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위반] 항소[각공2012하,977]
피고인이 자신의 원작 수필을 기초로 연극 초벌대본을 집필하고 갑이 상당 부분 각색하여 최종대본을 완성한 다음 연극이 공연되었는데, 그 후 피고인이 갑 동의 없이 최종대본 대부분을 그대로 옮겨 뮤지컬 대본을 완성한 후 뮤지컬 공연에 이용하도록 하여 갑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최종대본은 피고인과 갑의 공동저작물에 해당하는데, 피고인이 이를 단독으로 이용하였더라도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고인이 자신의 원작 수필을 기초로 연극 초벌대본을 집필하고 갑이 상당 부분 각색하여 최종대본을 완성한 다음 연극이 공연되었는데, 그 후 피고인이 갑 동의 없이 최종대본 대부분을 그대로 옮겨 뮤지컬 대본을 완성한 후 뮤지컬 공연에 이용하도록 하여 갑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최종대본은 초벌대본과 별개의 ‘2차적 저작물’이라기보다는 초벌대본 작업과 갑 등의 수정·보완작업이 불가분적으로 융합된 하나의 저작물로서, 갑의 수정·보완을 통하여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었으므로 구 저작권법(2011. 6. 30. 법률 제108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 제21호 에서 정한 공동저작물에 해당하는데, 비록 피고인이 공동저작물인 최종대본을 단독으로 이용하는 것이 구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에서 정한 저작권 행사방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구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에서 정한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고인
정영진 외 1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이종석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4. 8.경 수필 ‘ ○○○○’를 집필하여 출간하고, 2006. 6.경 위 수필을 연극으로 공연하기 위해 공연기획사인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작가계약을 통해 연극 ‘ ○○○○’의 초벌대본을 집필하였으나, 위 연극의 연출자로 선정된 공소외 2로부터 ‘연극의 기술적인 요소가 부족하니 대본수정이 필요하다’는 제의를 받고 그 수정에 동의하여 위 공소외 2는 위 초벌대본을 수정할 작가로 고소인 공소외 3을 추천하고, 고소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각색작가계약을 체결하였다.
한편 고소인은 2006. 11.경부터 2007. 4.경까지 피고인의 원저작물인 위 수필 ‘ ○○○○’와 초벌연극대본을 기초로 전체적인 줄거리는 유지하되,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고, 장면의 배열순서를 변경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사 등 표현의 상당 부분을 수정하는 등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상당한 변경을 통하여 각색함으로써 2차적 저작물인 연극 ‘ ○○○○’의 대본을 완성하고, 이를 이용하여 연극 ‘ ○○○○’가 제작·공연되었다.
피고인은 2010. 1.경 서울 이하 불상지에서 뮤지컬 ‘ ○○○○’의 제작·공연을 위해 공연기획사 ‘ △△△’과 원작계약 및 극본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부터 같은 해 3월경까지 뮤지컬 ‘ ○○○○’의 극본을 집필함에 있어 뮤지컬의 구성 요소인 노래 가사를 추가하거나 ▽▽의 젊은 시절 장면 등을 추가하였을 뿐, 고소인의 동의 없이 고소인의 2차적 저작물인 위 연극 ‘ ○○○○’의 극본에 등장하는 인물, 대사 등 표현의 대부분을 그대로 옮겨 뮤지컬 ‘ ○○○○’의 대본을 완성하고, 2010. 4.경부터 2011. 5.경까지 서울과 지방에서 약 200여 회에 걸쳐 위 뮤지컬 대본을 이용하여 제작된 뮤지컬 ‘ ○○○○’를 공연토록 하여 고소인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
2. 판단
가. 기초 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은 자전적 수필 ‘ ○○○○’의 원작자로서 2006. 6. 5.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위 수필 ‘ ○○○○’를 연극으로 공연하기 위하여 피고인은 연극대본을 집필하고, 공소외 1 주식회사는 피고인에게 원작료 200만 원과 함께 대본집필 대가로 공연 순수입의 3.5%(단 위 금액이 500만 원을 밑돌 경우 500만 원) 및 지방공연 로열티 공연당 50만 원씩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작가계약을 체결하고, 그 무렵 초벌대본을 완성하였다.
(2) 연극 ‘ ○○○○’의 연출가인 공소외 2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위해서는 피고인의 초벌대본을 일부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등과 협의한 다음 고소인에게 각색을 의뢰하였고, 고소인은 그에 따라 2006. 11. 5.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각색료 200만 원 및 공연당 로열티 서울 10만 원, 지방 5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각색계약을 체결하였다.
(3) 고소인은 위 각색계약에 따라 5회에 걸쳐 초벌대본의 수정·보완작업을 수행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과정은 주로 연출가인 공소외 2가 피고인과 협의하여 연극연출의 기본적인 방향을 정하면 고소인이 그에 따라 초벌대본을 수정·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사전에 고소인에게 수정·보완에 관한 대략적인 의견을 표명하거나 사후에 고소인이 수정·보완한 내용 중 일부를 삭제하는 등으로 관여하였으며, 고소인도 피고인에게 이메일 등으로 수정·보완한 부분을 일일이 적시하면서 의견을 구하였다.
(4) 연극 ‘ ○○○○’는 2007. 4.경 고소인이 마지막으로 수정·보완작업을 한 5차 수정대본(이하 ‘최종대본’이라고 한다)을 현장에서 연기자와 연출가가 일부 가감첨삭한 내용으로 공연되었고, 당시 피고인이 작성한 최종대본의 표지 및 공소외 1 주식회사에서 작성한 연극 포스터 등에는 ‘극본(극작) 피고인, 각색 공소외 3’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5) 최종대본은 피고인이 집필한 초벌대본을 수정·보완하여 작성한 것으로서 기본적인 등장인물, 대사, 에피소드 등은 초벌대본의 그것과 동일하나, 초벌대본이 시간순서대로 사건을 나열하는 연대기적 구성을 취한 것에 비하여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하는 입체적인 구성을 채택하였고, 주인공인 ‘ ▽▽’와 대립하면서 ‘ ▽▽’에 대한 그리움을 증폭시키는 ‘ □□□’이라는 인물 및 그와 관련한 사건들이 새롭게 추가되었으며, 초벌대본에는 빈약한 지문 부분과 무대공연을 전제로 하는 전문용어들이 대폭 보강되었다.
(6)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무렵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방송작가로서 KBS 주말극 (드라마 명칭 생략)을 비롯하여 여러 개의 TV 프로그램 대본을 집필한 경험이 있었던 반면, 고소인은 뮤지컬 작사작업에 일부 참여한 것을 제외하고는 독자적으로 연극이나 방송대본을 집필한 경험이 없다.
나. 쟁점에 판단
(1) 수필 ‘ ○○○○’와 이 사건 초벌대본 및 최종대본의 관계
구 저작권법(2011. 6. 30. 법률 제108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조 제1항 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이하 ‘2차적 저작물’이라 한다)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최종대본이 수필 ‘ ○○○○’와의 관계에서 원저작물인 위 수필을 각색하여 독자적으로 창작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최종대본이 초벌대본과의 관계에서도 독자적인 저작물인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무대공연을 전제로 하는 연극대본의 경우 극작가 혼자만의 작업에 의하여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극작가는 물론 연출가, 배우, 무대 스태프 등 다수의 연극 관련자들이 동시 또는 차례로 관여하여 연출가의 연출의도, 실제 공연하는 배우들의 개성, 구체적인 무대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한 수정·보완작업을 거치면서 완성되는 속성이 있는 점, ②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작성한 초벌대본을 연출가의 연출의도에 맞추기 위하여 고소인이 5회에 걸친 수정·보완작업을 하였고, 그렇게 작성된 최종대본마저도 연극공연 당시에는 연출가와 연기자들에 의하여 다시 일부 변경되어 공연된 점, ③ 고소인도 피고인과 별개의 연극대본을 집필할 의도가 아니라 피고인이 작성한 초벌대본을 기초로 이를 수정·보완하여 보다 완성도 높은 연극무대를 만들기 위하여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각색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연극대본작업에 참여한 점, ④ 피고인 역시 초벌대본이 고소인 등에 의하여 수정·보완되어 새로운 창작성이 부여되는 것을 용인하고, 고소인 등에 의하여 수정·보완되어 연극으로 공연되기까지 극본(극작)가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대본작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최종대본을 초벌대본과 별개의 독자적 저작물로서 ‘2차적 저작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초벌대본을 기초로 고소인과 피고인, 연출자와 연기자 등이 공동으로 관여하여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거쳐 완성한 하나의 저작물, 즉 피고인의 초벌대본 작업과 고소인 등의 수정·보완작업이 불가분적으로 융합된 단일의 저작물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2) 이 사건 최종대본의 저작(권)자 확정 문제
(가) 이 사건 최종대본의 저작(권)자로 우선 원작 수필 ‘ ○○○○’를 각색하여 등장인물, 대사 및 사건 대부분을 작성한 피고인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체결된 (극본) 작가계약이 연극공연 시까지 그대로 유지되었고, 고소인 역시 본인이 직접 작성한 최종대본에서 ‘극본 피고인’이라고 기재함으로써 이를 인정한 점 등을 통해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나) 피고인이 집필한 초벌대본의 수정·보완작업을 한 고소인이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최종대본의 저작(권)자가 되는지, 아니면 단순히 피고인의 대본작업을 보조한 자에 불과한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고소인의 수정·보완작업이 피고인의 일정한 사전적 또는 사후적 통제 아래에서 이루어진 점과 고소인이 피고인에게 수정·보완작업 결과와 함께 보낸 이메일의 내용, 현행 연극계의 현실과 관행, 피고인과 고소인의 경력 차이 등에 비추어 보면, 고소인이 피고인과 동등한 지위에서 대본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① 피고인이 고소인의 수정·보완작업을 통제하였다 하더라도 그 방식이 개괄적인 방향제시 또는 수정한 내용 중 부적절한 부분의 삭제 등에 그쳐 고소인은 구체적인 수정·보완작업에 있어 상당한 창작의 자유 또는 재량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과거와 현재의 교차편집에 의한 입체적 구성 및 ‘ □□□’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창조 등 고소인이 수정·보완한 내용은 통상의 각색작업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이 사건 연극의 중요한 특징적 요소가 된 점, ③ 고소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와 각색계약을 체결하면서 각색료뿐만 아니라 연극공연에 따른 로열티도 지급받기로 하였고, 위 로열티는 1회의 지급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료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기간(5년)을 단위로 재계약하도록 예정되어 있는 점, ④ 이 사건 최종대본 및 연극 포스터에 고소인이 피고인과 별도로 각색작가로 표시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고소인은 단순히 피고인의 보조자라기보다는 피고인의 초벌대본을 기초로 수정·보완작업을 통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한 공동의 저작(권)자라고 봄이 상당하고[따라서 고소인이 저작(권)자가 아닌 피고인의 보조자라거나, 저작자라 하더라도 공소외 1 주식회사에 저작권을 양도하여 더 이상 저작권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 결과 이 사건 최종대본은 구 저작권법 제2조 제21호 가 정하는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공동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 공동저작(권)자 사이에서 저작권 침해행위의 성립 여부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은 구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에 의하여 그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는바, 피고인이 공동저작물인 이 사건 최종대본을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공동저작(권)자인 고소인의 동의 없이 뮤지컬 대본으로 사용하는 경우 위 규정을 위반하는 위법행위로서 민사상의 손해배상 기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나아가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형사처벌이 규정된 구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의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① 피고인도 고소인과 마찬가지로 공동저작물인 이 사건 최종대본 전부에 대하여 저작권을 가지고 있고 공동저작물의 특성상 이를 분리하여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점, ② 구 저작권법 제48조 제2항 에서 공동저작물의 이용에 따른 이익의 배분방법이 규정되어 있어 공동저작권자 1인이 단독으로 공동저작물을 이용하더라도 위 규정에 따라 그 이익을 분배하여 공동저작권자 상호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점, ③ 공동저작권자 중 1인이라도 반대하는 경우 그 반대자의 창작 기여 정도 등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무조건 저작권 침해행위로서 형사처벌한다면 공동저작물의 이용을 지나치게 제한하여 자칫 공동저작물이 사장될 위험이 있는 점, ④ 이 사건 최종대본과 같이 연극대본 또는 영화 시나리오 등 다수의 작가 또는 관련자들이 동시 또는 차례로 관여하여 완성되는 창작물의 경우 법원 등의 유권적인 판단이 있기 전까지는 공동저작권자의 범위를 확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점, ⑤ 형벌규정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규정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동저작물인 이 사건 최종대본을 단독으로 이용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앞서 본 구 저작권법 제48조 제1항 의 저작권 행사방법을 위반하는 것일 뿐 같은 법 제136조 제1항 의 저작권 침해행위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로 되기 위해서는 고소인이 피고인을 배제하고 이 사건 최종대본의 유일한 저작권자임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모아 보아도 앞서 본 판단을 뒤집고 위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