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당 사 자】
제청법원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99고약39581 약사법위반
약사법(1994. 1. 7. 법률 제4731호로 개정된 것) 제77조 제1호 중 ‘제19조 제4항’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당해사건의 피고인 송○자는 “대구 남구 봉덕1동에서 ○○약국이라는 상호로 약국을 경영하던 중, (1) 유효기간 또는 사용기한이 경과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의 목적으로 저장, 진열하지 아니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1999. 7. 14. 약국조제실 내에서 유효기간이 경과한 16개 약품을 조제·판매 목적으로 저장, 진열하고, (2) 약국을 관리하는 약사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으로 백색위생복을 입고 명찰을 달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일시 같은 장소에서 백색위생복 및 명찰을 착용하지 아니하고 성명불상의 고객 등에게 의약품을 판매하였다”는 이유로 제(1)사실에 대하여는 약사법 제76조 제1항, 제38조 위반으로, 제(2)사실에 대하여는 같은 법 제77조 제1호, 제19조 제4항 위반으로 벌금 1,000,000원에 약식기소되었다.
그런데 제청법원은 제(2)사실에 대하여 적용된 약사법 제77조 제1호 중 제19조 제4항 부분에 대하여 1999. 10. 26. 위헌심판제청결정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약사법 제77조 제1호(1994. 1. 7. 법률 제4731호로 개정된 것) 중 ‘제19조 제4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 및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약사법 제77조(벌칙)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9조 제4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
약사법 제19조(약국의 관리의무)④약국을 관리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1997. 12. 13. 법률 제5454호로 개정된 것).
약사법시행규칙 제11조(약국관리상의 준수사항)① 법 제19조 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약국개설자와 약국관리자는 그 약국관리에 있어서 다음 각호의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1996. 7. 19. 보건복지부령 제30호로 개정된 것).
1.약국의 시설과 의약품을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고 의약품의 효능이 떨어지지 아니하도록 관리할 것
2.보건위생상의 사고가 없도록 종업원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할 것
3.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는 물건은 이를 약국에 두지 말 것
4.약사 또는 한약사는 백색 위생복을 입고 명찰을 달아야 하며,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종업원에게 약사 또는 한약사로 오인될 수 있는 백색 위생복을 입히지 말 것
5.의약품 등의 사용과 관련하여 부작용등이 발생한 때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고하고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할 것
2. 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와 관계기관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1)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국을 관리하는 약사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준수하지 아니하는 것’을 처벌한다는 것이므로 결국 범죄구성요건의 전부를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한 것인 바, 보건복지부령에 규정될 내용과 범위에 관한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막연히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이라고만 하고 있어 작위의무의 내용과 구성요건적 행위의 태양이 구체적으
로 나타나 있지 않으며, 그 개념 또한 너무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약사법상의 다른 관련조항들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보건복지부령에 어떠한 내용의 범죄구성요건이 정해질 지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설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이 약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같은 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항에서 ‘약국관리상의 준수사항’으로 열거하고 있는 것들은 법규정 이전에 직업윤리적 의무로서, 특히 일반의 법감정과 사회통념상 약사가 백색위생복과 명찰을 착용하지 않았다고 하여 범죄로 인식되기는 어려운 점, 부령은 대통령령보다 더 빈번히 변경되고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부령인 시행규칙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약사로서도 이 규칙조항에 어떠한 내용의 준수사항이 규정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에 과태료나 과징금의 부과 또는 업무정지 등의 행정처분 외에 형벌에 의한 제재를 받을 것인지 등을 알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위 시행규칙 조항이 정하고 있는 준수사항은 5개 항목에 불과하고, 급변하는 사회현상에 맞추어 긴급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는 것도 찾아보기 어려워 입법기술상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처벌법규로서 행정입법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여야할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기준과 범위를 정함이 없이 범죄의 요건을 하위법규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어서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75조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에 위반된다는 의심이 든다.
(2)행정벌을 과하는 경우, 벌금이나 과태료의 상한 등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는 경우 뿐만 아니라 여러 행정벌을 불필요하게 중복하여 부과하는 경우에도 행정벌 체계상 균형의 상실이 초래될 수 있다.
그런데 위 시행규칙 조항에서 약사에게 부과하고 있는 준수사항들은 모두 약사의 본의무(약사면허취득과 약국개설등록 등)의 이행 후 그 부수의무의 이행과 관련된 것들로서 그 위반자에게 형벌을 가할 만한 법배반성과 비난가능성이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하나의 법조항 위반에 대한 벌칙으로 벌금과 과태료를 중복하여 규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고 입법기술상으로도 바람직하지 아니하고 이와 관련하여 현재 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단기자유형과 벌금형을 과태료나 범칙금 등으로 전환하는 추세에 있고 실제로 이에 관한 법령정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 하나의 의무위반행위에 대하여 과태료나 벌금이 중복부과되면 위반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로 볼 때 일사부재리에 준하는 이중처벌이 되는 점, 약사법에서도 위반행위에 대한 벌칙으로 벌금과 과태료가 모두 규정된 경우는 제19조 제4항 위반뿐이라는 점, 그리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널리 적용하면 수사기관의 과잉단속과 불필요한 전과자 양산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점 및 유사직역인 의사나 간호사에게는 백색위생복과 명찰 착용 등의 의무가 법령으로 강제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재량권이 자의적으로 행사된 경우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의심이 든다.
나. 대구지방검찰청 검사장의 의견
(1)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대상이 약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약사는 일반 국민의 건강의 회복 내지는 유지에 관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여타의 직업보다도 고도의 윤리성과 전문성을 지니고 있으며 약사회를 통하여 서로간의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통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할 것인 바, 약사라는 직업의 전문성이나 공공성 등을 고려할 때 약사는 약국관리에 필요한 준수사항에 대하여 알거나 알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며 또한 일반인들보다 높은 수준의 주의력이 요구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2)약사법의 목적은 약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그 적정을 기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함에 있고, 의약품의 판매는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약사에게는 여타의 영업자보다 고도의 업무충실성과 철저한 위생상태 유지가 요구되고, 특히 무자격자의 의약품판매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약사가
위생복과 명찰을 착용하여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할 것이므로 유지하려는 공익에 비해 사익이 침해되는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고는 볼 수 없다.
또한 약사법 제19조 제4항과 같이 그 위반에 대하여 벌금과 과태료를 중복하여 규정하고 있는 경우 만연히 과태료 등의 행정벌로 전환할 것이 아니라 유지하려는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결정하여야 하는 바,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유지하려는 이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벌금형을 유지하고 과태료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다.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
정부에서는 의약품 오·남용 방지 및 국민건강권 확보차원에서 2000. 7. 1.부터 의약분업을 실시할 계획이며, 의약분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특히 약국에서의 무자격자의 의약품 조제·판매 행위를 근절하여야만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국민 보건을 위해 약국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약국에서 준수하여야 할 모든 사항을 모두 법에 명시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건복지부령으로 위임하여 세부사항을 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규정 방식은 다른 법에서도 많이 적용하고 있다. 특히, 위생복 및 명찰 착용은 소비자가 약사와 무자격자를 구분하기 위한 1차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일부 민원에서는 요건을 더욱 강화해야만 무자격자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약국관리준수사항을 규범에서 구체화한 것이기 때문에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약사법 제19조 제4항 위반시 과태료와 벌칙에 동시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여타 위반사항에 비해 과한 조치라 사료되는 바, 벌칙과 과태료 내용 중 하나를 택일하여 관리하는 방안을 법 개정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
3. 판 단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국관리상 준수할 사항을 부령에 위임하고 있으면서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내용인 바,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 내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및 그 법정형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지 여부이다.
먼저 죄형법정주의 내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위배 여부를 본다.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헌법이 특히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하여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를 규정하고 법률에 의한 처벌을 강조하고 있는 기본권보장 우위사상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므로,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헌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헌재 1994. 6. 30. 93헌가15 등, 판례집 6-1, 576, 585; 헌재1997. 5. 29. 94헌바22 , 판례집 9-1, 529, 535).
일반적으로 헌법에 의하여 위임입법이 용인되는 한계인,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라 함은 법률에 이미 하위법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임입법의 위와 같은 구체성 내지 예측가능성의 요구정도는 문제된 그 법률이 의도하는 규제대상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달라질 것임은 물론이고,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특정 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특히 처벌법규에 관하여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요건과 범위가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처벌법규의 위임은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며 이러한 경우일지라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대상행위가 어떠한 것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헌
재 1991. 7. 8. 91헌가4 , 판례집 3, 336, 341; 헌재 1995. 10. 26. 93헌바62 , 판례집 7-2, 419, 428-429; 헌재 1997. 9. 25. 96헌가16 , 판례집 9-2, 312, 323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처벌법규의 구성요건 부분의 위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자체에서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이 어떠한 것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부분을 빼고 보면, “약국을 관리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준수하지 아니하는 것”이 처벌규정의 구성요건이 되는데, 여기서 행위요소인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은 행위주체인 ‘약국을 관리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와의 관계에서 동어반복에 불과하고, 그 개념 또한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측면이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의 처벌대상행위는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도 그 내용을 예측하기 어렵다. 약사법은 약사의 조제, 의약품의 취급 등에 관하여는 별도의 장·절로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으나, 약국의 관리에 관하여는 약국의 개설등록(제16조) 및 폐업 등의 신고(제20조) 이외에 특별한 관련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 약사법의 일반적인 목적(제1조)을 볼 때, “이 법은 약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그 적정을 기하여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는바, 이러한 입법목적만으로는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또한 약사법은 약국개설자 자신이 약국을 관리할 수 없는 경우 승인을 얻어 약국을 관리하게 할 자를 지정할 수 있게 하였으나(제19조 제2항), 이 조항에서도 약국관리의 개념에 관한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볼 수 없다.
비록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을 규정함에 있어서는 가치개념을 포함하는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지만, 범죄구성요건에 일반적, 규범적 개념을 사용하더라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그 해석이 가능하고 또한 일반인이 금지된 행위와 허용된 행위를 구분하여 인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헌재 1996. 8. 29. 94헌바15 , 판례집 8-2, 74, 84 참조). 그런데 일반적으로 ‘관리(管理)’란 개념의 사전적(辭典的) 의미는 통상 그 내연과 외포가 광범위한 것이며,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이란, 예를 들자면, 약국의 설비, 의약품의 저장 및 진열, 약국의 위생상태, 약국종업원에 관한 사항, 약국관리상 장부의 기록과 보관, 영업시간, 당국에 대한 보고의무 등 일반적으로 약국의 관리에 필요한 매우 넓은 범위의 사항이 포함될 것인데, 이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항이 위반시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준수’사항으로 정하여 질 것인지는 약사법 제19조 제4항의 규정만으로는 쉽게 그 대강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受範者)는 이 분야의 전문가인 영업허가를 받은 약사 또는 한약사로서 이들이 일반인들보다는 위임입법으로 규정될 준수사항을 더 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은 ‘약국관리’라는 개념 하에서 상정될 수 있는 많은 유형의 관리행위 중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입법될 것인지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은 약사, 한약사에게 있어서도,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뿐,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것이다. 대구지방검찰청검사장은 약사의 경우 다른 직업보다도 고도의 윤리성과 전문성을 지니고 있으며 약사회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어떠한 준수사항이 있고 어떠한 제재가 따른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고 주장하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약국관리’상 준수하여야 할 내용은 광범위하므로 당국이 특정 시기에 어떤 준수사항을 마련할지 구체적으로 그 대강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며, 비록 약사회 등을 통하여 그 구체적 내용을 숙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에 의한 수권에 의거한 명령의 내용이 어떠한 것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예측가능한 것임을 요구하는 것은 “법규명령에 의하여 비로소가 아니라 그보다 먼저 그 수권법률의 내용으로부터 예견가능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헌재 1993. 5. 13. 92헌마80 , 판례집 5-1, 365, 379-380 참조), 그러한 위임입법은 법률 자체로부터 장래 정립될 법규명령의 기본적 윤곽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 사건 약사법시행규칙 제11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준수사항은 위임입법의 취지 중 하나인 급변하는
사회현상에 맞추어 수시로 긴급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동시에 입법기술상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이지도 않으며 처벌규정으로서 그 구성요건을 행정입법에 포괄적으로 위임하여야 할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이 사건에서 의약분업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약국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규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들을 모두 법에 명시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나, 위 시행규칙 조항의 약국관리상의 준수의무 내용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이는 특별히 의약분업의 성공적 정착에 초점을 맞추어 제정된 규정된 것이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약국관리에 관련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서 의약분업 시행 이후 위 규정들이 보다 엄격히 집행될 수는 있겠으나 위 규정들 자체가 의약분업제도와 필수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죄형법정주의(명확성원칙) 내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은 국민의 자유의 제한에 대한 한계를 설정하는 법원리로서,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은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그 대강을 예측할 수 있게 모법에서 정하라는 취지이며, 이는 적어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입법은 되도록 국회 스스로가 행해야 하며 행정부에 포괄적으로 위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규제의 필요성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헌법이 정하는 기본원칙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역으로 헌법적인 범위내에서라면 국민보건상 반드시 필요한 규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행하여져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외국의 관련 규정을 보면, 독일의 경우 법률에서(Gesetz über das Apothekenwesen) 각 항목별로 행정부가 정할 수 있는 내용을 나열하고 있으며, 또 그 위임입법의 내용이 명확하게 구성요건을 정할 것을 법률에서 다시 명시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러한 위임입법(법규명령)은 연방참사원(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약사법은 우리와 유사하게 위임입법상으로 준수사항을 행정부가 정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그에 관한 별도의 처벌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미국의 경우 일례로 캘리포니아주는 법률(Busi-ness and Profession Code) 자체에서 매우 상세하게 약사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례들을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처벌법규를 지나치게 전적으로 행정부에 포괄적으로 위임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상의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이라는 표현은, 그 부준수(不遵守)가 단순한 훈시규정 위반에 그치거나, 행정상의 과태료와 같은 제재대상에 그치지 아니하고, 벌금형에 처해지게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것이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행정부에게 지나치게 광범위한 입법재량권을 주게 되면 약사 또는 한약사를 자의적 행정입법에 불안정한 상태로 노출시키게 되는 결과가 되고, 이는 결국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이 예방하고자 하는 ‘행정권에 의한 자의적인 법률의 해석과 집행’을 쉽게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상의 이유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를 정함이 없이 그 내용을 모두 하위법령인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및 제13조 제1항 전단과 위임입법의 한계를 규정한 헌법 제75조, 제95조에 위반된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내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되므로 비례의 원칙위배여부는 판단할 필요없이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김용준(재판장) 김문희 정경식 고중석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주심) 김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