 관련자들의 사실확인,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의학적 소견 등에 관한 판시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2008. 9. 11.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진찰을 받으면서 부상시기를 내원 6주 전이라고 진술하여 이 사건 사고발생일이라고 주장하는 2008. 8. 20.과 맞지 않은 점, 부상의 경위를 설명하면서 위 신축공사 현장에서의 작업 도중 발생하였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 만일 위 사고로 이 사건 상병에 따른 통증이 발생하였다면 그로부터 3주간이나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이 사건 상병을 견뎠을 리 없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과연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2008. 8. 20.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의심스럽고, 이 사건 상병의 내용도 퇴행성 변화에 불과할 뿐 통상의 정도를 넘어 악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원고의 요양신청을 승인하지 않은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원고가 그 주장과 같은 사고를 당하였는지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명시적으로 배척하지 아니한 소외 1, 2의 각 사실확인서에 의하면 위 사람들은 원고와 함께 작업을 하거나 위 공사 도급인의 직원으로서 원고가 2008. 8. 20. 춘천시 퇴계동 소재 ‘선진축산’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선반받침대를 제작하다가 작업현장의 바닥에 있는 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손목과 어깨 등을 다친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고, 피고도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위 확인을 받아들여 원고가 주장하는 내용의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자체는 수긍함으로써 좌측견관절염좌 부분의 요양은 승인하고, 단지 원고가 이 사건 상병으로 주장하는 ‘좌측 견관절 회전근개 부분 파열’, ‘좌측 견관절 상부 관절순 병변’과 위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가 문제삼지도 않은 사소한 불일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더하여 객관적 경험법칙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관념적 의심을 제기함으로써 원고가 제출한 증거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였으니, 이는 채증법칙을 위반하고 사실인정에 관하여 원심에게 주어진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나. 다음으로 원고의 이 사건 상병과 이 사건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의 점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이 사건 상병은 퇴행성 변화에 기인한 것이고 달리 급성 외상 소견이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의 피고 자문의 및 제1심 및 원심에서의 진료기록 감정의들의 소견을 채택하여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이 이 사건 사고로 발병한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은 정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같은 원심 진료기록 감정의의 소견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에 따른 통증 등의 증상이 발현·악화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된다는 것이고, 여기에 이 사건 사고 후 원고가 이 사건 상병에 따른 통증을 호소하며 수술 등 치료에 나서게 된 점을 더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기왕에 가지고 있던 이 사건 상병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자연적인 진행경과를 넘어서 바로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장해급여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요양급여신청을 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상병이 퇴행성 변화에 의한 기왕증으로서 이 사건 사고로 발생하였다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를 넘어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안대희 이인복(주심) 박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