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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도2168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부정수표단속법위반][집35(3)형,804;공1988.2.15.(818),381]

판시사항

가. 사기죄에 있어서의 기망의 의의 및 현실적 손해의 발생요부

나.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정도

다. 은행원이 예금주로부터 예금하려는 돈을 받아 예금주 몰래 변태처리케 한 경우 예금계약의 성부

라. 자기 점유의 타인 재물을 영득함에 있어 기망행위를 한 자의 사기죄의 성부

마. 민사상 구제수단의 존재 또는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의 불발생과 사기죄의성부

바. 공소사실의 재산상 피해자와 공소장 기재의 피해자가 다른 경우 법원의 조치

판결요지

가.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있는 의사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으로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를 말하며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득의 취득에 있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함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아니한다.

나.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으며 당사자 사이에 은밀히 금품 등을 수수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범죄라 하여 위와 같은 원칙의 적용을 배제시킬 이유가 없으므로 금품수수자 중의 1인인 금품공여자가 공여사실을 자백하였다 하더라도 반드시 유죄로 인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 예금계약은 예금자가 예금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금융기관에 돈을 제공하고 금융기관이 그 의사에 따라서 그 돈을 받아 확인을 하면 그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갑과 은행원 을이 공모하여 예금주가 예금하는 돈을 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예금주 몰래 이를 유용하기로 하고 갑의 예금유인행위에 따라 예금주 병으로 하여금 은행에 예금하러 오게 한다음 을이 그 담당직원인 정이 수령한 돈을 예금주 몰래 이를 변태처리케 하였다면 정이 은행에 예금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돈을 제공하는 병의 돈을 받아 이를 확인한 이상 그로써 병과 은행 사이에 예금계약은 유효하게 성립되었다 할 것이다.

라. 사기죄는 타인이 점유하는 재물을 그의 처분행위에 의하여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죄이므로 자기가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에 대하여는 이것을 영득 함에 기망행위를 한다 하여도 사기죄는 성립하지 아니하고 횡령죄만을 구성한다.

마. 기망의 상대방과 재산상의 피해자는 동일인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기망당한 자가 민사상의 구제수단이 있다거나 현실적으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기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바. 기소된 소송사실의 재산상의 피해자와 공소장기재의 피해자가 다른 것이 판명된 경우에는 공소사실에 있어서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지 아니하는 한 공소장변경절차없이 직권으로 공소장기재의 사기피해자와 다른 실제의 피해자를 적시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야 한다.

피 고 인

피고인 1 외 2인

상 고 인

피고인 1 및 검사(피고인들 전원에 대하여)

변 호 인

변호사 최창희(피고인 1, 2에 대하여) 변호사 정재헌(피고인 3에 대하여)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2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피고인 3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먼저 피고인 1 및 그의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그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에 기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으로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를 말하며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득의 취득에 있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함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아니한다.

소론은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사기 및 사기에 의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부분은 피고인 3의 업무상배임행위에 가공한 정도에 지나지 아니하여 재물편취의 고의나 피해자들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바가 없는데도 원심이 이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가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위 피고인에 대한 형의 양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취지이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위 피고인에 대한 그 판시 범죄사실을 각 인정하기에 넉넉하고 거기에 논지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으며 위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0년미만의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 있어서 양형부당은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다음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 3에 대한 금품수수, 피고인 1에 대한 금품공여에 의한 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생기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으며, 당사자 사이에 은밀히 금품 등을 수수함으로써 이루어지는 범죄라 하여 위와 같은 원칙의 적용을 배제시킬 이유가 없으므로 금품수수자 중의 1인인 금품공여자가 공여사실을 자백하였다 하더라도 반드시 유죄로 인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심이 피고인 1의 자백내용이 경험칙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또 이에 대한 보강증거가 없다하여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증거의 취사선택을 잘못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2) 피고인 1 3에 대한 1986.10.2자 사기의 점에 관하여,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위 피고인들에 대한 1986.10.2자 사기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 3의 그 행위는 원심판시와 같은 이유로 업무상횡령 등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따로이 사기죄는 구성하지 아니하며 피고인 1의 행위 역시 피고인 3의 업무상횡령행위에 가공한 것에 그치고 별도로 사기죄는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원래 예금계약은 예금자가 예금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금융기관에 돈을 제공하고 금융기관이 그 의사에 따라서 그 돈을 받아 확인을 하면 그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경우와 같이 피고인 3 및 피고인 1이 공모하여 예금주가 예금하는 돈을 은행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예금주 몰래 이를 유용하기로 하고 피고인 1의 예금유인행위에 따라 공소외 강 대형이 한일은행 영등포지점에 예금하러 오게 한 다음 피고인 3이 그 직원인 공소외 1로 하여금 위 돈을 받아 이 사건 공소사실기재와 같이 예금주 몰래 이를 변태처리케 하였다 하더라도 공소외 1이 한일은행 영등포지점에 예금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돈을 제공하는 위 강 대형의 돈을 받아 이를 확인한 이상 그로써 위 강 대형과 한일은행 사이에 예금계약은 유효하게 성립되었다 할 것이므로 그의 의사대로 위 예금계약을 실현한 위 강 대형에 대하여는 아무런 피해가 없어 그에 대한 사기죄는 성립할 여지가 없으며, 다만 예금으로 받은 위 돈의 유용행위만이 처벌의 대상이 될 따름이다.

그리고 사기죄는 타인이 점유하는 재물을 그의 처분행위에 의하여 취득하므로써 성립하는 죄이므로 자기가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에 대하여는 이것을 영득함에 기망행위를 한다 하여도 사기죄는 성립하지 아니하고 횡령죄만을 구성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 3이 피고인 1과 공모하여 피고인 2를 기망하고 그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피고인 2의 요청에 따라 공소외 강 대형을 은행에 예금하러 오도록 유인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 3이 업무상횡령을 하기 위한 일련의 예비행위나 수단에 불과하고 그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인 1의 위 행위는 피고인 3의 업무상횡령행위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가공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원심은 피고인 3의 위 행위가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하고 피고인 1의 위 행위 역시 피고인 3의 업무상횡령행위에 가공한 것이지 사기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임이 판결문상 규지할 수 있으므로 원심의 설시에 다소 미흡한 바가 있기는 하나 그 결론에 있어서는 결국 정당하고 기록에 비추어 보아도 거기에 논지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논리칙이나 경험칙 등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증거의 취사선택을 잘못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치거나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논지는 이유없다.

(3) 피고인 3에 대한 1986.10.4부터 같은 달 23 까지의 별지 제1범죄일람표 기재 각 사기 및 사기에 의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위 피고인이 상피고인 1, 2 등과 공모하여 위 상피고인들의 각 기망행위에 가공하거나 또는 실제의 예금주가 피고인 2 이외의 다른 사람인 정을 알면서 위 상피고인들의 변태적인 은행거래에 관여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소론 각 증거들은 원심판시와 같은 이유로 믿을 수 없다고 배척하고 그밖에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일건 기록을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증거의 취사를 잘못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논지는 결국 원심의 전권인 증거취사와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

(4) 피고인 1,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제1범죄일람표 제5항 및 제7항의 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공소외 이명준이나 같은 원 필수가 예금의 의사로서 한일은행 영동포지점에 돈을 제공하고 위 은행직원인 피고인 3이 그 돈을 받은 이상 비록 피고인 3이 피고인 1 및 2로부터 기망당하여 위 돈을 예금자의 의사에 따른 보통예금구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1의 당좌구좌에 입금하였다 하더라도 예금자인 위 공소외인들과 한일은행 사이에는 예금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위 공소외인들이 막바로 피고인 1 및 2의 기망에 의하여 재물을 편취당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하여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피고인 1 2가 위 공소외인들로 하여금 한일은행 영등포지점에 예금하도록 유인하는 행위 자체는 재물을 편취하기 위한 일련의 예비행위나 수단에 불과하고 원심판시와 같이 위 공소외인들이 예금의사로써 위 영등포지점에 위 돈을 제공하고 위 은행직원인 피고인 3이 그 돈을 받은 이상 비록 피고인 3이 피고인 1 및 2로부터 기망당하여 위 돈을 예금자의 의사에 따른 보통예금구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1의 당좌구좌에 입금하였다고 하더라도 예금자인 위 공소외인들과 한일은행 사이에는 예금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였으므로 위 공소외인들로 하여금 위 예금유인행위에 기인하여 위 영등포지점에 예금을 하게 한 행위 자체만으로는 위 공소외인들에 대하여 사기죄를 구성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 1 및 2가 그 정을 모르는 피고인 3을 기망하여 위 돈을 예금자의 의사에 따른 보통예금 구좌에 입금하지 아니하게 하고 피고인 1의 당좌구좌에 입급하게 한 행위는 한일은행직원인 피고인 3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지게 하고 그로 인하여 위 돈을 피고인 1의 당좌구좌에 입금시키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한일은행에 재산상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니 이 사건 공소사실의 피해자는 공소장기재의 위 예금주가 아니라 한일은행이라 할 것이다. 이럴때 기망의 상대방과 재산상의 피해자는 동일인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기망당한 은행이 민사상의 구제수단이 있다거나 현실적으로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기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그리고 기소된 공소사실의 재산상의 피해자와 공소장기재의 피해자가 다른것이 판명된 경우에는 공소사실에 있어서 동일성을 해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지 아니하는 한 공소장 변경절차 없이직권으로 공소장기재의 사기피해자와 다른 피해자를 적시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을 심리 재판하는 원심법원으로서는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그 공소사실에 있어서 동일성이 인정되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지 아니하는 이상 그 피해자가 공소장 적시의 공소외인들이 아니라 하여 막바로 무죄를 선고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피해자를 가려내고 그 피해자에 대한 사기죄로 처단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금주인 공소외인들이 막바로 피고인 1 및 2의 기망에 의하여 재물을 편취 당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죄를 선고하였음은 필경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하거나 공소사실의 동일성과 심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인 1,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별지 제1범죄일람표 제5항 및 제7항 기재의 각 사기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는 바, 원심은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사기 또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피고인 1에 대하여서만)죄와 각 경합범으로 처단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고 있으므로 피고인 1, 2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피고인 3에 대한 상고는 기각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달식(재판장) 이병후 황선당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87.8.26선고 87노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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