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명령등취소청구][미간행]
과점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가 독자적으로 가격을 먼저 결정한 뒤에 경쟁 사업자들이 그 가격을 추종하고 있고, 그런 관행이 상당한 기간 누적되어 사업자들이 사정을 모두 인식하고 있는 경우, 가격 결정과 관련된 의사 연락이 증명되거나 의사 연락을 추인할 수 있으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이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주식회사 이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임수 외 8인)
공정거래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치오)
피고보조참가인 1 외 8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산 외 3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모두 부담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부당공동행위의 성립에 관하여
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19조 제1항 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 합의도 포함된다. 여기에서 합의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에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 호에 열거된 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지만, 사업자 사이에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증명되는 경우에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42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과점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가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가격을 먼저 결정한 뒤, 경쟁 사업자들이 그 가격을 추종하고 있고, 그와 같은 가격결정 관행이 상당한 기간 누적되어 사업자들이 이러한 사정을 모두 인식하고 있는 경우에, 가격 결정과 관련된 의사 연락이 증명되거나, 추가적인 여러 사정에 비추어 그 의사 연락을 추인할 수 있다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나. (1) 원심은, ① 원고와 에스케이가스 주식회사(이하 ‘SK가스’라고 하고, 원고와 SK가스를 함께 ‘수입 2사’라고 한다)는 엘피지(LPG)를 수입하여 자신과 전속적 거래관계에 있는 충전소에 판매하거나 정유사·석유화학업체 등에도 판매한 사실, ② 지에스칼텍스 주식회사(이하 ‘GS칼텍스’라고 한다), 에쓰대시오일 주식회사(이하 ‘S-OIL’이라고 한다) 등 정유사들은 LPG를 직접 생산하거나 또는 수입 2사 등으로부터 매입하여 충전소 등에 판매한 사실, ③ 수입 2사는 2002. 12. 31.부터 2008. 12.까지 거의 매달 말경 전화 등을 통해 LPG 판매가격의 근간이 되는 기준가격과 판매가격 결정 시 변동요인의 참작 여부나 정도에 관한 의견 등 판매가격에 대한 정보를 교환 또는 협의하고 충전소 판매가격을 결정해 왔으며, LPG의 판매실적자료와 판매계획을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적정한 중간이윤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기준가격을 결정하기로 하는 등의 가격정책을 논의하여 온 사실, ④ 원고는 충전소에 LPG를 판매하는 시장에서는 정유사들이 자신의 경쟁자임에도, 매달 말경 GS칼텍스, S-OIL 등 정유사들에게 미리 자신의 다음 달 충전소 판매가격을 알려주었고, 정유사들은 통보받은 가격을 추종하여 자신들의 판매가격을 결정해 온 사실, ⑤ 원고의 임원, 팀장과 직원들은 SK가스 및 정유사들의 임직원들과 2003년부터 2007년 초까지 18회에 걸쳐 모임을 가지면서 LPG 시장안정화를 위한 경쟁 자제와 LPG 고가 유지 등에 관하여 공감대를 형성하여 온 사실, ⑥ 그 결과, 원고 등이 충전소에 LPG를 판매하는 시장에서는 품질은 별로 차이가 없고 판매가격이 거의 유일한 경쟁요소임에도, 원고가 2003. 1.부터 2008. 12.까지 72개월 동안 충전소에 판매한 LPG가격과 SK가스의 같은 기간 충전소 판매가격의 차이가 kg당 평균 ±0.01원에 불과하였던 사실, ⑦ 정유사들 역시 수입 2사의 충전소 판매가격과 거의 같게 자신의 충전소 판매가격을 정한 사실, ⑧ 이에 반하여 가격정책 등에 대한 논의가 중단된 후인 2009. 1.부터는 원고와 SK가스의 판매가격이 kg당 프로판은 6.26원까지, 부탄은 6.25원까지 차이가 났고, 판매가격이 같은 적은 없었던 사실, ⑨ 한편 GS칼텍스가 이전과는 달리 현저히 낮게 판매가격을 정하자, 원고와 SK가스의 가격 담당 직원들은 2008. 6. 30. 모임을 갖고 손실금 분산반영에 대하여 논의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2) 나아가 원심은 이러한 사실을 비롯한 판시 사정을 종합하여, 수입 2사 및 정유 4사 사이에 LPG 판매가격을 동일 또는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거나, 적어도 LPG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되므로 그러한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추정되어,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 사건 공동행위는 경쟁제한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① 사업자가 경쟁자들에 대하여 자신의 판매가격을 개별적으로 사전 통지하는 것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한 후 구체적인 판매 과정을 통하여 이를 공표하였는데 다른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그 가격을 모방하는 경우와는 다르고, ② 5~6년의 장기간 동안 다수의 사업자들의 LPG 판매가격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③ 수입 2사에 의하여 충전소 판매가격이 매월 통보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기적·비정기적으로 계속 열린 여러 차례의 모임에서 각 사업자들이 LPG 시장안정화, 경쟁 자제 및 고가 유지 등을 논의하였다면, 그 판매가격을 직접 논의하지 않았더라도 가격담합의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과 아울러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원고 등 수입 2사와 정유사들 사이에서 수입 2사가 먼저 충전소 판매가격을 결정하면, 정유사들은 이와 같거나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충전소 판매가격을 정하기로 하는 취지의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이어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당공동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부당공동행위의 수와 처분시효의 경과 여부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LPG 판매가격 결정은 매달 따로 이루어지는 독립된 별개의 행위이므로, 이 사건 처분일로부터 역산하여 5년 전에 해당하는 2005. 4. 이전의 행위는 처분시효가 경과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당공동행위의 수와 처분시효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3. 과징금 산정에서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하여
원심은, (1) ① 부당공동행위에 가담한 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이 그 시장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점, ② 위 부당공동행위로 인한 경쟁질서의 저해 정도와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점, ③ 그 기간이 6년에 달하여 부당이득이 적지 않아 보이는 점, ④ 피고는 원고의 가격담합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하면서도 그에 따른 부과기준율의 범위(7~10%) 내에서 가장 낮은 7%를 부과기준율로 정한 점, ⑤ GS칼텍스의 경우 위반행위의 종기가 2007. 11. 3. 이전이어서 원고와 달리 구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게 되므로 부득이 과징금의 상한을 관련매출액의 5%로 정한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가 위 부당공동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원고에 대하여 2008년 개정된 법령에 따른 기본과징금 부과기준율 중 ‘하한’인 7%를 선택한 것이 형평에 어긋나거나 위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2) 또한 원고가 피고의 조사에 적극 협력하였다고 인정할 사정이 없고, 원고를 단순한 추종자로 볼 수도 없다고 보아, 임의적 조정과징금의 산정 단계에서 감경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3) 정유사가 수입사로부터 구매하여 판매하는 부분은 부당이득이 상대적으로 작은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가 수입 2사와 정유 4사 사이에 부과과징금의 결정에 있어 감경비율에 5%의 차이를 둔 것은 정당하다고 보아, 이러한 차이가 형평에 어긋난다는 원고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에게 부과된 과징금과 비교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하여 원고가 얻은 이익이 현저히 적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상당한 이익을 얻어 왔던 사실을 추단할 수 있으며, 피고가 원고의 과징금 부담능력에 비추어 임의적 조정과징금이 부당이득의 환수, 법 위반의 방지 또는 제재 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범위에 비하여 현저히 과중하다고 판단하여 임의적 조정과징금의 45%를 감경하였던 점 등 과징금의 부과 경위를 함께 고려하면, 피고는 이 사건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원고의 부당이득 정도를 참작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과징금 납부명령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판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과징금 산정에서의 재량권 일탈·남용 및 평등·비례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