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10.25. 선고 2018노900 판결

위계공무집행방해,공무집행방해,상해

사건

2018노900 위계공무집행방해, 공무집행방해, 상해

피고인

A

항소인

피고인

검사

이주영(기소), 전세정(공판)

변호인

변호사 조영채

원심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 6. 14. 선고 2017고단3927 판결

판결선고

2018. 10. 25.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1) 위계공무집행방해의 점에 대하여

가) 피고인이 새벽에 술에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한 상황에서 경찰에게 자신을 집에 데려다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신고하였던 것이므로, 허위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피고인의 신고 내용 중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으나 당시 피고인에게는 수사기관의 오인 · 착각 · 부지를 일으키려는 고의가 없었다.

2)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의 점에 대하여

가) 체포 당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미란다 원칙이 고지된 바 없어 피고인에 대한 체포는 위법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나) 피고인은 경찰관인 피해자 D에게 상해를 가한 바가 없고, 상해의 고의 역시 없었다.

3) 위계공무집행방해,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당시 심신상실 내지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0월)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1) 위계공무집행방해

피고인은 2017. 9. 11. 02:00경부터 03:00경까지 서울 강동구 길동, 천호동, 성내동 일대를 걸어 다니면서, 휴대전화로 약 50회에 걸쳐 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전화를 하여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지 않은 채 욕을 하면서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것처럼 경찰관의 출동을 요구하던 중 같은 날 03:02경 위 상황실에 전화하여 'B노래방'에 있다고 위치를 알려주어 서울강동경찰서 C지구대 소속 경위 D, 순경 E이 서울 강동구 F에 있는 위 B노래방에 출동하게 하였으나 신고자를 발견할 수 없었고, 같은 날 03:23경 위 112종합상황실에 다시 전화하여 "씨발놈아, G 앞이라고, 칼 맞아 죽을지 모른다."라고 긴급 상황이 발행한 것처럼 신고하여, 위 D, E이 H에 있는 위 G 앞에 출동하였으나 신고자를 발견할 수 없어, 같은 날 04:25경 서울 강동구I에 있는 피고인의 집으로 출동하여 귀가 중이던 피고인을 만나 신고내용을 확인하였으나 위 피고인의 신고는 허위이고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계로 위 경찰관의 112신고사건 처리 및 질서유지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

2)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피고인은 2017. 9. 11. 04:30경 위 피고인의 집 앞길에서, 위 경찰관인 피해자 D이 위 1)항의 범죄사실로 피고인을 현행범인 체포하려 하자 손으로 위 D의 허리를 잡고 밀쳐 바닥에 넘어뜨려 피해자에게 치료일수를 알 수 없는 우측 전완부 타박상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경찰관의 현행범인 체포 및 범죄수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

나.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의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인은 2017. 9. 11. 01:54경부터 같은 날 03:23경까지 사이에 술에 취하여 55회에 걸쳐 서울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에 전화하여 욕설을 하면서 자신을 찾으러 오라고 하는 등 하였다. 이에 대해 112종합상황실은 그 중 49번은 코드 4(비출동)로 분류한 후 '내용확인 불가' 등의 이유로 자체종결 하였고, 나머지 6번은 코드 2(긴급한 사건 처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신속하게 출동)로 분류한 후 해당 지구대에 출동명령을 하여 담당 경찰관이 출동하였으나 그 중 3번은 '내용확인 불가'로 종결되었다.

2) 경찰관 D, E은 위 6번의 신고 중 03:02경 신고(신고내용: B노래방이다)와 관련하여 서울 강동구 F에 있는 B노래방에 출동하였으나 신고자를 만날 수 없어 112 신고자 전화번호로 10번 정도 연락을 시도한 끝에 피고인과 통화하였으나, 피고인은 "씨발새끼들 왜 못 와, 위치추적해서 찾아와"라고 얘기하면서 위치 및 신고내역을 말하지 않았다.

3) 경찰관 D, E은 위 6번의 신고 중 03:23경 신고(신고내용: 칼맞아 죽을지 모른다, 빨리 와라 맞아 죽는다)와 관련하여 서울 강동구 F에 출동하였으나, 피고인을 만날 수 없어 112 신고자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여 위치를 물어보았으나, 피고인은 "위치추적하면 빨리 찾아올 수 있잖아, 야 개새끼들아"라고 말할 뿐 위치 및 신고내역을 말하지 않았다.

4) 경찰관 D, E은 피고인이 이전에 신고했던 내용을 확인한 결과 피고인의 주소지가 확인되자 피고인의 주소지로 출동하여 피고인의 집 앞에서 피고인이 기다리던 중 04:25경 피고인을 만나게 되자 "112에 허위신고를 해서 수없이 욕설을 하고 위치도 말하지 않고, 이런 신고를 왜 하냐"고 물어보았다.

5) 이에 대해 피고인은 신고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하였고, 이에 경찰관 D은 피고인의 연락처로 전화하여 피고인의 핸드폰 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한 후 피고인에게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체포 사유 및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한 후 피고인을 체포하려고 하였으나(이하 '이 사건 체포'라 한다), 피고인은 '잠깐 배터리 교체하러 방에 갔다 오겠다'고 하면서 방에 들어가려고 하였다.

8) 이에 경찰관 D은 피고인의 앞을 가로막고 '같이 들어가자'고 말하였는데,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경찰 D을 폭행하여 상해를 가하였고, 경찰관 D은 피고인에게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죄의 체포 사유를 고지하고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한 후 피고인을 현행범인 체포하였다.

다.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 여부

1)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으로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위 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3도13217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에다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경찰관 D, E이 2차례 현장에 출동한 것을 제외하면 신고내용에 따라 피고인을 찾기 위해 인력을 투입한다거나 피고인에 대한 가해자를 찾는 것과 같은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한 바는 않는 점, 경찰관 D, E은 피고인이 이전에도 허위신고를 여러 차례 하였다는 사실과 이 사건 신고 역시 허위신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경찰관D, E이 피고인의 주소지에서 피고인을 만나 피고인의 안전을 먼저 확인하기 보다는 허위신고를 한 이유에 대해 먼저 추궁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시 경찰관 D, E은 전화의 반복정도가 심해 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경고 등을 위하여 출동한 것으로 보일 뿐, 달리 피고인의 신고 전화에 의하여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켜 그에 따라 출동하는 등 그릇된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112신고를 한 행위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위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라. 상해죄 및 공무집행방해죄 성립 여부

1)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조).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하여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이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현행범인 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 여기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나, 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보아서도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형법 제136조가 규정하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고, 여기서 적법한 공무집행은 그 행위가 공무원의 추상적 권한에 속할 뿐 아니라 구체적 직무집행에 관한 법률상 요건과 방식을 갖춘 경우를 가리킨다. 경찰관이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실력으로 현행범인을 체포하려고 하였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고, 현행범인 체포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을 벗어나 불법하게 체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 현행범이 그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3682 판결).

위 인정사실과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이 허위신고에 사용한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준현행범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한편 이 사건 체포 당시 경찰관 D, E은 이미 피고인의 주소지를 파악하고 있었고, 피고인의 신고 내용이 112종합상황실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방에 가서 핸드폰 배터리를 교체하고 오겠다고 말하였을 뿐 다른 곳으로 도망하려고 한 적은 없는 점, 이 사건 체포는 피고인이 112종합상황실에 마지막 전화를 한 때로부터 1시간이 경과한 후인 새벽 4시 30분이었던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체포 이후에도 계속 허위신고를 할 것이라는 뚜렷한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체포 당시 피해자인 경찰관 D이 피고인을 현행범인으로 체포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경찰관 D이 피고인을 체포한 행위는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이 D의 이 사건 체포를 면하려고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D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피고인의 신체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정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으나, 이는 위 제2의 다.항 기재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오재성

판사 조윤정

판사 송병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