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00. 1. 21. 선고 97다41516 판결

[신용장매입대금반환][공2000.3.1.(101),463]

판시사항

[1] 법인인 은행의 어느 지점이 신용장을 개설하면서 다른 나라에 소재하는 지점을 매입은행으로 지정한 경우, 그 다른 나라에 소재하는 지점이 매입은행의 지위에서 하는 선적서류 및 환어음 매입에 따른 매입대금 지급행위를 개설은행의 환어음 지급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화환신용장 개설은행에 의한 신용장 금액의 상환이 거절되고 또한 환어음상 지급인에 의한 지급도 거절된 경우, 매입은행은 개설은행의 상환거절이 정당한지 여부에 상관없이 환어음의 발행인 또는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화환신용장 거래에서 발행된 환어음의 소구요건인 적법한 지급제시를 갖추기 위하여는 환어음뿐만 아니라 선적서류도 함께 제시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법인인 은행의 어느 지점이 신용장을 개설하면서 다른 나라에 있는 다른 지점을 매입은행으로 지정한 경우, 그 어느 지점의 신용장 개설행위와 다른 나라에 있는 지점의 선적서류 및 환어음 매입행위의 각 법률효과가 사법적으로는 모두 동일한 법인인 그 은행에 귀속됨은 당연하나, 종래 어느 은행의 본점이나 지점이 신용장개설은행이 되고 다른 나라에 있는 그 은행의 지점들을 통지은행, 확인은행, 매입은행 등 별개의 거래주체로 지정하여 오던 신용장거래의 관행(이는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이 제2조 단서로 '이 규칙의 목적을 위하여 서로 다른 나라에 있는 어느 은행의 지점들은 이를 다른 은행으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명문으로 승인되었다.)에 비추어, 신용장통일규칙의 해석, 적용상 그 은행이 매입은행의 지위에서 하는 선적서류 및 환어음 매입에 따른 대금지급행위를 개설은행의 지위에서 하는 환어음에 대한 지급행위로 간주하거나, 매입대금 지급행위에 의하여 개설은행의 지급에 의한 법률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2] 화환신용장 거래에서 수익자가 개설의뢰인을 지급인으로 하여 발행한 화환어음의 법률상 성질은 보통의 환어음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신용장에 기한 법률관계와는 별도로 어음법에 의한 법률관계가 병존하고, 따라서 선적서류 및 환어음을 매입한 매입은행은 개설은행에 의한 신용장금액의 상환이 거절되고 또한 환어음상 지급인에 의한 지급도 거절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설은행의 상환거절이 정당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어음법에 따라 그 환어음의 발행인이나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3] 화환신용장 거래에서 선적서류 및 개설의뢰인을 지급인으로 한 환어음이 함께 발행·교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선적서류의 제시가 어음법상 지급제시나 소구의 법정요건은 아니므로, 그 환어음의 소지인인 매입은행이 환어음상의 지급인에 대하여 환어음을 제시하였을 뿐 선적서류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그 지급제시가 부적법하다거나 어음법상 소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원고,상고인

크레디아 그리콜 엥도수에즈 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3인)

피고,피상고인

중소기업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중원)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다음과 같이 인정·판단하였다.

가. 원심의 인정 사실

프랑스 회사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인 원고 은행의 홍콩지점(이하 '홍콩지점'이라 한다.)은 1993. 3. 10. 홍콩 소재 렙코 트레이더즈 홍콩 리미티드(Repkor Traders Hong Kong Ltd., 이하 '렙코'라 한다)로부터 취소불능 신용장의 개설을 의뢰받고, 같은 날 금액을 미화 500,000$, 수익자를 주식회사 재우, 첨부서류를 개설의뢰인 앞으로 발행된 일람출급 환어음, 상업송장 및 포장명세서 각 3부, 보험증권 2통, 선하증권 원본 전통(전통) 및 사본 2통, 원산지증명서, 신용장 개설의뢰인이 서명하고 개설은행인 홍콩지점이 그 서명을 확인한 검사증명서 등으로 하고, 통지은행의 매입에 의하여 사용될 수 있으며,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을 적용하기로 하는 일람불 취소불능 신용장(이하 '이 사건 신용장'이라 한다)을 개설한 후 원고 은행 서울지점(이하 '서울지점'이라 한다)을 통지 은행으로 하여 이를 수익자에게 통지하였는데, 그 후 이 사건 신용장의 수익자는 소외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

피고는 1993. 4. 8. 수익자인 소외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선적서류(상업송장, 포장명세서, 보험증권, 선하증권, 원산지증명서, 검사증명서 등)와 함께 소외 주식회사가 지급인 : 렙코, 만기 : 일람불, 수취인 : 피고 또는 그 지시인, 발행지 : 대한민국 서울로 된 액면금 미화 500,000$의 환어음을 대금 396,182,167원에 매입한 후, 같은 날 서울지점에 선적서류 및 환어음의 재매입을 의뢰하였고, 서울지점은 피고로부터 이를 미화 499,900$에 재매입하고 환어음을 배서·양도받았으며, 같은 달 12. 그 금액을 피고에게 지급하였다. 그런데 소외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 인은 이 사건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물품과는 종류가 다르고 품질도 불량한 물건을 선적하고, 신용장에서 요구하는 검사증명서상의 개설의뢰인 및 홍콩지점 담당직원의 확인서명을 모두 위조한 후 이를 마치 진정한 검사증명서인 것처럼 가장하여 다른 선적서류와 함께 환어음의 매입을 피고에게 의뢰하였고, 피고는 이 검사증명서가 진정하게 성립한 것으로 알고 선적서류 및 환어음을 매입한 것이었다.

한편 서울지점은 1993. 4. 9. 피고로부터 재매입한 선적서류 및 환어음을 개설은행인 홍콩지점에 송부하여 그 매입대금의 상환을 구하였는데, 홍콩지점은 같은 달 15. 선적서류 중 원산지증명서에 기재된 컨테이너 번호가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및 선하증권상에 기재된 번호와 다르고, 보험증권의 복본이 권한 없이 수정되었으며, 검사증명서의 서명 부분이 위조되었다는 이유로 매입대금의 상환을 거절하고, 그 무렵 서울지점에 선적서류 및 환어음을 반환하였다.

서울지점은 개설은행이 위와 같이 신용장대금의 상환을 거절하자, 환어음의 소지인으로서 1993. 12. 7. 환어음상의 지급지인 홍콩에서 지급인인 렙코에 이를 지급제시하였고(당시 선적서류는 함께 제시되지 아니하였다.), 렙코가 선적서류의 불일치를 이유로 들어 환어음금의 지급을 거절하자, 같은 해 12. 8. 홍콩법에 따라 지급거절증서를 작성하여 소구권 보전절차를 밟았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원고의 서울지점이 피고로부터 매입한 환어음이 지급거절되었으므로 피고는 환어음의 배서인으로서 원고의 소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이를 배척하였다.

(1) 이 사건 신용장은 개설은행인 홍콩지점이 수익자로부터 선적서류 및 환어음을 매입할 수 있는 은행을 통지은행인 서울지점으로 제한한 이른바 매입제한 신용장인데, 개설은행과 매입은행이 동일 법인의 지점들인 경우, 서울지점은 홍콩지점이 개설한 이 사건 신용장에 의하여 발행된 환어음을 개설은행과는 별도로 매입은행의 지위에서 매입함으로써 사실상 이 사건 신용장상 당사자로 개입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사법상 법인의 어느 지점이 행한 법률행위의 효력은 그 지점이 속한 법인에 귀속되고, 따로 그 지점에 귀속하는 등의 효력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러한 사법의 기본원리상 홍콩지점이 신용장을 개설하는 행위는 원고 은행 자신이 개설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고, 또 서울지점이 이 사건 선적서류와 함께 환어음을 매입하고 그 대금을 지급한 것도 개설은행인 홍콩지점(따라서 원고 은행 자신)의 지급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한편 신용장 개설은행이 일단 대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매입의뢰은행이나 수익자 등에게 소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0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서울지점이 피고 은행으로부터 선적서류 및 환어음을 재매입하고 그 대금을 지급한 것은 개설은행의 지급행위와 동일한 것이므로, 원고 은행은 매입의뢰은행인 피고 은행에 대하여 어음법상의 소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2) 설사 서울지점이 환어음을 매입은행으로서 매입하는 것이 신용장 개설은행의 지급으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선적서류 및 환어음을 매입한 매입은행은 개설은행에 의한 신용장대금의 상환이 거절되고, 또한 지급인에 의한 환어음의 지급이 거절된 경우에는 신용장에 기한 법률관계에 기하여 개설은행을 상대로 신용장대금 상환청구권을 행사하는 외에 어음법에 따라 매입의뢰은행이나 수익자 등에 대한 소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되, 다만 그 매입 당사자는 개설은행에 대한 신용장대금청구나 상환청구가 거절되고 또한 그 상환거절사유가 정당한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환어음상 지급인으로 되어 있는 자에게 그 어음금의 지급을 구한 다음 그 지급거절의 경우에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서울지점은 신용장상 매입은행으로서 개설은행인 홍콩지점에 대하여 신용장대금 상환청구권을 가지고 있고, 한편 홍콩지점의 매입대금 상환거절은 부당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결국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어음법상의 소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3) 설사 개설은행의 신용장대금의 지급거절 사유가 정당한 것인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어음법상의 소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하더라도, 신용장에 의하여 화환어음이 발행된 신용장거래에서 환어음과 선적서류는 그 서류의 매매 또는 인수 그리고 화환어음의 지급제시의 경우 서로 분리되어 매매 또는 인수되거나 지급제시될 수는 없으므로, 환어음의 지급제시는 신용장에서 요구되는 선적서류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원고는 환어음만 지급제시하였을 뿐 선적서류들과 함께 지급제시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지급제시는 부적법하여 원고는 어음법상 소구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이 사건 신용장거래의 당사자들에게 적용되는 제4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 제10조에 의하면, 개설은행이 취소불능 신용장의 당사자로부터 그 신용장의 조건이 충족된 서류를 제시받고 수익자가 발행한 환어음에 대하여 지급한 경우에는 그 환어음의 발행인 또는 선의의 소지인에게 소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인바, 법인인 은행의 어느 지점이 신용장을 개설하면서 다른 나라에 있는 다른 지점을 매입은행으로 지정한 경우, 그 어느 지점의 신용장 개설행위와 다른 나라에 있는 지점의 선적서류 및 환어음 매입행위의 각 법률효과가 사법적으로는 모두 동일한 법인인 그 은행에 귀속됨은 당연하나, 종래 어느 은행의 본점이나 지점이 신용장개설은행이 되고 다른 나라에 있는 그 은행의 지점들을 통지은행, 확인은행, 매입은행 등 별개의 거래주체로 지정하여 오던 신용장거래의 관행(이는 제5차 개정 신용장통일규칙이 제2조 단서로 "이 규칙의 목적을 위하여 서로 다른 나라에 있는 어느 은행의 지점들은 이를 다른 은행으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명문으로 승인되었다.)에 비추어, 신용장통일규칙의 해석, 적용상 그 은행이 매입은행의 지위에서 하는 선적서류 및 환어음 매입에 따른 대금지급행위를 개설은행의 지위에서 하는 환어음에 대한 지급행위로 간주하거나, 매입대금 지급행위에 의하여 개설은행의 지급에 의한 법률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서울지점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선적서류 및 환어음 매입대금 지급행위가 바로 이 사건 신용장 개설은행의 지급행위로 간주되는 것임을 전제로 하여, 개설은행인 원고가 일단 대금을 지급한 이상 신용장통일규칙 제10조가 적용되어 매입의뢰은행인 피고에게 어음법상 소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화환신용장 거래에서 매입은행의 매입과 개설은행의 지급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화환신용장 거래에서 수익자가 개설의뢰인을 지급인으로 하여 발행한 화환어음의 법률상 성질은 보통의 환어음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이 경우에는 신용장에 기한 법률관계와는 별도로 어음법에 의한 법률관계가 병존하고, 따라서 선적서류 및 환어음을 매입한 매입은행은 개설은행에 의한 신용장금액의 상환이 거절되고 또한 환어음상 지급인에 의한 지급도 거절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설은행의 상환거절이 정당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어음법에 따라 그 환어음의 발행인이나 배서인에 대한 소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신용장 개설은행인 홍콩지점의 매입은행인 서울지점에 대한 신용장금액 상환거절이 정당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화환어음의 소지인인 원고가 그 배서인인 피고에 대하여 소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 데에는 환어음의 소구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가 있다.

다.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화환신용장 거래에서 선적서류 및 개설의뢰인을 지급인으로 한 환어음이 함께 발행·교부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선적서류의 제시가 어음법상 지급제시나 소구의 법정요건은 아니므로, 그 환어음의 소지인인 매입은행이 환어음상의 지급인에 대하여 환어음을 제시하였을 뿐 선적서류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그 지급제시가 부적법하다거나 어음법상 소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화환어음 및 선적서류를 매입하여 소지한 원고가 그 환어음상의 지급인인 렙코에 환어음만 제시하였을 뿐 선적서류를 함께 제시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그 지급제시가 부적법하다고 보고서 원고가 이 사건 화환어음에 관하여 어음법상 소구권을 취득하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환어음의 소구요건인 지급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이임수 송진훈(주심) 윤재식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7.8.12.선고 96나32289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