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미간행]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하여 ‘체포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현행범인 체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한 체포에 해당하는 경우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029 판결 (공1999상, 405)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공2002하, 1720)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도4227 판결 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1도3682 판결 (공2011하, 1367)
피고인
피고인
변호사 문건식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2조 ).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하여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과 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이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현행범인 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 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 (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029 판결 등 참조). 여기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지만, 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도422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2015. 6. 30. 09:25경 제주시 (주소 생략) ○○빌라 주차장에서 술 냄새가 나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는 상태에서 (차량번호 생략) 스타렉스 승합차를 약 2m 운전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제주서부경찰서 △△지구대에서 같은 날 09:50경, 10:00경, 10:19경 3회에 걸쳐 경위 공소외인으로부터 음주측정기에 입김을 불어 넣는 방법으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정당한 사유 없이 경찰공무원의 음주측정요구에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음주측정요구가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의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은 2015. 6. 29. 21:30경부터 23:00경까지 식당에서 지인 4명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마신 뒤 위 식당 건너편 ○○빌라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피고인의 차량을 그대로 둔 채 귀가하였다.
② 위 빌라 측에서는 2015. 6. 30. 08:11경 경찰청 112에 피고인의 차량 때문에 공사를 할 수 없다며 차량을 이동시켜 달라는 취지의 신고전화를 하였고, 이에 제주서부경찰서 △△지구대 소속 경위 공소외인은 피고인에게 같은 날 08:19경, 08:22경, 08:48경 3회에 걸쳐 차량을 이동할 것을 요구하는 전화를 하였다.
③ 피고인은 같은 날 09:20경 위 빌라 주차장에 도착하여 차량을 약 2m 가량 운전하여 이동·주차하였으나, 차량을 완전히 뺄 것을 요구하던 공사장 인부들과 시비가 되었고, 그러던 중 누군가 피고인이 음주운전을 하였다고 신고를 하여 위 공소외인 등이 현장에 출동하였다.
④ 공소외인 등은 피고인에게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였는지 물어 피고인이 ‘어젯밤에 술을 마셨다’고 하자 음주감지기에 의한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은 ‘이만큼 차량을 뺀 것이 무슨 음주운전이 되느냐’며 응하지 아니하였고, 임의동행도 거부하였다. 당시 공소외인 등은 술을 마셨는지 여부만을 확인할 수 있는 음주감지기 외에 주취 정도를 표시하는 음주측정기는 소지하지 않았다.
⑤ 이에 공소외인 등은 피고인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위 지구대로 데리고 가 음주측정을 요구하였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공소외인 등이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그와 같이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이루어진 공소외인의 음주측정요구 또한 위법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즉, 피고인이 전날 늦은 밤 시간까지 마신 술 때문에 미처 덜 깬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술을 마신 때로부터 이미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 운전을 하였으므로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를 저지른 범인임이 명백하다고 쉽게 속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군다나 피고인은 위 지구대로부터 차량을 이동하라는 전화를 받고 위 빌라 주차장까지 가 차량을 2m 가량 운전하였을 뿐 피고인 스스로 운전할 의도를 가졌다거나 차량을 이동시킨 후에도 계속하여 운전할 태도를 보인 것도 아니어서 사안 자체가 경미하다. 그런데 당시는 아침 시간이었던 데다가 위 주차장에서 피고인에게 차량을 이동시키라는 등 시비를 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등도 피고인이 전날 밤에 술을 마셨다는 얘기를 들었으므로, 당시는 술을 마신 때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나아가 피고인이 음주감지기에 의한 확인 자체를 거부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공소외인 등 경찰관들로서는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였으므로 음주감지기 외에 음주측정기를 소지하였더라면 임의동행이나 현행범 체포 없이도 현장에서 곧바로 음주측정을 시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앞에서 든 정황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피고인이 현장에서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려 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 체포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니, 거기에는 현행범 체포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