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등기말소청구사건][하집1984(3),17]
딸이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 아버지 소유의 부동산을 소지중인 등기권리증 및 인감을 이용하여 담보로 제공한 경우 표현대리의 성부
사회통념상 아버지가 딸에게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하고 그로 인한 등기절차를 함에 필요한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할 것이므로 설사 딸이 아버지의 승낙을 받았다고 하면서 부동산의 등기권리증을 소지하고 보관중인 아버지의 인감으로 가등기를 하도록 해 주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제3자가 위 딸에게 아버지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없다면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원고
피고
1. 원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목록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서울민사지방법원 용산등기소 1982. 10. 23. 접수 제59231호로서 경료한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의 가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
2.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주문과 같다.
원고 소유의 별지목록기재 부동산(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에 관하여 1982. 10. 23.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하여 피고 앞으로 청구 취지기재와 같은 가등기(이하 이 사건 가등기라고 한다)가 경료되어 있는 사실은 당사자간에 다툼이 없고, 성립에 다툼이 없는 갑 제3호증의 1, 2(여권표지 및 내용), 갑 제4호증(등기신청서), 갑 제7호증(호적등본), 갑 제8호증(주민등록표), 갑 제9호증(사실확인서), 원심증인 소외 1의 증언에 의하여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을 제1호증(서약서)의 각 기재 원심증인 소외 1, 2, 당심증인 소외 3, 4의 각 증언 및 원심 법원의 형사기록검증결과(다만 원심증인 소외 1의 증언 및 위 기록검증결과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은 각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원고의 형의 내연의 처인 소외 3의 오빠인 소외 5의 알선으로 소외 5가 이사로 있는 말레이시아국 싸바코 선드리안 버하드 건설회사에 미장이 직종으로 고용되어 1982. 10. 2. 말레이시아국에 취업차 출국하였다가 동년 11. 17.에 귀국한 사실, 위 싸바코 건설회사는 소외 6이 설립하여 그가 회장의 직에 있는 소규모의 부실한 건설회사로서 소외 6은 위 회사를 이용하여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근로자들로부터 해외취업을 시켜준다는등 명목으로 돈을 받아 편취해오던 중 1982. 10. 23.경 피고의 딸인 소외 7에게 소외 7 및 그의 남편을 위 싸바코 건설회사가 시공하게 되는 말레이시아국 건설 공사장에 취업시켜 주겠다고 속이고 소외 7에게 위의 취업을 조건으로 금 15,000,000원의 차용을 요구한 사실, 소외 7은 아버지인 피고로부터 금 13,000,000원을 차용하여 이를 당시 소외 6에게 변제기를 같은해 12. 31.로 하여 대여함에 있어서 위 차용금채무에 대한 담보를 요구하자 소외 6 및 소외 3의 오빠인 소외 5는 소외 3에게 같은해 12. 말경 원고가 귀국하기전에 위 차용금을 변제하여 담보를 해제하겠으니 그 동안만 원고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알선해 달라고 부탁하게 된 사실, 위와 같은 부탁을 소외 3은 원고의 딸인 소외 2에게 원고가 귀국하기 전에 가등기를 해제할 것이니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가등기를 하게 해달라고 간청하자 소외 2는 원고의 승락없이 자기가 보관중이던 원고의 인감도장으로 원고의 인감증명(갑 제6호증)을 발급받고 위 가등기신청위임장(갑 제5호증) 및 위 가등기권리증(갑 제2호증)을 작성하여 주어 이 사건 가등기를 경료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에 반하는 원심증인 소외 1의 증언 일부 및 원심법원의 형사기록검증결과 일부는 이를 믿기 어렵고 달리 반증없으므로 피고 명의의 이 사건 가등기는 소유권자인 원고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한 원인이 없는 무효의 등기라 할 것이다.
그런데 피고는 소외 3은 원고의 처로서 가사대리권을 가지고 있고 소외 3 및 소외 2는 피고의 대리인인 소외 7에게 원고의 승락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원고의 인감증명, 등기권리증, 등기부등본을 소지 제시하였고 소외 3은 소외 7이 소외 6에게 대여한 금 13,000,000원중 금 200,000,000원을 지급받기까지 하였으므로 피고의 대리인인 소외 7이나 피고는 소외 3이 원고의 대리인이라고 믿고 이 사건 가등기를 경료하였고 그렇게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소외 3이 피고 앞으로 이 사건 소유권이전가등기를 설정한 행위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해당하여 원고에게 그 효력이 미친다고 주장하나, 소외 3이 원고의 처가 아니고 원고의 형의 내연의 처에 불과하여 소외 3에게 원고의 가사대리권이 없고 또한 소외 3은 이 사건 가등기를 경료함에 있어 원고를 대리한 것이 아니라 알선에 그친 사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으므로 위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나아가 가려볼 것 없이 이유없다.
또 피고는 원고가 말레이시아로 출국할 당시 처가 없어 그 자녀 중 미혼의 딸로서 연장자인 소외 2에게 가사대리권을 수여하였고 소외 2 및 소외 3은 이 사건 소유권이전가등기를 할 당시 피고의 대리인인 소외 7에게 원고의 승락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원고의 인감증명, 등기권리증, 등기부등본을 소지 제시하였으므로 피고의 대리인인 소외 7이나 피고는 소외 2가 원고의 대리인이라고 믿고 이 사건 가등기를 경료받은 것이고 그렇게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소외 2가 피고 명의로 이 사건 소유권이전가등기를 한 행위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해당되어 원고에게 그 효력이 미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말레이시아에 출국하면서 큰 딸인 소외 2에게 가사대리권을 수여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고 또 믿지 아니하는 원심증인 소외 8의 증언 이외에 소외 2가 피고의 대리인인 소외 7에게 아버지의 승락을 받았다고 하면서 인감증명, 등기권리증등 가등기 소요서류를 제시하였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가사 원고가 미혼의 딸 중 연장자인 소외 2에게 말레이시아에 체류하는 동안 일상 가사에 관하여 원고를 대리할 권한을 부여하였다 할지라도 사회통념상 아버지가 딸에게 자기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하고 그로 인한 등기절차를 함에 필요한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은 이례에 속하는 것이어서 소외 2가 원고 승락을 받았다고 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의 등기권리증을 소지하고 보관중인 원고의 인감으로 이 사건 가등기를 하도록하여 주었고 소외 7이나 피고가 소외 2에게 원고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 한들 그렇게 믿었음을 정당화할 만한 객관적 사정을 찾아볼 수 없어 그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가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로서 피고는 원고에게 그 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그 이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 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원판결을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가등기의 말소등기절차의 이행을 명하고,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