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부산지법 2010. 5. 7. 선고 2010구합642 판결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취소] 확정[각공2010하,1095]

판시사항

[1]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한 금지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금지통고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 상태에서 당초에 예정된 집회 또는 시위의 일시가 지난 경우, 금지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소극)

[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역본부의 옥외집회 및 행진신고에 대하여, 관할 지방경찰청장이 인근 상인의 반발 및 일반시민의 통행 불편이 가중될 것이 명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금지한 사안에서, 예정된 일시에 집회를 개최할 수 있었던 부분은 금지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고, 주요도로에 해당한다거나 교통 소통에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및 행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부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한 사례

[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역본부의 옥외집회 및 행진신고에 대하여,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의 경우에는 인도의 1/3을 보행인 통로로 확보하고 행진의 경우에는 인도를 이용하라는 조건을 붙여 허용한 사안에서, 위 조건통고처분이 경찰재량을 일탈·남용하였다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한 금지통고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한 것으로 재결되거나 그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에 금지통고 처분 등으로 인하여 시기를 놓친 이의신청인은 일시를 새로이 정하여 집회 또는 시위의 24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함으로써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9조 제3항 에 따라 금지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당초에 예정된 집회 또는 시위의 일시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이의신청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주최자가 당해 금지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여전히 인정된다. 다만 이러한 경우 소의 이익은 금지통고 처분으로 인하여 개최하지 못한 집회 또는 시위를 다시 개최할 수 있다는 점에 있는데, 금지통고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어 예정된 일시에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수 있었다면, 후에 금지통고 처분이 취소된다고 하여 위 법 제9조 제3항 에 따른 새로운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필요나 근거가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금지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2]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역본부의 옥외집회 및 행진신고에 대하여, 관할 지방경찰청장이 인근 상인의 반발 및 일반시민의 통행 불편이 가중될 것이 명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금지한 사안에서, 금지통고 처분의 효력이 판결 선고시까지 정지되어 예정된 일시에 집회를 개최할 수 있었던 부분은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고, 집회의 금지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며, 집회의 자유를 더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곧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다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인데, 경찰청장이 이러한 검토를 진지하고도 충분하게 거쳤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한 점 등에 비추어, 단순히 주요도로에 해당한다거나 교통 소통에 지장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회 및 행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부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재량권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한 사례.

[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역본부의 옥외집회 및 행진신고에 대하여,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의 경우에는 인도의 1/3을 보행인 통로로 확보하고 행진의 경우에는 인도를 이용하라는 조건을 붙여 허용한 사안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 에서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교통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위 집회신고의 행진 진로는 주요 도로일 뿐 아니라 해당 차로가 좁아 500여 명이 행진할 경우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점, 위 처분에 터잡은 조건을 따른다고 하여 특별히 집회 목적 달성에 크게 저해가 된다고 볼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조건통고처분이 경찰재량을 일탈·남용하였다거나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 (소송대리인 변호사 변영철)

피고

부산지방경찰청장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인 담당변호사 백진규)

변론종결

2010. 4. 2.

주문

1. 이 사건 소 중 피고 부산지방경찰청장이 2010. 2. 5. 원고에 대하여 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중 개최일시 2010. 2. 12. 해당 부분을 각하한다.

2. 피고 부산지방경찰청장이 원고에 대하여 한, 2010. 2. 3.자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및 2010. 2. 5.자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 중 개최일시 2010. 2. 8.부터 2010. 2. 11.까지 해당 부분을 각 취소한다.

3. 원고의 피고 남부경찰서장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원고와 피고 부산지방경찰청장 사이에 생긴 부분의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위 피고가 각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부산남부경찰서장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 부산지방경찰청장이 2010. 2. 3. 및 2010. 2. 5. 각 원고에 대하여 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을 각 취소한다. 피고 부산남부경찰서장이 2010. 2. 7. 원고에 대하여 한 교통질서유지를 위한 조건통고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1) 원고는 2010. 2. 1. 15:10경 피고 부산지방경찰청장(이하 ‘피고 경찰청장’이라 한다)에게, 집회의 명칭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결의대회’로, 집회 장소를 ① 시청 시민광장, ② 노동청, ③ 서면1번가, ④ 부전시장 입구로 하여 별지 목록 제1항 기재와 같은 집회 및 행진신고(이하 ‘1차 집회신고’라 한다)를 하였다.

2) 이에 피고 경찰청장은 2010. 2. 1. 원고에게, 1차 집회신고의 집회 및 행진 진로가 대통령령이 정한 주요도로에 해당하여 1,000여 명이 행진할 경우 차량소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고, 집회 장소 ④의 경우 도로가 협소하여 다수가 동원될 경우 도로 점거 집회로 이어질 개연성이 농후하여 인근 상인들의 반발과 일반시민의 통행불편이 초래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주요 도로가 아닌 행진로를 선정하여, 선택한 행진로의 구체적 행진 방법 등을 명시·보완하고, ④의 경우 구체적인 집회 장소를 명시하고, 집회 인원을 축소 보완할 것을 통고하였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0. 2. 2. 피고 경찰청장에게, 질서유지인을 종전 20명에서 50여 명으로 추가 배치하여 도로소통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겠고, 지금까지 원고가 주최한 집회에서 차선점거나 교통방해 등을 한 바 없고, 집회 장소가 주요 도로이기는 하나 질서유지조치에 따라 행진이 있어 왔다는 등의 취지로 답변하였다.

4) 그러자 피고 경찰청장은 2010. 2. 3. 원고의 1차 집회신고에 대하여, 집회의 경우에는, 집회 장소 ①, ②, ③ 집회는 허용하나, ④의 경우 보완통고와 같은 사유로 집회를 금지하였고, 행진의 경우에는, 신고 행진 진로가 주요 도로로 신고 인원 행진시 차량소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하여 이를 모두 금지하였다(이하 ‘1차 금지처분’이라 한다).

나. 1) 원고는 2010. 2. 3. 11:50경 피고 경찰청장에게, 집회의 명칭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결의대회’로, 집회 장소를 ① 부산역 광장, ② 서면 쥬디스태화 인도, ③ 현대백화점 맞은편으로 하여 별지 목록 제2항 기재와 같은 집회 및 행진신고(이하 ‘2차 집회신고’라 한다)를 하였다.

2) 이에 피고 경찰청장은 2010. 2. 3. 원고에게, 구체적 집회 종료시간 및 집회 장소 ③의 구체적인 장소의 기재를 보완하고, 시위(행진) 방법 중 ‘퍼레이드 등 다양한 방식’ 및 시위(행진) 진로의 경유지, 중간행사지 등을 명시·보완하며, 주요 도로가 아닌 행진로를 선정하여, 선택한 행진로의 구체적 행진 방법 등을 명시·보완할 것을 통고하였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0. 2. 3. 피고 경찰청장에게, 집회 종료시간을 17:59로 보완하고, ③의 구체적 장소를 약도로 첨부·보완하였으며, ‘퍼레이드’ 방식은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목적지까지 행진하는 것이라고 명시·보완하고, 각 경유지와 중간행사지는 없음을 명시·보완하였으며, 질서유지인을 종전 6명에서 36명으로 추가 배치하여 도로소통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4) 그러자 피고 경찰청장은 2010. 2. 5. 원고의 2차 집회신고에 대하여, 집회의 경우에는, 집회 장소 ①, ② 집회는 허용하나, ③의 경우 주요 도로로 인근 상인의 반발 및 일반시민의 통행 불편이 가중될 것이 명백하다 하여 금지하였고, 행진의 경우에는, 신고 행진 진로가 주요 도로로 신고 인원 행진시 차량소통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하여 이를 모두 금지하였다(이하 ‘2차 금지처분’이라 한다).

다. 1) 원고는 2010. 2. 5. 피고 부산남부경찰서장(이하 ‘피고 경찰서장이라 한다)에게 집회의 명칭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노동자 책임전가 반대, 일자리 창출, MB악법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로, 집회 장소를 한나라당 부산시당 앞 및 건너편 인도로 하여 별지 목록 제3항 기재와 같은 집회 및 행진신고(이하 ‘3차 집회신고’라 한다)를 하였다.

2) 이에 피고 경찰서장은 2010. 2. 5. 원고에게, 질서유지인의 생년월일 및 휴대전화 등 인적사항을 구체적으로 기재·보완할 것과 주요 도로가 아닌 행진로를 선정하여, 선택한 행진로의 구체적 행진 방법 등을 명시·보완할 것을 통고하였다.

3)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10. 2. 6. 피고 경찰서장에게, 질서유지인들은 모두 원고에 근무하는 자들로 언제든 원고 사무실을 통해 연락 가능하여 구체적 기재·보완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고, 질서유지인을 종전 14명에서 31명으로 추가 배치하여 도로소통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겠으며, 신고 행진 경로 외 다른 경로는 주택가 골목으로서 오히려 소음 등 주민 생활에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4) 그러자 피고 경찰서장은 2010. 2. 7. 원고의 3차 집회신고에 대하여, 집회의 경우에는 인도의 1/3은 보행인 통로로 확보하라는 조건을 붙여, 행진의 경우에는 차도가 아닌 인도를 이용하라는 조건을 붙여 각 허용하였다(이하 ‘이 사건 조건통고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3, 갑 제2, 3호증의 각 1 내지 4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는, 1, 2차 각 금지처분과 이 사건 조건통고처분이 모두 경찰재량을 일탈·남용하였거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위 각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현재 1, 2, 3차 각 집회신고의 집회 예정일자가 이미 도과되었으므로 더 이상 위 각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항변한다.

나. 1) 집회 또는 시위의 신고서를 접수한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제8조 의 규정에 의한 금지통고 처분을 한 경우, 당해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는 법 제9조 제1항 에 의한 이의신청을 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이의신청에 대한 재결절차나 행정소송절차의 진행 중에 원래 예정되었던 집회 또는 시위의 일시가 도과되어 시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법 제9조 제3항 은 당해 금지통고 처분이 위법 또는 부당한 것으로 재결되거나 그 효력을 잃게 되는 경우에 금지통고 처분 등으로 인하여 시기를 놓친 이의신청인은 일시를 새로이 정하여 집회 또는 시위의 24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함으로써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에 따라 금지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이 계속되는 동안 당초에 예정된 집회 또는 시위의 일시가 도과되었다 하더라도 이의신청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주최자가 당해 금지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여전히 인정된다 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경우의 소의 이익은 금지통고 처분으로 인하여 개최하지 못한 집회 또는 시위를 다시 개최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할 것인데, 금지통고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어 예정된 일시에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수 있었다면, 후에 금지통고 처분이 취소된다 하여 법 제9조 제3항 에 따른 새로운 집회 또는 시위를 개최할 필요나 근거가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금지통고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2차 금지처분 중 개최 일시 2010. 2. 12. 해당 부분의 효력이 이 사건 판결 선고시까지 정지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원고로서는 더 이상 이 사건 소로써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이 사건 소 중 2차 금지처분 중 개최 일시 2010. 2. 12. 해당 부분은 부적법하다.

그러나 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각 처분에 대하여는 그 예정 일시 도과에도 불구하고 그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은 여전히 인정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항변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4. 1차 금지처분, 2차 금지처분 중 개최 일시 2010. 2. 8.부터 2010. 2. 11. 부분 및 이 사건 조건통고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아래의 각 처분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과도하게 사전적으로 집회를 금지하는 것으로써 경찰재량을 일탈·남용하였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취소되어야 한다.

1) 1차 금지처분에 대하여

집회 장소 ④ 집회로 초래될 위험이 있는 교통 소통 장애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더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으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집회 개최시 도로 점거 집회로 이어질 개연성이 농후하고,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 명백하다는 등의 사유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관적, 추상적 기준에 불과하며, 1차 집회신고의 행진 진로는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행진이 금지된 적이 없었던 구간이고, 주요 도로가 아닌 행진로만을 선정하고 선택한 행진로의 구체적 행진 방법을 명시·보완하라는 요구는 신고제로 운영되어야 하는 집회를 실질적으로 사전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이다.

2) 2차 금지처분 중 개최 일시 2010. 2. 8.부터 2010. 2. 11. 부분에 대하여

집회 장소 ③은 주요 도로에 포함된 도로가 아닌 인도이고, 위 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함으로써 예상되는 통행 혼잡은 다른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2차 집회신고의 행진 진로는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현재까지 한 번도 행진이 금지된 적이 없었던 구간이다.

3) 이 사건 조건통고처분에 대하여

비록 3차 집회신고의 행진 진로가 주요 도로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그 이동거리가 약 1km에 불과하여 교통소통의 방해 정도가 매우 경미하고 일시적일 것으로 보이며, 다른 행진로를 택할 경우 주택가 골목길로 우회할 수밖에 없고, 위 조건통고처분에 따라 인도를 이용할 경우 오히려 인도를 이용하는 주민과 인도에 설치된 입간판 등과의 충돌 등 사고가 예견되며, 도로를 이용하여 행진하겠다는 집회신고에 대하여 인도를 이용하라는 조건을 붙인 전례가 없다.

나. 판단

1) 1차 금지처분 및 2차 금지처분 중 개최 일시 2010. 2. 8.부터 2010. 2. 11. 부분을 함께 본다.

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표적인 공권력의 행위는 집시법에서 규정하는 집회의 금지, 해산과 조건부 허용이다.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되는 것이며, 특히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이다[ 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83호(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요지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점 즉, ① 1, 2차 집회신고의 각 행진 진로가 법상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 해당하기는 하나, 법 제12조 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에는 주요 도로에서 집회 또는 시위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② 이에 원고는 피고 경찰청장의 보완통보에 대하여 1, 2차 집회에 배치할 질서유지인을 2배 내지 5배 이상으로 각 증원하였던 점, ③ 1차 집회신고의 집회 일시가 구정 명절 기간의 일주일 내지 하루 전으로 재래시장인 집회 장소 ④의 경우 그 유동 인구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어 교통 소통에 일부 장애가 초래될 수는 있더라도 집회 자체를 금지해야 할 정도의 장애가 초래된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④ 또한 집회의 금지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며, 집회의 자유를 더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인데, 피고 경찰청장이 이러한 검토를 진지하고도 충분하게 거쳤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한 점, ⑤ 위 각 집회 내지 행진의 경우에도 그로 인해 초래되는 교통 소통의 일부 장애는 참가인원 및 집회시간, 방송용 차량의 대수 제한 등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부과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단순히 주요 도로에 해당한다거나 교통 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 각 집회 내지 행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한 1차 금지처분 및 2차 금지처분 중 개최 일시 2010. 2. 8.부터 2010. 2. 11.까지 해당 부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서 재량권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처분이라 할 것이다.

2) 이 사건 조건통고처분에 대하여 본다.

법 제12조 에서는 주요 도로에서 집회 또는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교통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점, 즉 ① 3차 집회신고의 행진 진로는 주요 도로일 뿐 아니라 해당 차로가 좁아 500여 명이 행진할 경우 대남 교차로 일대의 주요 도로와 그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점, ② 이 사건 조건통보처분에 따라 인도로 행진한다 하더라도 일반시민의 통행로를 일부 확보하거나 질서유지인을 추가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점, ③ 위 처분에 기한 조건을 따른다 하여 특별히 원고의 위 집회 목적 달성에 크게 저해가 된다고 볼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 주장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조건통고처분이 경찰재량을 일탈·남용하였다거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피고 경찰청장의 2차 금지처분 중 개최 일시 2010. 2. 12. 해당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피고 경찰청장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며, 피고 경찰서장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1] 목록 : 생략]

[[별 지 2] 관계 법령 : 생략]

판사 문형배(재판장) 도정원 최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