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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지법 남부지원 1997. 3. 28. 선고 96고합448 판결 : 항소

[강간치상·강간·절도·주거침입·폭행][하집1997-1, 721]

판시사항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한 피고인의 검찰 자백이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 증거능력을 배척한 사례

판결요지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죄사실 전부를 그대로 자백하는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진술이 그 일부 내용에 있어 객관적 진실에 반할 뿐 아니라, 그 자백의 근거가 된 피해자의 진술내용이 도무지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이 많아 그에 대응하는 피고인의 자백마저 전체적으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인정된다는 이유로, 그 증거능력을 배척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장백규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1996. 3.경 알게 된 후 수시로 정을 통해 오던 피해자(여, 34세)가 피고인을 멀리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1) 같은 해 7. 5. 07:00경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가리봉시장 소재 피해자가 운영하는 (상호 생략) 포장마차집에 찾아가 피해자에게 따라오지 않으면 가게를 불사르고 죽이겠다고 겁을 준 후, 같은 날 09:00경 피해자를 같은 구 가리봉1동 유정장여관 303호실로 끌고가 정을 통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발로 피해자의 배를 걷어차고 떠밀어 침대에 눕힌 다음 베개로 입을 틀어막고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린 채 무릎으로 짓눌러 반항을 억압한 후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2) 같은 해 7. 16. 16:00경 수원시 수원역 앞 '꽃마차' 카바레에서, 빌린 돈 300,000원을 돌려 주겠다면서 피해자를 전화로 불러낸 후 피고인의 일행 등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피해자의 손가방에서 피해자 소유의 현금 400,000원, 자기앞수표 100,000원권 5장 등 합계 금 900,000원을 꺼내어 가 이를 절취하고, 3) 같은 날 18:00경 안양시 안양유원지 내 상호불상 여관 103호실에서, 전항과 같이 카바레에서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인 피해자를 유인하여 정을 통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피해자를 위 여관 방실의 욕실로 끌고가 플라스틱 바가지로 머리를 3회 때려 정신을 잃게 하고 잠시 후 정신을 차린 피해자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이에 반항을 포기한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4) 같은 달 21. 08:00경 피해자가 운영하는 위 포장마차집에 찾아가 가게문을 닫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겁을 준 후 피해자를 근처 상호불상 여관 2층 호실불상 방으로 끌고 가 반항하는 피해자의 목을 조르고 허리띠를 풀어 휘둘러 이에 겁을 먹고 반항을 포기한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5) 같은 해 8. 초순 04:00경 피해자가 운영하는 위 포장마차집에서 피해자에게 찾아가 가게문을 닫도록 강요하고서는 피해자를 택시에 태워 광명시 소재 애기능으로 끌고 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목을 조르고 뺨을 수회 때려 겁을 준 후, 같은 날 05:00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4거리 근처에 있는 상호불상 여관으로 끌고 가 피해자의 머리를 물을 채운 욕조에 2회 처박는 등 폭행하여 겁에 질려 반항을 포기한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6) 같은 달 20. 07:00경 같은 동 신림4거리 근처에 있는 상호불상 여관 606호실에서 주먹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3회 때리고 목을 조르고 베개로 입을 틀어 막는 등 폭행하여 이에 반항을 포기한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7) 같은 달 23. 13:00경 위 (상호 생략) 포장마차집에 찾아가 출입문을 부수고 침입하고, 2층 다락방에서 잠자는 피해자에게 정을 통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자 목을 조르고 플라스틱 상으로 가슴을 마구 때려 이에 겁에 질려 반항을 포기한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8) 같은 달 25. 17:00경 위 (상호 생략) 포장마차집에서 피해자에게 자주 전화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맥주병을 깨어들고 죽이겠다고 겁을 준 후 목을 조르고 발로 전신을 걷어차는 등 하여 피해자를 폭행하고, 9) 같은 해 9. 23. 16:00경 서울 구로구 구로5동 상호불상 여관 2층 방에서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욕정을 느껴 피해자와 정을 통하고자 하였으나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맥주병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무릎을 1회 내리쳐 반항을 포기한 피해자의 가슴을 입으로 물어뜯고는 피해자를 1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약 10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우측 유방 피하출혈상 등을 가하였다는 것이다.

2. 피고인의 변소 내용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위 공소사실 중 1), 4), 5), 9)항의 각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각 공소사실 기재 일시장소에서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것은 사실이나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폭행·협박을 하였거나 그로 인하여 상해를 입힌 사실이 없고, 3)항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공소사실 기재 일시 무렵 그 기재와 같은 여관에 피해자와 함께 투숙한 것은 사실이나 그녀를 강간하지 아니하였음은 물론 그녀와 성관계를 한 사실도 없으며, 6), 7), 8)항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그와 같은 범행을 한 사실이 전혀 없고, 2)항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그 기재 일시경에는 그 장소에 간 사실이 없으며, 다만 1996. 8. 4. 경 피해자와 함께 '꽃마차' 카바레에 춤추러 갔다가 술에 취한 피해자가 손가방을 탁자 위에 놓고 자리를 비울 때 손가방을 열어보니 현금과 수표 등 금 900,000원이 들어 있기에, 분실을 우려하여 피고인이 꺼내 보관한 사실이 있을 뿐이라고 각 변소하면서, 범행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3. 증거관계

(1) 우선,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가장 유력한 증거라 할 수 있는 제3회 공판조서 중 피해자인 증인 피해자가 한 진술기재, 위 피해자의 경찰 및 검찰에서의 각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와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해자의 진술기재 부분 등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진술내용의 신빙성에 의문이 많아 믿기 어렵다.

즉, 피해자는 이 사건 제1) 공소사실인 1996. 7. 5. 09:00경 유정장 여관 303호실의 강간사건에 관하여, 당시 피고인이 피해자가 경영하는 주점으로 찾아와 정을 통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으려는 피해자를 발로 차는 등 폭행하고 가게를 불사르겠다고 협박하여 걸어서 10분 내지 15분 거리에 있는 위 여관으로 끌고 갔으며, 피해자는 그 때 피고인이 때리는 것이 두려워 여관 주인이나 종업원에게 구호요청을 하지 못하였다는 것인바, 야간에 주점을 경영하는 34세의 성인 여자인 피해자가 아침의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닌 때(특히 09:00경이면 출근시간 무렵으로 거리에 통행인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에 갑자기 강간을 당할 위기에 빠져 대로로 끌려가면서도 타인에게 전혀 구조요청을 시도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칙상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아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이는 여관에서의 행동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피해자는 제2) 공소사실인 같은 달 16. 16:00경의 절도와 제3) 공소사실인 같은 날 18:00경의 강간 사건에 관하여, 경찰에서 처음에는, 같은 달 16. 16:00경 가게에서 전에 빌려간 돈을 갚겠다는 피고인의 전화를 받고 수원시로 가 수원역 근처의 카바레에서 피고인 및 피고인의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놀다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피고인이 피해자 소유의 가방에서 금 900,000원을 꺼내어 가 이를 절취한 것을 알고 이를 돌려 달라고 하자,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양유원지로 데리고 가 위 유원지 내 보트장의 물속에 빠뜨리고 같은 날 18:00경 위 유원지 근처의 여관으로 끌고가서 플라스틱 바가지로 피해자의 머리를 3회 때려 정신을 잃게 하고서는 그런 후 정신을 차린 피해자에게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고 하였다가, 피고인과의 대질신문에서는 위 강간 부분에 관하여, 바가지로 머리를 맞아 정신을 잃었다가 다음날 아침 09:00경에야 정신을 차렸었는데 이 때 위와 같이 강간을 당하게 되었다고 달리 진술하였으며, 한편 이 법정에서는 검사의 신문에 다시 같은 달 16. 18:00경 위와 같이 강간을 당하였다고 진술하여 강간당한 시각을 위 처음 진술과 같이 하였고, 또한 그 날 피해자가 술을 마셨는가에 관하여도, 피해자는 이 법정에서 처음에는 위 경찰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술을 마시지 아니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다시 술에 취하여 위 유원지의 보트장 물속에 어떻게 빠졌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진술하는 등 하여,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같은 날짜에 경험한 사실에 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피해자의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의심스러우며, 한편 증인 공소외 1이 이 법정에서 한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해 8. 5. 위 증인이 경영하는 주점으로 함께 놀러가서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전날인 같은 달 4. 안양유원지에 놀러 갔다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유원지의 풀장(위 보트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에 빠졌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제2), 제3)의 각 공소사실과 같은 사건이 과연 1996. 7. 16.에 있었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강한 의심이 들어, 피해자의 위 진술을 모두 그대로 믿기 어렵다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제4), 5), 6), 7), 9)의 각 강간 또는 강간치상의 공소사실에 대하여도,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이 한 진술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1996. 3. 말경부터 이 사건으로 구금되기 전까지 사이에 피해자와 1주일에 2회 내지 3회 성관계를 가져왔다고 변소하고 있는데 반하여, 피해자는 검찰에서 피고인과의 사이에 이 사건으로 고소한 7회의 강간 행위 외에는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가 이 법정에서는 1주일에 2회 정도 강제로 성관계를 가져왔다고 진술하고 있어서 그 진술에 일관성은 없으나, 제3회 공판조서 중 피해자가 한 진술의 기재와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2가 한 진술의 기재 및 증인 공소외 1, 3의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평소 피해자와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1996. 8. 1.부터 같은 달 3.까지 사이에 피해자 및 피고인의 친구들과 경기 화성군 백미리에 있는 궁평리 해수욕장에 놀러 가서 해수욕장 주변의 민박집과 여관에서 피해자와 함께 투숙했고, 같은 달 중순에도 피해자 및 피고인의 친구들과 속초로 놀러 가서 피해자와 함께 여관에 투숙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로써 피해자가 피고인과 1주일에 적어도 2회 정도 성관계를 가져 왔다고 하는 진술부분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바, 그렇다면 정상적인 성인인 피해자가 한 남자로부터 매주 2회씩 성관계를 강요받으며 수개월간 견디어 오다가 그 중 일부에 대하여만 강간당하였다고 주장함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피해자의 진술대로라면 피해자는 1996. 7. 16. 피고인으로부터 강간을 당하고 불과 5일 뒤인 같은 달 21. 다시 피고인으로부터 제4) 공소사실과 같은 강간을 당한 것이 되는데, 그러고도 그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피고인의 처벌을 구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런 뒤 약 10일 후인 같은 해 8. 1.부터 같은 달 3.까지 피고인과 함께 서해안 해수욕장으로 놀러가서 여관 등지에서 피고인과 함께 투숙하고, 다시 같은 달 중순경 속초로 놀러가서 여관 등지에서 피고인과 함께 투숙한 것은, 도저히 저항하기 어려운 폭행이나 협박에 의하여 강간의 피해를 당한 성인의 태도로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제7)의 주거침입과 제8)의 폭행에 대한 공소사실에 관하여도, 이는 피해자가 이 사건 각 강간(치상)의 점에 관하여 고소하면서 부수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구한 것으로서,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위 각 강간(치상)의 점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위 주거침입과 폭행의 점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 역시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피해자 진술의 전체적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상, 이 사건 제9)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로 제출된 의사 안중근이 작성한 상해진단서의 기재(피해자가 강간치상의 피해일인 1996. 9. 23.에서 9일이 지난 후인 같은 해 10. 2.에 이르러 상해부분에 관하여 진단을 받았다는 내용임) 역시 이를 위 강간치상의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2) 다음으로,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이 한 진술의 기재와 검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술기재 및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기재 부분에 의하면, 피고인은 위 각 공소사실에 대하여, 경찰에서는 그 중 일부 사실{위 제1), 제4), 제5), 제9) 공소사실 및 피해자 소유의 금원을 취거한 사실}에 대하여 자백하고 나머지에 대하여는 이를 부인하였다가, 검찰에서는 공소사실 모두를 자백하였는데, 다시 이 법정에 와서는 공소사실 모두를 부인하고 있는바, 먼저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부분은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므로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고, 피고인이 검찰에서 한, 피해자가 주장하는 범행사실을 전부 그대로 자백하는 내용의 진술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 일부 내용이 그 객관적 진실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을 추궁하여 받은 자백 진술의 근거가 된 피해자의 진술내용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도무지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이 많아 그에 대응하는 피고인의 자백마저도 전체적으로 신빙성이 없다고 인정되므로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달리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그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홍권(재판장) 김영학 김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