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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2010. 12. 7. 선고 2010고합463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항소[각공2011상,208]

판시사항

링스(LINX) 헬기 등 해군 군수장비의 정비업무를 수행하는 정비업체 대표와 직원들이 정비계약상 반드시 신품으로 교체하도록 정하여진 부품을 교체하지 아니하고도 마치 계약 내용대로 정비한 것처럼 해군 당국을 속여 신품 교체를 전제로 책정된 정비대금 전액을 교부받아 편취한 사안에서, 통상의 사기 범행과 동일하게 다루기 어려운 중대성과 심각성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징역 1년 6월에서 5년까지의 실형을 각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링스(LINX) 대잠헬기’와 ‘P-3C 대잠초계기’ 등 해군 군수장비의 정비업무를 수행하는 정비업체 대표와 직원들인 피고인들이 정비계약상 반드시 신품으로 교체하도록 정하여진 부품을 교체하지 아니하고도 마치 계약 내용대로 정비한 것처럼 해군 당국을 속여 신품 교체를 전제로 책정된 정비대금 전액을 교부받아 편취한 사안에서, 남북한이 분단되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군수장비의 철저한 정비와 유지는 국군의 건재와 위용을 과시하여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에는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서, 어떠한 영리 또는 이권 등과도 타협될 수 없는데도, 피고인들은 개인의 탐욕에 눈이 멀어 군수장비의 부실화로 인한 국가안보의 치명적 손상을 초래하였고, 더욱이 항공기 또는 선박에 탑재된 항행, 레이더, 통신 등의 첨단 전자장비는 그에 대한 정비불량으로 불시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전시 또는 평시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작전실패와 전투력의 약화를 초래하고, 전투 또는 훈련에 참가하는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을 해할 수 있으며, 그 장비뿐만 아니라 그 장비가 탑재된 기체나 선체까지도 일순간에 망실되게 할 수 있는 등 위 사건의 범행경위, 수법, 결과, 범행 후 피고인들의 태도, 국가·사회적 영향 등에 비추어 통상의 사기 범행과 동일하게 다루기 어려운 중대성과 심각성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징역 1년 6월에서 5년까지의 실형을 각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3인

검사

채대원

변 호 인

법무법인 국제 외 4인

주문

피고인 1을 징역 5년에, 피고인 2를 징역 4년에, 피고인 3을 징역 2년 6월에, 피고인 4를 징역 1년 6월에 각 처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2는 전자장비 정비·개발업 등을 영위하는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회사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1은 2006. 4. 20.경부터 2009. 1. 8.경까지 공소외 1 주식회사 부사장으로서 그 산하의 항공사업부를 관리하던 사람이고, 피고인 3은 공소외 1 주식회사 항공사업부 소속 책임연구원으로서 의뢰받은 전자장비에 대한 정비업무의 실무를 총괄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4는 같은 소속 선임연구원으로서 위 정비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사람인바, 공소외 1 주식회사 항공사업부 본부장으로서 영업을 맡고 있던 망 공소외 2(2009. 7. 11. 사망)와 함께 군(군)으로부터 정비를 의뢰받은 군수장비를 계약 내용대로 정비하지 아니하고도 계약 내용대로 정비한 것처럼 속여서 납품하고 그 대금을 편취하기로 공모하였다.

1. 피고인 1의 가담 부분

피고인 1은 2007. 12. 20.경 부산 금정구 (이하 생략)에 있는 공소외 1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사실은 피고인 3, 피고인 4로 하여금 앞서 피해자 국가(소관 : 해군군수사령부, 이하 ‘피해자 해군’이라 한다)와 사이에 체결된 2007. 11. 26.자 정비표준계약(계약번호 : 제정연50호)에 따라 ‘P-3C 대잠초계기’에 탑재된 탐지장비인 RADAR TRANSMITTER를 정비하도록 함에 있어, 위 계약의 계약명세서, 세부산출내역서, 정비사양서 등에 의하면 RADAR TRANSMITTER를 정비할 경우에는 반드시 그 부품 중 PUMP LIQUID를 신제품으로 교체하여야 함에도 피고인 3, 피고인 4가 PUMP LIQUID(단가 25,013,750원 상당) 4개를 교체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위 계약 내용대로 정비를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 해군 소속 군수담당자로부터 2007. 12. 26. 정비대금 명목으로 100,055,000원을 공소외 1 주식회사 명의의 예금계좌로 송금받았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2006. 7. 10.경부터 2008. 12. 26.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20 기재와 같이 총 20회에 걸쳐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해군으로부터 정비대금 명목으로 합계 542,796,750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피고인 2의 가담 부분

피고인 2는 2008. 1.경 피고인 1과 망 공소외 2로부터 공소외 1 주식회사 항공사업부가 위 1.항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해군으로부터 정비대금을 편취하는 수법을 보고 받아 그와 같은 사정을 파악한 후 이를 승인하고, 피고인 1과 망 공소외 2의 요청에 따라 영업비 등으로 망 공소외 2에게 합계 2억 2,200만 원을 지급하거나 직접 피고인 3, 피고인 4로부터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는 방법으로 범행에 가담함으로써 2008. 4. 4.경부터 2009. 12. 26.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3 내지 25 기재와 같이 총 13회에 걸쳐 피해자 해군으로부터 정비대금 명목으로 합계 530,088,500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3. 피고인 3, 피고인 4의 가담 부분

피고인 3, 피고인 4는 위 1.항과 같이 정비행위를 직접 실행함으로써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정비대금을 송금받도록 한 것을 비롯하여 2006. 7. 10.경부터 2009. 12. 26.경까지 사이에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25 기재와 같이 총 25회에 걸쳐 피해자 해군으로부터 정비대금 명목으로 합계 711,129,500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 1의 법정진술 및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의 각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피고인 1,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의 각 법정진술

1.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 피고인 4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피고인 1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

1. 피고인 3 및 공소외 5, 공소외 4, 공소외 6, 공소외 3, 공소외 7, 공소외 8, 공소외 9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피고인 1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

1. 피고인 2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사본

1. 피고인 1의 진술서 사본

1. 공소외 10의 진술서

1. 외주정비 예규 등, 해군군수품처리규정, 해군정비관리규정 사본

1. 고소장 사본, 업무협약서 사본 등[진술서 사본(망 공소외 2 작성, 증거기록 9쪽), 자재구매 및 대체영업 계획(증거기록 15쪽), 국채분 정비자재 수급(안)(증거기록 16쪽), 항공사업부 지급내용(증거기록 18쪽) 포함], 최고서 사본, 인증서 사본, 협정서 사본 등[망 공소외 2가 피고인 2에게 보낸 2008. 8. 11.자 이메일(증거기록 392쪽), 피고인 1과 망 공소외 2 사이의 협약서(증거기록 393쪽) 포함], 각 변소요지서 사본, 이메일 사본 등[자재구매 및 대체영업 계획, 국채분 정비자재 수급(안) 첨부], 현금출납장 사본 등[대체전표(증거기록 1940쪽), 자금일보(증거기록 1941쪽), 은행별 관련 현황(증거기록 1942쪽), 각 출금전표(증거기록 1943쪽) 포함], 각 시험성적서 사본 등, 각 구매발주서 사본 등

1. 각 검찰 수사보고서[불기소결정문, 의견서 사본 등, 압수수색-피의자 피고인 2 개인파일 첨부, 공소외 1 주식회사 관련 내용, 용역적격 심사기준 등, 장비표준계약서 사본 등, 직원 현황표 사본, 피고인 2 증거인멸 관련 내용, 피고인 2 가방 메모지 사본 등, 세금계산서 사본 등, 압수수색-납품대금 수령 관련 세금계산서 및 계좌거래내역 첨부, 피고인 2 수첩 사본, 공소외 8 수첩 사본, 폐자재 내역서, 공소외 8 업무일지, 폐자재 내역서 사본 등, 공소외 1 주식회사 매출내역, 외주정비계약 흐름, 공소외 1 주식회사 정비품 확인, 국내정비능력개발 협정서 사본, 정비표준계약서 사본 등, 생산(정비) 감독일지 사본, 정비품전시 등, 국방부 계약업무처리훈령 사본, 폐자재 반납절차, 공소외 11 진술 청취, 업체 제출 필수교환부속품 목록 검증시스템 존재 여부 확인 보고, 메일 사본, 해군군수사령부 회신 공문 첨부 보고]

1. 각 검찰 수사보고서 사본(매출내역서 등 첨부, 피고인 1 진술 청취, 피고인 3 진술 청취, 정비표준계약서)

1. 각 경찰 수사보고서 사본[명함 첨부, 인증서 사본(증거기록 666쪽) 첨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1. 작량감경

피고인 3, 피고인 4 : 각 형법 제53조 , 제55조 제1항 제3호 (아래 양형의 이유 중 각 유리한 정상 참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인 2 및 그 변호인들

가. 피고인 2의 범의 유무

1) 주장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권유를 받고 공소외 12 주식회사로부터 정비사업을 인수한 후 공소외 1 주식회사 항공사업부로 편성하여 피고인 1과 망 공소외 2에게 그 운영을 일임하고 자신은 이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사정은 망 공소외 2가 작성한 2009. 6. 24.자 진술서(증거기록 9쪽)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고 변소한다.

2) 판단

망 공소외 2 작성의 위 진술서는, 피고인 2가 2006. 4.경 공소외 12 주식회사로부터 항공사업부를 인수하여 종래 자신이 운영해 오던 공소외 1 주식회사에 편입시킨 다음, 피고인 1을 부사장으로, 망 공소외 2를 본부장으로 임명하여 항공사업부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하도록 맡기고 위 피고인은 그 업무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는데, 채권자들로부터 개인 빚 독촉에 시달리던 피고인 1이 2007. 10.경 부하인 망 공소외 2에게 현금을 만들어 달라고 지시하여, 망 공소외 2는 피고인 1이 가르쳐주는 대로 위 피고인에게 해군에 대한 영업비 혹은 리베이트비 명목으로 사용하겠다는 허위보고로 위 피고인을 속이고 공소외 1 주식회사의 경리부로부터 2008. 2.경부터 같은 해 12월경까지 합계 2억 2,200만 원을 송금받아 이를 편취하였던 것이라고 기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각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 2는 항공사업부를 인수한 직후인 2006. 8.경부터 피고인 1 등에게 수시로 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항공사업부의 자재구매, 매출, 수금 등 자금 관련 사항뿐만 아니라 경영 전반에 걸쳐 업무보고를 받고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메일 사본, 증거기록 3752쪽).

② 공소외 1 주식회사 항공사업부가 2007. 10.경 그동안 본사와 분리해서 소재하던 창원시를 떠나 본사가 있는 부산 금정구 (이하 생략) 건물로 이사를 오게 됨에 따라 장소적 밀접성 등으로 위 피고인의 업무 관여가 더욱 용이한 여건이 조성되었다.

③ 위 피고인은 2008. 1. 말경 망 공소외 2로부터 이윤극대화를 위하여 원가를 절감할 방안으로 ‘자재구매 및 대체영업 계획’과 ‘국채분 정비자재 수급(안)’을 보고받은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데(증거기록 787쪽), 위 계획과 수급(안)은 군수장비의 부실정비에 쓰일 폐자재 등을 군으로부터 암암리에 확보하고자 하는 내용임은 그 문언상 명백할 뿐만 아니라, 위 피고인도 “ 피고인 1이 위 문서들을 저에게 들고 와서 보여주면서 우리가 이렇게 이렇게 정비를 해야 하는데 군에 있는 사람들에게 로비를 하여 군장비를 잘 활용하면 회사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787, 788쪽).

④ 망 공소외 2는 해군 측과의 정비계약 성사를 위하여 위 피고인에게 발주부서에 줄 100만 원 및 계약부서에 줄 200만 원의 로비자금을 요청하였는데(망 공소외 2가 위 피고인에게 보낸 2008. 8. 11.자 이메일, 증거기록 392쪽), 그 다음날인 2008. 8. 12. 위 피고인이 경리부서에 지시하여 망 공소외 2에게 300만 원을 송금하였다(위 피고인이 제출한 고소장에 첨부된 업무비 지급내역, 증거기록 18쪽).

⑤ 위 피고인은 일자 불상경에 피고인 1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자신의 수첩에 “정비처장( 공소외 13☆) 2000-3,000,000, 항공과장( 공소외 14) 대령-2,000, 개발과장( ) 대령-2,000, 3창장( 공소외 15) 대령-항공과장 2,000...” 등의 내용을 기재하여 항공사업부의 운영과 관련하여 군 관계자에 대한 로비정황으로 의심될 만한 흔적을 남겼다[수사보고서(압수수색-피의자 피고인 2 수첩 사본), 증거기록 2237쪽].

⑥ 부사장으로서 항공사업부를 관리하던 피고인 1이 2009. 1.경 회사를 그만두고, 공소외 2마저 2009. 7. 11. 갑자기 사망하자, 항공사업부의 업무에 대하여 위 피고인이 직접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⑦ 이 사건 부실정비와 관련하여 검찰의 수사가 개시되어 피고인 3 등이 검찰에 소환되는 상황에서, 위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 항공사업부에 소속된 관련자들을 소집하여 검찰 수사에 과도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수사보고(압수수색-피의자 피고인 2 가방 메모지 사본 첨부), 증거기록 1977쪽].

위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 공소외 2의 2009. 6. 24.자 진술서(증거기록 9쪽)는, 피고인 2와 피고인 1 사이에서 동업 약정금을 둘러싸고 벌어진 분쟁의 과정에서 피고인 1이 2009. 6. 12. 위 피고인에게 그동안 군수장비의 정비계약과 관련된 비위사실을 외부에 폭로하겠다는 내용의 최고서를 발송하자, 그와 같은 비위혐의에 함께 연루되어 있는 망 공소외 2가 위 피고인과 연계하여 피고인 1을 압박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여 그 신빙성을 그대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위 피고인이 비록 공소외 1 주식회사 항공사업부의 운영을 피고인 1과 망 공소외 2에게 일임해 놓았다 하더라도 2008. 1.경부터는 피고인 1, 망 공소외 2로부터 항공사업부의 기본적인 운영방식 및 수익구조를 보고받아 적어도 실제 교체하지 않은 부품을 교체한 것으로 정비대금을 청구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용인하면서 항공사업부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지원하여 종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군수장비의 정비가 이루어졌으며, 피고인 1이 퇴사하고 공소외 2가 사망한 이후에는 위 피고인이 직접 동일한 방식으로 항공사업부를 운영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 위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편취행위의 인정 여부

1) 주장

이 사건 각 정비계약은 총액제 계약이므로 정비업체가 정비계약서에 첨부된 산출내역서상의 개별 교체 품목에 얽매일 필요가 없으며,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4, 5, 6, 9, 10, 12, 14 내지 20, 25의 정비계약과 관련하여 피고인 2는, 위 각 정비계약서에 첨부된 정비사양서에 따르면, 해당 장비는 신품으로의 교체정비가 원칙이기는 하지만 부품의 성능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재생정비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피고인들이 위 조항에 따라서 교체정비를 하지 않고 재생정비를 한 위 순번의 각 행위(합계금액 584,209,500원)는 사기 범행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판단

그러나 위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① 증인 공소외 3, 공소외 4의 각 법정진술, 수사보고(압수수색-납품대금 수령 관련 세금계산서 및 계좌거래내역 첨부, 증거기록 2160쪽)의 각 기재에 의하면, 해군 측은 국내정비능력개발협정을 기반으로 하여 특정 정비업체에 정비능력을 인증하고, 그 정비업체로 하여금 산출내역서와 원가계산서를 제출하도록 한 다음, 이에 근거하여 특정 정비업체로 하여금 해당 부품을 교체정비하도록 할 목적으로 정비계약을 체결하여 왔는데,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사이의 이 사건 정비계약 역시 그러한 경위로 체결되었으며, 산출내역서와 원가계산서의 직접재료비 명세서에 기재된 부품은 신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에 따라 교체정비를 기준으로 책정된 정비대금 전액을 지급 완료한 사실을 알 수 있다.

② 한편, 증인 공소외 3의 법정진술은, 해군 측은 정비업체에 정비대금을 지급하기에 앞서 정비업체로부터 ‘폐자재 내역서’를 제출받아 거기에 기재된 부품이 당초의 정비계약대로 신품으로 교체 완료된 것으로 보고 정비대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이고(이러한 진술의 신빙성은, 각 정비사양서의 4-마-1)항에서 “고품은 리스트를 작성하여 해군에 반납하여야 하고, 반납품에 한하여 신품으로 교체된 것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수사보고서(폐자재 내역서 사본 등, 증거기록 2936쪽)의 기재에 의하면, 공소외 1 주식회사는 이 사건 정비계약과 관련된 폐자재 내역서를 해군 측에 모두 제출함으로써 해군 측에 해당 장비의 부품 전체를 신품으로 교체정비하였다고 허위로 보고하였음을 알 수 있다.

③ 결국,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죄사실상의 해당 장비를 교체정비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를 교체정비한 것처럼 속여서 해군 측으로부터 교체정비를 전제로 한 정비대금 전액을 지급받은 것이니, 위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설령 각 정비사양서에 예외적으로 재생정비를 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마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의 기망행위를 부인할 만한 사유가 될 수 없다.

다. 편취금액의 공제

1) 주장

위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8, 20, 24, 25의 정비계약과 관련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가 당초 정비계약서에 기재된 정비 품목에 해당하지 않는 부품의 교체비로 78,275,573원을 지출하였으므로, 위 금액은 이 사건 편취금액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판단

재물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에 있어서는 기망으로 인한 재물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이로써 곧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그 영향이 없으므로 사기죄에 있어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그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재물의 가치로부터 그 대가를 공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재물 전부이다( 대법원 1995. 3. 24. 선고 95도203 판결 등).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위 순번 기재 정비계약과 관련하여 애당초 정비계약서상에 명시된 품목 이외의 부품을 교체함으로써 해군측에 그 교체비 상당액의 이득을 준 결과가 된 사실을 알 수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범행으로 정비대금을 편취한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으므로, 이를 양형에서 고려함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편취액에서 공제할 성질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및 그 변호인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고인 3, 피고인 4 및 그 변호인

가. 주장의 요지

위 피고인들은,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정비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부품을 신품으로 교체정비하지 아니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부사장이던 피고인 1과 본부장이던 망 공소외 2가 대상 장비를 정비하여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만 하면 된다는 취지로 작업지시를 하여 그에 따라 수리를 하였을 뿐이고, 위 피고인들은 애당초 정비계약서 또는 산출내역서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 나타난 것과 같이 부품을 신품으로 교체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으므로, 결국, 위 피고인들에게는 사기의 범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변소한다.

나. 판단

그러나 앞서 본 증거, 특히 피고인 3의 검찰에서의 진술과 증인 공소외 5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인 3은 2002년경부터, 피고인 4는 2003년경부터 공소외 1 주식회사 항공사업부의 전신인 공소외 12 주식회사의 항공사업 부분에서 계속 근무해 온 경력자들로서, 정비계약서 및 그에 딸린 세부산출내역서에 의하여 정비업무를 하고, 직접재료비 명세서에 기재된 부품을 교체한 경우 그 부품에 대한 폐자재 내역서를 직접 작성하며, 직접재료비 명세서에 기재되었음에도 교체하지 않은 부품의 경우 다른 부품을 폐자재 내역서에 기재하여 정비감독관으로부터 확인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피고인들이 폐자재 내역서에 기재한 부품은 신품으로 교체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논리와 경험칙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무죄부분

검찰은, 피고인 2의 가담 부분과 관련하여, 위 피고인이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25 기재의 모든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보아서 그 합계 711,129,500원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하였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피고인 2가 망 공소외 2로부터 ‘자재구매 및 대체영업 계획’과 ‘국채분 정비자재 수급(안)’을 보고받았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2008. 1. 말경 이전에 피고인 2가 이 사건 범행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관하여, 이에 부합하는 듯한 ‘ 피고인 1이 2007. 10.경 피고인 2에게 이 사건 범행사실을 보고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 1의 진술은, 2006. 4.경부터 항공사업부를 독자적으로 운영하였으면서도 2007. 10.경에 비로소 피고인 2에게 허위정비의 사실을 보고하였다는 것이나, 2008. 1.경 이후와 달리 이메일, 보고서 등의 피고인 2에게 보고하였음을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없고, 비록 2007. 10.경 항공사업부를 본사가 있는 부산으로 이전하였지만 2008. 1.경 영업비를 요구하기 전까지는 보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영업비를 청구하기 위해 비로소 피고인 2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선뜻 믿기 어렵고, ‘ 피고인 2는 피고인 3, 피고인 4 등 연구원들과의 접촉이 빈번하여 위 상피고인들로부터 오래 전부터 이 사건 범행사실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는 취지의 증인 공소외 5의 진술은 증인 공소외 5가 공소외 1 주식회사에 입사한 시기가 2009. 8. 10.로서 한참 뒤의 일인 데다가 확실한 근거의 제시 없이 단지 추측에 근거하여 진술한 것으로 보여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 2에 대하여, 정비대금의 수령일자가 2008. 1. 이전인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내지 12에 해당하는 공소사실 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이와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3 내지 25 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공통적 참작사유]

1. 피고인 1, 피고인 2는 해군의 작전용 항공기인 ‘LINX 대잠헬기’와 ‘P-3C 대잠초계기’에 탑재되는 항행, 레이더 및 통신 등 전자장비에 대한 정비능력을 인증받아 이를 독점적으로 수주·정비하고 있던 공소외 12 주식회사로부터 항공사업 부문을 20억여 원의 거액을 주고 인수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항공사업부로 편입한 다음, 정비계약에 반드시 신품으로 교체하도록 정해진 부품을 신품으로 교체하지 아니하고도 마치 신품으로 교체한 것처럼 해군 당국을 속여, 신품 교체를 전제로 책정된 정비대금 전액을 교부받아 이를 편취하는 범행을 장기간에 걸쳐 반복하여 왔다.

2. 이 과정에서, 정비업무의 실무를 맡은 피고인 3, 피고인 4는, 정비계약에 정해진 대로 교체정비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폐자재 내역서를 작성하고, 교체품이 아닌 다른 부품을 마치 교체품의 폐자재인 것처럼 해군 측에 반납하는 일련의 과정에 관여해 왔다.

3. 이 사건은 비록 경제범죄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기소되었으나, 이 사건 범행경위, 수법, 결과, 범행 후 피고인들의 태도, 국가·사회적 영향 등에 비추어 볼 때, 아래와 같이 통상의 사기 범행과 동일하게 다루기 어려운 중대성과 심각성을 가지고 있다.

가. 남북한이 분단되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군수장비의 철저한 정비와 유지는 국군의 건재와 위용을 과시하여 북한의 무력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에는 적재적소에서 필요한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서, 어떠한 영리 또는 이권 등과도 타협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개인의 탐욕에 눈이 멀어 군수장비의 부실화로 인한 국가안보의 치명적 손상을 초래하였다.

더욱이, 항공기 또는 선박에 탑재된 항행, 레이더, 통신 등의 첨단 전자장비는, 그에 대한 정비불량으로 불시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전시 또는 평시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작전실패와 전투력의 약화를 초래하고, 전투 또는 훈련에 참가하는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을 해할 수 있으며, 그 장비뿐만 아니라 그 장비가 탑재된 기체나 선체까지도 일순간에 망실되게 할 수 있다. 이 사건 범행 이후인 2010. 4. 15. 전남 진도 해상과 같은 달 17일 서해 소청도 해상에서 잇달아 발생한 ‘LINX 대잠헬기’의 추락 내지 불시착 사고는 위와 같은 부실정비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어떻게 현실화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나. 비록 피고인들은 정비장비에 대한 성능테스트에 합격함으로써 충실한 정비를 하였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교체하여야 할 부품을 교체하지 않을 경우 당장의 성능에는 이상이 없을지라도 내구성의 약화로 불시에 치명적인 고장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초 특정 군수장비를 정비할 경우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부품을 신품으로 교체할지 아니면 재생정비로 충분할지 등의 정비방법과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정비능력을 개발하는 정비업체가 기안하는 것이어서, 신품으로 교체하지 않고도 성능테스트에 통과하였다거나 계약내용에 없는 부품을 교체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피고인들의 변명을 수긍하기 어렵다.

다. 피고인들의 범행 후 태도에서 진정한 반성의 기미를 찾을 수 없다. 피고인들은 수사단계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말로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고 되뇌고 있을 뿐, 실제로는 각자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데에 급급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피고인 1, 피고인 2는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군 관계자에 대한 로비정황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함구하는 가운데 궁극적인 책임을 사망한 전 항공사업부 본부장 공소외 2에게 전가하려는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피고인 3, 피고인 4 역시 이 사건 범행사실 중 정비 현장에서의 핵심적인 수법이라고 할 수 있는 ‘대체자재 수급’ 및 ‘폐자재 반납’ 등과 관련된 의문점들에 대해서 수긍하기 힘든 변명만 되풀이할 뿐 끝내 그 내막을 밝히지 않았다. 피고인들의 이와 같은 태도는 군 내부에 숨어 있는 비리 관련자들을 보호하면서 한때의 위기를 모면한 다음, 차후 그 인맥을 활용하여 재차 새로운 비리를 저지르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아니한다.

[개별적 참작사유]

1. 피고인 1

〈긍정적 참작사유〉

편취한 이득액을 직접 보유하지는 아니한 점, 애당초 정비계약서에 없던 부품을 정비한 경우가 있으며 그 합계가 78,275,573원 상당에 달하는 점, 벌금형 3회를 선고받은 이외에 중한 범죄전력이 없는 점,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

〈부정적 참작사유〉

공소외 1 주식회사의 항공사업부를 직접 관리하면서 망 공소외 2와 함께 이 사건 범행을 주도한 점, 국고에 끼친 손해액이 적지 아니한 점, 해군 측과 합의하거나 피해액을 변상하지 아니한 점 등

2. 피고인 2

〈긍정적 참작사유〉

피고인 1이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기간 동안, 피고인 1과 망 공소외 2에게 항공사업부의 업무를 상당 부분 위임함으로써 실행에 가담한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점, 공소사실상의 피해액인 711,129,500원을 전액 공탁한 점, 애당초 정비계약서에 없던 부품을 정비한 경우가 있으며 그 합계가 78,275,573원 상당에 달하는 점, 1976년경 변호사법 위반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외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

〈부정적 참작사유〉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자 경영주로서 편취액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는 지위에 있는 점, 이 사건 수사단계에서 관련 직원들에게 범행사실의 은폐와 축소를 지시한 등의 정황이 엿보이는 점, 범행 가담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는 점 등

3. 피고인 3

〈긍정적 참작사유〉

편취한 이득액을 직접 보유하지는 아니한 점, 현장 실무책임자로서 부실정비와 관련한 피고인 1, 피고인 2의 지시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었던 점, 애당초 정비계약서에 없던 부품을 정비한 경우가 있으며 그 합계가 78,275,573원 상당에 달하는 점, 범죄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인 점 등

〈부정적 참작사유〉

공소외 12 주식회사 시절부터 항공사업부에 근무하여 범행에 가담한 기간이 적지 아니한 점, 현장 실무책임자로서 부실정비를 실행하고 부하 직원들을 지시·감독한 점, 국고에 끼친 손해액이 적지 아니한 점, 해군 측과 합의하거나 피해액을 변상하지 아니한 점 등

4. 피고인 4

〈긍정적 참작사유〉

편취한 이득액을 직접 보유하지는 아니한 점, 현장 기술자로서 부실정비를 지시하는 상피고인들의 지시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었던 점, 애당초 정비계약서에 없던 부품을 정비한 경우가 있으며 그 합계가 78,275,573원 상당에 달하는 점, 범죄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인 점 등

〈부정적 참작사유〉

공소외 12 주식회사 시절부터 항공사업부에 근무하여 범행에 가담한 기간이 적지 아니한 점, 현장 기술자로서 부실정비를 실행한 점, 국고에 끼친 손해액이 적지 아니한 점, 해군 측과 합의하거나 피해액을 변상하지 아니한 점 등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범죄일람표 : 생략]

판사 강경태(재판장) 최희영 김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