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금
2017가단5211644 구상금
A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양
담당변호사 김광훈, 김종우, 윤조훈
B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인종, 조은일
2019. 8. 27.
2019. 10. 15.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52,159,112원 및 이에 대하여 2017. 8. 30.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2019. 5. 31.까지 연 1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2016년경 에어컨 필터 제조업체인 주식회사 C(이하 'C'라 한다)와 사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화재보험 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① 피보험자 : C
② 보험기간 : 2016. 6, 9.부터 2017, 6. 9.까지
③ 보험목적물 : 광주 광산구 D에 있는 공장 건물(이하 '이 사건 공장'이라 한다)
④ 보험가입금액 : 이 사건 공장 중 E동(F동), G동 각 4억 원
나. 이 사건 공장은 에어컨 필터를 생산하기 위하여 원단 제조기를 24시간 가동하는 곳이다. C는 2016. 7. 5. 피고가 제조한 제습기(H) 2대를 을 통하여 16만 원에 구매하고, 2016. 8. 9. 피고가 제조한 제습기(J) 2대를 15만 원에 구매한 후, 위 각 제습기(이하 '이 사건 각 제습기'라 한다)를 이 사건 공장에 설치하였다. C의 직원이 2017. 4. 30. 03:00경 이 사건 공장 중 E동(F동, 이하 'E동'이라 한다)을 방문하여 원단 제조기에서 원단을 교체한 후 퇴근하였고, 그 후 2017. 4. 30. 03:56경 E동에서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이로 인하여 발생한 열이 G동의 벽면 일부에 영향을 주어, 결국 이 사건 공장 중 E동과 G동의 천정 및 벽체, 마감재 등이 손상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다. 원고는 2017. 8. 29.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이 사건 화재로 피해를 입은 C로부터 보험금 청구권한을 위임받은 K 주식회사에게 보험금으로 이 사건 공장 중 E동 부분 245,734,888원, G동 부분 6,424,224원 등 합계 252,159,112원을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1호증, 을 제1 내지 9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광주광역시지방경찰청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청구 요지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공장 중 E동 건물 내에 설치되어 있던, 피고 제조, 판매의 제습기 중 압축기 연결전선에서 전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였다. 이 사건 각 제습기는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화재를 발생시킨 결함을 가지고 있다. 한편, C 측은 이 사건 각 제습기를 구입하여 설치할 당시 가정용 제습기를 사용할 경우 화재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피고로부터 안내받거나 그러한 내용이 기재된 사용설명서를 교부받은 사실이 없는바, 이 사건 각 제습기에는 표시상의 결함도 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각 제습기의 제조업자로서 제조물책임법 또는 민법 제750조에 기해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피보험자인 C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이 사건 화재로 피해를 입은 피보험자인 C로부터 보험금 청구권한을 위 임받은 K 주식회사에게 보험금 252,159,112원을 지급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상법 제682조의 보험자대위의 법리에 따라 지급 보험금의 범위 내에서 피보험자 C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하는 원고에게 252,159,112원 및 이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 다음날인 2017. 8. 30.부터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민법상 연 5%, 그 다음 날부터 2019. 5, 31.까지 개정 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령상 연 1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개정 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령상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판단
위 인정 사실 및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화재는 가습기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고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제조상 영역에서 발생하였다거나 표시상의 결함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없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충분하고, 제조업자 측에서 책임을 면하려면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31361 판결 등 참조).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 성능 미달 등의 하자가 있어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제조업자 측에게 민법상 일반 불법행위책임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에, 일반 소비자로서는 제품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하자가 존재하였는지, 발생한 손해가 하자로 인한 것인지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증명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소비자 측으로서는 제품이 통상적으로 지녀야 할 품질이나 요구되는 성능 또는 효능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등 일응 제품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사실과 제품이 정상적인 용법에 따라 사용되었음에도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손해가 제품의 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고 하자로 말미암아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88870 판결 등 참조).
나. 그런데 E동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총 3대의 제습기는 이 사건 화재로 인하여 심하게 훼손되어 어느 것이나 피고 측 제품인지 여부조차 확신할 수 없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안전감정서에 의하면, 제습기 잔해물 중 압축기 연결 전선은 측정상 오차의 가능성을 전제로 32×0.12mm×3C의 규격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 C가 구입한 피고의 제습기들은 압축기 내 연결전선의 규격이 청색과 흑색 연결전선의 경우 1.3㎢, 적색 연결전선의 경우 18AWG, 즉 0.823㎜2이라는 것으로 서로 다르다(원고는 법안전감정서의 기재대로 측정 오차가 있을 수 있고, 규격이 상이하다면 그 자체로 피고가 설계, 와 달리 가습기를 제조한 결함이 추정된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다. 소방당국(중앙소방학교 소방과학연구실)은 제습기의 내부 출화를 판정할 수 없고, 내부 전선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은 점과 PCB의 전원 퓨즈가 단절되지 않은 점을 볼 때, 전기적 출화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압축기 연결전선에서 단락흔이 식별되나, 발화 관련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논단이 불가하다고 판단한다. 한편, 경찰당국(광주광역시 지방경찰청)은 위 제습기들 중 좌측에 설치된 제습기의 전원선에서 단락흔이 식별되고 상부 철판도 수열되어 변형되었으며 에어 컨 필터 원단 생산라인 연결 전원선으로 "추정되는" 차단기가 OFF 상태인 점, 그 외인적, 자연적 발화요소를 관찰할 수 없는 점 등으로 미루어 압축기 연결전선에서 전기적 원인에 의해 발화된 것으로 추정하나, 단락의 형성 원인은 특정하지 못한다.
라. 통상 제습기 등 전자제품은 사용설명서가 함께 교부되는바(이 사건 각 제습기가 총 4대이므로, 원고의 주장과 달리 그들 모두에 대해서 사용설명서가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인다), 이 사건 각 제습기의 사용설명서에는 "제습기를 사용하기 전에 이 설명서를 주의 깊게 읽고, 원활한 운전을 위해 보관하여 주십시오.", "사용자 또는 타인의 피해와 상해를 방지 하려면 다음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지침을 무시한 잘못된 운전은 재산상의 손해와 인명 손상의 원인이 됩니다.", "협소한 공간에서 제품을 사용하지 마세요. 제품의 과열 및 화재의 원인이 됩니다.", "이 제품은 일반 가정용으로 제작된 제품입니다. 상업용 및 산업용 용도로 사용하지 마세요."라는 내용의 기재가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장은 에어컨 필터를 생산하기 위하여 원단 제조기를 심야에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가동하는 등 24시간 항상 가동하는 곳으로 그곳에 설치된 제습기 역시 오랜 시간 가동하였던 듯하다. C 측은 생산라인 하부 공간이 협소하여 큰 산업용 제습기를 설치하는 것이 어려웠고, 생산라인이 유리칸막이로 차단되어 구성되는 제한된 공간이어서 그곳의 습도를 제어하기 위하여 산업용이 아니라 가정용 제습기를 구입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C의 사용설명서에 반하는 제습기 오사용 또는 부주의 기타 다른 제3의 원인에 의하여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김국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