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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법원 2020.2.6. 선고 2019고합95 판결

살인

사건

2019고합95 살인

피고인

A

검사

최선희(기소), 허용준, 김진호, 백지은(공판)

변호인

변호사 이자연, 김정선(국선)

판결선고

2020. 2. 6.

주문

피고인에 대한 형을 징역 5년으로 정한다.

압수된 증제1호(과도)를 몰수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B(48세)과 2016. 가을 무렵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던 사이이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동거생활을 하던 중 피해자로부터 수차례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등 가정폭력에 시달려 왔다.

피고인은 2019. 9. 27. 오후 피해자와 피해자의 모친, 피해자의 자녀 등을 만나 술을 마시는 등 시간을 보낸 후, 같은 날 22:00에서 23:00 사이 피해자와 함께 속초시 C, 2층에 있는 주거지로 귀가하였다.

피고인은 2019. 9. 28. 00:49부터 01:07 사이에 주거지에서 피해자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피해자로부터 오른쪽 뺨 부위를 수회 맞게 되자 순간적으로 화가 나 피고인 주변에 놓여 있던 삶은 밤을 깎는 데 사용한 과도(전체 길이 약 20cm, 칼날 길이 약 10cm)를 집어 들었고, 이후 피해자로부터 "나 죽여봐, 찔러봐"라는 이야기를 듣자 격분하여 피해자의 왼쪽 가슴 부위를 힘껏 찔러 피해자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흉부자창으로 인한 실혈사로 사망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사망진단서, 감정의뢰회보(2019-M-22334), 부검감정서 2019-M-22334 관련 질의회보서

1. 현장사진, 현장 출동 경찰관이 촬영한 현장 사진, 피해자가 칼에 찔린 부위 근접 사진

1. 119 녹취파일 CD, 현장 촬영 동영상백업 CD 1매, 피의자가 범행동기를 얘기한 동영상 백업 CD 1매

1. 압수된 증제1호(과도)의 현존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유기징역형 선택)

1. 몰수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살인의 고의에 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이 사건 범행이 피해자의 지속적 가정폭력으로 피고인의 감정이 누적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으로 치명적일 수 있는 가슴 부위를 강하게 찌른 이상,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적어도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범행 도구는 과도이고, 피해자 몸의 상처 개수로 미루어 1회 찌른 것으로 보인다. 과도의 총 길이는 20cm, 칼날 길이는 10cm이다. 칼날에 찔린 부위 주변에는 과도 손잡이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 보이는 멍이 발견되고, 칼날은 가슴에 끝까지 들어가서 좌폐상엽과 좌심실을 관통하였다. 피해자는 그 상처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하였다. 외부상처의 모양, 피해자 장기의 손상 형태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칼등을 5시 방향으로 하고, 새끼손가락 쪽으로 칼끝이 오도록 과도를 잡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왼쪽 가슴을 매우 강한 힘으로 내려찍은 것으로 보인다.

다. 배심원 의견

○ 살인의 고의 인정: 8명

○ 살인의 고의 부정: 1명

2. 형법 제21조 제3항 관련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 제21조 제3항의 행위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거나, 적어도 형법 제21조 제2항의 행위에 해당하여 형이 감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피고인은 피해자와 약 3년간 동거하며 자주 폭행을 당하였고, 이 사건 범행 직전에도 피해자로부터 얼굴 등을 폭행당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불가벌적 과잉방위 또는 과잉방위에 따른 형의 감면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 부분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범행 장소 아래층에 거주한 D의 진술과 현장 사진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범행 직전 목소리를 높이며 다투다가 서로에게 집기를 던지며 싸웠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기보다는 쌍방이 다투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피해자가 폭행으로 피고인을 제압하여 피고인이 다른 회피 수단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② 당시 피해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3% 이상의 만취 상태였는데, 일반적으로 이 경우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렵다. 피고인이 과도를 집어 들자 피해자는 "나 죽여봐, 찔러 봐"라고 말하였다. 행위 여부의 판단에 필요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흉기로 피해자를 찌른 피고인의 행위는, 그 가해의 방법과 상처의 정도 등으로 미루어 방어의 의도 못지않게 가해의 의도 또한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이 사건 범행으로 가장 고귀하고 존엄한 인간의 생명이라는 법익이 침해되었다.

③ 앞서 본 범행 당시의 상황, 피고인과 119의 통화 내용 및 사건 직후 경찰관과 나눈 대화 등으로부터 추단되는 피고인의 의식 상태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

다. 배심원 의견

형법 제21조 제3항 적용 부정: 6명

형법 제21조 제3항 적용 인정: 3명

3. 심신미약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당시 술에 만취하여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

나.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은 범행 상황과, 피고인이 사건 직후 취한 행동, 피고인-119 통화 내용, 사건 직후 경찰관과 나눈 대화에서 보인 피고인의 언행 등을 종합하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음주 또는 지속적 가정폭력 피해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배심원 의견

○ 만장일치로 심신미약 부정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5년 ~ 30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1유형] 참작 동기 살인

○ 특별양형인자: 없음

○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기본영역, 징역 4년 ~ 6년

○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5년 ~ 6년(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하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과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5년

피고인은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에 대해 깊은 후회의 감정을 드러내었다. 피해자의 지속적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애정과 새로 이룬 가정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에 피해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다가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가장 고귀하고 존엄한 인간의 생명이라는 법익이 침해되었다. 그 침해의 결과는 돌이킬 수 없다.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안에서, 배심원단의 다수 양형의견에 따라 주문과 같은 형을 정한다.

4. 배심원단의 양형의견

○ 징역 8년: 2명

○ 징역 7년: 1명

○ 징역 5년: 5명

○ 징역 4년: 1명

판사

재판장 판사 박이규

판사 고철만

판사 정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