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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도1444 판결

[의료법위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미간행]

판시사항

[1] 간호조무사의 업무 중 ‘진료보조’의 의미 및 의사가 환자를 전혀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 단독으로 진료행위를 하는 것이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2] 의사인 피고인의 사용인 간호조무사 갑이 산통으로 내원한 임산부에 대하여 임의로 무통주사와 수액주사를 처치하고 내진을 하는 등 의료행위를 한 사안에서, 갑의 진료행위가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 범위를 벗어났다고 본 다음 갑의 구 의료법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양벌규정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3] 피고인이 인터넷 게시판에 ‘갑은 군무원 시험을 친 적도 없고 군무원도 아니었다’는 허위사실을 게시하였다고 하여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이 군 복무시설 등에 민간인으로서 근무하는 ‘근무원’이 아닌 ‘군무원’으로 재직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데도, 갑의 ‘군무원’ 재직경력이 증명되었다고 속단하여 피고인 주장을 허위라고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의료법 위반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의료법 제80조 ( 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제58조 ) 및 그 위임에 따른 「간호조무사 및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규칙」 제2조 에 의하면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님에도 간호보조와 진료보조의 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데, 이때 말하는 진료의 보조는 어디까지나 의사가 주체가 되어 진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그의 지시에 따라 종속적인 지위에서 조력하는 것을 가리키므로, 의사가 환자를 전혀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진료행위를 하는 것은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은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의 사용인인 간호조무사 공소외 1이 의료인이 아니면서 의사의 처방 없이 그 판시와 같이 산통으로 내원한 임산부 공소외 2에 대하여 임의로 무통주사와 수액주사를 처치하고 내진을 하는 등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한 후, 제1심이 피고인에 대한 양벌규정으로 적용한 구 의료법(2007. 4. 11. 법률 제8366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0조 2009. 12. 31. 법률 제9906호로 개정되어 제91조 에서 동일한 취지를 규정하면서 사업주인 개인이 직원 등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의 단서 규정이 추가되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공소외 1의 행위는 피고인 병원의 통상적인 운영방식에 따른 것이어서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의료법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였다고는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을 유지하였다.

원심이 인정한 위 사실관계와 그 채택 증거에 나타나는 다음의 사정, 즉 공소외 1이 공소외 2에 대하여 판시 진료행위를 할 당시 피고인 병원에는 공소외 2를 진찰하거나 공소외 1을 지휘·감독할 의사가 아무도 없었던 점을 종합하면, 공소외 1의 판시 진료행위가 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는 진료보조행위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수긍할 수 있고, 여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간호조무사의 업무범위나 양벌규정의 적용에 관하여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이 2007. 7. 4.경 에버코리아 사이트(www.everkorea.net) 게시판에 “ 공소외 3 씨는 군무원 시험을 친 적도 없었고 39사단 군무원도 아니었다. 당시 계룡스파텔 전산실에 근무하다 기무사 직원을 사칭했다는 이유로 좌천되어 창원 북면의 모 부대 소속 매장판매원으로 오게 된 것을 군무원 시험을 쳐서 한 번만에 패스하여 39사에 군무원으로 근무하였다고 거짓말 하였습니다. 북면의 매장에서도 각종 비리와 불성실한 근무로 인해 모 부대 PX 근무자로 밀려났다가 그곳에서 회계 부정에 관련되어 파면되기 직전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그곳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한 데 대하여, 원심은 공소외 3이 제출한 경력확인서의 기재 등에 의하여 공소외 3의 군무원 재직 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위 글 가운데 ‘ 공소외 3 씨는 군무원 시험을 친 적도 없었고 39사단 군무원도 아니었다’는 부분이 허위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피고인은 공소외 3이 군무원이 아닌 근무원에 불과하여 자신이 쓴 위 글이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가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군 복지시설 등에서 근무할 민간인으로서 채용하는 근무원은 국가공무원의 일종인 군무원과는 명백히 구분되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소외 3이 근무원이 아닌 군무원으로 재직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원심이 든 경력확인서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3이 군무원으로 재직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없다. 또한 사법경찰관 작성의 공소외 3에 대한 진술조서(고소인 2회)의 기재에 의하면 공소외 3은 육군 39사단 군무원으로 근무하였다고 하면서 2000. 8. 15. 육군호텔 계룡스파텔 전산실장으로 임용되어 창원 칠성마트 영업과장을 거쳐 39사단 관리관으로 근무하다가 2004. 9.경 사직하였고 자신이 6급으로 특채된 것이라고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 이러한 주장은 위 경력확인서에 기재된 직급, 근무기간, 직책과 일치하지 않고, 더욱이 공소외 3은 제1심법원의 제17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군무원 시험에 언제 합격하였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2000. 7. 30. 육군복지단에 채용되었다고만 답변하여 군무원 시험에 합격하였다는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였으며, 원심에 이르기까지 인사기록카드 등 군무원 재직 사실을 확인시켜 줄 뚜렷한 객관적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 경력확인서의 기재만으로 공소외 3의 군무원 재직경력이 증명되었다고 속단하여 피고인의 위 주장이 허위라고 인정한 데에는 군 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근무원의 지위나 형사소송에서 필요한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2007. 7. 4.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부분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피고인에 대한 나머지 공소사실은 위 부분과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거나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능환 민일영 이인복(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