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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4도5503 판결

[사기·의료법위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업무상과실치상][미간행]

판시사항

[1] 항소인 또는 변호인이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사항을 항소심 공판정에서 진술한 사정만으로 그 진술에 포함된 주장과 같은 항소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검사가 일부 유죄, 일부 무죄가 선고된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해 항소하면서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항소이유를 주장하지 아니한 경우, 제1심의 양형부당 사유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의 직권조사사유나 같은 법 제364조 제2항 의 직권심판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양헌 담당변호사 박형명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피고인의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공소외인이 시행해 온 무면허 의료행위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상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되나 피해자들에 대한 감염 경로 및 발병 원인이 객관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주의의무 위반으로 어떻게 결과가 발생한 것인지가 명확하게 주장·증명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상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주의의무 위반, 결과발생에 대한 예견, 회피가능성 및 인과관계 등을 판단함에 있어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증명력 있는 증거를 배척하여 경험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1)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항소법원의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여야 하고( 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 ),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사항을 항소심 공판정에서 진술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진술에 포함된 주장과 같은 항소이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8488 판결 참조). 한편 항소법원의 심판은 항소장에 기재되었거나 위 기간 내에 제출된 항소이유서에 포함된 항소이유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고, 다만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항 , 제2항 ), 검사가 일부 유죄, 일부 무죄가 선고된 제1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항소하면서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아무런 항소이유도 주장하지 않은 경우에는 유죄 부분에 대하여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 되고, 그 경우 설령 제1심의 양형이 가벼워 부당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의 직권조사사유나 같은 법 제364조 제2항 의 직권심판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도8117 판결 참조).

(2)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즉, 이 사건 제1심은 공소사실 중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유죄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검사 역시 항소하였는데, 검사가 제출한 항소장에는 ‘항소의 범위’란에 “전부”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항소의 이유’란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양형부당의 기재는 없다. 그리고 검사가 제출한 항소이유서에도 무죄 부분에 대하여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주장하는 항소이유만 기재되어 있을 뿐 유죄 부분에 대하여는 양형부당 등 항소이유의 기재가 전혀 없고, 검사는 원심 제1회 공판기일에서야 항소이유로 양형부당을 주장하는 진술을 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원심은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검사가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제출하였음을 전제로 이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징역 1년 6월에 처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3)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검사가 원심 공판기일에 이르러 양형부당 주장을 한 것을 두고 검사가 제1심판결의 유죄 부분에 대하여 적법하게 항소이유를 제출하였다고 할 수 없고, 그 주장과 같은 사유는 직권조사사유나 직권심판사항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러한 검사 주장을 적법한 항소이유로 오인하고 이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제1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였다. 이는 항소이유와 항소심의 심판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그와 같은 위법이 있음을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옳다.

3. 결론

이에 피고인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양창수 김창석 조희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