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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2020.12.23. 선고 2020노2816 판결

강제집행면탈

사건

2020노2816 강제집행면탈

피고인

1. A

2. B

항소인

피고인 A 및 검사

검사

오광일(기소), 고려진(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베스트로(피고인 A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임성문

변호사 이창직(피고인 B을 위하여)

판결선고

2020. 12. 23.

주문

피고인 A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1) 사실오인

피고인이 이 사건 2017. 5. 16.경 강제집행면탈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자녀들 명의 계좌로 돈을 입금한 것은 피고인 운영의 주식회사 D에 대한 가수금(대여금)을 변제 받은 것일 뿐이므로 강제집행면탈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피고인에게는 강제집행면탈의 고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주식회사 D 및 고소인들을 위하여 4~5년에 걸쳐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민사소송을 진행하여 어렵게 14억 원 가량의 조정합의금을 지급받게 되었고, 위 돈 중 이 사건 8,000만 원을 제외한 상당 부분을 공사대금 채무 변제나 위 회사 직원들에 대한 체불임금 지급에 사용한 점, 피고인이 위 회사를 운영하면서 급여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점, 이 사건 이후 위 회사도 폐업하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징역 8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무죄 부분)

관련 증거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B의 임금채권이 허위임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2018. 2. 23.경 강제집행면탈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피고인 A에 대하여)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이 받아들여지거나,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건 각 범행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데다가 범행 이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 A에 대한 원심의 형(징역 8월)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A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인 A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이 무죄 취지로 주장하였는바, 이에 대하여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주식회사 D(이하 'D'이라 한다)에 대한 가수금 채권이 없었음에도 강제집행을 면탈하려는 고의로 자녀들 명의 계좌로 8,000만 원을 송금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다음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1) 피고인 A의 배우자이자 D의 명의상 대표이사인 C가 2010. 10. 20.경부터 2011. 11. 3.경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D의 계좌로 돈을 송금하였고, D의 2010년도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액신고서에 주·임·종 단기차입금이 642,050,000원으로, 2011년도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액신고서에 주·임·종 단기차입금이 253,550,000원으로 각 기재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D의 2010년도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액신고서에 첨부된 '가지급금등의 인정이자조정명세서(을)'에 의하면, C가 2010. 10. 20.경부터 2010. 11. 19.경까지 D의 계좌로 입금한 돈은 가수금이 아닌 가지급금의 회수로 보이고, 위 서류에 기재된 가수금의 대여 및 그 변제 내용이 C의 송금내역과 전혀 일치하지 않아 C가 D의 계좌로 송금한 돈이 대표이사의 가수금이라고 보기 어렵다.

2) 한편 2014. 10.경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본사 미납내역 현황'에는 D의 종업원들에 대한 미지급급여, 차입금, 체납세액 등이 모두 정리되어 있음에도 피고인 A의 가수금 채권은 나타나 있지 않다.

3) 위 '본사 미납내역 현황'에는 D이 AF으로부터 5,000만 원을, AG으로부터 6,000만 원을, K으로부터 2,000만 원을 각 차용하였다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D의 L은행 및 우체국 계좌에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AG, AF, AH이 돈을 송금한 내역이 없는 반면, AG, AF, AH이 C의 계좌로 2010년경부터 2011년경 사이에 돈을 송금한 내역은 확인되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이 D의 계좌로 다시 송금되었다. 한편, D의 2010년도 및 2011년도 각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액신고서에는 D의 부채 중 매입채무, 미지급금, 부가세예수금을 제외하면 주·임·종 단기차입금만 있을 뿐 다른 차입금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4) 피고인 A은 횡령 혐의로 고소되어 조사를 받던 중 8,000만 원을 대표이사의 가수금 변제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하거나 가수금 채권의 존재를 주장한 적이 없고, 다시 이 사건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고소되어 조사를 받으면서도 8,000만 원을 인출한 이유에 대하여 '수표로 다 찾아서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을 뿐 가수금 채권에 대하여 전혀 언급한 적이 없으며, 검찰 1회 및 2회 조사 당시 강제집행면탈의 범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687, 782쪽).

5) 피고인 A은 J으로부터 2016. 11.경 911,795,891원을 공탁받았고, 2017. 1.경 수표로 460,000,000원을 지급받았으며, 위 각 돈을 지급받은 무렵인 2016. 11. 17.경 및 2017. 1. 20.경 직원들의 급여나 유치권 행사를 위임받은 돈, 거래처에 대한 미지급 채무를 변제하는 데 사용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피해자 G, H, I가 2017. 2. 8.경 피고인을 위 공사대금을 횡령하였다는 혐의로 고소한 뒤인 2017. 3. 23.경 변호사 K으로부터 나머지 공사대금 81,788,052원을 자기앞수표로 받은 후, 피해자 G, H, I가 2017. 4. 17.경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 I의 소장 부본을 2017. 5. 13.경 송달받은 직후인 2017. 5. 16.경 위 8,000만 원 중 4,000만 원은 자신의 아들 명의의 계좌로, 4,000만 원은 자신의 딸 명의의 계좌로 각 송금하였는바, 위 각 계좌의 개설일이 위 송금일 당일이거나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직후로서 위 송금일과 근접한 때이다.

6) 피고인 A은 검찰 조사 당시 위 8,000만 원을 송금한 아들과 딸 명의의 계좌가 자신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인정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딸 명의로 송금한 4,000만 원을 피고인이 살고 있던 아파트에 관하여 딸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다음 2017. 5. 25.경 그 월세 보증금으로 지급하는 데 사용하였고, 아들 명의로 송금한 4,000만 원은 2017. 8. 25.경 다시 수표로 출금하였는데, 피고인은 검찰 조사 당시 아들 명의로 송금한 위 4,000만 원 중 1,000만 원은 어머니 AI으로부터 빌린 돈을 변제하는 데 사용하였고, 2,000만 원은 생활비로 사용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을 피고인이 항소이유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정을 포함한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검토해 보더라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 B이 피고인 A 및 D으로부터 받을 임금 등 채권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1) 2014. 10.경 이후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본사 미납내역 현황'에는 D의 종업원들에 대한 미지급급여, 차입금, 체납세액 등이 모두 정리되어 있는데, 피고인 B과 관련하여 'B 급여외' 항목에서 '16,838,600원'을, 'B 친구들(AL+AM+AN)' 항목에서 '1,140,000원'을 각 계상하고 있어 2014. 10.경까지도 피고인 A 또는 D이 피고인 B에게 지급하지 아니한 급여 등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고인 A은 피고인 B을 D에서 일하게 한 다음 월 100만 원 내지 15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였고, 실제로 B은 F병원 공사현장 등에서 D의 직원으로서 일하기도 하였으며, D의 다른 직원들이나 거래처 관계자 등이 피고인 B을 'B 대리'로 호칭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피고인 A 또는 D의 계좌나 피고인 B의 계좌에는 D의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피고인 A이 피고인 B에 약정한 급여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아니한 내역이 확인된다.

3) D의 직원이었던 S, T은 '피고인 B이 월 150만 원 정도의 급여를 지급받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 B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이력내역서에 의하면, 피고인 B은 2011. 7. 10.경부터 2013. 5. 31.경까지 D에 근무한 것으로 되어 있고, 피고인 B의 계좌거래내역에 의하면, 피고인 B은 2010. 7.경부터 D으로부터 급여 명목의 송금 받았는바, 피고인 B이 2010. 7.경부터 2013. 5. 31.경까지 위 회사에서 근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은 피고인 B이 2010. 7.경부터 2010. 12.경까지는 월 100만 원을, 2011. 1.경부터 2012. 12.경까지는 월 150만 원을, 2013. 1.경부터 2013. 5.경까지는 월 18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였다고 변소하고 있는데, 위 기간 동안의 급여 총액에서 피고인 B이 2010. 7. 2.경부터 2012. 12. 21.경까지 D이나 피고인 A 또는 피고인 A의 처로부터 계좌를 통해 지급받은 합계액 27,776,500원을 공제한 금액이 피고인들 사이에 작성된 급여미지급확인서상의 임금 및 퇴직금 합계액 23,800,000원을 초과한다(피고인 B의 계좌로 더 이상 급여가 입금되지 아니한 2013년의 급여를 제외하더라도 2010. 7.경부터 2012. 12.경까지 B의 급여 4,200만 원 및 B의 친구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 114만 원을 더한 금액에서 위 27,776,500원을 공제한 금액이 위 '본사 미납내역 현황'에 기재된 금액에 근접한다).

4) '본사 미납내역 현황'에서는 퇴사한 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은 '급여 및 퇴직금'으로,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은 '급여 외'로 구별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본사 미납내역 현황에 기재된 피고인 B에게 지급해야 할 돈 17,978,600원(= 16,838,600원 + 1,140,000원)에는 피고인 B의 퇴직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5) S은 '피고인 A이 피고인 B에게는 급여의 일부만을 계좌로 지급한 다음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직접 지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S이 위 현금을 준비하거나 피고인 A이 피고인 B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은 없는바, 위 진술은 추측에 불과하여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을 검사가 항소이유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정을 포함한 기록에 비추어 면밀히 검토해 보더라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다. 따라서,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피고인 A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에서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므로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살피건대, 원심은 그 양형의 이유에서 설시하고 있는 여러 양형 사유들을 고려하여 그 형을 정하였는바, 피고인 A에 대한 원심의 형을 변경할 만한 새로운 양형자료가 당심에서 추가되지 않은 사정 및 피고인 A의 사실오인 주장과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 점 등을 비롯하여 그 밖에 피고인 A의 나이, 성행, 직업,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 조건을 두루 참작하여 다시 검토해 보더라도, 원심의 형은 적정하다고 판단되고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다. 따라서, 피고인 A 및 검사의 각 양형부당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A과 검사의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4항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윤성묵

판사 곽희경

판사 이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