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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4.23.선고 2014다87571 판결

사해행위취소

사건

2014다87571 사해행위취소

원고상고인

파산 채무자 주식회사 부산2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피고피상고인

A

원심판결

부산고등법원 2014. 11. 6. 선고 (창원)2014나546 판결

판결선고

2015. 4. 2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제3자가 금전소비대차약정서 등 대출관련 서류에 주채무자 또는 연대보증인으로서 직접 서명·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그 소비대차계약의 채무자임을 금융기관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제3자가 금융기관이 정한 여신제한 등의 규정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인바, 구체적 사안에서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명의대여자와 사이에 당해 대출에 따르는 법률상의 효과까지 실제 차주에게 귀속시키고 명의대여자에게는 그 채무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약정 내지 양해하였음 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7772, 7789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우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주식회사 부산2저축은행(이하 '부산2저축은 행'이라고만 한다)과 B 사이에 이 사건 대출계약이 성립하였고, 원고는 부산2저축은행의 포괄승계인으로서 채무자인 B에 대하여 이 사건 대출금 잔액 상당의 금전채권을 갖게 되며, 위 채권은 일응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이 사건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 즉, ① 부산저축은행 그룹은 2001년경부터 IMF 이후 발생한 부실을 보충할 목적으로 부동산 시행사업을 적극적으로 감행하면서, 상호저축은행법 등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임직원들을 동원하여 사업자금으로 사용할 대출금의 대출계약 및 부동산 거래계약에 관한 명의대여자를 모집하였던 점, ② 그 과정에 B도 주식회사 부산저축은행(이하 '부산저축은행'이라고만 한다)의 V로서 친척인 C의 주선으로 부산2저축은행 및 부산저축은행에 이 사건 대출계약 및 D 토지의 매수 등 부동산거래에 관한 계약명의를 제공하였던 점, ③ 이에 따라 부산2저축은행은, B가 위와 같은 거액을 대출받을 자격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B의 대출자격조차 심사하지 않은 채 대출을 실행하였던 점, ④ 이 사건 대출계약서의 작성은 부산2저축은행의 담당직원 R가 B 명의의 대출이 필요할 때마다 B를 찾아가 대출서류를 보여주고 서명·날인을 받는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나 R는 계약 당시 B에게 대출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던 점, ⑤ 이 사건 대출계약서에는 B의 이름과 부산2저축은행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대출금액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고 여신개시일, 여신기간만료일, 이자율 등에 관한 기재란이 모두 공란인 점, ⑥ 부산2저축은행은 대출된 자금도 담당직원 R를 통해 전적으로 관리하면서 B와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임의대로 소비한 점, ⑦ 부산2저축은행은 B로부터 이 사건 대출 원리금을 변제받은 바도, 그 변제를 독촉한 바도 전혀 없는 점, ⑧ 부산저축은행은 2004. 11. 15.부터 2008. 10. 9.까지 B의 명의로 대전 서구 W 등 같은 동에 소재한 토지 28필지의 소유권 또는 공유지분을 취득하였는데, B는 2013년 8월경 위 행위에 대하여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입건된 점, ⑨ 위 R는 '형식적으로 B가 돈을 대출받는 것으로 대출서류를 만들었다 (기록 254쪽), '명의대여 대출로서 회사(부산2저축은행)에서도 다 알고 있는 것이고 회사에서 다 알아서 집행했기 때문에 B에게는 따로 원리금 변제를 독촉하지 않았다'(기록 256쪽)고 증언한 점 등을 종합하여, 이 사건 대출계약 당시 부산2저축은행과 B는 형식적으로 B 명의로 대출서류를 작성하지만 B에게는 위 대출계약에 따른 권리(대출금의 귀속)는 물론 의무도 귀속시키지 않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대출계약은 통정행위로서 무효인 법률행위라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이 이 사건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에 있어 근거로 든 사정들 중 이 사건 대출계약 체결 경위와 목적 및 대출금의 사용용도, 대출약정서에 이자율 등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점, 부산2저축은행이 피고의 신용조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채 대출을 실행한 점, 피고가 대출금 이자를 상환하거나 부산2저축은행으로부터 변제를 독촉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은 명의 대여 대출 일반에 공통된 사정에 불과하거나, 대출약정서에 직접 서명·날인함으로써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채무자의 지위를 명시적으로 받아들인 피고의 계약상 채무를 부정할 사유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아니하거나 부족하다. 또한 부산2저축은행의 직원인 R의 위와 같은 증언도 결국은 B가 명의 대여 대출자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어서 B의 채무를 부정하는 근거로 삼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여기에 원심판결 이유 및 제1심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B는 대출약정서에 직접 서명·날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감증명서도 직접 발급받아 제출한 점, 이후 기표 정리를 할 때마다 부산2저축은행의 담당 직원이 B로부터 날인을 받은 점, 위와 같은 R의 막연한 증언 외에 이 사건 대출계약 당시 부산2저축은행에서 B에게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는 취지의 명확한 의사를 전달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이 사건 대출계약이 체결된 2007. 2. 28.경부터 2010. 12. 29.경 사이에 B는 부산2저축은행 측으로부터 매월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의 명의대여 대가를 받아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이는 점, B 스스로도 2011. 2. 19. 부산2저축은행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결정을 받자 곧바로 2011. 2. 21.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처인 피고에게 증여하고 2011. 2. 23. 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점 등을 더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별론으로 하고,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피고에게 귀속시키지 아니하기로 하는 부산2저축 은행의 약정 내지 양해가 있었다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대출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와 그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은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조희대

대법관이상훈

주심대법관김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