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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08.11.21.선고 2008고단4933 판결

상해

사건

2008고단4933 상해

피고인

A (52년생, 남)

검사

김정훈

변호인

변호사 원대희

판결선고

2008. 11. 21.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8. 6. 3. 23:30경 부산 북구 만덕3동에 있는 피해자 V 운영의 'XX노래 연습장'에서 피해자가 영업이 모두 종료되었다고 말을 하자 피해자의 가슴 부분을 손으로 밀어 계단에 굴러 떨어지게 하여 피해자에게 약 8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 주관절 요골 골두골절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2. 판단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자가 위 공소사실과 같은 상처를 입은 사실은 인정하나, 자신이 피해자를 손으로 밀어 상해를 가할 이유도 없고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여서 피해자를 밀 힘도 없었다면서 자신의 기억에 비추어 볼 때 자신이 노래연습장으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피해자와 같이 계단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것 같다고 주장하여 상해의 고의를 부인하고 있다.

살피건대, 피해자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상처를 입은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피고인과 피해자뿐이고(피해자는 피고인의 일행인 B, C가 피해자와 같이 있었다고 하나 B 등은 당시 노래연습장 건너편 인도에 서 있었기 때문에 사고 현장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은 술에 취하여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으며 피해자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확하게 당시 상황을 진술하기 힘든 면이 있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는 피해자의 진술을 얼마나 신빙할 수 있는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될 수 있는 객관적 정황에 비추어 어느 쪽의 주장이 논리칙이나 경험칙에 더 부합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판단된다.

우선 피해자가 주장하는 사고 당시 상황은 "자신은 그 날 딸이 아파서 가게를 일찍 마치려고 가게 안을 청소하고 있는데 피고인 일행 3명이 와서 장사를 안하느냐고 물어마친다고 하니 아무 말 없이 돌아갔고 지하 아래 계단에서 시작해 위쪽으로 계단청소를 하여 마지막 계단을 청소하고 있는데 위 3명이 다시 오길래 자신이 '어머 손님 아까 분명히 가게 문을 닫는다고 말씀 드렸는데'라고 했더니 B가 '어 씨발 뭘 마쳐'라고 욕을 했고 갑자기 피고인이 손으로 가슴 부분을 사정없이 밀어버려 계단 맨 위쪽에서 아래까지 한 번에 툭하고 떨어졌고 피고인도 같이 떨어져 계단 바닥에 내 몸 위에 포개어 진 상태로 넘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위 진술을 그대로 믿기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의문들이 있다.

첫째, 피고인은 당시 일행들과 술을 마셔 만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동네에 있는 노래방에 가자고 하면서 일행들을 데리고 왔었고 피해자의 노래연습장에 처음 들어가서 나올 때 무슨 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니며 다른 노래방을 찾다가 다시 피해자의 노래연습장으로 들어가면서(피고인은 같은 노래방을 다시 들어갔던 것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어쩌면 노래방을 찾던 중 그 곳에 가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들어갔을 수도 있다) 피해자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이유로 갑자기 피해자를 세게 계단 밑으로 밀었는지 알 수 없다. 더구나 피고인은 56세의 나이에 1986년 건축법 위반으로 벌금 20만 원의, 1998년 도로교통법위반죄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전력 밖에 없고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습성이 있는 그 나이 또래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있음직한 동종 전과들이 없다.

둘째, 피고인은 피해자와 거의 동시에 계단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바닥 구석에 있는 화분에 머리 부분을 부딪치고 의식을 잃은 상태로 누워 있었는데, 피고인이 계단이 시, 작되기 전의 평지에 서서 맨 위 계단에 있는 피해자를 세게 밀었다면 왜 피고인이 피해자와 같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는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피해자도 피고인이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 때 피해자가 피한다던지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면 피고인의 몸이 앞쪽으로 쏠릴 수 있겠지만 피해자가 계단 위에서 계단 아래쪽까지 한 번에 떨어질 정도로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의 몸에 제대로 접촉이 되었다면 경험칙 상 피고인이 피해자와 동시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피고인이 피해자를 밀어버리고 잠시 후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도 중심을 잃어 계단을 굴렀다면 피해자의 상해 정도에 비추어 피고인도 상당한 부상을 입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할 것인데 피고인은 머리와 어깨 부위에 통증이 있어 이틀 동안 일을 못했을 뿐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을 보면 위와 같이 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사건 노래연습장은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고 노래연습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출입구로 들어가 너비 17cm, 높이 20cm인 계단 14개를 내려가 가로 140cm, 세로 140cm인 계단 바닥을 지나 왼쪽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계단 양쪽은 벽으로 되어 있어 따로 난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술에 만취한 피고인이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고 피고인은 계단을 몇 개 내려가다가 피해자와 마주친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피해자는 계단 맨 위에서 피고인과 마주쳤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그 곳에서 계단 바닥까지 한 번에 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진술과 같이 계단을 몇 개 내려온 지점에서 피고인과 마주쳤다고 볼 수 있는 점, 피고인이 중심을 잃고 떨어지면서 손으로 피해자를 밀게 되어 피해자와 같이 계단 바닥으로 떨어졌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고인이 손으로 가슴 부위를 밀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그렇게 추락했다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밑에 깔려 떨어지면서 완충 작용을 하여 피고인이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몸에 눌린 상태에서 추락하여 중상을 입은 결과가 이해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피고인이 실수로 계단에서 추락하면서 피해자가 같이 떨어져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는 피고인의 추측이 별 모순 없이 설명될 수 있다.

피해자가 아무런 잘못 없이 술에 취한 피고인에 의해 중한 상처를 입어 고통을 겪고 있는 사정은 안타깝기 그지없으나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갖게 하는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장 기재와 같이 상해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판사고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