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법위반][하집1993(2),488]
가. 의사가 질병치료의 목적으로 자신에게 마약을 투약하는 행위가 마약법상 허용되는지 여부
나. 의사인 피고인이 앓아 온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의학상 일반적으로 마약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고, 투약된 마약의 양, 투약횟수 및 투약기간 등에 비추어 그 상당성이 있다고 보아 의료의 목적으로 마약을 사용한 것이라고 인정한 사례
가. 마약취급자에 대한 정의규정인 마약법 제3조 제10호에 의하면 "사람에 대하여 의료의 목적으로 마약을 투약하는 자"라고 규정하여 투약의 대상을 타인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으며, 치료의 목적이 있다면 굳이 마약취급의료업자 자신에 대한 마약의 투약을 금지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의사가 질병치료의 목적으로 자신에게 마약을 투약하는 것도 마약법상 허용된다.
마약법 제3조 제10호 , 제5조 제1항 , 제36조 , 형법 제20조
피고인
피고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금 1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원심판결선고 전의 구금일수 중 25일을 위 벌금에 관한 노역장유치기간에 산입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마약법위반의 점은 무죄.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의 변호인의 항소이유 제1점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7회에 걸쳐 자기자신에게 마약인 페치딘 및 그 일종인 데메롤 또는 모르핀을 투약한 사실은 있으나, 그 자신이 마약취급의료업자로서 만성췌장염환자인 자신에 대하여 췌장염의 증상인 격심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목적으로 이를 투약하였으며, 또한 남몰래 마약을 투약한 것이 아니라 마약법 소정의 마약사용절차에 따라 마약관리자로부터 정당하게 교부받은 마약을 투약하였으므로 마약투약의 과정도 적법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마약투약행위는 그가 의료기관에서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로서 사람에 대하여 의료의 목적으로 마약을 사용한 것에 해당되어 마약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마약을 사용하였다고 할 수 없음에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마약법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마약법상 마약의 사용금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그 항소이유 제2점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피고인의 의사신분,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될 처지에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대한 원심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위 항소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1) 마약법상의 관련규정과 이 사건의 쟁점
마약법상 마약취급자의 하나인 마약취급의료업자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에 종사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수의사로서 사람 또는 가축에 대하여 의료의 목적으로 마약을 투약 또는 투약하기 위하여 교부하거나 마약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부하는 자" 를 말하는데( 마약법 제3조 제10호 ), 마약취급자는 그 업무 이외의 목적을 위하여 마약법 제4조 본문에 규정된 행위(마약의 소지, 소유, 관리, 수입, 제조, 제제, 소분, 조제, 투약, 매매, 매매의 알선, 수수, 학술연구를 위한 사용, 마약을 기재한 처방전의 발부 또는 한외마약의 제제)를 하지 못하도록 마약취급을 제한받고 있고( 같은 법 제5조 제1항 ), 누구든지 마약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마약의 사용행위를 하지 못하며(같은 법 제6조 제1호), 위 마약취급의 제한규정 또는 금지규정에 위반한 자는 처벌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우선, 마약취급의료업자인 의사가 자기자신의 질병치료를 위하여 자신에게 마약을 투약하는 것이 마약법상 과연 허용된다고 볼 것인가, 아니면 오로지 타인의 질병치료를 위하여서만 마약을 투약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것인지가 문제되지만, 마약취급자에 대한 정의규정인 마약법 제3조 제10호에 의하면, "사람에 대하여 의료의 목적으로 마약을 투약하는 자" 라고 규정하여 투약의 대상을 타인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으며, 치료의 목적이 있다면 굳이 마약취급의료업자 자신에 대한 마약의 투약을 금지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는 점에서 마약취급의료업자인 의사가 자기자신에 대하여 마약을 투여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마약취급의료업자가 치료의 목적으로 자신에게 스스로 마약을 투약하는 것도 마약법상 허용된다고 볼 때, 치료의 목적이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은 무엇이며, 피고인의 이 사건 마약투약행위는 과연 치료의 목적으로 투약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이 사건의 쟁점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먼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중심으로 피고인이 마약을 투약하게 된 경위와 치료목적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사실관계
원심이 채택한 증거 및 당심증인 오형석의 증언, 감정인 배영태 작성의 감정서의 기재를 기록에 대조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은 일반외과전문의로서 장승포시에서 의원을 개업하고 있던 1987년경부터 췌장염으로 의심되는 질환을 앓게 되었는데, 췌장염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격심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하여 간헐적으로 마약인 페치딘을 스스로 투약해 왔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수술등의 방법으로 위 췌장염을 근치하여야겠다고 마음먹고 1988.4.25.부터 같은 달 28.까지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부산백병원에 입원하여 신체검사를 받았으나 급성십이지장위염으로 판정되어 췌장염에 대한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1989.6.14.경 복통으로 같은 병원에서 다시 진료받은 결과 급성췌장염으로 의심된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으나 당시 급성우수족감각 및 운동변화로 뇌전색 혈전 등이 의심되어 이에 대한 처방과 치료를 받았을 뿐 췌장염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는 받지 못한 상태로 지내 오던 중, 피고인 스스로 췌장염으로 자가진단하고 극심한 통증이 재발할 때마다 그 증상을 일시완화시킬 목적으로 별지일람표 1번부터 18번 기재와 같이 1991.1.14.경부터 1992.2.6.까지 사이에 그가 근무하던 새 남천병원에서 페치딘 및 그 일종인 데메롤을 14회, 모르핀을 4회, 도합 18회에 걸쳐 스스로 마약처방전을 발부하고, 면허받은 마약관리자를 대신하여 사실상 위 병원의 마약을 관리해 오던 간호조무사인 공소외 인에게 마약투약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공소외인이 마약관리대장에 피고인의 인적사항, 병명, 교부한 마약의 품명 및 수량 등을 일일이 기재한 후 피고인에게 위 처방전에 따른 마약을 투약하였다.
그 이후에도 피고인은 췌장염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치료를 미루어 오다가 1992.3.22.에는 극심한 통증으로 인하여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별지 일람표 기재 제19번부터 27번 기재사항과 같이 그날부터 같은 달 30.까지 사이에 9회에 걸쳐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동료의사인 공소외 김윤기, 또는 오형석으로부터 마약인 페치딘이나 데메롤의 처방전을 발부받아(다만 그중 1회는 피고인 스스로 발부하였다)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원 등으로부터 투약받았으며, 이 사건으로 인하여 구속기소된 후인 같은 해 5.6.에는 만성췌장염 및 췌장가성낭종으로 최종 진단받고, 그 수술을 받았다.
(3) 의료목적에 대한 판단
피고인이 과연 의료의 목적으로 마약을 사용하였다고 볼 것인지는, 피고인이 앓아 온 질환인 만성췌장염 및 가성낭종의 치료를 위하여 의학상 일반적으로 마약인 페치딘이나 모르핀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는지, 또한 투약된 마약의 양, 투약횟수, 투약기간 등에 비추어 그 상당성이 있느냐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감정인 배영태 작성의 감정서, 공판기록에 편철된 의학교재 사본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이 앓아 온 췌장염 및 가성낭종의 특정적 증상 중의 하나가 빈번하게 재발하는 격심한 복부통증이고, 그 통증을 제거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1차적인 약이 데메롤이며 가장 효과적인 약은 모르핀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은 췌장염의 증상 및 그 통증의 치료방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의학상 위 마약을 투약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인정된다.
또한 피고인이 27회에 걸쳐 마약을 투약한 행위는 피고인 스스로 마약처방전을 발부하여 투약한 경우와 동료의사가 마약처방전을 발부하여 투약한 경우의 두 가지 형태로 크게 나누어지는데, 우선 어느 경우에나 피고인이 마약에 중독되어 습관적으로 이를 투약하였거나, 마약중독증상의 완화를 위하여 마약을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 뿐만 아니라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의 병력 및 증상, 췌장염 및 가성낭종에 따르는 통증을 제거하기 위하여 마약을 투약한 점, 피고인 또는 동료의사가 일일이 마약처방전을 발부하고 그 처방전에 따라 교부받은 마약을 공개된 장소인 병원에서 간호원 등으로 하여금 투약하게 한 과정, 투약한 마약의 양이 매번 일정하고 치료의 목적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점, 마약투약기간이 다소 길고 투약횟수가 많은 점은 있지만 피고인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여러번 놓치는 바람에 장기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마약투약행위는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상당성도 있다고 보이므로, 결국 피고인은 의료의 목적으로 마약을 사용하였다고 할 것이다.
나. 따라서 양형부당의 점에 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피고인의 항소는 이 점에서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당원이 인정하는 피고인의 약사법위반의 범죄사실과 이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의하여 이를 모두 그대로 인용한다.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2. 경합범
3. 노역장 유치
4. 미결구금일수 산입
5. 가납명령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마약법위반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상습으로 1991.1.14.경 부산 남구 남천동 (지번 생략) 소재 (상호 생략)병원(1991.10.4. (상호 생략)병원으로 병원명칭을 변경하였다) 의국실에서 같은 병원의 약국 근무직원인 공소외 인으로 하여금 마약인 염산페치딘 100 밀리그램을 피고인의 팔에 정맥주사케 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1992.3.30.까지 사이에 별지일람표 기재와 같이 27회에 걸쳐 위 병원의 일반외과 병실 등지에서 공소외인으로 하여금 마약인 모르핀, 염산페치딘, 데메롤(염산페치딘의 일종) 등을 피고인에게 투약, 사용하는 등으로 마약취급의료업자로서 타인에 대한 의료의 목적으로 마약을 투약하지 아니하고, 피고인 자신을 위하여 마약을 투약하여 마약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마약의 사용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설시한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은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마약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