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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1.1.20. 선고 2018가합521777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8가합521777 손해배상(기)

원고

별지1 원고 목록 기재와 같다.

피고

1. 학교법인 A

2. B

변론종결

2020. 11. 18.

판결선고

2021. 1. 20.

주문

1.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C, D, E, F, G, H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게 별지2 원고별 금액표 중 '지급금액'란 기재 각 해당 금원 및 각 이에 대하여 피고 학교법인 A은 2018. 5. 16.부터, 피고 B은 2018. 4. 26.부터 각 2021. 1. 20.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 C, D, E, F, G, H의 청구 및 나머지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 C, D, E, F, G, H와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은 위 원고들이,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에 생긴 부분 중 10%는 위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별지2 원고별 금액표 중 '청구금액'란 기재 각 해당 금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 학교법인 A(이하 '피고 법인'이라고 한다)은 서울 은평구 I에 있는 J초등학교(이하 '이 사건 학교'라고 한다)를 설치하여 운영하던 학교법인이고, 피고 B은 피고 법인의 이사장이다.

2) 원고들은 2017년도 기준으로 이 사건 학교의 재학생, 졸업예정자(6학년), 입학예정자들(2018년도)과 그 학부모들로, 원고들의 지위는 별지2 원고별 금액표 중 '비고'란 각 해당 기재와 같다(이하 원고들 중 이 사건 학교의 재학생이었던 자들을 '원고 재학생들', 졸업예정이었던 자들을 '원고 졸업생들', 입학 예정이었던 자들을 '원고 신입생들', 학부모인 자들을 '원고 학부모들'이라고 한다).

나. 이 사건 학교의 폐교 결정 및 폐교인가신청 반려처분까지의 경과

1) 피고 법인은 2017. 12. 8.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이 사건 학교의 폐교를 의결하였다. 이후 피고 법인은 겨울방학을 하루 앞 둔 2017. 12. 28. 서울특별시 서부교육지원청(이하 '서부교육지원청'이라고 한다)에 폐교인가신청서를 제출하였고, 같은 날 이 사건 학교의 학부모들에게 '이 사건 학교의 재정적자가 누적되었고, 서울시 교육청의 폐교 권고 등으로 피고 법인 이사회는 2018학년도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2018년 2월말부로 폐교를 결정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문을 발송하였다.

2) 서부교육지원청은 2017. 12. 29. 피고 법인에게 '학교폐교인가 신청서 보완자료 제출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하여 ① 재적 학생의 분산배치에 대한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서, ② 재적 학생의 잔류 희망시 최저학년(2018학년도 신입생)의 졸업연도까지 존치계획(2019학년도부터 학생모집 중단 계획 포함), ③ 교직원 이직 등 고용(지원) 대책, ④ 2018학년도 신입생의 졸업 완료 후 폐교 확정 시 재산처분계획, ⑤ 재적 학생의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동의 결과에 따른 학생 분산 배치계획·재산처분계획·교직원 고용 대책 등의 내용이 담긴 이사회 회의록 등을 보완하라고 요청하였다.

3) 그러나 피고 법인이 이를 보완하지 않자 서부교육지원청은 2018. 1. 12. 피고 법인에게 '피고 법인의 일방적인 폐교결정 통보 등으로 새학기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예상되고, 학교 폐교 인가신청과 관련하여 보완 요청한 사항에 대하여 피고 법인의 이행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므로, 피고 법인의 폐교인가 신청을 반려한다'는 취지로 폐교인가신청 반려처분을 하였다.

4) 한편, 피고 B은 2018. 1. 11. 이 학교 교직원들에게 '2018. 2. 28.부로 폐교를 결의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4조제27조에 의거하여 2018. 2. 28.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통보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다. 폐교인가신청 반려처분 이후 실질적 폐교까지의 경과

1) 서부교육지원청은 위와 같은 반려처분 이후 2018. 1. 23. 피고 법인과 협의회를 개최하였는데, 위 협의회에서 이 사건 학교의 폐교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피고 법인은 학부모들과의 협의를 거쳐 정상적인 신학기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서부교육지원청은 피고 법인의 재정결손액에 대한 수익용 기본재산 충당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하였다.

2) 이 사건 학교의 학부모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2018. 1. 26. 피고 법인에게 '3월 신학기 운영 계획, 학생 학습권 보호대안, 2018년도 신입생 입학허가 계획' 등의 내용으로 구성된 e-알리미를 발송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피고 법인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비상대책위원회는 이 사건 학교가 개학을 한 이후인 2018. 2. 2. 다시 피고 법인 이사회에게 위와 동일한 내용의 e-알리미를 전체 학부모에게 발송하여 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 사건 학교의 정상 운영을 위한 학교운영위원과 비상대책위원회, 교원으로 구성된 협의체 결성을 요청하였다.

3) 이에 피고 법인은 2018. 2. 5. 전체 학부모를 상대로 '현 추세대로라면 학급이 통합될 것이 명백하고 특정 학년이 없는 경우가 발생할 것을 각오하고 있다. 잔류학생이 집계되는 대로 학급편성을 하겠으나, 교비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4) 피고 법인은 2018. 2. 21. 학부모들에게 '재학 희망 학생을 확인한 결과 35명으로,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2018년도 1/4분기 교납금 3,974,000원을 2018. 2. 23.까지 납부하기 바랍니다. 교납금은 2018. 2. 20. 조사한 대로 재학희망 학생이 8명으로 집계되는 경우 17,387,000원으로 증액되고, 예체능 교과활동비, 동아리 활동비, 급식, 스쿨버스, 돌봄교실 등 수익자 부담금은 별도입니다'라는 내용을 안내하였다.

5) 서부교육지원청은 2018. 2. 23. 피고 B에게 '현재까지 담임 미배정 및 수업료 산출 등과 관련하여 학부모들의 불만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neis 재적인원 132명 및 교원 감축 등을 감안할 때 전년 대비 2.5배 인상된 수업료를 납부하라는 학교 측의 안내는 적절하지 못하니 당초 협의한 대로 학부모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학교운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담임배정표를 2018. 2. 26.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6) 그러나 이 사건 학교는 2018. 3. 2. 개학한 이후에도 담임교사 배정이 되지 않았고, 행정실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학사행정 역시 중단된 상태였으며, 위 개학 당일 재학생 중 3명이 등교하였다. 결국 남아있던 재학생 전원이 전학을 결정하게 되면서 이 사건 학교는 2018. 3. 8. 사실상 폐교되었다.

라. 피고 B에 대한 형사사건 경과

1)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피고 B이 적법한 폐교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교직원들을 해고하고 학사일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는 등 이 사건 학교를 임의로 폐교하였다는 이유로 피고 B을 초 · 중등교육법위반 혐의로 고발하였다.

2) 피고 B은 2018. 12. 28. 초 · 중등교육법위반죄 및 업무상배임죄로 서울서부지방법원 2018고단4455호로 기소되었고, 2020. 1. 9.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하여 피고 B 및 검사가 항소하여 현재 항소심 재판 진행 중이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0노62호, 이하 '관련 형사사건'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7호증, 제97 내지 12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재학생들 및 학부모들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위 원고들의 주장

피고들은 폐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에게 미리 예고하여 의견을 수렴하거나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기습적으로 폐교를 통보하였고, 교육청으로부터 폐교인가신청 반려처분을 받았음에도 학교 운영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전출을 종용하는 등 이 사건 학교를 무단으로 폐교하였다. 이로 인하여 원고 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습권 및 교육권 침해로 인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위자료로, 원고 재학생들에게 각 500만 원을, 원고 학부모들에게 각 250만 원(구체적 액수는 별지2 원고별 금액표 중 '청구금액'란 기재와 같다)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들의 주장

피고 법인은 적체되어 온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 교육청에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의 허가 여부를 타진하였으나 위 교육청 및 서부지원교육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과 함께 이 사건 학교의 폐교를 권고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들로서는 달리 재정적자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폐교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또한 서부교육지원청은 피고 법인의 폐교인가신청 과정에서 피고 법인의 재산 전부에 대한 국 ·공유화를 제안하는 등 피고 법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하여 피고들이 결국 폐교인가신청을 하게 되었고, 폐교인가신청 반려처분 이후부터는 학교 운영 정상화를 위하여 잔류학생에 대한 정상적인 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하였으나, 재학생들 대부분 전출을 희망하였고, 등교생이 전무하게 되면서 사실상 이 사건 학교가 폐교하게 되었다. 이처럼 피고들은 교육청의 권고에 따라 폐교를 결정하였고,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폐교인가신청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교육당국의 권고 및 지도를 충실히 이행하였으므로, 피고들에게 이 사건 학교의 폐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관련 법리

가)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다만 기본권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치게 된다.

나) 사학의 설립 · 운영의 자유의 한계

학교법인은 민법상 재단법인의 일종으로서 제단법인법의 영역에서 사적 자치의 자유를 누리고, 또한 국가에 대한 관계에서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법인으로서 성격을 갖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사학의 설립 및 운영의 자유, 재산권 등이 인정되는데, 헌법은 사학의 설립 및 운영의 자유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두지는 않고 있으나 헌법 제10조(일반적 행동의 자유), 제31조 제1항(교육받을 권리), 제31조 제4항(교육의 자주성 · 전문성 · 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학교법인이 가지는 사학의 설립 및 운영의 자유에는 학교를 종국적으로 폐교하는 결정을 할 자유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초등교육에 대하여 무상의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헌법 제31조 제2항, 제3항).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 · 의무와 국가의 책임 등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정한 교육기본법제9조 제2항에서 학교가 공공성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하였고, 제11조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게 학교를 설립 · 경영할 의무를 부과하는 한편, 법인이나 사인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를 설립 · 경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사립학교법 제1조도 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공공성을 높임으로써 그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립학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위임을 받아 공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서 그 공공성에 있어 국·공립학교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교육 및 사립학교 관계 법령은 그 운영 주체에 대하여 교육목적에 적합하게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에 따라 엄격한 통제를 하고 있다. 실제로 초 · 중등교육법 제4조 제3항은 "사립학교를 설립 · 경영하는 자가 학교를 폐교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사항을 변경하려면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67조 제2항 제2호는 이를 위반하여 폐교인가를 받지 않고 폐교를 한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앞서 본 사립초등학교의 공공성에 비추어 국가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사립학교의 운영이나 폐교를 감독·통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므로, 학교법인이 사학의 운영을 그만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폐교는 위 법령에서 정한 바와 같이 국가의 감독 하에 행사되어야 할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 학생의 학습권, 부모의 교육권 침해와 위법성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기본권으로서의 학습권을 선언하고, 교육기본법 제12조 제1항도 "학생을 포함한 학습자의 기본적 인권은 학교교육 또는 사회교육의 과정에서 존중되고 보호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학습권의 보장은 국민의 인간적 성장 · 발달 내지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한 것으로서,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문화국가, 민주복지국가의 이념 구현을 위한 기본적 토대이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자 대전제이다(헌법재판소 1992. 11. 12. 선고 89헌마88 결정 등 참조).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아니하지만, 모든 인간이 누리는 불가침의 인권으로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및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이며, 이러한 부모의 자녀교육권은 학교영역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개성과 능력을 고려하여 자녀의 학교교육에 관한 전반적 계획을 세운다는 것에 기초하여, 자녀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을 위하여 그에 상응한 교육과정을 선택할 권리, 즉 자녀의 교육진로에 관한 결정권 내지는 자녀가 다닐 학교를 선택하는 권리로 구체화된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5다25298 판결 등 참조).

학교법인의 학교 폐지로 인한 피해는 당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과 그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교육기본법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교직원·학생·학부모 및 지역주민 등은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모두에게 돌아가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다른 학교로 전학하지 않고 재학 중인 학교에서 계속 교육받고자 하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교선택의 자유, 학부모의 자녀의 교육진로에 대한 결정권 등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그런데 앞서 본 양 기본권의 가치와 보호목적, 사립초등학교의 공공성과 초등교육의 의무교육성, 사학의 설립 및 운영의 자유가 학생들의 기본권이나 다른 헌법적 가치 앞에서 가지는 한계, 초등학교의 폐지가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끼칠 심리적, 정서적, 학습적 영향과 전학으로 인한 교우관계의 단절 등을 모두 감안한다면, 비록 사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국·공립학교의 경우와는 달리 학교를 폐지할 자유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고려한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속에서 그러한 자유를 누린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학교법인이 학교를 폐지하는 경우, 그 학교 폐지에 이르게 된 경위와 불가피성, 학교 구성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절차적 참여를 보장하였는지 여부, 재학생의 인근 학교로의 분산배치나 잔류 희망 학생을 위한 상당기간의 존치계획 등학생과 학부모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고려한 대책을 수립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일탈하였다면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

2) 판단

위 인정사실, 갑 제128 내지 13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B은 피고 법인의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관할 교육청 및 학교 구성원들과의 의견 수렴절차 없이 일방적인 폐교를 결정 통보하였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고려한 적절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폐교인가신청에 대한 반려처분을 받았음에도 이 사건 학교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사실상 폐교되는 상황에 이르게 하였다. 결국 피고 B의 위와 같은 행위는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이 사건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학습권과 교육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로서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피고 법인은 민법 제35조 제1항에 따라 피고 B과 공동하여 이로 인하여 원고 재학생들 및 학부모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① 피고 B은 피고 법인의 재정난이 수년 전부터 지속되어 왔으므로, 이 사건 학교의 폐교 결정이 불가피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학교에 대한 감사 결과 학생 전출입에 따른 세입업무 처리 부적절 등의 시정 사유가 발견되었고, 피고 B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이 사건 관련 초 · 중등교육법위반죄 외에도 자신의 친오빠인 K을 피고 법인 산하 L유치원의 행정실장으로 고용하여 급여를 받게 하였다는 내용의 업무상배임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이러한 사정에 따르면 피고 법인의 재정난은 학생수 감소 등의 외부적 요인에만 있다고 볼 수 없다.

② 설령 이 사건 학교의 재정상태가 심각하여 폐교가 불가피하였다고 하더라도 학교를 폐교하기로 결정하는 경우 학생들의 학습권 및 학부모들의 교육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피고들로서는 미리 상당한 기간을 두고 관할 교육청 및 학부모들과 충분한 의견수렴 및 논의를 거치거나 최저학년인 2018년도 신입생의 졸업연도까지 존치하는 점진적 방식으로 폐교를 결정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피고 B은 이 사건 학교의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하루 전 e-알리미를 통하여 학부모들에게 일방적으로 이 사건 학교의 폐교를 통지하였고, 폐교 시기 역시 그로부터 약 2달 이후인 2018. 2. 28.로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학생 및 학부모들은 갑작스러운 이 사건 학교의 폐교결정에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없었다. 또한 피고 B은 폐교인가신청이 인가되기도 전에 교직원들을 상대로 근로계약종료를 통보하기도 하였다.

③ 피고 B은 서부교육지원청의 폐교 권고에 따라 폐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반박하나, 서부교육지원청에서 피고 측에 폐교를 권고하였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고, 설령 폐교를 권고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측의 위와 같은 일방적이고 유예기간이 없는 폐교 통보가 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

④ 한편, 피고 B은 서부교육지원청이 폐교인가신청을 반려하고 이 사건 학교 운영의 정상화를 촉구한 이후에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수회에 걸쳐 다른 학교 전출 희망을 조사하였고, 그 과정에서 전출동의서 작성을 요청하거나 '2018. 1. 23. 이후에는 전출 취소가 불가하다'는 내용의 공지하기도 하였다. 나아가 조사 당시 명시적으로 전출을 희망하지 않은 학생이 34명이고 미응답이 43명이었음에도 2018. 2. 13. 학부모들에게 잔류희망 학생이 34명에 불과하다고 통지하였고, 2018. 2. 21. 기존 교납금 1,600,000원의 2배가 넘는 3,974,000원을 이틀 후인 2008. 2. 23.까지 납부하라고 안내하였는데, 이와 같은 행위들은 모두 학생들의 전출을 종용하기 위한 의도로 행해진 것임을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

⑤ 또한 이 사건 학교의 2018학년도 학사운영 안내는 개학이 임박한 2018. 2. 17.에서야 공지되었고, 피고 B은 개학 이후에도 이 사건 학교의 교직원들에게 한 해고통지를 철회하지 않았으며, 담임교사를 배정하지 않는 등 학교 운영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1) 원고 재학생들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 B의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학교의 폐교 당시 이 사건 학교에 재학 중이던 원고 재학생들은 자신들이 다니던 이 사건 학교가 갑자기 폐교되면서 학습권이 침해되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학교로 전학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피해의 정도 및 내용을 고려하여 원고 재학생들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각 300만 원으로 정한다.

2) 원고 학부모들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고 B의 위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 학부모들은 이 사건 학교의 폐교를 갑자기 통보받아 학교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노력하던 중 결국 이 사건 학교가 실질적으로 폐교되고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키는 과정에서 자녀들에 대한 교육권을 침해받았고, 이에 따라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피해의 정도 및 내용을 고려하여 원고 학부모들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각 50만 원으로 정한다.

라. 소결론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 재학생들에게 각 300만 원, 원고 학부모들에게 각 50만 원 및 각 이에 대하여 이 사건 학교의 폐교일 이후로 위 원고들이 구하는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로서 피고 법인은 2018. 5. 16.부터, 피고 B은 2018. 4. 26.부터 각 피고들이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1. 1. 2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원고 졸업생들 및 신입생들의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졸업생들의 청구

원고 졸업생들은 모교가 자신들을 끝으로 폐교되면서 다시 모교를 찾아갈 수 없게 되었고, 학생의 자부심 및 긍지에 심각한 해가 되는 등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통해 보장된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침해되었으므로, 피고들이 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학생들과는 달리 원고 졸업생들은 이미 이 사건 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였으므로 폐교로 인하여 직접 학습권이 침해되었다거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 졸업생들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 졸업생들의 학교 폐교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 금전적 위자가 필요할 정도로 크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 신입생들의 청구

원고 신입생들은 이 사건 학교의 재학생인 형, 누나 등을 따라 이 사건 학교의 입학을 예정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학교가 폐교되면서 급히 입학할 다른 학교를 알아보아야 하였고, 이 사건 학교의 교육을 받을 권리인 학습권을 침해받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학교는 폐교 결정부터 실제 폐교될 때까지 2018년도 신입생 입학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으므로, 위 원고들의 사립초등학교인 이 사건 학교에 입학하여 교육받을 권리가 구체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원고 신입생들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원고 신입생들의 학교 폐교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 금전적 위자가 필요할 정도로 크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 C, D, E, F, G, H의 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각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황순현

판사 최윤정

판사 고소영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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