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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61671 판결

[손해배상(기)][공2003.3.1.(173),585]

판시사항

[1] 법무사가 직무의 처리와 관련되는 범위 안에서 사건 관계자에게 적절한 설명 내지 조언을 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2] 등기의 신청대리를 의뢰받은 법무사에게 의뢰인의 지시가 위임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때에는 그러한 내용을 의뢰인에게 알려주고 그 지시의 변경을 요구 또는 권고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적극)

[3] 압류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상에 설정된 의뢰인의 처 명의의 기존 근저당설정등기를 말소하고 의뢰인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새로운 근저당설정등기를 의뢰받은 법무사에게 근저당권이전의 부기등기의 방법 등을 권유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법무사법에서 법무사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고, 그 업무범위를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소송 기타 쟁의사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며, 변호사법에서 변호사 이외의 자가 금품 등을 받고 소송사건 등을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법무사가 법무사법에서 규정한 직무의 처리와 관련되는 범위 안에서 사건 관계자에게 적절한 설명 내지 조언조차 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또한 다른 법률 등에 기하여 발생하는 설명 내지 조언 의무가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2] 일반인이 법무사에게 등기의 신청대리를 의뢰하고 법무사가 이를 승낙하는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에 해당하는 것인데,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므로, 수임인인 법무사는 우선적으로 위임인인 의뢰인의 지시에 따라야 할 것이지만 이 지시에 따르는 것이 위임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때에는 그러한 내용을 의뢰인에게 알려주고 그 지시의 변경을 요구 또는 권고할 수 있다.

[3] 압류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상에 설정된 의뢰인의 처 명의의 기존 근저당설정등기를 말소하고 의뢰인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새로운 근저당설정등기를 의뢰받은 법무사에게 근저당권이전의 부기등기의 방법 등을 권유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최영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화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동호)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성 담당변호사 안상돈 외 5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

가. 원심은 아래의 사실을 인정하였다.

⑴ 원고는 1995. 1. 10.경 소외 신진철에게 원고 소유 판시 이 사건 아파트를 매도하고, 대금의 일부를 지급 받아 잔금이 4,000만 원 남게 되자, 같은 해 2. 14. 신진철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면서 잔금 4,000만 원에 대한 담보조로 근저당권자를 원고의 처 윤필숙, 채권최고액을 5,000만 원으로 하는 1차 근저당권의 설정등기를 경료하였다.

⑵ 원고는 이후 1차 근저당권자를 자기 앞으로 변경할 필요성을 느껴 1997. 4. 17. 신진철, 윤필숙(이하 3인을 '원고 등'이라 한다)과 함께 법무사인 피고의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원고 등은, 신진철이 위 날짜에 4,000만 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조로 이 사건 아파트 위에 채권최고액 5,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다는 내용의 차용금증서(을 제2호증)를 내어놓으며, 1차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원고 명의로 새로운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절차를 경료하여 줄 것을 의뢰하였다.

⑶ 피고는 그 사무원을 통하여 당시의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등기과에서 등기부를 열람한 결과 이 사건 아파트에 이미 국가(소관 : 울산세무서)를 권리자로 한 1996. 7. 1.자 및 서대문구청을 권리자로 한 1996. 9. 6.자의 각 압류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있음을 알아내고는 그러한 사실을 원고에게 알렸다. 원고는 그러한 사실을 전해 듣고도 별다른 의사를 표시함이 없이 피고에게 그대로 1차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말소하고 그 명의의 새로운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쳐줄 것을 의뢰하였다. 피고는 이에 따라 원고 등으로부터 위임장에 날인을 받고 신진철 명의의 인감증명을 교부받아 관련 서류를 작성한 다음, 1차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원고를 근저당권자로 한 채권최고액 5,000만 원의 2차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등기절차를 대행하여 처리하였으며, 그 보수 등으로 426,600원(조세 등의 비용포함)을 지급받았다.

⑷ 이후 국가(소관 : 울산세무서)는 신진철이 체납한 국세를 징수하기 위해 이 사건 아파트의 공매절차를 개시하였다.

나. 이어서 원심은, 피고가 1차 근저당권의 말소 및 2차 근저당권의 설정 대신에 1차 근저당권 이전의 부기등기의 절차를 밟아 주었더라면 원고의 권리가 1차 근저당권이 설정된 후의 압류에 기한 국가와 서대문구청의 조세채권에 우선할 수 있었으므로 법무사인 피고로서는 원고에 대하여 1차 근저당권 이전의 부기등기를 경료할 것을 권유하였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을 아래와 같이 배척하였다.

법무사법법무사법시행규칙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법무사의 업무는 당사자가 위임하는 취지에 맞추어 서류를 작성하거나 신청을 대리, 또는 작성된 서류를 제출하는 행위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당사자가 의뢰하는 행위로 발생하게 될 법률적 효력이나 결과를 판단한 다음 이에 관하여 조언하거나 임의로 당사자에게 가장 유리하도록 절차를 대행하는 행위는 그 업무의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보수를 받고 위와 같은 법률적 조언 등을 하는 행위는 도리어 강행법규인 변호사법에 위배된다). 그러므로 피고가 등기업무를 전문적으로 위임받아 처리하는 자라 하더라도 원고에게 1차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말소하고 2차 근저당권을 설정하게 되면 종전에 확보된 우선권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과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근저당권 이전의 부기등기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키거나, 아니면 임의로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위 부기등기 절차를 마쳤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피고는 1차 근저당권에 뒤이어 국가 등의 압류기입등기가 마쳐진 사실을 원고에게 고지한 점만으로 그에게 요구되는 바는 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매매잔대금의 지급을 확보하기 위해 어떠한 절차를 강구할 것인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원고가 판단할 문제다). 그 밖에 피고가 위임사무를 처리함에 있어 어떤 잘못이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의 인정은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반의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

⑴ 원심의 판시와 같이 법무사법에서 법무사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고, 그 업무범위를 초과하여 다른 사람의 소송 기타 쟁의사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며, 변호사법에서 변호사 이외의 자가 금품 등을 받고 소송사건 등을 취급하는 것을 금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법무사가 법무사법에서 규정한 직무의 처리와 관련되는 범위 안에서 사건 관계자에게 적절한 설명 내지 조언조차 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또한 다른 법률 등에 기하여 발생하는 설명 내지 조언 의무가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⑵ 일반인이 법무사에게 등기의 신청대리를 의뢰하고 법무사가 이를 승낙하는 법률관계는 민법상의 위임에 해당하는 것인데, 수임인은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므로, 수임인인 법무사는 우선적으로 위임인인 의뢰인의 지시에 따라야 할 것이지만 이 지시에 따르는 것이 위임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때에는 그러한 내용을 의뢰인에게 알려주고 그 지시의 변경을 요구 또는 권고할 수 있는 것이다 ( 대법원 2001. 9. 14. 선고 2001다32984 판결 참조).

⑶ 기록에 의하면 1차 근저당권도 피고가 원고 및 신진철의 대리인으로서 신청하여 경료된 것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등기사무에 관한 한 법무사는 어느 다른 전문직종보다도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인 점, 1차 근저당권과 2차 근저당권의 내용은 채권자가 원고의 처였던 것이 원고로 바꾸어지는 외에는 피담보채권액, 채권최고액, 채무자 겸 담보제공자 등이 모두 동일하므로, 누구든지 위 두 근저당권 설정의 목적이 동일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었던 점, 1차 근저당권설정 이후 의뢰일까지 사이에 두 건의 조세체납 압류등기가 경료됨으로써 이 사건 아파트에 관하여 새로운 권리관계가 발생되었는데 원고 등이 의뢰하는 윤필숙 명의의 1차 근저당권의 말소 및 원고 명의의 2차 근저당권의 설정 대신에 1차 근저당권 이전의 부기등기(양도인을 윤필숙, 양수인을 원고로 하는)를 경료하는 경우에는 1차 근저당권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될뿐더러, 비용도 훨씬 적게 들고, 당시 관계자 3인(원고 부부와 신진철)이 모두 참석하였기 때문에 1차 근저당권의 말소 및 2차 근저당권의 설정등기 대신에 1차 근저당권 이전의 부기등기를 마치는 데 절차상 아무런 지장도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고 등으로부터 1차 근저당권의 말소 및 2차 근저당권의 설정을 의뢰 받는 법무사인 피고로서는 원고 등의 지시에 그대로 따르는 것이 원고에게는 적지 않은 위험을 초래하여 불이익하다는 사정을 알려주고 1차 근저당권의 말소 및 2차 근저당권의 설정 대신에 1차 근저당권 이전의 부기등기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정도로 구체적인 설명을 하여 원고 등으로부터 새로운 지시를 받을 직무상의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⑷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에게 1차 근저당권 이전의 부기등기를 권유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위 사정에 관한 심리미진 또는 법무사의 직무상 의무의 내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어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아니할 수 없다.

3.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

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2000.10.13.선고 98나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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