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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다234217 판결

[구상금][미간행]

판시사항

[1] 감정인의 감정 결과의 증명력

[2] 운송인에 대하여 운송물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운송 중에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운송인이 운송물을 양하할 때 운송물이 멸실·훼손된 사실이 이미 밝혀진 경우, 위 증명은 운송물이 하자 없는 양호한 상태로 운송인에게 인도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충분한지 여부(적극) / 운송물이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되었다고 기재된 무고장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운송인이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위 추정규정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발견할 수 없는 운송물의 내부 상태 등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소극) / 무고장 선하증권에 이른바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경우,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운송인에 대하여 손해를 주장하는 측)

원고, 상고인

에이아이지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성극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유엔아이로지스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173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원심 감정인 소외인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화물의 특성과 무게에 맞게 설계된 밑틀판에 포장되지 아니한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협회적하약관[INSTITUTE CARGO CLAUSE(A)]의 면책조항(4.3)에 규정된 보험개시 전에 이루어진 ‘포장불완전’이라는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여 이 사건 화물의 포장이 불완전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이 된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원심이 이 사건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1982년도 협회적하약관이 아닌 2009년도 약관을 토대로 위와 같은 판단에 이른 점은 있으나, 1982년도 약관의 면책조항(4.3) 역시 ‘보험의 목적의 포장 또는 준비의 불완전 또는 부적합으로 인하여 발생한 멸실, 손상 또는 비용’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에는 면책사유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 및 보험자대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의 요지는 피고가 하역 과정에서 철제 와이어 등 적절한 하역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무게중심을 제대로 맞추지 않았음에도 그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나아가 원심의 판단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3.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운송인에 대하여 운송물에 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운송계약에 따른 운송 중에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증명하여야 한다. 그 증명 방법으로 운송인이 운송물을 양하할 때 운송물이 멸실·훼손된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면 운송물이 하자 없는 양호한 상태로 운송인에게 인도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상법 제854조 제1항 ), 선하증권에 운송물이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되었다는 기재가 있는 무고장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송인은 그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선하증권에 기재되어 추정을 받는 ‘운송물의 외관상태’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 검사하면 발견할 수 있는 외관상의 하자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것이지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발견할 수 없는 운송물의 내부 상태 등에 대하여도 위 추정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무고장 선하증권이라도 거기에 ‘송하인이 적입하고 수량을 셈(Shipper’s Load & Count)’ 혹은 ‘……이 들어 있다고 함(Said to Contain……)’ 등의 이른바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다면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하였다는 점은 운송인에 대하여 손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1. 2. 9. 선고 98다49074 판결 ,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다6076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SAID TO BE”의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어, 그와 별도로 외관상 양호한 상태로 선적되었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다 하더라도 선하증권 소지인은 송하인이 운송인에게 운송물을 양호한 상태로 인도하였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는 오히려 송하인 측의 포장불충분이 증명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무고장 선하증권의 추정력에 관한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운송인의 주의의무, 선하증권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고영한 권순일 조재연(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