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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다29215 판결

[사해행위취소등][공2009상,448]

판시사항

채무자가 신규자금의 융통 없이 단지 기존채무의 이행을 유예받기 위하여 채권자 1인에게 담보를 제공한 경우,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채무자가 신규자금의 융통 없이 단지 기존채무의 이행을 유예받기 위하여 채권자 중 한 사람에게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그것이 비록 사업의 갱생이나 계속 추진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신용보증기금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일신 담당변호사 이재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원고의 소외 1 주식회사에 대한 신용보증 제공과 그 구상채무에 관한 소외 2(제1심에서 공동피고이었다)의 연대보증 경위와 내용, 소외 1 주식회사의 보증사고 발생으로 인한 원고의 대위변제와 이로 인하여 소외 1 주식회사와 소외 2가 부담하게 된 구상채무의 범위, 소외 2가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피고와 체결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의 내용과 이에 따른 등기의 경위 등을 인정한 후, 원고의 주장, 즉 소외 2가 채무초과상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적극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이 사건 임야에 관하여 2006. 7. 5.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그 등기를 마쳐준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소외 2의 자력에 관하여는 이 사건 근저당권 설정 무렵에 소외 2가 채무 초과의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사해행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부정하였다. 소외 2는 원고에 대한 구상금 연대보증채무 등 자신의 채무 대부분이 소외 1 주식회사의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의 보증채무인 관계로 소외 1 주식회사의 갱생 없이는 정상적인 변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피고로부터 한꺼번에 대출금 회수 조치를 당하게 됨으로써 회사의 사업 계속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사태를 막고자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다. 이러한 근저당권의 설정경위에다가, 소외 1 주식회사가 회생절차 개시 및 인가결정에 의한 금융채무 변제 유예 등을 통하여 회사의 생산 및 영업 활동을 계속하여 왔고, 회생절차 신청 등에 비추어 소외 2로서는 회사의 생산 및 영업 활동 계속이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 변제력을 가지게 되는 최선의 방법으로 인식하였다고 보이는 점,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소외 1 주식회사의 경영과 무관한 채무가 포함되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추가로 참작하면, 이 사건 근저당권의 설정행위는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소외 1 주식회사로 하여금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게 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가지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소외 1 주식회사로 하여금 자금을 융통하기 위하여 부득이 그 소유의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신규자금을 추가로 융통받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빠진 채무자에게 있어서 채권회수를 위한 채권자의 강제집행 내지 가압류 등의 집행보전조치로 발생하는 사업추진상의 어려움은 그러한 조치를 행하는 채권자의 채권액이나 변제기의 도래 여부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사정이다. 또한 특정 채권자가 당시로서 채무자에 대하여 위와 같은 채권회수조치에 적극성을 보였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자들 사이에서 우선적 담보제공의 필요성에 관한 차별적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채무자가 사업활동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신규자금의 유입과 기존채무의 이행기의 연장 내지 채권회수조치의 유예는 사업의 갱생이나 계속적 추진을 위하여 가지는 경제적 의미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록 원심 판시와 같이 사업의 갱생이나 계속 추진의 의도에서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신규자금의 융통 없이 단지 기존채무의 이행을 유예받기 위하여 소외 2가 그의 채권자 중 한 사람인 피고에게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를 비롯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갱생목적의 담보제공과 관련하여 사해행위의 성립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양승태 전수안 양창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