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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다21840 판결

[손해배상(기)][공1997.12.1.(47),3591]

판시사항

은행 직원이 어음의 보관·관리를 소홀히 하여 어음이 변조됨으로써 부도 처리되게 하고, 그 후에도 당시의 특수한 상황에 의해 요구되던 어음소지인의 보호를 위한 업무 처리를 소홀히 하여 결국 어음소지인이 어음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은행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은행 직원이 어음교환소를 통하여 지급제시받은 어음을 책상 위에 둔 채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그 어음의 결제 문제로 은행에 나왔던 어음발행인이 그 어음의 지급기일을 변조하고 그 사실을 은폐한 채 변조를 이유로 부도 처리를 요구함에 따라 그 어음이 부도 처리되었고 그 당시의 상황에 의하면 은행 직원으로서는 지급기일의 변조 경위에 대해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사정이 있었으므로 통상적인 경우와는 달리 그 어음에 대한 사고신고담보금이 예치된 사실을 어음소지인에게 알려 줄 의무가 있음에도 부도 처리의 진상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어음소지인에게 이를 알려주지 않아 어음소지인으로 하여금 어음금의 우선적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상실하게 한 경우, 은행 직원의 어음의 보관·관리상의 과실 및 부도 처리 후의 업무 처리상의 과실과 어음소지인이 어음금을 지급받지 못함으로 인한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은행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박상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충식)

피고,상고인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 증거에 의하여 원고는 대전에서 축구공 제조업체를 경영하여 오던 중, 1994. 6. 22.경 소외 주식회사 낫소에 축구공을 납품하고 그 대금 조로 발행인은 임기수, 지급기일은 1994. 8. 28., 지급장소는 피고의 대전지점으로 기재된 액면 금 35,000,000원짜리 약속어음 1매(이하 이 사건 어음이라 한다)를 교부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같은 해 8. 9.경 거래은행인 한국주택은행 대전 가양동지점에 이 사건 어음의 추심을 위임하였고, 위 한국주택은행 대전 가양동지점은 이 사건 어음의 지급기일이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그 전날인 1994. 8. 27. 이 사건 어음을 어음교환소에 돌렸으며, 이에 따라 이 사건 어음은 지급기일 다음날인 1994. 8. 29. 금융결제원 대전지점을 경유하여 피고의 대전지점에 지급제시된 사실, 이 사건 어음의 문면상 발행인은 위 임기수 명의로 되어 있었으나 원래는 대전에서 운동용품점을 경영하는 소외 1이 편의상 위 대리점 직원인 임기수의 명의를 빌려 발행한 것인 사실, 피고의 대전지점에서는 1994. 8. 29. 이 사건 어음를 비롯하여 임기수 명의로 발행된 어음과 수표 5매 액면 합계 금 100,000,000원이 지급제시되었으므로 이를 결제하기 위하여 임기수 명의로 된 예금계정을 확인하였으나 그 예금잔고가 부족한 것을 발견하고서 같은 날 12:00경 소외 1에게 연락을 하였고, 이에 소외 1은 그 무렵 피고의 대전지점에 나와서 당좌계 담당 직원인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어음을 포함하여 위 5매의 어음과 수표가 지급제시된 것을 확인한 뒤 일단 돌아갔다가 같은 날 14:00경 결제할 금액에 약간 부족한 돈을 준비하고 다시 피고의 대전지점으로 나왔는데, 마침 소외 2가 일시 자리를 비운 것을 발견하고는 그 틈을 이용하여 이 사건 어음을 변조하기로 마음먹고, 그 책상 위에 있던 이 사건 어음을 몰래 집어들고서 펜으로 그 앞면에 기재된 지급기일 '1994. 8. 24.' 중 '8'자의 가운데 부분에 아래쪽으로 비스듬한 사선을 그어 마치 '9'자를 '8'자로 고친 것처럼 변조한 뒤 이를 다시 위 책상 위에 원래대로 올려놓은 사실, 그 후 소외 2는 외출에서 돌아와 이 사건 어음의 지급기일 표시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는 담당 과장인 소외 유덕재에게 보고한 뒤 이어 소외 1에게 이와 같은 사정을 알렸고, 소외 1은 다시 피고의 대전지점에 나와서 시치미를 떼고 오히려 이 사건 어음의 지급기일이 원래 '1994. 9. 24.'이었는데 '1994. 8. 24.'로 변조되었다고 항의하면서 이를 부도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였으며, 이에 피고의 대전지점에서는 지점장으로서 소외 1의 학교 동창인 소외 최철규와 위 소외 2, 유덕재 등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상의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다가, 이 사건 어음의 지급을 의뢰한 위 한국주택은행 대전 가양동지점에 연락하여 이 사건 어음을 액면 금액이 동일한 임기수 명의의 당좌수표와 교환하는 방안 및 이 사건 어음의 지급기일이 미도래하였거나 변조된 것을 이유로 이를 부도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그 의견을 구하였으나, 위 한국주택은행 대전 가양동지점에서는 이 사건 어음의 지급기일이 원래는 분명히 '1994. 8. 24.'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예금부족을 이유로 부도 처리하는 방안 외의 다른 처리 방법에 대하여 강력하게 반발하는 바람에 그 처리를 둘러싸고 진통을 겪으면서 밤늦게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어음의 당초 지급기일이 '1994. 9. 28.'이었는데 나중에 '1994. 8. 28.'로 변조되었다는 취지의 사고신고서를 제출받은 뒤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어음을 부도 처리하였고, 그 다음날인 1994. 8. 30. 소외 1로 하여금 이 사건 어음의 사고신고담보금 조로 금 35,000,000원을 임기수 명의의 별단예금계좌에 예치하게 한 사실, 원고는 위와 같이 피고의 대전지점에서 이 사건 어음이 변조되었다는 이유로 그 어음금의 지급이 거절되자, 1994. 8. 30.부터 1994. 9. 1.까지 3회에 걸쳐 피고의 대전지점에 전화를 걸어 위와 같이 부도 처리된 진상을 확인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부당하게 지급이 거절된 것에 대하여 강하게 항의하였으나, 피고의 대전지점에서는 원고에게 위와 같이 별단예금이 입금된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은 원고 마음대로 하라고 대꾸하면서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다가, 1994. 9. 2.경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짐작하고는 소외 1에게 연락하여 이 사건 어음이 크게 문제될 것 같으니 빨리 원고에게 당좌수표를 발행하여 주고 이 사건 어음을 회수하라고 요구하였고, 이에 소외 1은 같은 날 원고를 만나 이 사건 어음과 당좌수표를 교환할 것을 제의하였으며, 원고는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어음을 소외 1에게 교부하고 그로부터 발행일은 1994. 9. 10., 액면은 금 35,000,000원으로 된 당좌수표 1매를 교부받았고, 그 후 소외 1은 1994. 9. 3. 사고신고취하서와 함께 원고로부터 회수한 이 사건 어음을 피고의 대전지점에 제출한 뒤 피고의 대전지점으로부터 이 사건 어음의 사고신고담보금으로 예치한 위 별단예금 35,000,000원을 반환받았으나, 원고가 소외 1로부터 이 사건 어음에 갈음하여 교부받은 위 당좌수표는 그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은 채 부도 처리되었고 소외 1도 그 무렵 행방을 감추어,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어음금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사실 등을 각 인정하였다.

2.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어음이 그 소지인인 원고로부터 추심위임을 받은 한국주택은행 대전 가양동지점을 통하여 대전 어음교환소의 어음교환 과정을 거쳐 지급담당자인 피고의 대전지점에 돌아왔으면 피고의 대전지점 담당 직원들은 어음의 지급제시인인 원고를 위해서 위 어음이 정상적으로 추심되거나, 또는 부도 처리되어 다시 위 제시은행에 반환되기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이 사건 어음을 보관·관리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 할 것인데, 피고의 대전지점 당좌계 담당 직원 소외 2가 그 의무를 게을리하여 위 어음을 자신의 책상 위에 놓아 둔 채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소외 1이 이를 변조한 이상 이 점에 피고의 대전지점 직원 소외 2의 사무 집행상의 과실이 있다 할 것이고, 이와 같은 피고의 대전지점 직원 소외 2의 과실로 소외 1이 이 사건 어음을 변조한 후 자신의 변조 사실을 은폐한 채 어음변조사유를 들어 이 사건 어음의 부도 처리를 요구함에 따라 피고의 대전지점 직원들이 이를 변조를 원인으로 부도 처리한 것이므로 이 사건 어음이 변조를 원인으로 부도 처리된 것과 피고의 대전지점 직원의 어음 보관·관리상의 과실과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 이며, 나아가 피고의 대전지점 직원인 소외 2로서는 당초 어음교환소의 교환절차를 거쳐 위 지점에 돌아온 이 사건 어음이 변조된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았으므로 12:00경 어음발행인인 소외 1에게 예금잔고가 부족하다고 연락한 것인데, 일시 근무 장소를 떠나 있다가 돌아와 보니 이 사건 어음의 지급기일 표시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을 뿐 아니라, 위 어음의 제시은행인 한국주택은행 대전 가양동지점으로부터 위 지급기일이 원래 '1994. 8. 28.'로 정상적으로 기재된 채로 지급제시된 것이므로 기한미도래 또는 변조를 이유로 이를 부도 처리하여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강력한 항의를 받았으므로, 소외 2 등 피고의 대전지점 직원들로서는 이 사건 어음의 지급기일이 소외 1 주장과 반대로 원래의 '1994. 8. 28.'에서 '1994. 9. 28.'로 변조되었을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할 것이니, 소외 1로부터 사고신고담보금으로 별단예금을 예치받았으면 원고가 변조로 인한 부도 처리로 예상치 못한 손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원고에게 통상적인 변조 처리의 경우와 달리 위 별단예금이 예치된 사실을 알려 줄 직무상 의무가 있었다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 사건 어음이 변조를 이유로 부도 처리된 후 피고의 대전지점에 전화를 걸어 부도 처리의 진상을 확인하여 줄 것을 요구하고 변조로 부도 처리한 것에 대하여 항의한 원고에게 피고의 대전지점 직원들은 사고신고담보금이 임기수 명의의 별단예금계좌에 입금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등 무성의한 답변을 하여 원고가 이 사건 어음금에 대한 우선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사고신고담보금이 임기수 명의의 별단예금계좌에 입금되었는지를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원고가 이 사건 어음금을 반환하여 주면 같은 액면의 당좌수표를 교부하여 주겠다는 소외 1의 제의에 따랐다가 위 수표가 부도됨으로써 이 사건 어음금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하고 이 사건 어음의 배서인들에 대한 소구권마저 상실하는 손해를 입은 것이므로, 이 사건 어음을 위 수표와 교환하여 소외 1에게 반환하고 위 교환받은 수표는 부도됨으로써 원고가 손해를 입게 된 것은 이 사건 어음의 부도 처리로 인하여 일반인의 생활경험상 예상할 수 있는 후속적인 결과라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의 대전지점 직원들의 어음 보관·관리상의 과실 및 부도 처리 후의 업무 처리상의 과실과 이 사건 어음과 위 수표를 교환하였다가 교환받은 수표가 부도되고 이 사건 어음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됨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피고의 대전지점 직원들의 과실로 인하여 원고가 이 사건 어음금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판단하여 피고는 위 피용인들의 사용자로서 그 피용인들의 업무 수행상의 과실로 말미암아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불법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정귀호 박준서(주심) 김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