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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후2484 판결

[등록무효(상)][미간행]

판시사항

선사용표장 “ ”의 사용자인 갑 외국 회사가 을을 상대로 등록상표 “ ”가 선사용표장 등과의 관계에서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2호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청구 하였는데, 특허심판원이 갑 회사의 청구를 인용한 사안에서, 을은 선사용표장을 모방하여 선사용표장에 축적된 양질의 이미지나 선사용표장이 갖는 고객흡인력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선사용표장의 사용자인 갑 회사에 손해를 가하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기 위하여 지정상품들을 그 지정상품들 중 일부로 포함하여 등록상표를 출원하였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특허법인 아주양헌 담당변리사 윤형근)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루이비똥 말레띠에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영주 외 2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특허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피고의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상표의 유사 여부는 대비되는 상표를 외관, 호칭, 관념의 세 측면에서 객관적, 전체적, 이격적으로 관찰하여 거래상 오인·혼동의 염려가 있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는바, 특히 도형상표들에 있어서는 그 외관이 주는 지배적 인상이 동일·유사하여 두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다 같이 사용하는 경우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로 하여금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면 두 상표는 유사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3. 3. 14. 선고 2010도1551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배낭, 비귀금속제 지갑, 여행가방, 핸드백’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고 오른쪽 위와 같이 구성된 이 사건 등록상표(등록번호 생략)는 오른쪽 아래와 같이 구성된 원심판시 선사용표장 등과 그 구성의 모티브(motive)와 형태 및 표현방법 등이 매우 유사하여 그 외관이 주는 지배적 인상이 서로 유사하고, 이에 따라 이들 표장은 상품의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으므로 서로 유사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상표의 유사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은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사용하고 있는 선사용표장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일인 2004. 12. 7. 당시에 국내와 외국의 수요자 간에 ‘핸드백 등 가방류’에 관하여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현저하게 인식되었다고 할 것인데, 그 표장이 유사하기는 하나,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들 중 ‘소시지제조용 창자, 애완동물용 의류, 개목걸이, 등산지팡이, 지팡이, 지팡이손잡이, 먹이주머니, 고삐, 눈가리개, 말굴레, 말안장방석, 말안장용 패드, 머리마구, 브리둔(Bridoons), 안장틀, 재갈, 채찍’(이하 ‘이 사건 지정상품들’이라고 한다)의 경우에는 원고가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기 위하여 출원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구 상표법(2007. 1. 3. 법률 제819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7조 제1항 제12호 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2호 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상표 출원인이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는 이른바 주지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여야 한다. 위 규정의 취지는 특정인의 주지상표가 국내에서 등록되어 있지 않음을 기화로 제3자가 이를 모방한 상표를 등록하여 사용함으로써 주지상표에 화체된 영업상의 신용이나 고객흡인력 등의 무형의 가치에 손상을 입히거나 주지상표권자의 국내에서의 영업을 방해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지상표권자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이러한 모방상표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상표는 그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한편 위 규정에 정한 부정한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특정인의 상표의 주지·저명 또는 창작성의 정도, 특정인의 상표와 출원인의 상표의 동일·유사성의 정도, 출원인과 특정인 사이의 상표를 둘러싼 교섭의 유무와 그 내용, 기타 양 당사자의 관계, 출원인이 등록상표를 이용한 사업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였는지 여부, 상품의 동일·유사성 내지는 경제적 견련관계 유무, 거래 실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등록상표의 출원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후807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를 설립한 디자이너의 이름인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영문 앞글자인 ‘L’과 ‘V’가 서로 겹쳐진 형상으로 도안화하여 창작해 낸 선사용표장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 당시 ‘핸드백 등 가방류’에 관하여 국내와 외국의 수요자들 사이에 주지·저명한 상표가 된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등록상표는 선사용표장과 구성의 모티브(motive)와 형태 및 표현방법 등이 매우 유사하여 그 외관이 주는 지배적 인상이 유사한 점, 선사용표장의 사용상품인 ‘핸드백 등 가방류’와 동일·유사하거나 경제적 견련관계가 있는 상품들이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들에 다수 포함되어 있는 점, 원고는 이 사건 등록상표의 출원 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오른쪽과 같은 상표들을 출원하였으나 선사용표장 등 피고의 상표와 상품 출처에 관하여 오인·혼동을 일으키게 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그 등록이 모두 거절된 전력이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선사용표장을 모방하여 선사용표장에 축적된 양질의 이미지나 선사용표장이 갖는 고객흡인력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선사용표장의 사용자인 피고에게 손해를 가하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기 위하여 이 사건 지정상품들을 그 지정상품들 중 일부로 포함하여 이 사건 등록상표를 출원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등록상표 중 이 사건 지정상품들에 관한 부분은 원고가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기 위하여 출원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2호 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위 규정의 ‘부정한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이인복 박보영(주심)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