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미간행]
다른 사람이 작성한 논문을 피고인 단독 혹은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인 것처럼 학술지에 제출하여 발표한 논문연구실적을 부교수 승진심사 서류에 포함하여 제출한 사안에서, 당해 논문을 제외한 다른 논문만으로도 부교수 승진 요건을 월등히 충족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승진심사 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을 해할 위험성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6도1721 판결 (공2008상, 257)
피고인
피고인 및 검사
법무법인 장원 담당변호사 박철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면 족하며,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6도172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공소외인이 작성한 각 논문을 피고인이 전혀 수정하지 아니한 채 자신을 저작자 명의로 하여 각 학회 편집담당자에게 송부하고 학회지에의 게재를 요청하여 위 각 논문들이 그대로 게재된 사실, 학회지 등에 논문을 게재하는 데에, 해당 논문의 연구주제의 적합성, 연구내용의 참신성, 연구방법의 적절성, 논문구성의 충실성, 연구결과의 기여도, 논문의 의사전달 효과 등이 주로 검토될 뿐 해당 논문이 신청인이 아닌 타인이 작성한 것인지 여부 등은 대체로 검토되지 아니하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학회지 등의 편집 또는 출판 업무담당자가 위와 같은 사실을 알았다면 결코 위 각 논문들을 위 학회지 등에 게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위와 같은 게재요청된 논문에 대한 검토항목 등을 감안하면 위 학회지 편집 또는 출판 업무담당자들의 정상적인 업무처리과정으로는 위와 같은 허위성을 밝혀내기가 어렵다고 할 것이며, 실제로도 위 학회지 편집 또는 출판 업무담당자들이 피고인을 이 사건 각 논문의 단독저자 또는 공동저자로 오인하여 이 사건 각 논문들을 위 학회지 등에 게재하였으므로, 결국 피고인의 이 사건 위계행위로 인하여 위 학회지 업무담당자들의 편집 및 출판 업무가 방해되었다고 할 것이고, 공소외인이 피고인에게 논문의 저작자 표시를 피고인 단독 또는 공소외인과 공동 명의로 하는 점에 관하여 동의하거나 적극적인 권유를 하였는지 여부는 위 업무방해죄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한 다음, 위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모두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업무방해죄에서의 위계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2006년 3월경 전항과 같이 공소외인의 이 사건 각 논문을 자신의 논문인 것처럼 발표한 논문연구실적을 부교수 승진심사 서류에 포함하여 담당직원에게 제출하여 다음달인 4월경 부교수로 승진함으로써 위계로써 조선이공대학 심사위원들의 승진심사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승진심사시에 제출한 이 사건 각 논문을 제외한 다른 논문만으로도 부교수 승진요건을 월등히 충족하고 있었고, 피고인이 위 각 논문을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승진심사에 있어서 더 유리한 지위에 있게 되는 것도 아닌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렇다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논문에 관한 연구실적을 부교수 승진심사 서류에 포함하여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승진심사 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을 침해할 염려가 없다고 할 것이니 업무방해의 위험성도 없다 할 것이어서 이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 및 기록에 의하면, 조선이공대학 교원인사규정에는 교원에 대한 승진 임용기준으로서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승진소요 근무기간, 교육 및 연구업적 등의 요건 이외에도 교원의 자격에 관하여 교육자로서 인격과 품위를 갖출 것을 기본적인 전제로 정하고 있으며, 징계처분 등을 받은 경우에는 승진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교원에 대한 승진 임용을 위한 심사에서는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승진소요 근무기간, 교육 및 연구업적 등의 요건 이외에도 교원으로서의 인격과 품위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나 징계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도 당연한 심사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인의 경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공소외인이 작성한 이 사건 각 논문을 피고인 자신이나 공소외인 및 피고인이 공동으로 작성한 논문인 것처럼 학술지에 제출하여 발표한 논문연구실적을 부교수 승진심사 서류에 포함하여 제출하였다면, 이는 교육자로서의 인격과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그에 따라 징계처분 등을 받을 만한 사유에도 해당할 것이며(실제로 피고인은 위와 같은 사유로 징계에 회부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승진 임용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정이 확인되었을 경우, 피고인이 승진 임용을 위한 연구업적 등 다른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교원으로서의 인격과 품위에 관하여 고도의 윤리성을 요구하는 승진임용심사의 특성상 피고인이 승진대상자에서 배제되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고, 승진 임용을 심사하는 위원들로서는 통상적인 심사절차를 통해서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논문연구실적의 일부가 허위라는 사정을 밝혀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승진 임용심사시에 제출한 논문들 중 이 사건 각 논문을 제외한 다른 논문만으로도 부교수 승진요건을 월등히 충족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승진 임용심사 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을 해할 위험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원심 판시의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논문에 관한 연구실적을 부교수 승진심사 서류에 포함하여 제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승진심사 업무의 적정성이나 공정성을 침해할 염려가 없다고 단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방해죄에 있어서의 업무방해의 위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바, 이 부분과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형법」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정해져야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도80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