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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0.8.26. 선고 2019가합551461 판결

손해배상(지)

사건

2019가합551461 손해배상(지)

원고

주식회사 A

피고

주식회사 B

변론종결

2020. 6. 26.

판결선고

2020. 8. 26.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0,000,1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홍삼농축액과 같은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회사이다. 원고 대표이사 C은 아래 표 기재 상표(이하 '이 사건 등록상표'라고 한다)에 대한 상표권자이고, 원고는 C으로부터 위 등록상표에 대한 전용사용권을 설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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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피고는 'H'(이하 '이 사건 사이트'라고 한다)이라는 명칭의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판매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사이트를 통하여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급받는 형태의 이른바 오픈마켓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다. 원고는 2019. 6.초경 이 사건 사이트에서 성명불상의 판매자가 아래와 같이 'I'라는 홍삼가공식품을 "J"라는 제목글 아래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2019. 6. 12. 피고에게 "귀사에서 판매하는 상품내용 중 'K'라는 키워드의 경우 당사에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상표권을 취득한 사항으로서 계속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침해로 불법행위에 해당합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어 위 성명불상 판매자의 이 사건 등록상표에 관한 상표권 침해사실을 통지하고, 침해행위의 중지를 요청하였다. 피고는 원고의 위 요청에 따라 해당 판매자의 상품판매 게시물을 삭제하는 조치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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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원고는 이 사건 사이트에서 아래와 같이 'J'이라는 홍삼가공식품 판매 게시물이 "J"라는 제목글 아래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9. 6. 18. 피고에게 이메일로 침해행위의 중지를 요청하였다. 이에 피고는 같은 날 원고에게 "본사는 해당상품의 직접 판매자가 아니라 침해 당사자가 아니지만 각사의 지적재산권을 존중하고 있으며 이를 지켜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귀사의 상표권 및 수정 협조를 원하시는 상품의 링크를 보내주시면 검토 후 수정 조치해드리겠습니다."고 회신하고 위 상품판매 게시물을 삭제하는 조치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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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원고는 2019. 7.초경 이 사건 사이트에 'J' 판매 게시물이 재차 게시된 사실을 확인하고, 2019. 7. 11. 피고에게 상표권 침해행위의 중지 및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내용증명 서신을 발송하였다. 이에 피고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는 조치를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피고에게 수차에 걸쳐 피고가 운영하는 이 사건 사이트에 성명불상의 판매자가 이 사건 등록상표를 침해하는 상품판매 게시물을 올린 사실을 고지하고 이에 대한 방지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위 판매자의 동일하고도 반복되는 권리침해행위를 방지할 작위의무가 있는데,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판매자의 상표권 침해행위를 용이하게 하였으므로, 부작위에 의한 방조자로서 민법 제760조 제3항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제44조에 의하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인 피고는 이 사건 사이트에 게시되는 게시물에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정보가 유통되지 아니하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특정 단어가 상품 제목에 포함되는 경우 상품 제목의 게시가 제한되거나 판매 웹페이지 개설이 제한되도록 정보통신망을 제작하는 작업은 현재 인터넷 기술의 환경에 비추어 고도의 숙련도 또는 기술을 요한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간단히 이 사건 사이트의 개정작업을 통하여 원고가 수차례 사용중지를 요구한 키워드를 금지어로 설정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로써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위 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에 관한 상표권 침해행위를 용이하게 하였으므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가. 민법 제760조 제3항에 따른 방조책임 인정여부

1) 관련 법리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판매자로서 직접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형태가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전자거래 시스템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판매자로부터 서비스 이용료를 받을 뿐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구체적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는 이른바 오픈마켓(Open Market)에서는, 운영자가 제공한 인터넷 게시공간에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상품판매정보가 게시되고 그 전자거래 시스템을 통하여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이러한 상품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운영자에게 상표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다만 상표권 침해 게시물이 게시된 목적, 내용, 게시기간과 방법,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삭제 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관련 인터넷 기술의 발전 수준, 기술적 수단의 도입에 따른 경제적 비용 등에 비추어 볼 때, ① 오픈마켓 운영자가 제공하는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상표권 침해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② 오픈마켓 운영자가 위와 같은 게시물로 인하여 상표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로부터 구체적 · 개별적인 게시물의 삭제 및 차단 요구를 받거나, 피해자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그 게시물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나고, ③ 나아가 기술적, 경제적으로 그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한 경우에는, 오픈마켓 운영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해당 판매자가 위 인터넷 게시공간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 요구되며(대법원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오픈마켓 운영자가 이를 게을리 하여 게시자의 상표권 침해를 용이하게 하였을 때에는 위 게시물을 직접 게시한 자의 행위에 대하여 부작위에 의한 방조자로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4343 판결, 대법원 2012. 12. 4.자 2010마817 결정 등 참조).

2)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에 따르면, 피고는 원고의 삭제 요구에 따라 즉시 해당 게시물의 삭제 조치를 취하였고, 이에 따라 성명불상의 판매자가 올린 게시물이 이 사건 사이트에 게시된 기간은 불과 며칠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원고에게 "본사는 해당 상품의 직접 판매자가 아니라 침해 당사자가 아니지만 각사의 지적재산권을 존중하고 있으며 이를 지켜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귀사의 상표권 및 수정 협조를 원하시는 상품의 링크를 보내주시면 검토 후 수정 조치해드리겠습니다."라고 회신하면서 삭제를 요청하는 해당 게시물의 링크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다. 한편 이 사건 등록상표의 표장 '홍키즈'의 외관은 특별한 도안 등과 결합 없이 평이한 서체의 3음절로 구성된 표장인데, 성명불상의 판매자는 상품판매 게시물 제목에 평이한 서체로 "J"라고 기재하여 그 중 이 사건 등록표장과 동일한 문자(K)가 포함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고, 판매상품에 부착된 표장은 ' '(I) 또는 ' '(J)으로 이 사건 등록표장의 외관, 칭호, 관념과 다르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상표권 침해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거나 피고가 원고로부터 직접적인 요구를 받지 않아도 게시물이 게시된 사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음이 외관상 명백히 드러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오픈마켓 운영자인 피고가 성명불상 판매자의 상표권 침해행위를 용이하게 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피고에게 방조에 의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 원고는, 피고는 간단히 이 사건 사이트의 개정작업을 통하여 원고가 수차례 사용중지를 요구한 키워드인 "K"를 금지어로 설정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상표권 침해행위에 대한 방조책임을 부담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상표권의 침해여부는 사용표장의 사용 태양, 등록표장과 사용표장의 외관, 칭호, 관념의 유사성 여부와 상표적 사용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하고, 단순히 특정 단어의 유무만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사이트에 게시된 특정의 게시물에 타인의 등록상표의 표장과 같은 문자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상표권 침해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만일 특정 키워드가 포함된 게시물의 게시 자체를 무조건 금지되도록 하게 하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게시물까지 게시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에게 사전적으로 'K'를 금지어로 설정하여 위 단어가 포함된 게시물이 이 사건 사이트에 게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따른 방조책임 인정여부

정보통신망법 제44조 제1항은 "이용자는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에 제1항에 따른 정보가 유통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규정은,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 수의 증가와 함께 정보통신망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영향력이 매우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개인정보의 침해나 각종 명예훼손성 정보의 유통 등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도 커지고 있음을 고려하여 이에 대처한다는 취지에서 입법된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등"이라는 표현은 그 앞에 구체적으로 열거된 단어와 유사한 것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는바, 그럼에도 위 규정 중 "등 타인의 권리"라는 문언에 집착하여 이를 제한 없이 '타인의 모든 권리'라고 해석할 경우에는 과연 위 조문이 의미하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매우 불명확하게 되고, 그 결과 이렇듯 불명확한 정보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보통신서비 스제공자가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또한 모호하게 되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지나치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위 법 제44조 제1항의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정보'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 및 '이에 준하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만을 의미할 뿐, 거기에서 더 나아가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정보'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대법원 2012. 12. 4.자 2019마817 결정 참조).

따라서 정보통신망법 제44조 제2항이 피고에게 상표권 침해행위를 적극적으로 방지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에게 법률상 이러한 작위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방조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 원고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권오석

판사 정승연

판사 정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