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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7.9. 선고 2015도3271 판결

사기

사건

2015도3271 사기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유한) B

담당변호사 C, W, X, D, Y, E, Z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15. 2. 5. 선고 2014노1775 판결

판결선고

2015. 7. 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해자의 재산 처분행위나 이러한 재산 처분행위를 유발한 피고인의 행위가 피고인이 도모하는 어떠한 사업의 성패 또는 성과와 밀접한 관련 아래 이루어진 경우에는, 단순히 피고인의 재력이나 신용상태 등을 토대로 기망행위나 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할 수는 없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 당해 사업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및 관여 정도, 피해자가 당해 사업과 관련하여 재산 처분행위를 하게 된 구체적 경위, 당해 사업의 성공가능성, 피해자의 경험과 직업 등의 사정을 모두 종합하여 일반적·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8829 판결 참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기죄에서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0도6659 판결 참조).

2. 원심은 차용증의 기재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G학원 건물 준공 후 위 건물을 담보로 금융대출을 받아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하겠다'고 고지하여 기망하였음 이 분명하다고 보아, 사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해자는 20년 이상 건설업계에서 일해 온 사람으로 주식회사 J(이하 'J'이라고 한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② 주식회사 J은 2007. 12, 3.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식회사 I고시원(2007. 10. 16. '주식회사 G학원'에서 상호가 변경되었다. 이하 'I고시원'이라고 한다)으로부터 부산 부산진구 H 대지 위에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의 'I고시원' 건물(이하 '고시원 건물'이라고 한다) 신축공사를 도급받고, 위 대지 구입자금 중 51억 원과 공사대금 중 47억 원은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에 따라 고시원이 J의 지급보증 아래 대출을 받아 조달하기로 합의하였다.

③ 이에 따라 고시원이 2007. 12. 20. J의 지급보증 아래 주식회사 국민은행(이하 '국민은행'이라고 한다)으로부터 51억 원을 2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대출받아 위 대지를 매수하고 위 대지에 채권최고액을 127억 4,000만 원으로 한 국민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④ 한편, 피고인이 동생이자 G학원의 대표자인 L 명의로 'G학원' 건물(이하 '학원 건물'이라고 한다)을 신축 중이던 부산 부산진구 F 대지 등 3필지에는 학원 건물 신축공사의 수급인인 비엔에스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비엔에스종건'이라고만 한다)

명의의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와 채권최고액 합계 40억 7,000만 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 4건이 경료되어 있었는데, 2007. 12. 24. 위 PF 대출금의 공동담보로 추가 제공되어 위 3필지에도 채권최고액을 127억 4,000만 원으로 하는 국민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

⑤ [고시원은 고시원 건물의 신축을 위하여 2008. 1. 28. M와 설계용역계약을 맺고, 2008. 3. 31. 건축허가를 받았으며, 그 부지 위의 기존 건물 임차인들을 상대로 인도소송을 제기하였고, 2008. 4. 7.에는 J과 사이에 건축공사도급계약을 다시 맺었다. 위 건축공사도급계약상 고시원 건물의 착공 예정일은 2008. 4. 21.이고, 고시원과 J이 합의한 '도급공사비 조달방법'에 의하면 공사대금 119억 1,300만 원 중 PF 대출금 47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학원 건물 담보대출금(10억 원 이상)과 고시원 건물 1층~3층 선분양대금(분양예정금액 총액 117억 8,000여만 원) 중 일부 등으로 조달하도록 되어 있다.

⑥ 피해자는 피고인 계좌로 2008. 4. 10.경 1억 5,000만 원, 2008. 4. 11.경 1억 원, 2008. 4. 23.경 1억 원, 2008. 5. 20.경 5,000만 원 등 합계 4억 원을 송금하여 대여(이하 '이 사건 대여'라고 한다)하였는데, 그 중 2008. 4. 10.경 1억 5,000만 원은 처

명의의 펀드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2008. 4. 11.경 1억 원과 2008, 4. 23.경 1억 원은 거래처에서 빌려 각 피고인에게 대여한 것이다.

⑦ 위 각 송금 후에 M는 고시원을 차용인으로, L을 연대보증인으로 하는 차용증 문안을 작성하여 그 때마다 피고인으로부터 I고시원의 대표이사 직인과 L의 인장을 날인받아 피해자에게 전달하였는데, 각 차용증에는 피고인이 이 사건 대여금을 J로부터 차용하여 수령하였다는 취지와 함께 '변제일은 (주)G학원 준공 후 금융대출자금으로 우선변제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문언이 기재되어 있다.

⑧ 학원 건물은 2008. 5. 16. 사용승인을 받았고, 2008. 6. 20. L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와 함께 대지권등기가 경료되었는데, 비엔에스종건이 2008, 6, 30. 청구금액을 63억 1,200만 원으로 하여 학원 건물을 가압류하였다.

⑨ 피해자는 2013. 1. 4. I고시원과 L을 상대로 이 사건 대여금 4억 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2013. 1. 21. 피고인을 사기로 고소하였다. (2) 앞에서 본 법리에 따라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에게 '학원 건물 준공 후 학원 건물을 담보로 금융대출을 받아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하겠다'고 고지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거나, 피해자가 그에 속아 이 사건 대여를 하였다는 점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볼 수 없다.

① 피해자는 당시 J의 대표이사로서 J이 합계 98억 원의 PF 대출금에 대하여 지급보증을 서는 내용이 포함된 고시원과의 고시원 건물 신축공사 도급계약에 관여하였을 것인 점, 위 PF 대출금 담보를 위해 고시원 건물 부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27억 4,000만 원인 근저당권이 설정된 직후에 그 추가 담보를 위해 학원 건물 부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27억 4,000만 원인 근저당권이 설정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학원 건물 및 그 부지의 권리관계에 관하여 직접 조사하거나 조사 결과를 보고받아 학원 건물 부지에 이미 비엔에스종건 명의의 가등기와 채권최고액 합계 40억 7,000만 원인4건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던 사실을 확인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면 위 각 채무의 존재로 말미암아 학원 건물을 담보로 금융대출을 받아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할 수 없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20년 이상 건설업계에 종사하였고 건설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피해자가 이 사건 대여 이전에 이미 학원 건물을 담보로 금융대출을 받아 비엔에스종건 등 다른 채권자에 우선하여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받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 역시 높다고 보아야 한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고시원 건물 신축공사 착수 후에 고시원 건물을 선분 양하여 그 분양대금으로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하겠다'고 말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여 왔다. 앞에서 본 고시원과 J의 합의사항 특히 예정 착공일자와 공사대금 조달방법, 피해자가 이 사건 대여금 4억 원 중 3억 5,000만 원을 빌려 피고인에게 무담보로 대여하고 4년 이상 지난 후에야 고시원과 L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피고인을 고소한 점, 위와 같이 피해자가 학원 건물 담보대출금으로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받기 어려움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에다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여러 차례 '피고인이 고시원 건물 분양대금으로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해주겠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제1심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2008. 4. 11.경 피고인에게 대여한 1억 원을 S으로부터 빌려 마련하면서 S에게 '곧 고시원 공사가 진입이 될 테니 이 건물이 완료되면 대출받아 돌려줄게, 돈 빌려달라'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한 점까지 더하여 보면, 이러한 피고인의 주장에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③ 반면, 원심이 유죄인정의 근거로 든 차용증의 문구는 피고인이 직접 기안하여 기재한 것이 아니라 M가 기재한 것이고, 각 송금 전에 작성된 것이 아니라 각 송금 후에 비로소 작성된 것이며, 피해자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그 기재 중 'J이 대여한 것'이라는 취지의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대여 당사자 사이의 합의내용이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말한 변제기일 또는 변제방법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학원 건물은 G학원의 대표자인 L 개인 명의로, 고시원 건물은 '주식회사 고시원 대표 L' 명의로 각 건축허가를 받아 놓은 점, 주식회사 고시원의 상호가 '주식회사 G학원'에서 변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 위 차용증의 문구를 피고인이 아니라 M가 기재한 점을 감안하면, 위 차용증의 "(주)G학원 준공 후 금융대 출자금으로 우선변제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기재가 학원 건물 담보대출금에 의한 우선변제를 약속하는 취지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설령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학원 건물 담보대출금으로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 건축공사 도급계약대로 고시원 건물 신축공사가 예정대로 착수되어 고시원 건물의 분양이 이루어졌다면, 그 분양대금으로 학원 건물 공사대금이나 그 부지 구입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금 등을 변제하고 나서 학원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으로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앞에서 본 고시원 건물의 합의된 착공 일자와 공사대금 조달방법에 의하면, 적어도 피해자는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하여 학원 건물 담보대출금으로 이 사건 대여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고 믿었을 개연성이 충분해 보인다.

(3) 그런데도 고시원 건물 신축 분양사업의 성공가능성과 이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및 관여 정도 등을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사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판결에는 피고인이 추진하는 사업의 성패나 성과와 밀접한 관련 아래 재산 처분행위가 이루어진 경우 기망행

위나 인과관계 판단 방법이나 형사판결에서 요구되는 증명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상훈

대법관김창석

주심대법관조희대

대법관박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