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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서울서부지방법원 2020.10.21. 선고 2020고단1121 판결

준강제추행미수

사건

2020고단1121 준강제추행미수

피고인

A

검사

손지혜(기소), 김자은(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엘에프

담당변호사 손병구

판결선고

2020. 10. 21.

주문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80시간의 성폭력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에게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5년간 취업제한을 명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과 피해자 B(29세)은 2016. 9.경 태국 동성애자 연예인 팬 미팅에서 처음 만나 친하게 지내던 사이로, 2019. 10. 19, 20:30경 태국 연예인 'C' 팬 미팅에 참석한 후 서울 마포구 D건물 E호에서 위 미팅에 참석했던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피고인은 2019. 10. 20, 05:30경 술을 마시다가 위 E호 방안에 들어가 옆으로 누운자세로 잠을 자고 있던 피해자의 상의 속으로 손을 넣어 젖꼭지 부위를 손가락으로 만지고,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를 손으로 눌러 피해자가 천장을 바라보게 한 다음 피해자의 바지 단추를 풀고 바지를 벗기고, 피해자의 몸 위에 이불을 덮은 다음 피고인의 팔과 다리를 피해자의 몸 위에 올리고 피해자의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피해자의 성기와 엉덩이를 만졌다. 그러나 사실 피해자는 누군가가 젖꼭지를 만질 때부터 놀라 잠에서 깨어 몸이 얼어붙는 듯한 무서움을 느꼈다가, 피해자를 추행하는 사람이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피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잠시 몸을 움직이지 못하였던 것으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가 잠을 자고 있어 심신상실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있었기 때문에 미수에 그쳤다.

증거의 요지

1. 증인 B의 법정진술

1. 증인 F의 법정진술("피고인과 피해자가 한 침대에 있었고, 피해자가 가만히 누워 있는 상태에서 피고인이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피해자 위에 올려, 밀착되어 있었다.", '피해자가 방에서 나와 갑자지 일이 있다면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간다고 해서 왜 그려냐고 했더니 급한 일이 있다고 허둥지둥 가는 것을 봤다."는 취지)

1. B에 대한 각 경찰진술조서

1. 수사보고(참고인 F 전화 진술)

1. 고소장

1. 각 카카오톡 메시지(38쪽, 48쪽), 카카오톡 채팅 캡쳐 사진(95쪽)

1. 수사보고(참고인 F 전화진술 청취), 카카오톡 채팅 캡처 사진[F가 당일 함께 있던 G로부터 먼저 질문을 받고 오후 5:31부터 6:49 사이에 나눈 대화, "먼일잇엇제", "ㄷ ㅇ이랑 ㅁㄴ", "분위기가", "머그러냐", "누굴 말하는거죠?", "H A?", "ㅇㅇ", "별일 없음???", "엥? 어제 잘 놀고", "같은 침대에서 붙어서 잘 자던데요? ㅋ", "구래????", "그리고 5시반쯤인가? ㄷㅇ먼저. 급한일 있다고 택시 불러서 간다고, 갔구요", "그게 그거구만ㅋㅋㅋ", "뭐요? ㅋㅋ", "몰랑", "어제 뭔가 있었다면." "둘이 붙어잘 때 그 시간 밖에 없었을건데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측은, 이 사건 범행을 입증할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데, 그 진술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① 피해자는 당일 3차까지 술을 마셔 만취한 상태였고 자신이 3차 술자리에서 하의로 팬티만 입고 술자리에 나와 와 피고인이 바지를 입고 나오라고 했는데 그마저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다. 당시 F이 피해자와 피고인이 한 침대에서 밀착해 누워 자는 것을 봤다고 하는데도 피해자는 사건이 일어날 동안 누군가 방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피해자는 만취해서 기억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뜻이고, 결국 그런 상태의 피해자가 기억한다는 장면들은 자신의 꿈 등과 혼동된 듯하다.

② 피해자는 당시 분명한 의식이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왜 즉시 피고인에게 항의를 하거나 저지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③ 피해자는 당일 저녁 08:37까지 자신이 보낸 카카오톡에 피고인이 답하지 않은 점을 들어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주장하지만, 피고인은 당일숙취로 고생하며 침대에 누워 있어서 그 카카오톡을 실제로 그 때 처음 봤고, 바로 부인했다.

그러나 앞서 본 증거들 및 당일 3차 술자리에 함께 있었던 팬 미팅 회원들의 진술내용, 택시 이용 내역 등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은 사건 직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고 모순이 없으며, 달리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또 사건 당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목격한 장면들도 모두 피해자의 진술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보인다.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피고인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사건 전날 팬 미팅은 이 사건 현장에서의 3차까지 진행됐고 2차에서는 태국 스태프들과 사이에 술 대결까지 벌어져 대부분 만취했고, 특히 피해자는 2차 술 대결에서 연거푸 2잔을 마셔 3차 술자리인 이 사건 현장에 왔을 때는 편의점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갔다가 들어와 종이잔을 받아든 이후부터 이 사건 이후 잠이 깰 때까지 전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회원들도 피해자가 술을 마시다가 새벽 2시경 일찍 방에 들어가 자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② I은 법정 등에서 3차 자리에서 피해자가 씻은 후 하의로 팬티만 입고 나와 자신이 이제 여자들도 오니 옷을 입으라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고, 반면 피해자는 그런 적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I도 피해자가 그 상태로 술자리에 참여했다는 취지는 아니고, 그 스스로도 구체적인 정황을 기억하지는 못하고 있다. 위 ①에서 본 피해자의 만취 상태와 기억이 끊긴 시점 등을 보면, 만약 피해자가 그와 같이 행동했음에도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③ F은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가 한 침대에 밀착해서 누워 있던 장면을 목격했다. 반면 피해자는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제3자가 방에 들어온 적은 없다고 진술하여 언뜻 모순되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목격자들의 기억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보다 먼저 방에 들어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실제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한 방에 있었던 시간은 최소한 2시간이 되고, 두 사람 사이의 접촉이 일회적인 것이었는지 연속적인 것이었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사건 당시 피해자가 제3자가 방에 들어온 것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곧바로 떨어지는 것 또한 아니다.

④ 피해자는 사건 당시 너무 무서워서 꼼짝 못하고 있었고, 가해자가 피고인인 것을 인지하고서는 신고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도 했다가 일단 피고인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끝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물론 남성 대 남성으로서, 그리고 피고인이 몇 살 더 연상이고 팬 클럽에서 먼저 활동하고 있었던 점은 있지만, 피해자가 피고인을 두려워할 만한 관계는 아니었다. 그러나 피해자는 당시 무서웠던 이유로, 가까이 믿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일방적인 추행을 당했는데, 자신이 동성에자로서, 특히 동성애가 주제인 태국 드라마 팬 미팅에 참석했다가 남성으로부터 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는 사정을 알고 피고인이 과감히 추행했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또 이 일이 불거지면 모임 내에서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두려웠다고 한다. 피해자 가정에서도 피해자의 성적 지향을 모르고 있는 상태인데, 피해자로서는 만약 경찰 신고 등으로 조치가 이어진다면 그 뒤 따라올 사회적 시선과 고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 모로 취약한 상태에 있는 자신에 대한 가해 행위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욱 무섭게 느껴졌으리란 추측이 가능하다. 이런 정황에서 피해자가 당시 꼼짝 못하고 당했고, 그 뒤 피고인의 손이 치워진 순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입고 거실로 나가 갑자기 급한 일이 있다고 둘러대면서 J를 불러 집으로 간 피해자로서는 경찰 신고도 염두에 뒀지만 그보다는 피고인의 사과를 받고 끝내고 싶은 생각도 더 강했으리라고 보인다.

⑤ 피해자는 당일 05:57경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피고인에게 카카오톡으로 "술에 취해서 잠들었을 때 바지 벗기고 만졌죠 모를줄 알았나요? 월요일에 경찰서 갈겁니다", "좆같아도 참을려고 했는데 아닌척 다른침대로 넘어가셨더라구요"라고 보냈고, 오후 02:26 "강제추행으로 방금 고소했구요. 아무리생각해도 수치스러워서 화가 나서 못참겠어요. 덕분에 주변사람들 못보게 됐고 용서할 마음도 없지만 사과한마디 없으시 네요"라고 보냈다. 피고인은 오후 08:37부터 피해자에게 "숙취 때문에 여태 자다 지금인나서 카톡봤데 갑자기 뭔소리냐", "집이라서 통화 안됨?", "너무 황당하고 당황스러운데" … "그래서 이제야 이런 황당한 내용을 톡으로 보고있는데 내뺄 생각이냐고?" 등의 카카오톡을 보냈다. 그 경위와 관련하여 피해자는 오전에 보낸 카카오톡에서도, 오후 2시경 보낸 카카오톡에서도 읽음의 '1' 표시가 얼마 지나지 않아 없어졌으므로 피고인이 분명 읽어보았을 텐데도 답이 없이 모른 척 하다가 자신이 경찰에 고소한 후인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부인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는 그 증거로 오후 08:37 이전에 이미 읽음 '1' 표시가 없어진 캡처사진을 제출했다. 그러나 그 사진에서는 날짜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그것만으로는 피해자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 한편 당일 피해자 등으로부터 이 소식을 들은 팬 클럽 회원들인 F와 G사이에서 오후 05:31부터 06:49까지 '뭔가 있었다'는 점을 서로 확인하는 대화가 오고 간[수사보고(참고인 F 전화진술 청취), 카카오톡 채팅 캡처 사진] 정황을 보면, 적어도 그 무렵에는 피해자의 호소를 들은 지인들의 입을 통해서라도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전달될 수 있었다고 짐작된다(피해자는 당일 06:08 I에게도 "형 혹시 자고 일어나면 연락좀 주세요", "A형이 저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바지 벗기고 만졌어요. 참을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거 같아서 급히 택시타고 집에 가요 월요일에, 경찰서 갈생각입니다" 라는 카카오톡을 보냈다).

⑥ 피해자는 '잠이 깼을 때 침대의 매트리스가 눌리면서, 침대 쪽에 누군가 오는 느낌이 들었고, 코를 고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만질 때는 코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사건 당일 경찰 조사에서부터 일관되게 하고 있다. 잠이 들었다 깼다 할 수 있는 숙취상황인 점을 감안해 보면, 그 사이 시간적 간격에 대해서는 다소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발생한 일에 대한 기억은 충분히 명료할 수 있다.

⑦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서로에 대해 특별히 나쁜 감정이 있지 않았다고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경찰에 밝히고 팬클럽 회원들 사이에서 소원해 지게 되면서까지 피고인을 모함할 만한 이유는 찾기 힘들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300조, 제299조, 제298조(징역형 선택)

1. 이수명령

1. 취업제한명령

신상정보의 등록 및 제출의무

등록대상 성범죄인 판시 범죄사실에 관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의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계기관에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 면제

피고인의 연령, 직업, 재범위험성, 이 사건 범행의 종류, 동기, 범행과정,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와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등록대상 성범죄의 예방 및 피해자 보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제1항, 제49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단서, 제50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공개명령 또는 고지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동성 간의 강제추행이라고 하여 남성이 여성에 대해 가하는 강제추행보다 가볍게 처벌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남성 대 남성 사이에서의 문제제기를 희화화 하는 관성 때문에 남성 피해자는 더욱더 형사고소까지 나가기 어려웠던 것이 지금까지의 사회적 상황이었고, 이를 틈타 형사처벌의 사각지대에서 사건들은 빈발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돼 왔다고도 할 수 있다. 피해자 진술은 신빙성이 높고 일관됨에도 피고인은 오직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의식해 자신의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추행의 정도가 매우 심하고, 피해자는 거듭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원칙적인 처벌이 불가피하다. 징역형을 선택하되,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등을 모두 참작하여 형을 정한다.

판사

판사 신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