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집14(1)형,013]
임의성 없는 피고인의 자백만으로 의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위법이 있는 실례
임의성 없는 피고인의 자백만에 의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위법이 있는 사례.
피고인
제1심 장흥지원, 제2심 광주고법 1965. 11. 25. 선고 65노98 판결
원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변호인 임승학의 상고이유와 피고인 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원판결의 이유설시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 판결이 적시한 증거와 원심이 조사한 증인의 증언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1965.1.29.05시경에 강도의 목적으로 피해자 공소외 1의 집 사랑방에 침입하여 식도로 공소외 1의 좌칙흉부를 찔러 살해하였으나 출혈을 보고 당황하여 강도의 목적은 이루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여서 제1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피고인의 항소이유를 물리치고 항소를 기각한 취지임을 알수 있는 바 이 각 증거자료를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조사한 증인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등의 증언요지는 1955.1.29 새벽에 피해자 공소외 1이 자기집 사랑방에서 누군가에 의하여 칼에 찔려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 그 공소외 1을 살해한 사람이 피고인인가 아닌가 하는 점은 알지 못한다는 취지이고 증인 공소외 6, 공소외 7등의 증언 요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인 경찰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을때에 자기가 범행을 하였노라고 자백하였다는 취지이고 제1심법원이 사실인정의 자료로한 증인 공소외 2, 공소외 3의 1심에서의 증언도 동인등의 원심에서의 증언과 같은 취지였고 증인 공소외 8의 증언요지도 증인 공소외 2, 공소외 3등의 증언과 다른것이 없으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이라는 증거로서는 피고인의 제1심법정에서의 자백과 검사 및 사법경찰관 사무취급 면전에서의 자백이 있을 뿐이고 증거물로서는 식도(증제1호), 흑색작업복상의(증제2호), 백색양복하의(증제3호)가 있을 뿐이니 결국 원심법원은 피고인의 자백과 증거물의 존재에 의하여 피고인이 진범인이라고 단정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일건기록을 정사하여 보면 식도가 이 사건의 증거물로 압수된 것은 피고인의 진술에 의한것도 아니고 사건발생직후에 현장에 나온 경찰관이 현장부근을 도라다니다가 바닷가에서 피가 묻은 식도를 발견하고 압수하게 된것이고 피고인의 자백 이외에는 그 식도를 피고인이 이 사건범행에 사용한 것이라는 증거가 없으며 흑색작업복 상의와 백색양복 하의도 사건발생직후에 현장에 나온 경찰관이 피해자의 집 마구간에서 이를 발견하고 펴 보았으나 범행에 공한 물건으로는 인정되지 아니하여 방치하였던 것을 사건발생후 1주일이 지나 피고인이 경찰에서 범행하였다고 자백한후에 압수하여 간것인데 사건발생직후 현장을 검증하고 작성한 경찰의 검증조서의 기재를 보면 범행현장인 피해자의 침실 벽과 창문에까지 피가 뛰어 붙은 흔적이 있다는 것이니 압수된 의복이 이 사건에서 범인이 범행시에 착용한 것이라고 하면 그 표면에 손쉽게 찾아질수 있는 정도의 혈흔이 있는 것이 보통이라고 생각되므로 앞에서 본바와 같이 경찰관이 사건현장에서 이를 펴보았으나 범행에 공한 물건으로 의심하지는 않았다는 정도라면 그 의복이 범행에 공한 것인지 아닌지는 분명치 못한것 같고 피고인의 자백 이외에는 그 의복을 피고인이 이 사건범행에 사용한 것이라는 증거가 없으니 결국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진범인가의 여부는 피고인의 자백이 진실한 것인가 아닌가에 크게 달려있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경찰이나 검찰 또는 제1심의 법정에서 범행의 전후전말을 자백한 내용을 간추려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인 공소외 1이 돈이 많은 사람이므로 범행 1개월전서 부터 그 사람을 죽이고 궤속에있는 돈을 강취할 생각을 품고 식도를 준비하여 두었던바 범행하던날 새벽 4시경에 잠이 깨어 소변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가 문득 범행을 결행할 마음이 생겨 때마침 그 지난 여름에 방뜯는 일을 한 사람이 벗어 놓고간 헌옷이 마구간에 있었던 것이 생각나서 그 옷을 입고 피해자가 자는 방으로 들어가 마침 피해자는 자고 있으므로 왼손으로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고 바른손으로 식도를 잡아 피해자의 좌측 흉부를 찔렀으나 피가 솟구쳐 나오는 것을 보니 궤를 열고 돈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아니하여 그 방을 나와 식도를 바닷가에 버리고 범행시 입었던 옷은 벗어서 다시 제자리에 갔다두고 손에 묻은 피와 발에 묻은 흙을 물로 씻어 버리고 다시 잠자리로 도라와 누웠다고 하는 것이나 피고인은 원심법정에서 위 자백은 고문에 못이겨서 한 허위의 자백이라고 말하여 자백을 뒤집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자백내용을 다른 증거자료와 대비하여 음미하여 보건대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시체를 검안한 의사 김성수가 검찰에서 증언한바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피해자 공소외 1은 칼을 맞은후 5분내에 절명되었다는 것인데 수사기관인 경찰에서 피고인의 자백에 따라 범행을 시작하여 다시 잠자리로 돌아올때까지의 과정을 재연시켜 본 결과 15분내지 20분의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고 이 사건 범행을 처음으로 발각한 임승열이나 공소외 3 등의 증언에 의하면 그때 피고인도 증인등과 같은방에 누어 있었는데 피고인이 그 전에 그 방에서 나갔다가 들어온 인기척은 느끼지 못하였다고 하니 의사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시간적으로 보아서 피고인의 자백은 사실과 다르다고 할수 밖에 없을 터이고 사건이 발각된후에 시종 피고인의 동정을 목격한 공소외 2, 공소외 3 등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이 사건발생이 알려진후 경찰에 소환당하여 나갈때까지 조금도 수상적은 태도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니 피고인이 자백한대로 강도의 목적으로 사람을 죽였으나 피를 보고나니 당황하여 강도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였다면 그와같은 피고인이 평정을 잃지않고 있었다면 이례에 속한다고 할수 있어 피고인의 자백의 진실여부가 의심되는바 없지 않고 이 사건 발생 당시에 피고인과 같은 방에서 자고 있던 공소외 2와 공소외 3등도 한때 이 사건범행의 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의 신문을 받을때 고문을 당하였다고 증언하였고 피고인을 이 사건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 동기에 있어서 일건기록상 석연한 근거를 찾아볼 길이 없으니 위 제반 사정을 아울러 생각해 본다면 피고인의 자백은 극히 신빙력이 적다고 할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원심판결은 그 들고있는 증거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할만한 충분한 증거가 될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막연이 그 증거에 의하여 공소사실을 인정할수 있다고 단정한 것으로서 심리미진으로 인하여 중대한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할수 밖에 없으니 상고논지는 이유있다고 할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상고를 이유있다고 하여 관여법관 전원의 일치한 의견으로 형사소송법 제397조 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