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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7다261882 판결

[구상금][공2023상,345]

판시사항

[1] 채권자가 고의나 과실로 담보를 상실하게 하거나 감소하게 한 경우, 법정대위를 할 자가 민법 제485조 에 따라 면책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채권자가 제3자에 대하여 자신의 담보권을 성실하게 보존·행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채권자의 담보권 포기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갑과 을이 각 1/2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 관하여 을이 병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병을 근저당권자로, 채무자를 을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위 토지 중 갑 지분에만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제3자가 매각대금을 완납하자, 병은 을 지분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주었고, 이후 개시된 배당절차에서 병이 채권액 전부를 배당받은 사안에서, 채권자인 병이 갑에 대하여 자신의 담보권을 성실하게 보존·행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곧 변제자대위의 대상이 될 채무자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여 줌으로써 저당권을 포기한 행위는 민법 제750조 에 정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485조 는 “ 제481조 의 규정에 의하여 대위할 자가 있는 경우에 채권자의 고의나 과실로 담보가 상실되거나 감소된 때에는 대위할 자는 그 상실 또는 감소로 인하여 상환을 받을 수 없는 한도에서 그 책임을 면한다.”라고 정한다. 이는 보증인 등 법정대위를 할 자가 있는 경우에 채권자에게 담보보존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대위할 자의 구상권과 대위에 대한 기대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법정대위를 할 자는 채권자가 고의나 과실로 담보를 상실하게 하거나 감소하게 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485조 에 따라 면책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지만, 채권자가 제3자에 대하여 자신의 담보권을 성실하게 보존·행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담보권의 포기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2] 갑과 을이 각 1/2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 관하여 을이 병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병을 근저당권자로, 채무자를 을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는데, 위 토지 중 갑 지분에만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제3자가 매각대금을 완납하자, 병은 을 지분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주었고, 이후 개시된 배당절차에서 병에게 신고채권액 전부를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가 작성된 사안에서, 위 배당절차에서 채권자인 병에게 배당이 이루어지면 민법 제481조 , 제482조 의 규정에 따라 위 토지 중 채무자인 을 지분에 관한 병 명의의 근저당권에 대하여 갑의 변제자대위가 당연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었으므로, 물상보증인인 갑의 지분에 관하여 담보권이 실행될 가능성이 단순히 예상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현실화됨으로써 갑은 배당절차를 통하여 변제가 이루어졌을 때에 준하는 변제자대위에 관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고, 채권자인 병이 갑에 대하여 자신의 담보권을 성실하게 보존·행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곧 변제자대위의 대상이 될 채무자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여 줌으로써 저당권을 포기한 행위는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취득한 권리의 침해에 준하는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 에 정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마루 담당변호사 임신기)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영진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8. 23. 선고 (춘천)2016나2098 판결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피고 1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피고 1이, 피고 2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피고 2가 각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피고 1에게 이 사건 각서를 작성해줌으로써 이 사건 토지 중 원고 지분에 관한 구상권 등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는 피고 1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처분문서의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 위반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피고 2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민법 제485조 는 “ 제481조 의 규정에 의하여 대위할 자가 있는 경우에 채권자의 고의나 과실로 담보가 상실되거나 감소된 때에는 대위할 자는 그 상실 또는 감소로 인하여 상환을 받을 수 없는 한도에서 그 책임을 면한다.”라고 정한다. 이는 보증인 등 법정대위를 할 자가 있는 경우에 채권자에게 담보보존의무를 부담시킴으로써 대위할 자의 구상권과 대위에 대한 기대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다91788 판결 , 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5다65042 판결 등 참조). 법정대위를 할 자는 채권자가 고의나 과실로 담보를 상실하게 하거나 감소하게 한 때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485조 에 따라 면책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지만 ( 대법원 2000. 1. 21. 선고 97다1013 판결 ,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다106218 판결 등 참조), 채권자가 제3자에 대하여 자신의 담보권을 성실하게 보존·행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담보권의 포기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 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다42677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고와 피고 1은 2010. 11. 17. 이 사건 토지 각 1/2 지분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후, 피고 1이 농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농협중앙회’라고 한다)로부터 1억 4,0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근저당권자를 농협중앙회, 채무자를 피고 1, 채권최고액을 1억 6,800만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다.

2) 농협중앙회는 2014. 11. 12. 피고 2에게 피고 1에 대한 원금 1억 4,000만 원의 대출금채권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근저당권을 양도한 후 채권양도의 통지를 하였고, 피고 2는 2014. 11. 20.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한 이전의 부기등기를 마쳤다.

3) 피고 2는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14타경8132호 로 이 사건 토지 중 원고 지분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2015. 1. 6. 임의경매개시결정(이하 ‘이 사건 경매’라고 한다)을 받았고, 원심 공동피고 소외인은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토지 중 원고 지분을 매수하여 2015. 12. 2. 매각대금 1억 4,000만 원을 완납하고 같은 날 위 토지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4) 한편 소외인은 2015. 12. 2. 피고 1로부터 이 사건 토지 중 피고 1 지분에 관하여 2015. 10. 14.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같은 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대전축산업협동조합에 채무자를 소외인, 채권최고액을 2억 2,100만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었다.

5) 피고 2는 2015. 12. 2. 이 사건 토지 중 피고 1 지분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라고 한다)에 관하여 해지를 원인으로 하는 말소등기를 마쳐주었다.

6)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은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2015. 12. 24. 1순위 근저당권자인 피고 2에게 그 신고채권액인 8,400만 원을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채무자인 피고 1과 물상보증인인 원고가 각 1/2 지분씩 소유하는 이 사건 토지에 공동저당권을 보유하던 채권자인 피고 2가 그중 물상보증인인 원고 지분에 관하여만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를 신청하여 개시된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원고 지분이 매각되어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완납하였다. 이로써 원고는 이 사건 토지 지분의 소유권을 상실하였고 매각대금의 배당절차만이 남게 되었는데, 피고 2는 1순위 저당권자로서 신고한 채권 전액을 배당받을 것이 예정되어 있었다. 위 배당절차에서 채권자인 피고 2에게 배당이 이루어지면 민법 제481조 , 제482조 의 규정에 따라 이 사건 토지 중 채무자인 피고 1 지분에 관한 피고 2 명의의 근저당권에 대하여 원고의 변제자대위가 당연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피고 2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해 주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물상보증인인 원고의 지분에 관하여 담보권이 실행될 가능성이 단순히 예상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현실화됨으로써 원고는 배당절차를 통하여 변제가 이루어졌을 때에 준하는 변제자대위에 관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고, 채권자인 피고 2는 원고에 대하여 자신의 담보권을 성실하게 보존·행사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2가 곧 변제자대위의 대상이 될 채무자에 대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여 줌으로써 저당권을 포기한 행위는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취득한 권리의 침해에 준하는 물상보증인의 변제자대위에 대한 정당한 기대를 침해하는 행위로서 민법 제750조 에 정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불법행위의 성립은 원고가 피고 2에 대한 배당에 관하여 배당이의를 통하여 민법 제485조 에 따른 면책을 주장하지 않았다거나, 민법 제485조 에 따른 면책을 전제로 피고 2에 대하여 면책되는 금액 상당의 배당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담보보존의무의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박정화 노태악 오경미(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