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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103564 판결

[손해배상금][미간행]

판시사항

[1]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까지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불명확한 경우의 판단 기준

[2] 구 상법 제789조의3 제2항 에서 정한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에 자기 고유의 사업을 영위하는 독립적인 계약자가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코스탈파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일조디지털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케리항운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홍경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 케리항운 주식회사(이하 ‘피고 케리항운’)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물품운송계약은 당사자의 일방이 물품을 한 장소로부터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로 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일정한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므로, 운송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부담하는 운송인이 누구인지는 운송의뢰인에 대한 관계에서 운송을 인수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확정된다. 따라서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관련 업무를 의뢰받은 경우 운송까지 의뢰받은 것인지, 운송주선만을 의뢰받은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하여 운송인의 지위도 함께 취득하였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의사가 명확하지 않으면 선하증권의 발행자 명의, 운임의 지급형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운송주선업자가 운송의뢰인으로부터 운송을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확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7다4943 판결 참조).

한편 구 상법(2007. 8. 3. 법률 제85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상법’이라 한다)은 운송인의 책임에 관해서 제788조 제1항 (현행 상법 제795조 제1항 )에서 운송인은 자기 또는 선원 기타의 선박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 선적, 적부, 운송, 보관, 양륙과 인도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운송주선인의 책임에 관해서는 제115조 에서 운송주선인은 자기나 그 사용인이 운송물의 수령, 인도, 보관, 운송인이나 다른 운송주선인의 선택 기타 운송에 관하여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증명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멸실, 훼손 또는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상법 제811조 (현행 상법 제814조 제1항 )는 운송인의 송하인 등에 대한 채권·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하고 다만 위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상법 제121조 는 운송주선인의 책임은 수하인이 운송물을 수령한 날(운송물이 전부 멸실한 경우에는 그 운송물을 인도할 날)로부터 1년을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해상운송에 있어 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은 그 책임의 범위와 손해배상책임의 부담 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해상운송인과 운송주선인의 구별은 권리·의무의 대상과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나. 원심에서 원고는, 주위적으로는 피고 케리항운이 이 사건 계약상의 운송인임을 전제로 하고, 예비적으로는 운송주선인임을 전제로 하여 운송물(이 사건 발전기)의 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위 주위적 청구에 대하여는 구 상법 제811조 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도과되었고 원고와 피고 케리항운 사이에 제척기간을 연장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리고 원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피고 케리항운이 운송주선인이 아닌 운송인일 뿐이라고 하여 이 부분 원고의 소 역시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우선 위 주위적 청구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제1심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① 원고는 경남기업 주식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발전기를 제작하여 납품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2008. 6. 21.경 피고 케리항운과 사이에 이 사건 발전기를 국내에서 베트남 하이퐁까지 육상 및 해상을 통해 운송하는 내용의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사실, ② 피고 케리항운은 2008. 6. 21.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이 사건 발전기의 선적작업을 하면서 피고 주식회사 우영에스엔엘(이하 ‘피고 우영’)에게 선적에 필요한 고박(고박)작업을 맡겼는데, 해상 운송 도중인 2008. 6. 25. 이 사건 발전기가 컨테이너로부터 이탈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이 사건 발전기가 손상된 사실, ③ 이 사건 발전기를 선적한 선박은 2008. 6. 27. 베트남 하이퐁 항에 도착하였고, 이 사건 발전기는 당일 원고에게 인도된 사실, ④ 원고의 적하보험 회사와 피고 케리항운 등의 협의에 따라 베트남 현지의 업체가 사고원인을 조사하게 되었는데, 위 업체는 2008. 12. 22.경 피고 우영의 고박작업 잘못으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취지의 보고서(이하 ‘1차 조사결과’)를 제출한 사실, ⑤ 이후 원고는 피고 케리항운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였고, 피고 케리항운도 피고 우영에게 순차적으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한 사실, ⑥ 이에 피고 우영은 자신의 보험회사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메리츠화재’)에게 보험사고 발생을 통보하였는데, 이후 메리츠화재의 의뢰로 진행된 별도의 사고원인 조사에서 피고 우영 측의 잘못이 아니라는 취지의 결과가 보고되자, 피고 우영은 2009. 6. 18.자 내용증명우편을 통해 피고 케리항운에게 손해배상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였고, 이에 피고 케리항운은 위 재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통보를 한 사실, ⑦ 원고는 이 사건 발전기를 인도받은 2008. 6. 27.로부터 1년이 경과한 후인 2009. 8. 18.이 되어서야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 ⑧ 원고는 원심에서, “당시 사고원인이나 배상범위가 분명해지면 그때 가서 사고책임이 있는 업체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원고와 피고 케리항운 간에 합의가 되어 있었다.”는 취지의 피고 케리항운의 직원 소외 1, 2 작성의 각 사실확인서(갑 제29, 30호증)를 제출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설령 피고 케리항운이 이 사건 계약상 운송인에 해당하여 구 상법 제811조 에서 정한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는 지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케리항운 사이에는 구 상법 제811조 단서에 따른 제척기간 연장의 합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위 제척기간의 도과 여부는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여야 하는 사항인 점까지 더하여 보면, 원심으로서는 위 각 사실확인서가 뒤늦게 제출되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고 하여 이를 그대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원고가 1차 조사결과가 나온 후 약 5개월 동안 피고 케리항운 등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데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이 사건 사고의 원인 규명을 주도하여 의뢰하였던 원고의 적하보험 회사 등은 운송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제척기간의 제한이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을 터인데, 그 역시 제척기간이 도과되도록 아무런 조치 없이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등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에 대하여 충분히 심리를 해 볼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위 각 사실확인서에 대하여 피고들은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아니하였고, 위 각 진술 내용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단순히 위 각 사실확인서를 믿기 어렵다고만 하여 제척기간 연장 합의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한편 만약 원고의 주위적 청구 부분이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 사건 계약상 피고 케리항운의 지위가 운송인인지 운송주선인인지 또는 두 지위를 겸유하고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된다고 할 것인데, 피고 케리항운은 그 법인등기부상 회사의 목적이 항공 및 해상화물 운송주선업, 항공화물 운송 대리점업, 복합운송 주선업 등으로 기재된 회사로서 운송주선업이 주된 영업형태로 보이는 점, 원고가 피고 케리항운에게 운송을 의뢰한 이 사건 발전기에 관한 선하증권은 피고 케리항운이 아니라 실제 운송을 담당한 업체가 발행한 점, 해상운송주선인이 해상운송인으로서도 기능할 수 있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재산적 바탕(선박 등의 영업설비나 상업신용 등)이 있어야 할 것인데 피고 케리항운이 그러한 요건을 구비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제출된 것이 없는 점 등 기록상 피고 케리항운을 운송주선인으로 볼 만한 사정들도 여럿 있어 보인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 케리항운의 구체적인 영업형태 및 회사의 규모,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금 지급의 조건, 피고 케리항운이 하우스 선하증권을 발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피고 케리항운과 실제 운송을 담당한 업체 사이의 계약관계, 위 선하증권(기록 441쪽)에 인도지 대리점(Delivery Agent)으로 기재된 업체와 피고 케리항운의 관계 등에 대하여도 충분히 심리를 해 보았어야 할 것이다.

그 밖에 원심은, 피고 케리항운이 운송주선인임을 전제로 하는 위 예비적 청구에 관해서도 피고 케리항운은 운송인일 뿐이라는 이유로 그 청구의 제척기간이 도과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나, 운송주선인의 책임에 대하여는 구 상법 제811조 의 제척기간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 역시 잘못된 것임을 아울러 밝혀 둔다.

2. 피고 우영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구 상법 제789조의3 제2항 본문에 의하면, 운송물에 관한 손해배상청구가 운송인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에 대하여 제기된 경우에 그 손해가 그 사용인 또는 대리인의 직무집행에 관하여 생긴 것인 때에는 그 사용인 또는 대리인은 운송인이 주장할 수 있는 항변과 책임제한을 원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해상운송인의 사용인은 그 해상운송인이 구 상법 제811조 에서 정한 제척기간의 적용을 받는 경우에는 그러한 해상운송인의 항변을 원용할 수 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케리항운이 운송인임을 전제로 하는 위 주위적 청구 부분이 구 상법 제811조 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하고, 따라서 피고 케리항운의 사용인인 피고 우영은 구 상법 제789조의3 제2항 에 따라 운송인의 항변을 원용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피고 우영에 대한 청구 부분도 제척기간이 도과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중 원고의 피고 케리항운에 대한 주위적 청구 부분에 앞서 본 바와 같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는 이상, 이 부분 원심의 판단도 유지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한편 구 상법 제789조의3 제2항 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란 고용계약 또는 위임계약 등에 따라 운송인의 지휘감독을 받아 그 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말하고, 그러한 지휘감독 관계없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자기 고유의 사업을 영위하는 독립적인 계약자는 포함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1다7531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즉 피고 케리항운이 이 사건 발전기의 선적 과정에서 피고 우영에게 고박작업을 의뢰하였다는 점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피고 우영과 피고 케리항운 사이에 고용계약이나 위임계약 등이 체결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또한 피고 우영은 컨테이너의 고정 및 고박작업 전문 업체이고, 피고 케리항운도 제1심 및 원심에서 자신은 피고 우영의 고박작업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과 원심 판시의 사고 경위 등에 관한 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우영은 피고 케리항운의 ‘사용인 또는 대리인’이 아니라 ‘독립적인 계약자’라고 볼 여지도 상당하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 우영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이 점에 있어서도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양창수 박병대(주심) 고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