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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11.23. 선고 2017고합499 판결

배임증재

사건

2017고합499 배임증재

피고인

A

검사

주영환(기소), 엄희준(공판)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담당변호사 문규상, 이호태, 김태형

판결선고

2017. 11. 23.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 6개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주식회사 B 대표이사로서, C 주식회사(이하 'C'이라 한다)가 D 정부에 E 잠수함 3척(이하 '이 사건 잠수함'이라 한다)을 수출하는 계약의 비공식 중개업자이고, F는 2006. 3. 7.부터 2012. 3. 29.까지 C 대표이사로, 2012. 3. 30.부터 2014. 4. 1.까지 C 상담역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피고인은 2007.경 G학교 최고경영자과정에서 F를 처음 만난 후 그와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하고 있을 뿐, C과 고용계약을 체결하거나 C으로부터 대리인으로 지명받는 등의 공식적인 관계는 없는 사람이다.

1. 부정한 청탁 주식회사 H(현 주식회사 I, 이하 'H'이라 한다)은 2003.경부터 C에서 건조하는 잠수함을 D 정부에 수출하는 사업을 추진해 오던 중 2010. 9. 말경 H이 J에 인수·합병되면서, C이 이 사건 잠수함 건조 및 수출사업을 직접 담당하게 되었다. 한편 피고인은 2010.경 D 현지 군수품 중개 브로커인 K(K, 이하 'K'이라 한다)으로부터 "내가 운영하고 있는 D 군수품 중개업체가 C의 중개인(에이전트)으로 선정되어 D 정부에서 추진하는 잠수함 도입 사업을 중개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제의를 받은 후 그에게 "내가 C 사장 F를 잘 알고 있으니 C과 협상을 하다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에게 이야기 하달라. 그러면 내가 F 사장에게 부탁하여 해결해 주겠다. 그 대가로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이 체결되면 수수료(커미션)를 달라."고 말하며 위 제의를 승낙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은 그 무렵 F에게 "내가 이 사건 잠수함 수출사업과 관련하여 K의 한국 측 에이전트 역할을 하게 되었다. K의 숨은 파트너이다. 내가 당신과 친분이 있다.

고 하여 K 측에서 나를 한국 측 에이전트로 선정한 것이니 혹시 누가 나와 친분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나와 친하다고 말해 달라.", "내가 평소에 사소한 부탁으로 귀찮게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내가 직접 전화로 부탁할 테니 한번 도와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였고 F는 이를 승낙하였다. 나아가 피고인은 K에게 F와의 친분을 이용하여 F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K의 신뢰를 얻어 향후 수수료를 쉽게 받을 생각으로 F의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이에 F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의도에 맞추어 피고인에게 잠수함 사업을 총괄하는 C 사업4팀장(전무) L을 소개해 주는 방법으로 피고인을 도와주었다.

한편 K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D 현지 중개인이 2011. 6.경 D 대사관을 통하여 L에게 '새로운 중개인을 지명해 달라.'는 취지의 D 해군참모총장의 친필 서명이 있는 서한을 전달하였다. 이에 L은 위와 같은 중개인 교체 또는 추가 요구가 D 정부의 공식입장인지 확인하고, 만약 D 정부가 중개인 교체 또는 추가를 요구하면 이를 수용하는 대가로 잠수함 장비 선정권 등과 관련된 협상 난제들을 일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2011. 7.~9.경 D 해군참모총장과 미팅 약속(이하 '이 사건 미팅'이라 한다)을 정한 후 C 특수선영업부 부장 M과 함께 D로 출국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이 다른 D 현지 중개인의 주선으로 L과 D 해군참모총장이 만나 이 사건 잠수함 수출 협상이 타결되는 경우 K은 기존 중개인의 지위를 상실하여 중개 수수료를 전혀 받지 못하거나 향후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하였던 수수료가 감소하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K은 이 사건 미팅 하루 전날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어 "F에게 부탁하여 L과 D 해군참모총장이 만나지 못하게 하라."고 요구하였고, 피고인은 F를 상대로 위와 같은 K의 요구사항을 관철하지 못한다면 향후 피고인이 K으로부터 받을 수수료가 줄어들기나 전혀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바로 F에게 전화를 걸어 "잠수함 수출계약과 관련하여 내일 L 전무가 D 해군참모총장을 만난다고 하는데 그러면 안된다. 다 된 것인데 지금 와서 이렇게 하면 어떻게 하느냐. 큰일 난다. 내일[ 전무가 D 해군참모총장을 만나지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

그런데 위와 같은 피고인의 청탁에 따라 이 사건 미팅을 하루 전에 파기하면 D 해군 최고 책임자와의 신뢰관계에 영향을 미쳐 향후 협상 과정에 큰 장애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어 C에 손실을 초래할 것이 예상되었다. 이러한 경우 F로서는 이 사건 미팅을 함부로 파기할 것이 아니라 관련 임원 등과 논의하여 협상에 응할 경우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절차를 거치거나 그러한 절차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L으로 하여금 D 해군참모총장을 만나게 하여 D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인한 후 그에 따라 C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할 업무상 의무가 있었다. 그런데도 F는 위와 같은 임무를 위배하여 피고인의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기 위하여 D에 있던 L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D 해군참모총장을 만나지 마라."는 취지로 지시하였고, L은 F의 지시에 따라 그를 만나지 않았다. 이후 C과 D 해군과의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상당 기간 협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잠수함 수출계약 체결이 지연되다가 협상이 재개되어 C은 2011. 10.경 D 정부로부터 잠수함 수출계약 관련 공식적인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었고, 2011. 12.경 K의 중개를 통해 D 정부와 이 사건 잠수함 3척을 미화 1,079,999,000달러(이하 '달러'라고만 한 다원화 1,253,878,839,000원, 환율 1,161원)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F의 위와 같은 영향력 행사로 C은 2012. 3.경 K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D 군수품 중개업체와 수출지원 용역계약(Export Support Service Contract)을 체결한 후 2012. 12.경부터 2016. 4.경까지 위 K이 운영하는 군수품 중개업체에 중개 수수료 명목으로 총 13회에 걸쳐 합계 62,995,746달러(원화 67,559,890,373원, 각 지급일시 환율 기준)를 지급하였고, K은 2013. 1.경부터 2015. 10.경까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 관련 수수료 명목으로 합계 2,922,326달러를 교부하였다.

2. 금품 제공

피고인은 2013. 3.~4.경 F에게 "D 측으로부터 지난번에 이야기한 수수료를 받았으니 이를 쉐어하겠다(나누어 주겠다). 계좌번호를 하나 불러 달라."고 하였고, F는 피고인에게 대학 친구인 N 명의의 은행 싱가포르 계좌를 알려주었다. 한편 피고인은 2013. 1.경 위와 같이 계약을 중개한 대가로 K으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809,999달러 (880,468,913원, 환율 1087.00원)를 송금받았는바, 2013. 4. 9. 위 수수료 중 162,000달러(원화 184,566,600원, 환율 1,139.30원)를 F가 알려 준 N 명의의 위 계좌로 송금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2014.1.경 K으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1,488,924달러 (1,596,126,528원, 환율 1,072.00원)를 추가로 송금받은 후 2014. 10. 15. 위와 같은 방법으로 N 명의의 위 계좌에 297,000달러(원화 315,859,500원, 환율 1063.50원)를 송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C의 대표이사인 F의 잠수함 수출계약 중개인 선정, 중개계약 체결 등의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미화 459,000달러(원화 500,426,100원)를 공여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F, L, M의 각 법정진술

1. 각 녹취서

1. 피고인, F, N에 대한 검찰 각 피의자신문조서

1. 수사보고 (D 잠수함 3척 수주(신조) 사업관련 수주개요, 공정별 대금 수금 내역 및 커미션 지급 내역 첨부)

1. D 잠수함 3척 신조사업 수주개요 진행경과, 공정별 대금 수금 내역 및 커미션 지급내역 1부

1. Export Support Service Contract 사본, Letter of Appointment, 2011. 12. 20.자 C ㈜D 간에 체결한 계약서 사본

1. N 명의 싱가포르 P 은행 계좌(계좌번호 Q) 거래내역 2장 사본, A 명의의 R 은행 계좌정보,

1. 각 개인별 출입국 현황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57조 제2항(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사회봉사명령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가) 피고인은 F를 찾아가 필요하면 자신이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 도와달라거나 K의 중개인 지위 상실 등을 막기 위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

나) 피고인은 당시 C에서 퇴직한 F에게 향후 D에서 진행될 새로운 잠수함 도입사업에 중개인으로서 같이 활동할 것을 요청하면서 돈을 지급한 것일 뿐, 청탁의 대가로 지급하지 않았다.

다) 설령 피고인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청탁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미팅 성사로 계약 체결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고 나아가 K과 C의 위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탁한 것에 불과하여 사회상규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이라고 볼 수 없다.

2. 판단

가) 청탁의 존부 및 목적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과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목적 및 내용의 청탁을 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은 검찰에서 일관되게 '2011.경 F에게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 관련하여 결정적인 순간에 한번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이후 2011. 하반기에 다른 중개인이 주선한 이 사건 미팅이 성사되면 K과 자신이 중개를 못 하게 되므로 F에게 L이 D 해군참모총장을 만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날 K으로부터 L이 만나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F에게 전화를 걸어서 계약이 성사되면 잊지 않겠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라고 진술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0. 3. 초순경 K으로부터 C의 잠수함 수출사업에 도움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2010. 5.경 F를 방문해서는 반대로 자신이 C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주장하는바 이는 주장 자체로 모순되는 면이 존재한다.

3 F는 검찰에서 '피고인이 K을 도와주고 있다면서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왔는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온 것으로 느껴졌다. 이 사건 미팅이 성사되면 K과 피고인이 그 때까지 진행한 노력이 소용없게 되므로 미팅 취소가 K과 피고인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④ 다음을 종합하면 K은 2010. 초순경부터 C과 직접적으로 중개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던 입장에서 피고인에게도 도움을 구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와 달리 당시 K이 H의 중개인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므로 F에게 도와달라는 식의 부탁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 피고인은 2010. 3. 초순경 K에게 이 사건 잠수함 수출사업에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받은 이후 F를 찾아갔다. 나 피고인은 K이 H과 J의 합병으로 H과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던 중 K에게 C과 직접적으로 중개인 관계를 맺도록 조언한 사실은 인정하는바, H이 2010. 9. 말경 J에 인수·합병되었는데, J가 위 인수·합병을 추진한 것은 훨씬 이전으로 보이고 K이 2010. 9. 30. C으로부터 독점 수출 중개인(Exclusive Export Agent)으로 임명된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이 조언을 한 시점은 2010. 초순경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은 F 피고인에 대한 사건[이 법원 2016고합697, 1215(병합)]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K에게 부탁을 받을 무렵은 H가 1차 입찰 및 재입찰(2009. 7.경 실시)에 탈락한 상태였고, 2차 입찰 시작(2010. 11. 25.) 전으로 K이 H의 정식 중개인은 아니었고, 당시 여러 중개인이 잠수함 수출을 중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L은 이 법정에서 '2010. 5.경 당시 H은 잠수함 수출사업에 관여하지 않았고, C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이야기된 상태였다.'고 진술하였다.

나) 대가성에 관하여 다음의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앞서 본 청탁의 대가로 F에게 송금했음을 인정할 수 있고, 설령 추후 진행될 D 잠수함 수출사업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의도가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 청탁의 대가로 갖는 성격과 불가분하게 결합하여 있다고 볼 것이므로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

① 피고인은 검찰에서는 F의 도움으로 이 사건 미팅이 취소된 결과 자신과 K이 계속해서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을 중개할 수 있게 되어 송금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1)

② F 역시 검찰에서 '피고인이 덕분에 잠수함 사업이 잘되었으니 인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돈을 보냈다.'고 진술하였다.

③ F 덕분에 피고인과 K은 중개인 지위를 유지하여 거액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었고, 피고인은 이 사건 미팅 취소 다음 날 F에게 고맙다고 전화까지 하였다.

④ F가 피고인에게 돈을 2차례에 걸쳐 받았음에도, 새로운 잠수함 수출사업 관련해서 피고인이나 F가 진행한 일은 아무것도 없고, 피고인이 K과 주고받은 자료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F는 이 법정에서 '새로운 사업 관련해서 잠수함 형태, 발주 수량, 모델, 건조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도 확정되어 있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⑤ 심지어 피고인은 자신이 K에게 받은 2,922,326달러 조차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 관련해서 피고인이 지출한 비용에 대한 대가 및 새로운 잠수함 수출사업에 필요한 비용 명목일 뿐이라고 주장하는바, 피고인은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 관련해서 국내를 방문하는 D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응대, 교통편의 제공 등의 업무만을 수행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명목에 비해 수수한 돈이 지나치게 거액이다.

⑥ 청탁한 시기와 송금 시기가 떨어져 있기는 하나, 피고인이 K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은 이후 F에게 송금하기까지는 약 3개월, 9개월 정도의 시간적 간격만이 있을 뿐이고, 피고인과 F가 자주 만나는 사이도 아니었으며 피고인이 F를 만나 돈을 보내겠다고 말을 한 이후에 송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시간적 간격은 대가성 인정에 방해되지 않는다.

⑦ F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 수색이 이루어지고 3일이 지난 2016. 6. 12.경 피고인은 F와 N을 만나 피고인이 커피 사업 관련해서 돈을 보내준 것으로 말을 맞추기로 하였다. 또한, 2016. 6. 13. N이 긴급체포된 이후 피고인은 2016. 6. 16. 급하게 출국을 시도하다가 출국금지조치 때문에 실패하였는바, 이에 관해 피고인은 해외계좌 자진신고에 필요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출국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국내에서도 해외계좌 자진신고에 필요한 자료 확보가 가능한 점, 실제로 피고인은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고 국내에서 자료를 확보한 다음 신고를 완료한 점, 피고인은 과거에 해외계좌를 한 번도 신고한 적이 없었던 점, 귀국편 비행기를 예약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본건으로 수사를 받을 것이 염려되어 해외로 도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은 K에게서 받은 돈이 비용 보전이나 새로운 사업 준비 명목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 부정한 청탁 여부에 관하여

1) 배임증재죄의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는바, 청탁의 내용과 이에 관련되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액수와 형식,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3도4320 판결 등).

2) 다음의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F에게 거액의 돈을 제공하는 대가로 중개인의 지위를 유지하고 예상되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이 사건 미팅을 취소하도록 부탁한 행위는 사회상규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피고인이 F에게 한 청탁 중 '누가 자신과 친분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친하다고 말해달라, 결정적인 순간에는 내가 직접 전화로 부탁할 테니 한번 도와 달라.'는 청탁은 단순히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부탁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으나, 독자적으로 청탁이 부정한지를 판단할 것은 아니고 이 사건 미팅 취소 청탁과 함께 전체적으로 청탁이 부정한지를 판단함이 상당하다).

① 비록 이 사건 미팅이 예정된 경위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고, 미팅이 취소된 이후 결론적으로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다음을 종합하면 당시 미팅 취소로 C에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 C은 다른 경쟁사와 달리 잠수함 1척을 더 건조하되 잠수함 내부에 탑재될 장비의 선정권을 갖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였는바, L과 M은 장비 탑재 부분 관련 협상 상대방인 D 해군2)과 협상에 진척이 없던 상황에서 해군참모총장을 만나 난제를 해결하려고 했었다.3) 나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의 상대방은 D 국방부이기는 하나, 잠수함의 실사용자인 해군이 위 계약에 갖는 영향력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이는바, 이에 L, M 모두 미팅 취소가 굉장한 결례로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도 검찰에서는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다. ㉰ L과 M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미팅 취소 이후 협상에 한 달간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L은 이 법정에서 '미팅 취소와 계약 지연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하였다. 피고인은 협상이 한 달가량 진행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L, M에게 매우 중요했던 잠수함 수출업무와 관련된 D 해군참모총장과의 미팅을 그것도 전날 또는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한 직후에 벌어진 상황에 관한 진술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기억이 잘못되었다거나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라 결국, 이 사건 미팅 취소로 인해 해군참모총장이 C 측을 만나려고 한 이유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피고인과 F 사이 별다른 친분 관계, 금전 거래관계가 없었던 것에 비해 F에게 전달된 돈의 액수가 약 5억 원에 달할 정도로 거액이고, 피고인, F 모두 자금추적이 어려운 해외계좌를 이용하였으며, 심지어 F는 자신의 계좌가 아닌 N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았다.

③ K이 설령 D 현지에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 사건 미팅이 이루어질 경우 C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와 달리 피고인은 이 사건 미팅 취소가 C 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미팅으로 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에 관하여 K에게 듣거나 묻지도 않았으며 F에게도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이 사건 미팅이 다른 중개인의 주선으로 정해졌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진술하였다.

(0) 다음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F에게 계약 체결 지연 방지 목적으로 이 사건 미팅 취소를 부탁했다고 볼 수 없다. 가 피고인은 검찰에서 그와 같은 목적으로 미팅취소를 부탁했다고 진술한 바가 없으며, 심지어 검사가 'F는 L이 해군참모총장을 만나면 계약이 지연될 것 같아서 만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데 어떤가요.'라고 질문하자 'F의 입장은 모르겠다.'고 대답을 하였다(수사기록 284쪽 참고), 난 피고인과 F 진술에 의하더라도 미팅 성사로 계약 체결이 지연될 수 있는 이유에 관해서 피고인이 F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피고인이 이와 유사한 일로 F에게 전화하거나 도움을 준 적이 없었던 점, 당시 피고인과 F는 특별한 친분 관계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F가 아무런 근거 없는 피고인의 말을 믿었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 L은 일관되게 'F로부터 "해군참모총장을 꼭 만나야 되느냐."라는 지시에 가까운 말만 들었지, 만나면 계약이 지연된다는 등 만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하였고, F도 이 법정에서 'L에게는 계약이 지연될 수 있다는 등의 말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6) 변호인은, 이 사건 미팅 취소 청탁이 K의 중개인 지위 상실을 막으려는 의도에서 한 것이라고 해도 C에 대해 중개인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가진 K의 기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부탁이어서 부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4) 그러나 청탁의 내용이 기존에 확보한 정당한 권리를 유지하여 달라는 취지라고 하더라도 계약의 성격 및 법적 성질, 증재자가 갖는 법적인 지위 및 권한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간 K은 2009. 9. 30.경 C으로부터 독점적 수출 중개인으로 선정되었으며, 유효기간은 2012. 12. 31.까지라는 내용의 위촉장(Letter of Appointment)을 받기는 하였으나, 별도로 C과 사이에 계약서가 작성되지는 않았고 구두로라도 권리·의무에 관하여 구체적인 약정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C K은 통상의 무기수출사업의 관행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비용을 들여 계약 체결을 중개하고 계약이 성사될 경우에만 C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기로 하였을 뿐, 수수료의 대략적인 범위에 관해서도 아무런 약정을 체결하지 않았다. 다 K에 대한 위 위촉장(Letter of Appointment)은 단순히 입찰참가에 필요한 서류로 보이고(피고인, L 등의 진술 참고), K은 2012. 3. 26.에 가서야 C과 정식으로 수수료 액수 및 지급시기 등이 정해진 중개인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피고인은 K의 업무를 대한민국 내에서 도와주는 역할만 하였을 뿐, 별도로 C과 위임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마 K이 C으로부터 독점적 수출 중개인으로 선정된 것을 위임계약 체결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임계약에는 상호해지의 자유가 있고 다만 그에 따라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할 여지가 있을 뿐이고(민법 제689조)5), L과 M 역시 K을 다른 중개인으로 교체하거나 다른 중개인을 추가로 선임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M C은 2011. 10.경 D로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는데, L, M, F는 모두 그 이전에 이 사건 미팅 취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고, 피고인도 이 법정에서 '미팅 취소 당시는 L이 "Winner Letter를 빨리 받아라.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라는 말을 했었던 시기다.'라고 진술한 점, L과 M은 해군참모총장을 만나기 위해 둘이 같이 출국하였다고 진술하였는 데 두 사람이 2011. 7. 7. 및 2011. 9. 5. 같이 D로 출국한 출입국 기록이 있는 점, M은 이 법정에서 해군참모총장만 만나러 간 것이 아니고 다른 미팅과 연계해서 출국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하였는데 위 2차례 출국 당시 D에서 다른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미팅 취소가 있었던 시기는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2011. 7.~9.경으로 보이고, 이에 반하여 이 사건 미팅 취소가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 체결 직전인 2011. 11. 말경에 있었으므로 중개인 변경이 불가능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처럼 이 사건 미팅 취소 당시 기준으로 K 또는 피고인이 갖는 법적인 지위 및 권한의 불확실성, C과 체결한 계약의 성격 및 나아가 피고인은 단순히 K 또는 자신의 중개인 지위를 유지해달라고 부탁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신중한 고민이나 검토 없이 미팅 취소를 부탁한 것이고, 미팅이 취소되더라도 협상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청탁을 사회상규 및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2년 이하

2. 양형기준의 적용

[유형의 결정] 배임수증재 > 배임증재 > 제3 유형(1억 원 이상)

[특별양형인자] 없음

[권고형의 범위] 징역 10개월~1년 6개월

3. 선고형의 결정 :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아래 각 정상을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성장 과정,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요소와 양형기준상의 권고형량범위를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불리한 정상

피고인은 오로지 자신이 받게 될 수수료를 위해 D 해군참모총장과의 미팅을 취소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였는바, 대한민국 정부의 후원 등으로 공적인 성격을 갖는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좋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F에게 공여한 돈이 약 5억 원으로 거액이고, 공여과정에서 해외,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범행수법도 불량하다. 피고인은 F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먼저 F에게 접근하여 청탁을 하고 돈을 송금할 해외계좌를 알려달라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금품을 제공하였다. 관련자들과 제공된 돈의 명목에 관하여 허위로 말을 맞추거나 해 외도피를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반성하고 있지 않다.

[유리한 정상]

피고인의 청탁목적은 결국 K의 중개인 지위 유지에 있었는바, 통상 무기수출 과정에서 중개인이 변경되는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미팅 취소가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기는 해도 실제로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밝혀지지는 않았다. K이 2003.경부터 자신의 비용을 들여가면서 C의 잠수함 수출을 도운 결과 K과 C 사이에는 공고한 신뢰관계가 있었고, K은 계속해서 C의 중개인으로 활동하여 결국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피고인은 초범이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영훈

판사정순열

판사강동훈

주석

1) 구체적으로 'F의 도움으로 미팅이 파기되었으면 당연히 인사를 해야 하고, 인사라는 것은 이 사건 잠수함 수출계약이 체결되어 자신이 받는 수수료의 일정 부분을 F에게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 F에게 송금할 때 잠수함 사업 관련하여 인사를 좀 하려고 하는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고 진술하였다.

2) 협상은 잠수함 구매 부분과 잠수함 장비 탑재 부분이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전자는 D 국방부가 협상 당사자였다.

3) L은 겸찰에서 '해군참모총장을 만나서 담판을 짓는 것이 좋은데, 협상 과정에서 만나기 쉽지 않았다.'는 진술까지 하였다.

4) 이 주장은 대법원 1985. 10. 22. 선고 85도465 판결 등에서 제시한 법리를 근거로 한 것으로 보인다.

5) 참고로 D 민법에 의하더라도 위임인의 의사에 따라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D 민법 제1813조, 1814조 등 참고).

6) D 국방부로부터 Winner Letter를 수령하는 것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선정되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