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모용사문서작성(예비적죄명:사문서위조)][미간행]
피고인 1외 3인
검사
이인걸
변호사 박태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 2는 공소외 1, 2로부터 경산시 하양읍 서사리 (각 지번 생략) 2필지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대금 3억 5천만 원에 매수할 대리권을 수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리권의 범위를 초월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실제 매매계약의 내용과는 다르게 대금 2억 5천만 원으로 하는 부동산매매계약서(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서’라 한다)를 별도로 작성함으로써 대리인 자격을 모용하여 사문서를 작성하였고, 나머지 피고인들도 이에 가담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은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로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2가 공소외 1 등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 범위 내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는바,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위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가.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2는 공소외 1, 2로부터 피고인 1이 대표자이던 (이름 생략)문중 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3억 5천만 원의 범위 내에서 매수할 권한을 위임받은 사실, 이에 따라 피고인 2는 위 문중을 대표한 피고인 1과 사이에 이 사건 토지를 대금 3억 5천만 원으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매수인인 공소외 1 등에게는 위 매매대금을 3억 원, 위 문중에게는 그 대금을 2억 5천만 원이라고 속여 그 차액 5천만 원은 피고인 2가 소개비 등의 명목으로 착복하고, 피고인 1 등이 역시 문중 운영의 경비 등의 명목으로 그 차액 5천만 원을 착복하기 위하여 대금 3억 5천만 원의 매매계약서 이외에 별도로 대금 2억 5천만 원의 이 사건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문서위조죄를 구성하는지의 여부는 그 문서의 작성명의로 타인의 명의를 모용하였느냐 아니하였느냐라는 형식에 의하여 결정할 것으로서 그 문서의 내용의 진실여부는 특별한 처벌규정이 있는 경우 이외에는 동 죄의 성립여부에 아무런 소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타인의 대표자 또는 대리자가 그 대표명의 또는 대리명의를 써서 또는 직접 본인의 명의를 사용하여 문서를 작성할 권한을 가지는 경우에 그 지위를 남용하여 단순히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마음대로 문서를 작성한 때라고 할지라도 문서위조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 대법원 1983. 4. 12. 선고 83도332 판결 참조).
다.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 2는 매수인인 공소외 1 등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3억 5천만 원의 범위 내에서 매수할 대리권을 수여받은 이상, 위 금액 범위 내에서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거나 매매계약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다 할 것인바, 설령 실제로 매수한 금액이 3억 5천만 원임에도 이와 별도로 2억 5천만 원으로 하는 허위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마음대로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 2는 매수인인 공소외 1 등을, 피고인 1은 위 문중을 각 속여 위 매매대금 중의 일부를 착복하는 등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이 사건 매매계약서를 작성함으로써 그것이 사기죄 내지 횡령죄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기죄 내지 횡령죄가 성립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이 사건에서는 이 부분에 대하여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옳다. 따라서 이러한 전제하에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타당하고, 여기에는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가. 한편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피고인들에 대한 자격모용사문서작성의 점의 공소사실을 주위적으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고인 1이 (이름 생략)문중 소유의 이 사건 토지를 공소외 1, 2에게 2억 5천만 원에 매도하는 것처럼 위 문중을 기망하기 위하여 아무런 권한 없이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매매대금을 2억 5천만 원으로 하는 공소외 1, 2 명의의 이 사건 매매계약서 1통을 위조한 것이다.”라는 요지의 공소사실을 추가하면서 죄명을 ‘사문서위조’, 적용법조를 ‘ 형법 제231조 ’로 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함으로써 이 부분도 당심의 심판대상이 되었으므로 위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하여 살핀다.
나. 무엇보다도 우선 이 사건 매매계약서(수사기록 88쪽)의 매수자의 표시란에는 “1. 대구시 남구 봉덕동 (지번 생략) 공소외 1, 2.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지번 생략) 공소외 2, 위 매수인의 대리인 영천시 금호읍 원기리 (지번 생략) 피고인 2”라고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이 직접 본인 명의를 사용하지 않고 대리명의를 쓴 이상 이는 본인인 공소외 1, 2 명의의 문서라고 볼 수 없고, 그들의 대리인 피고인 2 명의의 문서라고 할 것이므로, 설령 그 작성명의가 모용되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232조 소정의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가 성립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이 사건에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주위적 공소사실인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도 성립되지 아니함) 형법 제231조 소정의 사문서위조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어서 검사의 위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이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되, 당심에서 예비적으로 추가된 사문서위조의 점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바, 위 예비적 공소사실(사문서위조)과 동일체의 관계에 있는 주위적 공소사실(자격모용사문서작성)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