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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10.12. 선고 2018고합500 판결

유사강간

사건

2018고합500 유사강간

피고인

A

검사

류주태(기소), 강민정, 천대원(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서상 담당변호사 이정환, 김종우

판결선고

2018. 10. 12.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B(여, 18세)의 남자친구인 C의 작곡 과외 선생으로 피해자를 알게 된 사이이다.

피고인은 2017. 4. 8. 05:00경 서울 강남구 D에 있는 위 C의 주거지에서, C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잠을 자고 있는 피해자를 성폭행할 마음을 먹고, 피해자의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피해자의 가슴을 주무르고, 이에 잠에서 깨어 뿌리치는 피해자의 골반 쪽을 손으로 쥐어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반항을 억압한 다음 피해자의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피해자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은 뒤 피해자의 반바지와 팬티를 강제로 벗기고 입으로 피해자의 항문과 질을 핥았으며, 이어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옆방으로 끌고 들어가 자신의 바지를 벗고 한 손으로 주저앉아 있는 피해자의 양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다른 한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입에 넣었다가 뺀 뒤 성기로 피해자의 얼굴을 수회 치다가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눌러서 성기에 피해자의 얼굴을 밀착시키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유사강간하였다.

2. 판단

가. 공소제기 절차가 무효인지에 관한 판단

(1) 피고인의 주장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에 의하여 법원은 재정신청서를 송부받은 때로부터 10일 이내에 피의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 검사는 서울고등법원의 2018. 5. 2.자 공소제기결정에 의하여 공소를 제기한 것인데, 위 법원은 2018. 2. 7. 재정신청서를 접수받고, 2018. 2. 12. 피고인에게 재정신청접수통지서를 발송하였으나 수취인불명으로 피고인은 재정신청 사실을 통지받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위 법원은 통지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고, 수사절차부터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었음에도 변호인에 대한 통지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위 공소제기결정은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1항에 위반하여 위법하고, 그 위법성은 중대 · 명백한 것으로 공소제기결정에 따른 검사의 공소제기 절차에도 당연히 승계되므로, 이 사건 공소제기는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2) 판단

재정신청사건은 구두변론을 요하지 아니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심리를 공개하지도 아니하며, 재정신청사건의 심리 중에는 원칙적으로 관련 서류 및 증거물을 열람 또는 등사할 수도 없고(형사소송법 제37조 제2항, 제262 조 제3항, 제262조의2) 그 심리에 재정신청인이나 피의자를 참여시킬 것인지 여부도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형사 소송규칙 제24조 제2항). 이처럼 재정신청사건은 피의자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절차이고, 심리결과 재정법원이 한 결정에 대하여는 불복도 허용되지 않는다(형사소송법 제262조 제4항). 이러한 관련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재정신청사실을 통지받지 못하였다거나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었음에도 법원이 변호인에 대하여 재정신청 사실을 통지하지 않은 채 심리를 진행하여 공소제기결정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로써 이 사건 재정신청 절차에서 피고인이 행사할 수 있었던 절차참여권을 침해하였다고 하기는 어려워 그 흠의 정도가 중대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 공소제기결정에 따른 검사의 공소제기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수도 없다.

나.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강간은 강제적인 성교행위를 말하고, 유사강간은 강제적으로 구강, 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성기는 제외)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의미한다(형법 제 297조의2). 유사강간은 남녀의 성기를 결합하는 성교행위를 제외한 성폭력 행위 유형을 규율하는 것으로 폭행·협박의 정도는 강간죄에서의 그것에 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2611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각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으로부터 유사강간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부족하여 그대로 믿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폭행·협박으로 피해자를 유사강간하였음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①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의 남자친구인 C의 주거지 침실에서 피해자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은 다음 피해자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항문과 질을 핥았으며, 이후 피해자를 옆방(작업실)으로 데리고 가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입에 넣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

② 당시 침실에서는 C이 바로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유사강간을 위해 한 행동은 골반을 강압적으로 붙잡았다는 것과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는 것뿐이며, 피해자가 한 행동은 피고인의 손을 밀어냈다는 것뿐이다.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고, 바로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남자친구를 깨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③ 피해자는 피고인이 그 후 자신을 작업실로 끌고 갔다고 하였지만, 이 법정에서 당시 비몽사몽 상태로 끌려갔다고 하였을 뿐 피고인이 앞장서서 손을 잡고 나갈 때 손을 뿌리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작업실에서 피고인과 피해자는 선 자세로 키스를 하였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입에 자신의 성기를 넣었는데,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당시 거부한다거나 저항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이 입을 강제로 벌린 것도 아니라고 진술하였다.

④ 위와 같이 유사성행위를 한 장소와 경위 및 피고인과 피해자의 행동을 보면, 위와 같은 유사성행위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 의심스럽다.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⑤ 피고인은 작업실에서 유사성행위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너 왜 이렇게 잘 먹어. 내가 네 것도 먹어줄까?"라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C이 침실을 나와 화장실에서 구토를 를 하자 유사성행위를 멈추고 화장실로 가서 C의 등을 두드려 주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인의 말과 행동은 C의 여자친구인 피해자에게 강제적인 수단으로 유사성행위를한 사람의 것으로 보기가 어렵다.

⑥ 피해자와 C은, 피해자가 C에게 핸드폰 게임을 하자고 한 후 게임 채팅방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범행을 당한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하였는데, 굳이 그런 복잡한 방식으로 남자친구에게 피해사실을 알릴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가요계에서 큰 영향력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으나, C은 경찰에서 피고인이 E 학원에서 오래 있었지만 유명한 사람은 아닌 학원강사라고 진술하였고, 피고인의 직업과 경력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피고인이 가진 영향력으로 인하여 피고인의 행동을 거부하거나 반항하지 못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3.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판사황병헌

판사김수민

판사김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