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수표단속법위반][공1989.4.1.(845),443]
심리미진과 채증법칙위배를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례
공모사실에 관하여 심리미진과 채증법칙위배의 위법이 있다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최병모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형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원심공동피고인과 공모하여 1986.11.7. 시티은행 서울지점과 피고인 명의로 당좌수표계약을 체결하고 수표거래를 하여 오던 중 그해 11.28. 서울 은평구 녹번동 소재 목욕탕 3층 사무실에서 원심공동피고인이 수표번호 마7242호, 발행일 1987.1.31. 지급지 위 은행으로 된 액면 금 150만원짜리 당좌수표 1매를 발행한 것을 비롯하여 그 무렵부터 1987.1.25.경까지 사이에 같은곳에서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피고인명의의 당좌수표 11매 액면금 합계 47,520,550원 상당을 발행하여 각 그 소지인이 지급기일 내에 지급제시하였으나 예금부족 등의 이유로 지급되지 아니하게 한 것이라 함에 있다.
제1심판결은 공동피고인이었던 원심공동피고인의 법정진술과 검사작성의 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비롯하여 김기식, 서정락, 공재원, 박성복의 법정증언과 이들에 대한 검사작성의 진술조서, 그리고 민백기, 구용척, 장석관, 강병태의 법정진술, 김광희에 대한 사법경찰리 작성의 진술조서 등을 중요증거로 하여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원심은 이를 지지하였다.
피고인은 경찰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공소장기재의 당좌수표는 원심공동피고인이 피고인 몰래 피고인 명의로 발행한 것이라 하여 공모사실을 부인하고 그 경위를 대강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즉 피고인은 1986.10.말경 당시 피고인의 부 공소외 1 소유인 서울 은평구 녹번동 소재 여관 및 목욕탕 증개축공사를 1억1천만원에 맡아 시공하고 있던 원심 공동피고인 이 당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말하기를 자기가 시티은행에 아는 사람이 있어 어음구좌를 개설할 수 있으니 은행당좌구좌를 개설하여 공사자금을 조달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하므로 피고인은 이 제의를 받아들여 그 무렵 원심공동피고인에게 신용보증기금제출용 인감증명서, 재산세과세증명, 주민등록등본, 공소외 2 회사의 사업자등록사본, 도장 등을 교부하고 그후 11.초경 원심공동피고인이 신용조사차 신용보증기금에 가야 한다고 해서 그와 동행하여 신용보증기금에 한번 다녀온 후 원심공동피고인으로부터 공소외 2 회사가 이미 폐업한 상태이어서 신용부적격판정이 내렸다는 말을 하였으며 다시 원심공동피고인이 자신이 실질적인 사주로 있는 공소외 3 주식회사의 이사로 피고인을 등재하고 그 자격으로 신용조사를 해보자고 하여 그 권고에 따라 1986.11.10.경 원심공동피고인에게 피고인의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교부한 사실이 있을 뿐이며 그후 수차 원심공동피고인에게 시티은행 어음구좌개설건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냐고 물었으나 아직 결제가 나지 않았으니 기다려 보라고 해서 그 말을 믿고 기다리다가 1987.1.27.에야 원심공동피고인측으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당좌수표가 부도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공소사실내용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의 위와 같은 변소에 대하여 원심공동피고인은 부도된 당좌수표 11매의 발행사실을 자백하고 있음은 물론 그 수표는 피고인의 승낙을 받아 공사금으로 지급하였거나 그와 협의하여 발행한 것이라고 진술하여 수표발행에 관하여 정을 몰랐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허위로 몰고 있다.
그러나 원심공동피고인의 진술을 비롯하여 원심(제1심 포함)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수표의 발행과 부도에 관하여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는 데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원심공동피고인의 진술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의 부 명의의 여관공사를 원심공동피고인이 맡게되면서 피고인과 알게 되고 원심공동피고인의 권유로 시티은행에 피고인 명의의 당좌개설을 하기로 하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한 후 피고인이 당좌수표에 날인하려고 하였던 명판의 공소외 2 회사가 이미 폐업한 업체이기 때문에 신용보증기금에서의 신용조사에서 부적격판정을 받게되어 원심공동피고인은 그가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공소외 3 주식회사의 이사로 해서 신용조사를 받으면 가능하다고 제의하여 피고인으로부터 그에 필요한 인감증명등 관계서류를 교부받아 1986.11.7. 시티은행에 피고인 명의의 당좌를 개설하였다는 것으로서 당좌개설의 경위는 대체로 피고인의 진술과 부합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거기에다가 원심공동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분명한 것은 이 사건 부도된 수표가 모두 원심공동피고인이 그의 자필로 발행한 것이라는 점, 피고인의 인장을 원심공동피고인이 소지하여 수표에 날인사용한 것이라는 점, 당좌수표책 등은 원심공동피고인이 서울 도봉구 번1동 소재 공소외 3 주식회사의 사장실에 두고 필요할 때에는 가방에 담아 은평구 소재 위 목욕탕공사현장에 가지고 갔다는 점, 피고인의 명의로 발행한 당좌수표와 어음은 1986.11.12.부터 1987.1.20.경까지 사이에 수표 40매 1억여원 상당과 어음 20매 1억 99만원 상당 합계 2억 4백여만원에 달하며 이는 원심공동피고인 자신의 공사비로 인한 채무로 발행한 것이며 피고인의 채무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 등이다.
이상에서 나타난 사항만 하더라도 피고인이 건축공사의 도급계약관계로 처음 알게된 원심공동피고인에게 피고인의 명의로 당좌수표와 어음을 마음대로 발행하게 하도록 수표용지 등을 맡겨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한 저의가 어디에 있는지, 원심공동피고인의 주장대로라면 피고인이 그의 거래와 관련이 없는 원심공동피고인의 채무로 인한 수표 등의 발행을 승인하거나 묵인한 셈인데 그 동기가 무엇이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기록에 의하여 수긍할만한 해답을 발견할 수가 없다.
원심공동피고인은 제1심 공판정에서 자신이 발행한 어음수표 가운데 일부는 건축공사대금으로 발행하였으나 나머지는 공소외 3 주식회사를 동업함에 있어 그 유지비로 발행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다시 피고인과의 사이에 다른 건축공사를 하기로 약속한 바 있어 발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을 하여 경찰이나 검찰에서 나온바 없는 새로운 사실을 주장하고 있는바 그 진술은 어느 것이나 극히 막연하고 근거를 밝히지 못하고 있어 신빙성을 부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특히 원심공동피고인은 검찰에서 피고인 명의로 발행한 어음과 수표의 일부는 피고인의 승낙이 없이 발행한 사실을 자백하고 있다(제4회 피의자신문조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의 증거로서 채택한 원심공동피고인의 진술외의 다른 증거는 원심공동피고인이 당좌수표를 작성하여 교부할 때 피고인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수표발행의 정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진술정도가 대부분이고 그중에서도 원심공동피고인의 주장을 지지하는 진술들을 한 사람은 피고인을 처벌받도록 하여 수표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떠맡게 하는 데 있어 원심공동피고인과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같이 하거나 진술의 일관성도 유지되고 있지 아니하여 선뜻 믿기 어려운 바 있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사실기재와 같이 원심공동피고인과 공모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하기 위하여서는 앞에서 본 여러가지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좀 더 심리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통상인의 경험칙에 비추어 납득할 수없는 원심공동피고인의 주장과 신빙하기 어려운 막연한 진술들을 그대로 인용하여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삼은 원심의 조치는 채증법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