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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3다83428 판결

[손해배상(기)등][미간행]

판시사항

[1]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신규자금을 융통하기 위하여 부득이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신규자금을 추가로 융통받은 경우, 채무자의 담보권 설정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이러한 법리는 담보권 설정에 갈음하여 신규로 자금을 제공하는 채권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이러한 방식의 신탁행위의 사해성을 판단하는 기준

[2] 채무자가 기존 채무의 이행을 유예받기 위하여 채권자 중 한 사람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채권자를 수익자로 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채무초과 상태인 채무자가 새로운 채권자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채권자를 수익자로 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자금을 빌려 기존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 신탁행위의 사해성을 판단하는 방법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직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하나자산신탁 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동헌 담당변호사 김우찬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서의 각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채무초과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그 소유의 부동산을 채권자 중의 어느 한 사람에게 채권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만,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신규자금을 융통하기 위하여 부득이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신규자금을 추가로 융통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담보권 설정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1. 5. 8. 선고 2000다5001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위 담보권 설정에 갈음하여 신규로 자금을 제공하는 채권자와 사이에 위 채권자 혹은 그가 지정하는 제3자를 수익자로 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할 것이고, 이러한 방식의 신탁행위의 사해성 여부는 신탁계약 당시의 채권채무관계를 비롯하여 신탁의 경위 및 목적과 경제적 의미, 신탁을 통하여 제공받은 자금의 사용처, 다른 일반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실효적 강제집행이나 그 밖의 채권 만족의 가능성에 새로운 장애가 생겨났는지 여부 등 관련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다42874 판결 , 대법원 2011. 5. 23.자 2009마1176 결정 등 참조).

그런데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빠진 채무자 및 그의 일반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사업 활동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신규자금의 유입과 기존채무의 이행기의 연장 내지 채권회수의 유예는 사업의 갱생이나 계속적 추진을 위하여 가지는 경제적 의미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록 사업의 갱생이나 계속 추진의 의도에서 이루어진 행위라 하더라도, 기존 채무의 이행을 유예받기 위하여 채권자 중 한 사람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그 채권자를 수익자로 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다29215 판결 ,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104564 판결 등 참조). 이에 비추어 보면, 채무초과 상태인 채무자가 새로운 채권자에게 그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그를 수익자로 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자금을 빌려 그 자금의 전부 또는 대부분으로 기존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에도, 그 실질은 신규자금의 유입 없이 단지 기존채무의 이행을 유예받기 위하여 특정채권자에게 담보를 제공하거나 담보 목적의 신탁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그 신탁행위의 사해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1) 원고들이 2010. 1. 중순경 춘천시 신동면 혈통리 일대에서 골프장 조성사업을 시행하던 주식회사 우리개발(이하 ‘우리개발’이라 한다)과 사이에 예탁금회원제 골프클럽 회원 입회계약을 체결한 사실, (2) 우리개발은 2010. 2. 10. 그 이사회에서 ‘기존대출원리금 상환에 소요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한국저축은행 주식회사, 진흥저축은행 주식회사, 경기저축은행 주식회사 및 영남저축은행 주식회사(이하 ‘한국저축은행 등’이라 한다)로부터 합계 220억 원을 대출받기로 결의한 사실, (3) 우리개발은 2010. 2. 11. 위 대출금의 상환을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 주식회사 하나자산신탁(변경 전 상호는 주식회사 하나다올신탁이며, 이하 ‘피고 하나신탁’이라 한다)과 사이에 그 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비롯한 96필지의 토지에 관한 신탁계약(이하 ‘이 사건 신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면서 한국저축은행 등을 우선수익자로 지정하고,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고 하나신탁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사실을 알 수 있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1) 우리개발이 이 사건 신탁계약 당시 채무초과 상태였고, 위 이사회 결의와 같이 위 신규대출 자금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기존 채무의 변제에 사용하였다면, 설령 우리개발이 위 골프장 조성사업의 갱생이나 계속적 추진을 위한 의도에서 신규자금을 대출받았다 하더라도, 위 골프장의 조성사업을 위하여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새로 유입되었다 할 수 없고 실질적으로 이는 위 변제액 상당의 기존 채무에 관하여 담보를 제공하고 기한의 유예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에 불과하여,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신탁계약이 원고들을 비롯한 다른 일반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공동담보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함을 쉽게 부정할 수 없으므로, (2) 이러한 사정에 불구하고 이 사건 신탁계약의 사해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이 사건 신탁계약 당시 우리개발의 채무초과 여부 및 정도, 기존 채무의 내용 및 위 신규자금의 사용처, 기존 채무 변제에 의한 기한의 유예가 골프장 조성사업의 갱생이나 계속적 추진에 대하여 기여한 내용 및 실질적인 효과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에 이 사건 신탁계약에 의한 위 신규 대출이 객관적으로 다른 일반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 변제력을 높이거나 유지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었다고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4.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에 관하여 충분히 살펴보지 아니한 채, 우리개발이 골프장 사업을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대출금을 변제함으로써 골프장 사업부지인 이 사건 토지 등에 대한 강제집행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고 그에 필요한 자금을 한국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융통하기 위해서는 담보제공 방법으로서 신탁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었다는 사정만을 주된 이유로 들어, 이 사건 신탁계약이 원고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하고 말았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해행위의 요건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김용덕(주심) 박보영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